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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13년 희망세상만들기 100강 중 5, 6강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정토회관에서 아침 발우공양까지 하고
오전 8시 30분경에 충주로 출발했습니다. 꽃샘추위가 길게 가는 것 같습니다. 바람이 차가웠습니다.
충주KBS 방송국에 30분 가량 일찍 도착했습니다. 스님께선 시작시간까지 차 안에서 원고점검을 하셨습니다.
청주, 제천의 정토행자님들과 중부사무국에서 와서 행사 준비를 한참 하고 있었습니다.
행사전에 제천으로 귀농한 거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요즘 저희가 읍내에서 불교대학도 3년째 하고 있고, 동네에서 가정법회도 하고 있는데, 전에 사이가 좋지 않던
부부들이 이제는 잉꼬부부가 되었어요. 스님 법문을 매주 듣고 전체 동네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참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스님 법문을 듣고 내 괴로움이 없어지고, 가정이 화목해지고, 자연스럽게
공동체가 복원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이 쌓여 나가면 지역 공동체가, 국가 공동체가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뀌어 갈 것 같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전법이 참으로 소중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충주는 입재식 때마다 가는 곳이고, 서울에서 문경수련원에 가려면 언제나 지나가는 곳이라 괜히 낯익고
편안한 느낌의 도시였습니다. 날이 차가운데도 다들 예쁘게 차려 입고 강연장에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낮 시간인데도 젊은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젊은 청년이 일어나 질문을 했습니다.
“고부간의 갈등이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제 어머니와 할머니의 관계가 소원하셔서 그 사이에서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할머니에게는 할머니로서 깍듯이 예를 갖추고, 엄마에게는 엄마로서 잘 대해 주면 됩니다.어떻게 내가 부모를,
할머니를 내 원하는대로 하라고 할 수 있겠어요? 어머니와 할머니에게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하는
생각은 딱 끊고, 손자로서 할머니에게 잘 하면 되고 아들로서 어머니에게 잘 하면 됩니다. 내가 말해서
할머니를 바꾸고, 어머니를 바꾼다고 생각하면 결국 두 분이 다 내 말 안 들을 것이니까
나중에는 두 분 다 미워져요. 그래서 나중에는 둘이 싸우든지 말든지 모르겠다하고 외면하게 됩니다.
그러면 불효가 되는 거예요. 그 두 사람이 어떻게 되든 그것은 그들의 문제예요. 자, 따라 해 보세요.
“앞으로 남의 인생에 간섭하지 않겠습니다.”
가족관계가 왜 갈등이 생기는 걸까요? 지나치게 간섭을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싸우는 것은
나와 관계가 없어요. 어머니가 할머니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면 들어주면 됩니다. 그런데 할머니 욕을 하면
안 돼요. 그리고 또 할머니가 전화와서 엄마 욕하면 그냥 ‘그래요? 그랬어요?’ 하면서 들어주면 됩니다.
그들의 인생이예요. 그들대로 살도록 놔두세요. 나는 내 할 일을 하며 됩니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싸워도
나는 평화를 유지할 수 있어요. 내가 두 분을 미워하지 않으면 할머니와 어머니는 싸워도 나와 할머니,
나와 어머니는 잘 지낼 수 있잖아요? 나로 인해 그나마 집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스님께서 젊은이에게 결혼해서는 어머니와 부인 사이에서 남자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결혼을 하면 자기 가정을 부모님보다 우선시 하고, 부모에게는 정을 끊되
공경을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후 ‘자기가 어느 집 며느리인 사람 손 들어 보세요?’ 하시고는
또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남편에 대한 소유권은
시어머니에게 있고, 경영권은 나에게 있다는 것만 며느리가 정확히 인식하면 고부간의 갈등이 생길 일이
없다는 말에 사람들이 많이 웃었습니다.
다음으로 ‘시어머니 되는 사람 손 들어 보세요?’ 하시고는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말씀해 주셨습니다. 시어머니는 절대 아들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해서는 안되고, 부부의 정을 끊는 것은
인륜의 정을 끊게 하는 것이라고 하시며 자식에 대한 정을 끊되, 이제는 자식을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사람들이 다들 부모님이기도 하고, 아들이기도 하고, 며느리이기도 하다보니 즐거워하며
자기 입장에 비추어 가며 스님 말씀을 경청하는 것 같았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충주에서 강연을 마치고, 찾아온 손님이 있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신 후, 서울로 향했습니다.
스님께서 어깨와 팔이 저리고 아프다며 서울 가서 탈골된 것을 교정하셨습니다. 수요일부터 인도네시아
방문을 하게 되어서 미리 치료를 받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치료를 받고, 다시 청주로 내려갔습니다.
청주에 가서는 혼자 계시는 실상화 보살님댁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라면을 끓여서 충주에서 받은 김밥을
곁들여서 저녁으로 먹었습니다. 실상화 보살님은 ‘나이가 많아지니까 이제 외로워져.’하시면서
참 반가워 하셨습니다. 스님께서 ‘나이가 들면 당연히 외로워지고 병이 오는 것입니다.’ 웃으며 보살님을
위로하셨습니다.
저녁 식사 후, 오늘 강연이 있는 충북대학교로 향했습니다. 스님께서 학생처장님과 사전 차담을 한 후
강연장으로 들어가시는데, 아직도 강연장에 들어가지 못한 시민들과 학생들이 줄을 길게 서 있었습니다.
