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년 2월 18일 법륜스님의 하루(밀양, 김해, 동래)

두북엔 밤새 비가 내렸습니다. 새벽에 일어났을 때도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습니다.
처마에서 봄비 떨어지는 소리가 좋아, 마루에 앉아 이른 새벽의 약간 차가운 봄을 잠시 느껴 봤습니다.

오늘은 밀양정토법당, 김해정토법당, 동래정토회에서 법회가 있었습니다. 밀양과 김해는 최근에 생긴 법당이고,
동래정토회는 20여년이 된 오래된 법당입니다. 작년에는 전국 시군구 지자체를 돌아서 전국 안 가본 곳 없이
다 다녀본 행운을 얻었었는데, 요즘은 정토회 전국 법당을 돌아다니며 최근에 생긴 법당까지 다 가보게 되는
행운을 얻어서 즐겁습니다. 작은 정토법당들은 불상을 모시지 않고 서울정토회관 불상 사진을 액자로 해서
모시고 있습니다. 인테리어도 최근의 법당은 다 비슷한데도 걸어놓은 현수막이나 동참하고 있는
보살님들의 분위기들이 달라서 그런지 각각 다 다른 느낌들이라 방문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두북에서 밀양이 멀지 않아 오늘 아침은 좀 여유가 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일찍 아침 식사를 하시고,
저희들은 천천히 아침밥을 먹고, 오전 9시 30분경 밀양으로 출발했습니다.

얼음골 사과가 유명한 밀양은 인구 10만의 자그마한 도시입니다. 시내에 사는 인구가 5만정도 되고,
시 외곽에 사는 인구가 5만정도 된다고 합니다. 법당이 위치한 곳이 밀양 시내 중심지에서
약간 외곽인 것 같았습니다.

밀양정토법당에 도착하니 1층에서부터 자원봉사자들이 스님을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환한 얼굴로 스님께 수줍게 인사하는 보살님들의 모습이 참 예뻤습니다. 밀양정토법당도 잘 가꾸어져
있었습니다. 자원봉사자들도 젊고 수수한 보살님들이었습니다. 자그마한 법당에 사람들이 가득 찼습니다.
분위기가 밝고 가벼웠습니다. 총무님이 스님의 법당 방문을 축하하며 꽃다발을 전달하고 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밀양, 김해, 동래 세 군데 모두 질문자들이 스님께 대부분 감사하다는 인사를 먼저 하고
질문을 했습니다.

밀양에서의 첫 번째 질문자는, 남편과 사별하고 11살 딸을 키우고 있는데 남편 사별한 직후에
스님 법문을 만나게 되어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하게 되었다면서 스님께서 밀양에 오셔서 너무 감사하고
좋다고 했습니다. 그 분은 이제 나이가 39살밖에 되지 않아 올해는 남자를 만나볼까 생각하고 있는데
사춘기가 시작되는 딸아이에게 어떻게 이 문제를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좋을지, 여태껏 어려운 시기에
스님께서 손을 잡아주셨으니 이 문제에 대해서도 손을 잡아달라는 여자분의 이야기가 진솔하면서도
밝고 가벼워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한 분은 자식의 왕따 문제에 대해서 질문을 했는데, 요즘 매일 질문으로 나오는 문제입니다.
갈수록 청소년들의 불안 증세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든 스님의 말씀이 생각나는 질문들이 각 법당마다
질문으로 나와서 요즘 정신 불안의 자식으로 인해 많은 부모들이 힘들어 하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저는 아들 하나, 딸 하나를 키우고 있는데요, 딸은 뭐든지 알아서 잘 하는데, 아들은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괴롭힘을 많이 당했습니다. 그래서 울산에서 밀양으로 이사왔습니다. 시골의 작은 중학교로 가면
도움이 될까 했는데 거기서도 놀림을 당하고 괴로움을 당했어요. 아들은 고등학교 내내도 학교 생활이
온전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제 20살이 되었어요. 공부를 못해서 대학도 안 갔습니다.
그런데 착해서 하라는 대로 다 하는데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아들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애요. 20살이 되었으니까 의무교육이 끝났다고 해도 아이가 자생력이 없어서 앞으로
자기 진로를 선택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길을 잃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들이 우리 젊은이들의 평균수준에 비해서 지적으로 조금 부족합니다. 약간 부족한 것이 아이들 사이에서
놀림이 되는 것이거든요. 자식이 부족하면 부족한 것에 맞는 요구를 해야하는데, 엄마의 어리석음은
자기 자식이 부족하다고 하면서도 정상적인 아이에 맞는 요구를 계속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아이는 늘 엄마가 볼 때는 골칫거리가 되는 것입니다.

