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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둘! 헛둘!
다른 실천지와 달리 천룡사에서의 활동은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녹녹치 않는 경사길을 삼사십 분 오르노라면 처음 본 도반도 금세 낯익습니다. 서로 먼저 나눠서 지고 들며 부처님 전에 닿기도 전에 땀방울의 기적을 여실히 실감합니다.
마음 빠른 도반들은 걸음도 빨라 어느새 부처님 전에 삼배를 올리고 공양물을 올립니다. 언제나 먼저 나서서 마음 내는 도반이 감사합니다. 머뭇거리던 마음을 넓게 열 수 있도록 인도합니다.
‘모든 것엔 다 제자리가 있습니다.’
명심문을 읽는 것만으로도 세상 큰 것을 깨칩니다. 장갑을 끼고 농기구를 챙겨 드는 손은 바쁘지만, 귀는 순해져 가지런히 일감을 받습니다.
울력이란 게 묘합니다. 한 손 보태는 힘이 이리 큰 것인 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귀찮게 뭐 하러, 나 혼자 후딱 하고 말지.’ 하는 마음을 부끄럽게 합니다. 풀 뽑으며 마음에 집중하기에, 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됩니다. 뽑히는 풀의 개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도반들의 호미질 소리와 낫질 소리 사이로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와 웃음소리가 어울립니다.
농사일은 뭐니 뭐니 해도 새참이죠. 새벽부터 서둘러 온 허기에 꿀맛이 따로 없습니다.
하늘 한 번 보고 낫질 한 번 하고, 마음 한 번 보고 호미질 한 번 했을 뿐인데 한 마음 보태니 1시간의 울력만으로도 메뚜기떼 지나간 듯 이렇게 변했습니다. 뿌듯합니다.
“제1회 동래지회의 날을 선포합니다~!”
동래지회장 이승주 님의 개회 선언이 있자 환호와 함께 2부 게임 시간이 열렸습니다. 게임 진행은 동래지회 말발 제일 김정미 님이 맡았습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모둠 구호 외치기’ 시간입니다. 두런두런 모둠별로 둘러앉아 준비해 온 구호를 맞추느라 바쁩니다. 동래지회 모둠을 구경해 볼까요.
먼저 동작이 크고 멋졌던 거제 모둠입니다.
파워걸 명륜 모둠 보시죠.
최다 참가자 수를 기록한 화려한 사직 모둠입니다.
양정, 연산, 연지 모둠입니다. 세 모둠이 한 모둠으로 즉석에서 결성되어 모자이크 모둠이 되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빨강 장갑으로 마음을 통일했네요.
그리고 안락 모둠입니다. 배경음악까지 준비하여 경쾌한 웃음을 선사합니다.
후끈 달아오른 열기를 이어 ‘신발 던져서 소쿠리에 넣기’ 게임입니다.
먼저 한 사람씩 돌아가며 연습을 한 다음, 인심 후하게 큰 소쿠리에 신발 던져 넣습니다. 혹여 아쉬울세라 아차상 바구니도 준비하여 모두가 즐겁습니다. 소쿠리에 신발을 넣은 사람은 나비장터에서 필요한 물품을 한 가지씩 가져갑니다.
나비장터의 물품은 반으로 줄고 웃음은 배로 늘었습니다. 그리고 이어 제기차기 게임입니다. 모둠별로 제기차기해서 대표 선수 2명을 선발합니다. 그 다음 두 명 선수의 제기차기 합으로 승부를 가르는 모둠별 대항입니다. 뛰어나게 잘하는 선수가 없어 더 재미있는 첨예한 대항이었습니다.
도합 7개를 기록한 사직 모둠이 기쁨의 탄성을 지르며 나비장터를 휩쓸었습니다. 처음엔 필요를 못 느꼈는데 상이라니 이것저것 고르는 손길이 야무집니다. 꼭 필요한 물품을 담아갑니다.
게임 시간이 마무리되어 동래지회 법사이신 일등명 법사님의 정리 말씀을 들었습니다.
“천룡사가 여러분들의 봉사 장소를 넘어 개인 수행처와 휴식처로 거듭 이용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기는 평일엔 조용해서 삼층석탑 앞에 자리 펴고 명상해도 참 좋아요. 수행이 잘 안되거나 심적으로 힘들 때 1박2일, 2박3일 얼마든 요사채에 머물며 자신을 돌보다 가길 진심으로 권합니다.”
모둠별 대표 다섯 명의 닫는 나누기도 들었습니다. 처음 천룡사에 왔다는 도반의 나누기가 법사님의 말씀에 덧대어 진솔한 울림으로 남습니다.
우리들의 큰 서원 ‘사홍서원’으로 그 울림을 염원으로 담아봅니다.
행복하고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세상에 잘 쓰이겠습니다.
모두가 기다리던 공양 시간입니다. 모둠별로 좁으면 좁은 대로 넓은면 넓은 대로 옹기종기 모여 앉아 도시락을 펼칩니다. 소박하게 싸 온 도시락도 여럿이 펼쳐놓으니 진수성찬입니다.
공양을 마친 후엔 정리를 하고 천룡사가 자랑하는 포토존에서 즐겁게 지냈습니다. 눈 아래 펼쳐지는 겹겹이 쌓인 능선과 초가에 영그는 수세미와 들판에 코스모스가 정겹습니다. 우리들이 다듬은 꽃밭엔 내년에 어떤 꽃이 필까 궁금해하는 것도 즐겁습니다. 선선한 바람과 도반들의 웃음소리가 어울려 아이의 마음으로 행복합니다.
마치고 돌아가는데 자주 모였으면 좋겠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보이는 크기만큼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화면을 거둬내고 창공 아래 서니 도반의 마음도 입체적으로 와닿습니다. 하나가 아닌 여럿이어서 참 좋습니다. 즐거운 에너지 듬뿍 충전했으니 2-1-3차 백일도 힘차게 정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글_이주현 희망리포터(부산울산지부 동래지회)
사진_안화순 희망리포터(부산울산지부 동래지회) & 각 모둠 사진담당자
편집_김혜경(서울제주지부 노원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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