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6월 5일 법륜스님의 하루(창원 진해, 경북 청도)

휘영청 밝은 달이 떴습니다. 오늘이 음력 416일입니다.
보름 다음날 달이 더 밝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그런지,
오늘 달은 유난히 더 곱고 밝아 보입니다.

도시에서는 네온사인 숲에 가려 보름인지, 그믐인지도 모르고 살아갑니다
도시를 벗어나면 달빛을 만날 수 있고, 새까만 밤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즐거움입니다.

오늘은 경남 창원 진해구와 경북 청도군에서 강연이 있었습니다.

강연이 있는 진해구청으로 들어가면서 보니까,
강연 10분전인데도, 강연장이 다 차서, 대기하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서 구청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오늘 강연장 좌석이 부족하겠다 싶었는데, 역시 강연장소가 많이 좁았습니다.
그래도 진해에서는 제일 큰 강연장이라고 합니다.

스님 앞의 연단도 치웠습니다. 무대까지 사람들이 빽빽하게 앉았습니다.
스님은 무대와 연단을 다 내주고 계단 가운데 서서 2시간동안 강연을 하셨습니다.



작년 부산 금정구청 강연이 생각났습니다
.
그 때도 350석인데, 1000명이 넘게 들어가서 강연을 했던 적이 있는데, 오늘도 400석인데
1000명이 넘게 들어가 강연을 듣고, 일부는 아쉽게도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해에서는 대부분 젊은
20-30대가 질문을 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스님 강연이 끝날 때까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집중해서 강연을 들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다음 강연장으로 가는 길에 약간의 여유가 있어
잠시 두북 스님 고향집에 들렀습니다
.
조그마한 땅에 상추씨를 뿌리고, 누런 호박, 애호박, 단호박 모종도 사서 심었습니다.

동네의 옆집 형님이 스님 오신 것을 보고 반가워 하십니다.
한 시간정도 후다닥 일을 했더니, 스님은 땀범벅입니다.
일하던 것들을 얼른 정리하고, 청도 강연장으로 다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복숭아가 특산물 중의 하나인 청도는
요즘 복숭아 접과철이라 홍보하기도 여의치가 않았다고 합니다
.
그런데도 청도 강연장에 505명나 모였습니다.
농사철인데도, 청도군 전체 인구 44,000명의 1%가 넘는 사람들이 모인 것입니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은비녀를 꽂은 할머니도 작은 손가방을 들고 강연장으로 들어오십니다.
사라진 문화를 보는 듯, 괜히 반가운 마음입니다.

힐링캠프를 보고 왔는지, 고등학생들이 많았는데 질문도 많이 했습니다.
자기에게 욕설하면서 상처를 주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를 변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어떤 것이 있냐고 묻는 고1 여학생,
부부관계가 안좋았던 부모님이 작년에 모두 안좋게 돌아가시고 자기는 숙모집에 살고 있는데,
살기가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고2 남학생,
아무 생각없이 살았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자신을 알고 싶다는 고
2 남학생,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싶은데 실제 어려운 사람을 보면 돕고 싶지 않은 자신에 대한 싫음,
그리고 어머니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고 싶어도 잘 안되는 자기 모습이 싫다며
울먹이면서 질문하는 고
3 남학생.

고등학생들이 자신들의 고민에 대해 스님께 진솔하게 질문해서 참 보기가 좋았습니다.
두 번째 질문한 고등학생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현재 학생의 문제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려주면서도
학생을 다독다독 안아주는 스님의 말씀에서 깊은 자비로움을 느꼈습니다
.



청도는 노인 인구가 전국적에서 제일 많은데 노인들이 상실감에 자살을 많이 한다며
삶을 끝까지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씀해 달라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
그래서 마지막에는 오늘 참가하신 어르신들을 위해서
멋있게 잘 늙는 법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강연을 마쳤습니다
.
언제 들어도 좋은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예쁘다고 하시면서,  
잘 늙는 법을 하나 하나 자상하게 이야기 하니
어르신들이 좋아하십니다.

보통 군소재지로 가면 책 구입도 적은 편인데, 오늘은 길을 줄게 서서 책 사인을 받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사연들을 접하면 접할수록, 가슴 속에 맺혀 있던 말들, 한 맺힌 마음들,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누군가 들어주고
, 풀어주고, 위로해주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일이
참으로 필요한 일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지성이면 감천이라, 지극한 정성이면 하늘을 감동시킨다,
민심이 곧 천심이라, 백성들의 마음이 곧 하늘의 마음이라,
백성들을 감동시키면 곧 하늘이 감동하게 되고
그러면 기적이 찾아오게 된다던 스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

 
지금 스님의 한 걸음, 한 걸음이 기적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일반 사람들 가슴속의 짓무른 생채기들을
어루만져 주고
, 치료해주고, 안아주면서,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 길에 함께 하고 있음이 참으로 감사하고 기쁩니다.

내일은 충남 서산과 전남 순천에서 강연이 있습니다.
서산은 오후 1시, 순천은 오후 7시라 이동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내일도 길 위에서 바쁘게 보내야 할 것 같네요
.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전체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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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e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예쁘다’

2025-02-27 15:23:05

안미향

청도는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인데,,,법당 지킨다고 못 갔네요..대신 다녀온 분들에게 좋았다는 얘기 들었어요..희망의 씨앗이 온누리에 퍼지고 있는 것이 느껴지니..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머뭅니다..^^..

2012-06-09 11:04:32

자재행

감사합니다 올려진글하나하나 가슴뭉클합니다 고맙습니다..

2012-06-08 01: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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