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6월 12일 법륜스님의 하루(경북 김천, 영주)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정진을 합니다.
하루를 정진으로 시작하니 더 편안한 것 같습니다.
오늘도 이른 시간 정진을 하고 있는데, 스님이 밖에서 일을 하십니다.
저희가 정진하는 시간과 얼추 맞춰 보니
2시간 가량은 일을 하신 것 같습니다.

강연장으로 출발하면서 스님. 어제는 좀 주무셨어요?”하고 여쭈니,
어제 내려오는 차에서 잤잖아. 그리고 또 지금 가면서 자면 되니까,
어젯밤에는 안 잤어. 원고 봤지.” 하십니다.
스님의 잠에 대한 개념은 저희와는 완전 다른 것 같습니다.
아무리 차에서 잤더라도 방에 누워 좀이라도 자야 되고, 잠이 안 오면 잘려고 애를 쓰고,
제대로 못 잤다 싶으면 괜히 하루가 피곤한 것 같아 얼굴에 덕지덕지 피곤이 묻어있는데
스님은 전혀 그렇지 않으십니다
. 잠에 대해서도 정해져 있는 생각이 없으신 것 같습니다.

오는 차안에서 푹 잤으니까. 졸리고 졸려서 자니까 푹 자지. 또 지금부터 2시간 가량 가니까,
차에서는 달리 할 일이 없으니까, 이제 쉬어야지.” 하면서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듭니다.
저희가 하는 말로, 스님은 주무시는데 1초도 안 걸리는 것 같다 합니다.
금새 깊은 잠에 빠져드는 스님.

 

스님은 주무시고, 차는 오전 강연이 있는 김천으로 향해 달려 갑니다.
차에서 내리니 자원봉사자들이 반가이 맞이합니다.
보통 강연이 같은 지역에 연이어 있지는 않은데,
오늘 오전과 오후, 내일 오전은 모두 경북지역 강연입니다.
경북 전체 책임을 맡으신 분이, “오늘과 내일, 12일 프로그램입니다”, 하면서 밝게 웃습니다.
처음에는 강연 하나 진행해 내기도 만만치 않았는데, 이제는 3개 강연을 연속해서 해도
여유만만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서
, 벌써 우리도 많이 달려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천은 처음에 200명이 채 들어가지 못하는 강연장을 빌렸다가,
강연 문의가 너무 많이 들어오는 바람에 급하게 934석인 넓은 공간으로 변경을 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밀려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공간을 변경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했겠냐 하며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넓은 공간에서 편안하게 강연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870
명의 참가자들도 스님과 같이 호흡을 하며 강연에 집중을 합니다.

 

강연을 마치자, 자원봉사자 한 분이
스님. 김천이 제일 분위기 좋지예?”하면서 약간 애교섞인 목소리로 이야기했는데,
제가 볼 때는 약간 가라앉는 분위기였습니다.
왜냐하면 우울증 있는 사람들의 질문이 연속적으로 이어졌고,
그러다 보면 분위기가 약간 가라앉는 것 같습니다. 강연 마지막에 스님이
질문이 재미있으니까 재미있지, 제가 재밌게 하는 거 아니예요.” 하신 것처럼,
그 날 어떤 질문이냐에 따라 강연장 분위기도 많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역 도시 김천에서 870명이나 모여서 강연을 들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감탄하던 김천 자원봉사자의 말이 생각납니다
.

김천에서는 결혼 후 죽은 아들이 며느리 때문에 죽은 양,
며느리에 대한 미움을 퍼붓는 어느 시어머니의 질문과 강연장 뒤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강연 후에도 서럽게 우는 며느리의 모습이 가슴 아팠습니다
.

질문을 한 시어머니에게는 아들이 죽은 것은 며느리와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아들 죽은 어머니 마음은 이해되지만,
그 아픔을 아무 잘못 없는 남편 잃은 며느리에게 퍼부으면 어떻합니까?
딸이라고 생각하고, 어린 아기 데리고 혼자 외롭게 살 젊은 여인을 생각하며
오히려 위로해 주고 격려해 주세요
.”하고 말씀하십니다.

스님께서 며느리에게는 어깨를 두드리며
자기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잖아.
남편 잃은 아픔과 아들 잃은 아픔은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어머니 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어머니께서 욕을 하면,
어머니 욕 더 하세요
, 그래서 아픈 마음이 좀 풀어지신다면 얼마든지 하세요,
이렇게 어머니를 위로 해 드리세요.” 토닥 토닥 스님의 위로에
입술을 떨며 울던 자그마한 몸집의 며느님
. 두 분이 행복해지기를 기원합니다.

