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실천

환경
불편 한 건 자연에 짐 되는 게 불편한 거지요

지나가던 유수 스님이 “아이고, 노래 잘하는 보살님 오셨네!”하고 반갑게 인사를 청할 정도로 목청 좋기로 이름난 정인숙 님. 사람 반기는 미소가 끊이지 않는 그이는 또한 먼지 한 톨 허투루 버리지 않기로 유명합니다. 얼마 전에는 이불 소창을 뜯어 깨끗이 세탁하고 바느질하여 100여 개의 뒷물 수건을 만들어 정토회 봉사자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오늘은 서제지부 에코붓다 정인숙 님의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양말목 늘어나 못 쓰면 바닥이 해진 양말 찾아 이어서 새것으로 만든다.
▲ 양말목 늘어나 못 쓰면 바닥이 해진 양말 찾아 이어서 새것으로 만든다.

15여 년 전에 정토회에서 드린 수저 주머니를 아직도 갖고 계신다면서요?

이제껏 정토회에서 하라는 대로 그대로 하고 살았어요. 정토회 말 들어서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으니까요. (가방을 뒤적이며) 여기 불교대학 다닐 때 주신 수저집이랑 컵도 그대로 들고 다녀요. 2005년도에 불대에 입학했으니까 15년이 넘어가는 것들이네요. 덕분에 이제껏 일회용 수저나 컵을 써본 적이 없어요. 어디 가서도 나무젓가락 주고, 일회용 컵 쓰라고 하면, “저는 됐습니다.” 하고 가방에서 꺼내요. 예전에 우리 아이들 시골에서 결혼식 치르고 잔치할 때도 종이컵 안 쓰려고 ‘스뎅 컵’ 하나씩 사서 선물했어요. 사람들이 너무 좋다고, 너무 좋다고 배워야겠다고 해서 기분이 아주 좋았지요.

2000년대 초반 정토회에서 불교대학 학생들에게 나눠준 수저 주머니와 컵. 찌그러지고 바랐지만, 일회용 수저와 종이컵을 쓰지 않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도반이라고.
▲ 2000년대 초반 정토회에서 불교대학 학생들에게 나눠준 수저 주머니와 컵. 찌그러지고 바랐지만, 일회용 수저와 종이컵을 쓰지 않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도반이라고.

가끔 아이들이 엄마 가방은 왜 그렇게 무겁냐고 한마디씩 해요. 그럴 때면 내가 태어나서 이 세상에 도움은 되지 못할망정 피해는 주지 않고 가고 싶다고 말해요. 되도록 자연에 짐 되는 일을 안 하려고 노력하지요. 우리 욕실에는 샴푸나 린스 같은 건 없어요. 세숫비누 한 가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씻고, 마지막으로 머리에 식초 몇 방울 떨어뜨리면 그만이에요. 샴푸 통 린스 통 같은 플라스틱 쓰레기도 안 만들려고요. 불편한 건 자연이 오염되고 환경이 위기라니까 그게 불편한 거지, 남들처럼 못 사는 게 불편한 건 아니에요.

올여름도 옷 두 벌로 보내셨다고요?

14년 된 잠옷 바지(왼쪽). 곱게 꿰맨 모양이 멋스럽고 귀하여 에코숍에 전시 중(오른쪽)이다.
▲ 14년 된 잠옷 바지(왼쪽). 곱게 꿰맨 모양이 멋스럽고 귀하여 에코숍에 전시 중(오른쪽)이다.

환경보호는 대단한 것이 아닌 것 같아요. 근검절약이 환경운동이다 싶어요.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돌려가며 쓰면 되지요. 이 옷도 우리 큰 딸이 대학 입학하고 아르바이트해서 첫 월급 탔다고 사준 옷이에요. 지금 그 딸이 52살이니까 30년이 넘은 옷이지요. 카라가 좀 헤져서 고쳐 입으니까 멀쩡해요. 딸이 사준 거니까 더 귀하게 입었지요.

