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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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강연을 준비한 박미경 님의 이야기

지난해 9월 1일부터 22일까지 22일간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과 캐나다 5개국 21개 도시에서 총 23회, 법륜스님의 해외 순회강연 ‘행복한 대화'가 있었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3년여 중단되었다 재개된 만큼 해외에 사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고 화제 되었던 2023년 법륜스님의 해외 순회강연은 실로 수많은 봉사자의 노고로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해외 순회 강연의 마지막 이야기, 2023년 9월 18일 미국 뉴욕 강연을 준비한 박미경 님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좋다는 대로 하다 보니

북미지회 뉴욕 모둠의 박미경입니다. 저는 미국에 온 지 30년쯤 됩니다. 한국에서 불교문화 관련 박물관에서 일을 해 여러 스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불심 도문스님을 한 번 뵈었는데 제자인 법륜스님 칭찬을 많이 해서 스님과 정토회에 대해 알았습니다. 예전부터 불교 교리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 싶었지만 직장이 늦게 끝나 시간을 낼 수 없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회사 일이 시간제(파트타임)로 전환되었기에 2020년 가을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경전대학을 마치고 좋다는 대로 하다 보니 전법행자가 되어 지금은 북미지회 뉴욕 모둠장과 북미 지회 홍보 담당을 맡고 있습니다.

비행기 표를 세 번 바꾸면서 맡은 소임

지난해 뉴욕 강연 총괄 소임을 맡아달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 난감했습니다. 아버지 제사에 맞춰 한국을 방문하려고 비행기 표를 사두었는데 마침 강연 일정이 그 시기였습니다. 정토회 활동 경험이 길지 않은 제가 강연 총괄이라는 중책을 맡는다는 것도 부담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장소 섭외만 하고 바로 한국으로 가려고 했는데 스님의 강연 일정이 도중에 몇 번 변경되었습니다. 또 강연 장소를 섭외하는 과정에 우여곡절이 생겨 한국행 비행기 표를 세 번이나 바꾸었습니다. 결국 아버지 기일에 맞춰 한국에 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못 가는 김에 강연 총괄을 맡았습니다.

처음에는 시키는 대로 하면 될 거라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경험이 없으니 우왕좌왕하는 일이 한두 개가 아니었습니다. 강연 준비팀 사전 모임에서 장소는 무료로 빌릴 수 있으면 좋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꼭 그래야만 되는 줄 알고 무료로 빌릴 수 있고 주차도 쉬운 대학교를 섭외하기로 했습니다. 알고 지내던 한 교수님이 도움을 주기로 해 순탄할 줄 알았는데 영문 계약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도움을 주기로 한 교수님이 휴가를 다녀오고, 이어 학교 시설 대여 담당자가 휴가를 가면서 난항을 겪었습니다. 장소를 빌리는데 적당한 예산을 쓸 수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조금 덜 고생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무료로 장소를 빌리길 잘했습니다. 원래 빌리기로 했던 도서관에 마침 보수 공사가 시작되어 대신 200석 정도의 강의실 한 곳을 빌렸습니다.

맨땅에 헤딩하기

드디어 한 달여 마음을 졸이게 했던 장소 섭외가 마무리되고 강연 준비로 바빠졌습니다. 머리털 나고 그렇게 바빴던 때는 없었습니다. 눈 뜨자마자 강연 관련 메시지들을 확인했습니다. 출근해서도 회사 업무 틈틈이 강연 준비를 하고, 퇴근하면 또 이것저것 점검했습니다. 직장 다니며 강연 준비를 하다 보니 시간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봉사팀원들과 함께 모여 아이디어를 내거나 의견을 조율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옆 동네인 뉴저지 강연 준비팀은 대면 모임도 자주 한다니 자꾸 비교하는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뉴저지와 같이 연대해서 하는 일이 많았는데, 거기는 경험자들도 많고 뭔가 일이 착착 진행되는 느낌이었다면 뉴욕은 끌려다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존심도 조금 상하고, 왜 이런 중대한 일을 경험도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 맡겼을까 하는 원망도 있었습니다.

23년 8월 24일 뉴욕 강연 준비팀 (왼쪽 맨 윗줄 박미경 님)
▲ 23년 8월 24일 뉴욕 강연 준비팀 (왼쪽 맨 윗줄 박미경 님)

도반이 전부

하지만 그런 준비 과정을 통해 내 꼬라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참 행운이었습니다. 정토회에 들어 온 지 얼마 되지도 않고, 온라인으로만 접해 도반들과의 끈끈한 정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흔쾌히 봉사에 참여하고 내 일처럼 앞장서는 도반들의 모습을 보며 왜 '도반이 전부'라고 하는지 몸으로 느꼈습니다. 총괄이라고 저를 먼저 걱정해 주고 배려해 주는 도반들을 보면서 분별심 내는 저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상대를 대하고, 기꺼이 자신을 낮추는 선배 도반들을 보고 ‘아, 이런 게 수행자의 모습이구나!’ 느끼고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전에는 분별심이 강하고 원리원칙을 많이 따졌는데, 강연 총괄 소임을 하며 나 자신을 많이 낮추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버럭 할 때가 있지만 예전만큼 따지지도 않고, 분노하는 횟수도 줄었습니다. 그리고 내 주변에 얼마나 고마운 사람들이 많은지 새삼 느꼈고 '내가 정말로 복에 겨워 살면서도 그걸 모르고 어리석게 살았구나!' 깨달았습니다.