 

김천 강연을 마치고, 다음 강연장으로 가는 길에 봉화 정토수련원에 잠시 들렀습니다.
봉화 정토수련원은, 스님이 잘 아는 노스님이 불사를 하다가 건강이 좋지 않아서
스님께 위탁을 해서 정토회가 수련원으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
공사를 해야 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어,
정토회 행자들과 공방 무에서 지원을 해서 지금 수련장 공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스님은 공사하고 있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공사 현장과 수련장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셨습니다.

 

수련장에서 저녁으로 삶아준 국수 한 그릇 간단하게 먹고 강연장으로 향했습니다.
스님은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행자들에게 뭐가 먹고 싶냐고 물어시고는
과일이며
, 요구르트며 먹을 것들을 한 아름 안겨주고 강연장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강연전에 영주시장님과 간단한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또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스님들이 오셔서 인사를 나누었고,
스님이 영남불교학생회 회장을 할 때, 마산불교학생회장을 했던 후배분도 찾아와
스님께 인사를 했습니다
.

강연장에 들어가니, 장난이 아닙니다. 490석인데, 끊임없이 사람이 들어옵니다.
마침 무대가 넓어서 다행입니다. 스크린도 내리지도 못하고, 사람들을 빽빽하게 앉혀 나갑니다.
무대위에만 200명도 넘게 앉은 것 같습니다.

 

분위기가 참 밝았습니다. 스님의 말씀에, 질문자의 이야기에 대중들이 즉각즉각 반응을 합니다.
박수를 치고, 웃고, 대답을 합니다. 스님의 말씀도 정곡을 찌릅니다. 시원시원합니다.

며느리만 챙기는 아들이 서운하다는, 30년 넘게 교직에 있다가 퇴임한 수학선생님께,
이제는 집에서 선생님 그만하고 따뜻한 할아버지로, 시골 영감으로 돌아가라는 말씀에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좋아합니다
. 시원해지는 느낌입니다.

화목하지 못한 가정의 아이들이 상담하러 왔을 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는 여교사의 질문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느냐며 오히려 스님이 다시 교사에게 질문을 합니다.
교사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자, 모르면 모른다고 하면 되는데 왜 고민을 하냐는 말에
또 대중들이 뻥 터집니다
.
그냥 그래, 그래, 그랬구나 하며 들어만 줘도 되는데 꼭 뭔가를 대답해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며 그냥 놓아버리라고 합니다
. 시원합니다.

영주 강연에 1240명이나 모였습니다. 영주시장님 말씀처럼,
영주시민회관 생긴 이래 처음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강연 중에 나가는 사람도 없고, 강연을 마치고 사회자가 나와서 마무리할 때까지도
일어서는 사람이 없습니다
 

강연 마치고 복지시설 보현마을을 운영하는 스님께서 대구에 자기 절이 있는데,
포교를 위해서 스님께서 사용해도 좋다고 제안을 해 주셨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후배되는 교수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강연장에서 숙소로 출발을 했습니다.

오는 길에 소나기가 잠시 쏟아집니다.
가뭄이 너무 심한데, 스님이 사람들의 고민을 시원하게 풀어주듯이,
비도 실컷 내려서 온 천하대지의 목마름을 시원하게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내일은 대구 수성구와 울산에서 강연이 있습니다. 대구는 공간이 작다고 내내 걱정을 하던데,
정말 고민이 될 것 같습니다.
강연을 듣지 못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전체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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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새연

저도 질문을 했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음에 시간내서 정토회 꼭 찾아뵙겠습니다.

2012-06-18 21:07:47

수선화

정말로 스님과 봉사자분들에 깊은 감동 받습니다. 고맙습니다.고맙습니다.고맙습니다..

2012-06-14 13:48:39

장금옥

저는 아침에 항상 스님의하루를 보고 하루일정을 시작합니다 김천 영주와 그다음날 대구까지 1박2일을 스니과함께 했습니다 내가 중생심에서 조금힘든 마음이 느껴지면 스님의하루를 보고 힘을얻어 다시 시작해봅니다 스님도하시는대 우리도할수있다고 이렇게 팀원들한데도 이야기해줍니다 1박2일 코스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이글을 올려준 들국화님께 감사드립니다

2012-06-14 07: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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