지금 입는 잠옷 바지도 꿰매고 꿰매서 14년째 입어요. 양말 한 짝도 그냥 버리려면 그렇게 속이 상해요. 양말목 늘어나서 못쓰게 되면 바닥이 해진 양말목 잘라서 이어 써요. 그러다 정 못쓰게 되면 프라이팬 기름때 닦아내는데 한 번 두 번 더 써요.

환경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어요?

2002년에 정토회에 와서 빈그릇 운동, 100만인 서명 등 활동에 참여했어요. 일상생활에서도 실천했는데 옆에 사람들이 제발 하지 말라고 했어요. 설거지할 거까지 먹느냐고 싫어해서 처음에는 눈치가 보이더라구요. 그럴때는 마음이 조금 안 좋기도 했지만,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나는 나라고 생각했어요. 세월이 가니까 그런 건 여유가 생기더라구요.

지금도 에코 붓다에서 '환경 실천단 신청을 해서 한 달 동안 안 사기 운동을 해보고 있어요. 그런데 첫날부터 고민이에요. 이웃집에서 점심 같이 먹으러 가자고 하는데 약속이 있어서 못 간다고 했어요. 집에서 대접하려니 재료도 없고, 다른 분들은 밖에서 잡수시라고 하고 나는 집에서 먹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모임을 계속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어요. (웃음)

환경 실천을 주변에 권유도 하시나요?

가르치려고 하면 싫어해요. 몰라서 그런 것이기 때문에 알려주는 것이 좋아요. 그런데 정토회가 온라인화되면서 이런 것들을 알려주는 것이 조금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 불교대학을 오프라인으로 할 때는 옆에서 보고 배우는 것도 있는데, 온라인화되면서는 직접 보고 실천해 볼 기회가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워요. 해봐야 알고 몸에 배어가거든요.

안 사는 것이 최고인 거 같아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특별히 욕심나지 않고 사지 않게 되더라구요. 자식들에게도 사오지 마라 있는 것도 다 못 쓴다고 당부하고 있어요.

젊은 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은 없을까요?

파란색 손수건은 낡아 옥빛이 되었지만 정인순 님의 손길이 느껴져 더 아릅답습니다
▲ 파란색 손수건은 낡아 옥빛이 되었지만 정인순 님의 손길이 느껴져 더 아릅답습니다

올봄부터 제가 방송통신대학교 다녀요. 중학교 과정은 마치려고요. 한 달에 2번 학교에 가는데, 젊은 친구들이 화장실 가면서 휴지를 둘둘둘둘 끝없이 말아서 가는데 한마디 하고 싶은 거 꾹 참았어요. 우리는 어려서 힘들게 살아서 근검절약하는 것이 몸에 배었는지 몰라요.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야 물건 귀한 줄 모르고 컸으니까 그럴 법도 하지요. 속상하지만 별수 없지요.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며) 이것도 정토회에서 옛날에 준 거예요. 그때는 파랬는데 지금은 하도 빨아서 옥빛이 되었네요. 저는 여기 적힌 말씀이 너무 가슴에 남아서 그 말씀대로 살려고 해요.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깃들여져 있고
한 톨의 쌀알에도
농민의 피땀이 서려 있다.
한 올의 실타래 속에도
베 짜는 여인의 피땀이 서려 있다.
이 물을 마시고
이 밥을 먹고
이 옷을 입고
만인의 은혜에 보답하겠다.

위 이미지를 누르면 텔레그램 '정토행자의 하루' 채널로 이동합니다.
▲ 위 이미지를 누르면 텔레그램 '정토행자의 하루' 채널로 이동합니다.

인터뷰_손승희(서울제주지부 양천지회)
글쓴이_김태연(서울제주지부 양천지회)
편집_서지영(강원경기동부지부 수원지회)

전체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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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진

근검절약청정함의 장인! 놀랍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7-21 09:18:54

오지환

감사합니다.

2023-01-20 16:38:51

함은미

"처음에는 눈치가 보이더라구요. 그럴때는 마음이 조금 안 좋기도 했지만,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나는 나라고 생각했어요. 세월이 가니까 그런 건 여유가 생기더라구요."....이것저것 오만 시선 의식하고 눈치만 살피는 제게 넘나 큰 울림주셨습니다. 저도 따라 해보겠습니다...감사합니다...

2022-09-25 08: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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