청주청년정토회가 주최가 되어 준비한 행사라 그런지 청년대학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와서 무대에도, 복도에도 앉아서 강연을 들었습니다. 1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강연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스포터즈 모집을 했는데, 40여명이 참가해서 면접도 보고, 산행도 하면서
친목과 결속을 다졌다고 합니다. 행사 준비와 홍보를 열심히 해서 1000여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참가를 한 것
같았습니다. 오렌지색 티를 입고 머리띠를 하고 열심히 행사 안내를 하는 서포터즈들. 참가하는 사람들 사진을
바로바로 찍어서 로비에 전시하기도 하며 신나게 뛰어 다니고 있었습니다.
청년대학생들이 참가를 많이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질문도 모두 청년대학생들이 했습니다. 추상적인 질문부터 당장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부분까지 많은 질문이 있어서 2시간 30분가량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비효율적인 한국 교육의 현실, 강요하는 대학의 술문화, 수업시간에 열심히 질문하는 것에 대해서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묻는 32살의 교대 새내기,
한국의 불교에 대해서 묻는 티벳 학생,
오래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이야기가 오가면서 혼수, 집 장만 등으로 싸우게 되어서 힘들다는 건축학과 남학생,
어렸을 때는 돈보다 행복이 우선이었는데, 이제는 돈이 없으면 불행하게 되는 현실 앞에서
돈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지 궁금하다는 22살 여학생,
부모님의 종교간의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어머니 앞에서 제사도 지내고 싶고, 어머니 신앙도 지켜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지 묻는 25살 남학생,
어릴 때부터 농업에 관심이 있어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농대에 입학했는데 농업이 사향사업이라고 하고
여자가 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청년농업인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는 질문 등 젊은이들의 고뇌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 중 집안의 종교갈등에 대해서 질문한 학생의 내용을 올려 봅니다.
“저는 25살입니다. 저희 집안에서 종교차이 때문에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25년째 많이 다투고 계십니다.
불교집안에 어머니가 시집오셔서 기독교인지만 맏며느리라 참으면서 제사를 지내셨는데, 이제 할머니가
관여를 안 하시니까 어머니가 제사를 못 지내겠다고 해서 싸운 적이 있습니다. 이제 자식들도 다 출가를 해서
어머니는 기댈 곳이 하느님밖에 안 계십니다. 그래서 제가 어머니 기도하실 때 같이 하기도 합니다.
저는 장남이라서 제사를 그만 둘 생각은 추호도 없는데, 어머니도 지키고 싶고 집안도 지키고 싶습니다.”
“지금 하듯이 그렇게 하면 됩니다. 제사는 제사대로 지내고, 어머니가 기도하자고 하면 같이 기도하면 됩니다.”
“저는 어머니가 하나님을 믿어라 믿어라 해서 하나님 믿는다고 했는데, 사실 저는 종교가 없거든요.”
“올 해 몇 살이예요?
“25살입니다.”
“20살이 넘으면 더 이상 부모에게 의지해도 안 되고, 억압을 받아도 안 돼요. 독립을 해야 합니다.
재정적으로 독립했어요?”
“예.”
“윤리도덕적으로 어머니 신앙은 어머니 신앙이고, 내 신앙은 내 신앙이예요. 어머니를 강요할 필요도 없고,
내가 어머니로부터 신앙을 강요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어머니를 존중해서 어머니 신앙을 지켜주면 됩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믿는냐고 물으면 ‘안 믿어집니다.’ 하면 됩니다. ‘어머니. 저는 장남으로서 우리 가문의
전통문화를 계승해 나갈 것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됩니다. 부모 자식이라도 그런 문제를 가지고
서로 억압하거나 억압당할 필요가 없습니다. 절에도 가고, 교회도 가도 됩니다.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성경도 읽고 싶으면 읽고 불경도 읽고 싶으면 읽으면 됩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사상, 이념,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자유로운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 성년 남자로서 거기에 대해
위축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어머니가 힘들어하면 함께 기도해 드리면 되고, 안 믿어지면 안 믿어진다고
하면 되고, 제사는 제사대로 지내면 됩니다. 제사를 지내는 것은 하나의 전통 문화예요. 그런 관점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졌으면 좋겠습니다.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사도 지내고 기도도 드리겠습니다.”
큰 박수 속에 강연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책 사인을 하고 단체 사진을 찍었는데, 깜찍 발랄한 젊은이들이 스님 주변으로 몰려 들어 서로 서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요즘 청년들은 모우기도 어렵고 모임도 안 된다고 하는데, 스님이 가시는 곳에는 오히려 청년들이 대세입니다.
청년들이 스님 주변으로 모여 듭니다. 스님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스님 강연을 듣고 고민을 이야기하고,
스님께서 강연하신 불교대학에 다니고, 스님과 함께 하는 역사기행에 청년들이 몰려 듭니다.
풋풋한 청년들의 마음들이 모여, 스님께서 항상 말씀하시는 새로운 희망의 대한민국, 통일한국으로
이어지길 기원해 봅니다.
청주에서 강연을 마치고 오늘도 고속도로를 벗삼아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내일은 부처님 열반재일입니다.
서울에서 오전, 오후 스님 법문이 있을 예정입니다.
내일 서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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