법륜스님과 뉴욕 강연 봉사자 간담회 (가운뎃 줄 왼쪽에서 세 번째 박미경 님) 사진 출처 스님의 하루
▲ 법륜스님과 뉴욕 강연 봉사자 간담회 (가운뎃 줄 왼쪽에서 세 번째 박미경 님) 사진 출처 스님의 하루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강연일은 월요일 저녁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준비한 200석이 다 차지 않으면 어쩌지 싶었습니다. 그러다 앞서 강연을 마친 지역에서 좌석이 부족해 온 사람들을 돌려보내야 했다는 소문을 들으며 200석은 턱없이 부족한 것 아닌가 걱정했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 강연 당일에는 비 때문에 아무도 안 오면 어쩌나 또 걱정했습니다. 걱정과 달리, 강연장 좌석을 적당히 넘긴 220명의 참석자가 와 더 바랄 게 없었습니다.

북 사인회를 할 때는 계획했던 동선에 갑자기 변경이 생겨 당황하여 진행을 제대로 못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한 도반이 혜성처럼 나타나 싹 정리를 했습니다. 누구인지도 모르고 경황이 없어 고맙다는 인사를 못 했는데 지면을 통해서라도 감사했다는 인사 꼭 전하고 싶습니다.

강연 후 북 사인회 (스님 왼쪽에 박미경 님)
▲ 강연 후 북 사인회 (스님 왼쪽에 박미경 님)

법륜스님을 친견하면서 받은 감동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동안은 스님의 법문이 좋고 힘들 때 의지가 되어서 좋았다면, 스님을 직접 뵈면서 뭐라고 형용하기 힘든 뭉클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40여 명의 봉사자들의 모습은 감동으로 남았습니다. 강연 소식을 듣고 마음을 내어 하나둘씩 모인 봉사자들도 있었고, 강연 당일에 기꺼이 마음 내어 도움을 준 봉사자들도 있었습니다. 모두 한마음으로 즐겁게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뉴욕 근처에 있으니까 가서 법륜스님 얼굴 한번 보자.' 이런 마음으로 오는 게 아니었습니다. 한 명 한 명 모든 봉사자가 진짜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하는 게 얼굴에 보였습니다. 그 행복한 얼굴을 보면서 제가 행복했습니다. ‘방긋 웃으며 합니다.’가 강연 준비팀 명심문이었는데 명심문대로 진짜 다들 방긋 웃으면서 봉사했습니다.

준비하면서 속으로 조바심 내고 내가 잘하지 못해서 이 행사를 망치면 어떡하나 걱정도 했습니다. 알아서 착착 기꺼이 봉사해 준 도반들이 있어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옆에서 응원해 주고, 발 벗고 나서 도와주는 도반들 덕에 끝까지 함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강연 준비로 2개월여 동안 집안일은 뒷전이었는데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지켜봐 준 남편도 고맙습니다. 일의 순서나 전반적인 흐름을 몰라 여기저기 다 발 담그고 좌충우돌하면서 힘들었지만 덕분에 강연 전반에 관한 일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만약 다음에 한 번 더 하게 되면 더 차분하고 여유롭게 일을 진행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만약 같은 장소에서 할 기회가 생기면 학생들을 위한 즉문즉설을 해 주십사 꼭 한번 스님께 건의하고 싶습니다. 다음에 강연 진행 총괄을 맡을 도반에게는 "걱정 마세요. 저 같은 초보자도 해냈어요."라고 용기를 심어주고 싶습니다.


지난해 북미지역에서 있었던 법륜 스님의 강연 준비를 위해 제가 했던 일은 강연날 봉사자들이 먹을 김밥을 싼 것뿐이었습니다. 그래서 화제가 되었던 세 지역의 강연을 총괄했던 도반들을 만난다고 하니 그런 큰 소임을 맡았던 도반은 경험도 많고 타고난 재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의 예상은 한 명씩 만나면서 바로 깨졌습니다. ‘저 도반은 나보다 5년 먼저 정토회에 들어왔으니까 할 만하지 뭐.' ‘저 도반은 나보다 반년 빨리 시작했네…’ ‘어? 그런데 저 도반은 나보다 일 년 늦게 시작했네?’ 활동 기간과 봉사의 마음을 내는 것은 별개라는 걸 이 도반들을 만나면서 배웠습니다. 이래서 못하고 저래서 못하고 맨날 핑계대고 도망가느라 바쁜 나에게 ‘일단 해본다.’, ‘몸은 힘들었어도 방긋 웃을 수 있었다.’, ‘내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행운이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해주는 도반들과의 만남은 참 신선했고,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잘 듣고 배우라고 희망리포터라는 소임이 내게 주어졌구나 싶었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글_김영아 희망리포터(해외지부 북미지회)
편집_김난희(강원경기동부지부 원주지회)

전체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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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희

박미경님 반갑습니다 지난 해 해외 진행자 할때 진행자를 하던 박미경님 모습이 떠오르네요 그때의 모습도 차분히 어떤일이든 할수있는 분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고 많으셨어요 배울점이 많은 도반입니다

2024-02-18 12:23:38

민정토

박미경님과 봉사자 여러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저희는 편하게 좋은 말씀듣고 많이 배우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2024-02-18 07:29:03

감로명

박미경님.
감동으로 다가와 울컥합니다.
소임을 맡아 행사진행하신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2024-02-17 08: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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