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성남지회
엄마, 저 숨쉬고 싶어요
경전대학 졸업 소감문

2022년 8월 20일, 정토경전대학 29기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경전대학 졸업생 945명을 대표해 두 명의 졸업생이 수행담을 발표했습니다. 오늘은 그중 성남지회 현은영 님의 수행담입니다. 아이를 사랑으로 키운다 생각했던 것들이 집착이고 학대였다는 걸 깨닫고 행복한 수행자의 길에 들어선 현은영 님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숨을 쉴 수 없어 벗어나고 싶은 공간, 집

저는 아이를 학대하는 엄마였습니다. 학대도 대물림이라고 저도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학대를 받고 자랐습니다. 아빠는 자격지심과 열등 의식이 높은 사람입니다. 다혈질인 아빠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쉽게 화를 내고, 언니와 저에게 폭언과 폭행을 서슴없이 가했습니다. 방학동안 부지런히 알바해 번 돈을 아빠는 갈취하다시피 가져가 버렸습니다. 추운 겨울이면 아빠는 따뜻한 방에 누워 TV를 보는 동안 저에게는 세차를 하도록 시켰습니다. 마당에서 아빠 자동차 바퀴에 끼어있는 작은 돌들을 하나하나 빼내어야 했고, 솔로 밀었습니다. 물기 한 방울 남김없이 마른 걸레로 닦았습니다. 겨울 칼바람에 제 손은 꽁꽁 얼어서 터져 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세차를 끝낼 쯤에는 동상에 걸린 것처럼 손에 감각이 없었습니다.

집은 저에게 안전하고 따뜻한 곳이 아니라 숨을 쉴 수 없어 벗어나고 싶은 공포의 공간이었습니다. 아빠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며 어린 시절을 보낸 저는 제 아이는 잘 키우고 싶었습니다. 많은 사랑을 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말과 행동들이 저의 집착 덩어리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 집착이 아이를 온전히 있는 그대로 이해하지 못해 서서히 아이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나를 멈추고 싶다

저는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지요. 매사에 열심히,열심히, 시간에 여유 없이 헐떡이며 살았습니다. 결과가 좋아도 스스로 잡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실망하고 자책했습니다. 저를 괴롭히면서 살았습니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결과가 좋지 못할 것을 예상하여 그 어떤 것에 도전을 망설였고 두려워 했습니다.

JTS홍보활동(왼쪽 두 번째 현은영 님)
▲ JTS홍보활동(왼쪽 두 번째 현은영 님)

딸 아이는 저와 정반대의 성향을 지녔습니다. 무엇이든 쉽게 도전하지만 끈기가 없고 포기도 빠릅니다. 외향적이라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습니다. 저와 반대 성향인 딸을 키우면서 저는 항상 에너지가 방전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저와 다른 딸을 바라보는 제 시선은 항상 부정적이었습니다. 딸을 믿지 못했습니다. 딸아이가 하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화부터 내면서 말을 자르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내가 듣고 싶은 말, 내가 짐작하는 말이 나올 때까지 아이를 추궁하고 닦달했습니다.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 순간 감정 조절이 되지 않아 아이를 학대했습니다.

그런 제가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 상황들을 멈추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생각은 하면서 행동은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딸 아이는 '엄마 저 죽을 것 같아요. 살고 싶어요. 엄마 저 숨 쉬고 싶어요.' 소리치며 외롭게 울고 있는데, 저는 그 소리를 듣지도 보지도 못했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치려고, 무엇을 주려고 억압하고 힘들게 했을까요? 제가 아이에게 안겨 준 것은 불안병, 남들 눈치를 먼저 보는 눈치병. 날개 없는 천사병만 안겨 주었습니다.

잠자는 아이 얼굴을 볼 때면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과 고통, 후회로 많이 울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나를 멈출 수 있을까' 하고 참 많이 생각했지만 생각으로 끝나 버리는 저의 행동들 때문에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습니다.

뜨거우면 놓으면 된다

2019년 7월, 우연히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접했습니다. 처음 들었던 즉문즉설은 한동안 저를 멍하게 했습니다. '뜨거우면 놓으면 된다. 뜨거운 걸 알면서 쥐고 있는 사람을 어리석은 사람이다.'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었는데 저는 왜 꼭 쥐고 있었을까요? 그런데 생각처럼 쉽게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알아차리지 못했고, 지나고 난 후 '아~ 뜨거운 거였구나...' 하고 알 수 있었지요.