부모가 아이가 부족하다는 것을 간파하고 요구를 낮게 하면 어떻게 될까요? 학교를 다녀주는 것만 해도
괜찮다, 보통은 뭘 안하겠다고 행패를 피우는데 엄마가 하라는대로 따라라도 하는 것은 좋은 점입니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봐야 합니다.

정상적인 기준으로 아들을 쳐다보면 늘 문제투성이로 보입니다. 자기가 자기 아들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보면 아들은 엄마에게 짐만 됩니다. 무거운 짐으로 생각하면
종착역은 자살밖에 없어요. 세상 사람들은 부족하다고 이야기하더라도 엄마는 그 아이에게 있어야 할 존재,
필요한 존재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그런 기본 자세가 필요합니다. 우리 아이가 부족한 아이라는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그것을 인정한 상태에서, 아이를 봐야 합니다.

이것은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엄마의 문제입니다. 엄마가 엎드려서 기도를 많이 해야 합니다.
아이가 태중에 있을 때, 아이를 키울 때 성질낸 것을 생각하면 참회를 해야 합니다. 자기가 바뀌어야
아이가 기를 펼 수 있습니다. 안 그러면 아이가 기를 못 폅니다. 20살이 넘어도 장애가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나이와 관계없이 엄마가 도와야 합니다. 절반은 도와줘야 하고, 절반은 자기가 살아가야 하니까 도와서
자기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스님 말씀 들으면서, 여태껏 내 아들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못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세상이 잘못되었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것을 깨달았습니다.”

“육체적 장애는 사회적으로 시스템이 거의 다 갖춰졌어요. 가장 심각한 것은 정신적인 장애입니다.
아이가 육체적으론 멀쩡하더라도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거나 부족함이 있다면 환자로 봐야 합니다.
그래서 부족한 부분이나 현재의 정신 상태를 극복할 수 있는 훈련을 시켜주든지, 안되면 그 장애를 인정하고
관계를 만들어가도록 하는 일이 엄마가 할 일이고 선생님이 할 일입니다.”
아이엄마와 스님의 대화를 들으면서 가까이에서 자식에게 집착하고 있으면 자식의 장애도, 아픔도
볼 수가 없겠다 싶었습니다.

밀양법당에서 법회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비빔밥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법당이 생긴 이래로
오늘 제일 많은 밥을 준비했을 것 같습니다.

스님 식사 후에 다음 법회가 있는 김해로 향했습니다. 김해법당도 생각했던 것보다 넓었습니다.
그리고 공간도 많고 깔끔하고 환했습니다. 아래 위 법복을 갖춰 입은 보살님들이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귤과 인절미가 먹음직스럽게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밀양법당보다 법당도 크고,
복도와 사무실 공간도 더 넓었습니다. 보살님들도 그렇고, 법당 분위기도 달서법당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김해법당에도 사람들이 꽉 찼습니다. 법당에서 법회를 해서 그런지 처음 온 사람들도 질문이 구체적이고
생활에서 직접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해서 그런지 법회 시간이 금방 지나갑니다.

 

올 해 38살이라는 여자분은 32살에 결혼해서 아기를 가지기 위해서 직장을 그만두었는데 유산을 해서
아직 아이 인연을 못 만났는데, 아이 인연을 만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기도를 해야 하는 지 물었습니다.

30대 후반,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분은 108배만 하면 학교 다닐 때 학교 폭력에 시달렸던 기억들이 떠올라
눈물이 나고, 큰 아이가 자기를 닮아서 혹시 학교 폭력에 시달리지 않을까 염려가 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다음 달에 출산인 임산부는 자기도 모르게 자기 잘못을 합리화 시킬 때가 있다, 천일결사비도 한 번쯤은
안 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기도비를 내라는 남편과 오기가 생겨서 싸우게 되었다는 경험을 이야기하며
합리화시키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물었습니다.
꿈에 부처님을 만나고 한 노파를 만났는데 보시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정말 보시해야 하는지 묻는 분,
조카가 대학 졸업하고 취직이 안 되어서 그런지 밤에 잠을 자면 영가를 만나고, 혼자 대화하고, 자고 일어나면
식은 땀을 흘리며 자신감이 없어서 숨으려고 하는데 형은 이런 아이를 인정하지 못해서 윽박지르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지 묻는 분도 있었습니다.