하루에 10개 이상 즉문즉설을 들었습니다. 울다가 웃다가 또 울다가 반복하면서 몇 개월 동안 하루의 시작과 끝을 즉문즉설과 함께 했습니다. 그 후 유튜브에서 행복도 배울 수 있다는 <법륜스님의 행복학교> 안내를 보았습니다. 마음 공부라는 단어가 마음에 와닿아 행복학교에 등록했습니다. 이어서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2022년 여름, 경전대를 졸업합니다.

가끔은 어려워 공부를 하기 싫을 때도 있었고, 더 자고 싶은 마음에 수행을 하기 싫을 때도 있었지만 그냥 했습니다. '정토회는 이것 저것 하는 것도 많네'라고 생각 하면서도 그냥 했습니다. 천일결사 맛보기를 통해 1월 14일부터  정진을 시작했습니다.

억울함 뒤로 찾아온 감사하는 마음

십이연기를 배우면서 업식에 대해 알았고 '나의 업식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마음 속 깊은 뿌리에 부모님에 대한 미움과 증오로 가득히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보았습니다. 이 실타래를 풀어보고자 부모님에 대한 감사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한 배, 한 배 절을 하고 기도를 하다 보니, 오히려 억울한 마음과 화가 올라왔습니다. '내가 뭘 잘못 했다고 이 인간들에게 감사 기도를 해야 하지?' 하는 생각에 저항과 화가 더 올라 왔고, 절 하는데 다리가 생각처럼 굽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리가 아파서 더 이상 못하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면서 그만 두고 싶었습니다.

그 때마다 딸아이를 대하는 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스님 말씀처럼 더 수행에 집중을 했습니다. 어느 순간, 부모님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그게 나의 부모님만의 사랑법이었구나, 나를 키워준 것만으로도 감사하구나, 화풀이를 나한테 해서 참 다행이다. 밖에서 했으면 나는 전과자의 자식이 될 수 있었구나. 이렇게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구나.' 여러 생각이 들어 절을 하면서 주저 앉아 펑펑 울었습니다. 얼마나 울었는지 방석이 흥건히 젖어있었습니다. 그 후 가슴속에 짓눌렸던 큰 바위를 들어낸 것처럼 몸이 깃털처럼 가볍고 시원했습니다. 화를 내는 저의 고질병을 완치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부모님 나를 키우기 위해 애쓰셨다는 생각에 안쓰럽고 감사한 마음이 생깁니다. 그 날 바로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를 드리려 하는데 그 한마디가 나오지 않아 전화기를 20분 넘게 붙잡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한마디가 뭐라고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요. 참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 청소 봉사 중(맨 오른쪽)
▲ 정토사회문화회관 청소 봉사 중(맨 오른쪽)

내 엄마라 고마워

수행의 맛을 안 저는 이것만이 저와 제 딸이 살 길이라 생각하여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빠지지 않고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지나간 과거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에 부처님 법을 배울 수 있었고 지금 웃으면서 이 순간의 행복을 즐길 줄 아는 제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닦달하고 억압하는 학부형이 아니라 아이가 실패해도 웃으면서 인정해 주고 따뜻하게 기다려주는 엄마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요즘 딸은 저에게 "고집부려 미안해."라며 사과할 줄 알고, "내 엄마라 고마워."라며 제가 자랑스럽다고 합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먼저인지 저를 통해 알아가고 있다며 제 덕분이라고 합니다. 과거는 잊고 그 자리에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놓자고 합니다.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저를 학대 했던 아빠는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라고 말합니다.
부모님 감사합니다.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괴로움이 없는 삶이 행복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나아갈 길은 수행뿐인 것을 압니다. 수행이 조금 깊어질 수록 지식으로 알고 있던 것들이 마음으로 느껴집니다. 일어나는 상황 속에서 화 낼 일이 없다는 걸 압니다.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사실 그대로 보는 것이 어떤 것임을 조금씩 알고 있습니다.

어떤 행동을 하는 지도 모르고 괴물이 되어 살뻔한 저를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앞으로 꾸준히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이는 행복한 수행자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_현은영(2022년 경전반 졸업생)

전체댓글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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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영

감동적이 수행담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너무나 공감이 됩니다.

2022-11-03 12:25:07

신수진

감사합니다

2022-10-04 10:44:51

김희란

뜨거운것을 놓아 행복해지셨다니
감사하고 기쁨니다.

2022-10-03 11:2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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