 

김해에서 법회를 마치고 동래로 가는 길에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미소원’이라고 하는 봉사 단체에 
들렀습니다. 미소원에서 스님께 지나가는 길에 잠시 들러달라고 부탁해서 잠시 들러서 격려를 해 주셨습니다.
미소원은 재가 신도가 중심이 되어서 교도소, 결핵요양원, 독거노인 등에 봉사하는 단체인데 회원들이
매주 스님 법문도 듣고, 천일결사도 하고, JTS에도 후원을 많이 하는 단체입니다.
스님께서 격려도 해 주시고,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동래정토회에 도착하니 꼭 잔치집 같았습니다. 밥도 하고 국수도 해서 직장 마치고 오는 사람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해 놓고, 법당 입구에는 귤과 옛날 과자, 떡을 준비해서 누구나 오가며 시장기를 달랠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사람도 북적북적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저녁식사를 하신 후, 한 시간가량
휴식을 하셨습니다.

법회 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크지 않은 법당에 바짝바짝 붙어 앉았습니다.
4층 법당에만 200명이 넘게 앉은 것 같았습니다. 5층 법당에도 사람들이 꽉 찼는데 영상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방송만 들었다고 합니다.

요즘은 법회에 가면 지난 300강 때 질문했던 사람들이 나름대로 기도를 하고 점검차 스님께 질문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부산 벡스코에서 부산 마지막 강연을 할 때 부인이 다단계에 빠져 있는데 어떻게 해야 되는지
묻었던 남자분은 스님이 시킨대로 3개월 동안 기도하면서 부인입장에서 이해하고 도왔더니 더 이상
재산도 축나지 않고, 부부관계도 좋아졌는데 아직도 아내만 보면 속에서 확-화가 올라올 때가 많다면서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물었습니다.

꾸준히 정진해서 자유로워지고 행복해졌다는 남자분은 자기가 지적을 받으면 바로 친구를 되받아칠 때가 있어 주변에서 상처를 입는 경우들이 있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물었습니다. 스님을 가까이서 모시고 싶다는 남자분도 있었고, 20살이 넘은 딸들과의 마찰에 대해서 질문하신 분, 갑자기 죽은 남편을 놓지 못해 멍한 얼굴로 질문하는 할머니 등 질문이 많았습니다.

 

스님께서 자세히 혹은 간결하고 명확하게 하나 하나 답을 해 주셨습니다. 자녀에 대한 질문에는 당연히
여자의 권리보다 엄마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하셨고, 돌아가신 분에 대해서는 ‘안녕, 잘 가’하며
집착을 놓을 수 있도록 할머니에게 쉽게 설명을 하셨습니다. 아내가 다단계를 해서 힘들다는 남편에게
스님께서 하신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내를 인정하면 됩니다. 그런데 사실은 아내를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 거예요.
‘네가 내 아내니까 내 말 들어야 한다.’하며 아내를 내 소유물로 삼고 싶은 생각이 있기 때문에 쉽게 문제가
안풀리는 거예요. ‘아내와 나는 다른 사람입니다.’ 이렇게 기도하세요.”

법회를 마치고 나오신 스님의 흰색 티가 다 젖었습니다. 사람이 많고 또 앞쪽인데가 법상위에 앉아서
더운 공기가 스님쪽으로 다 간 것 같습니다. 감기 걸리지 않도록 채비를 하시고, 두북으로 돌아왔습니다.

내일은 바쁜 날입니다. 마산, 거제, 통양, 창원에서 법회가 있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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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덕심

영상만 보고 멀리서만 보다가 스님 가까이 뵈오니 감동과 힘이 납니다...감사합니다...고맙습니다...스님이 계셔서....

2013-02-25 15:03:57

정토회만세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02-23 21:50:33

^^^^

어떤 법회앞에 1시간 잠시 쉬실틈 있으셨다니,글을 읽다 소화가 다되는 듯한 기분입니다^^<br />법당마다 꽃에,귤에 떡에 국수에 밥에..^^맘이 훈훈합니다~~~<br />스님,아마 덥기도 하시고 힘에 부치셔 티셔츠가 다 젖지 않았을까 싶네요 ㅠ보약이라도 좀 드셔야할텐데 ㅠ

2013-02-23 15:5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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