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실천

주1일봉사
나는 미륵사의 주인입니다

미륵사는 광주·전라지부 수행자들의 실천활동 장소입니다. 텃밭팀, 지장팀, 수련정진팀, 도량정비팀이 정기적으로 활동합니다. 미륵사는 2019년에 정토회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묵혀 있던 텃밭과 우거진 나무를 도반들이 정리하면서 수행도량의 모습을 갖춰나가고 있습니다. 따뜻한 봄을 맞이하기 위해 미륵사를 가꿔나가는 활동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수행과 농사의 기쁨, 텃밭팀

미륵사 텃밭팀은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까지 108배 정진, <스님의 하루> 강독, 텃밭 울력, 마음 나누기를 합니다. 작년부터 잡초를 뽑고 계절마다 오이, 상추, 감자, 팥, 고구마 등을 심었습니다. 농작물에는 전혀 농약을 치지 않고 EM 발효액과 친환경 영양제를 뿌려 건강하게 길러냅니다.

텃밭 고르기
▲ 텃밭 고르기

텃밭 입구에는 벽돌로 잘 쌓아 만든 퇴비장이 있습니다. 텃밭 주변 정리 후 베어진 풀들과 나뭇잎들, 그리고 활동가들이 가져온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퇴비를 만듭니다. 텃밭을 가꾸기 위한 자재는 가능한 재활용품을 씁니다. 지난봄에는 빗물을 받기 위해 주변의 돌들을 모아 작은 연못을 만들었습니다. 밭 가장자리에는 베어진 대나무로 경계 구역을 짓습니다.

빗물 받을 연못 정비하기
▲ 빗물 받을 연못 정비하기

작은 체구로 야무지게 일을 해나가는 텃밭팀의 꼭지장 양은재 님에게 어떤 점이 좋았는지 물었습니다. “평소 텃밭을 가꾸고 싶었지만, 아파트에 살면서 쉽지 않았는데 직접 밭에 농작물을 키우면서 농사를 배울 수 있습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상황에 맞게 가볍게 하는 것을 배웁니다.”

마음의 변화도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의무감으로 시작한 봉사 활동이 점점 많은 분의 도움으로 텃밭에 생기가 돕니다. 이런 변화를 보며 한분 한분의 소중함을 느낍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하다 보니, 어느새 수행도 깊어져 갑니다. 모둠원들도 시간이 갈수록 텃밭에 애정을 갖고 내 일처럼 주인 된 마음으로 봉사합니다. 울력 후의 마음 나누기는 또 다른 법문입니다.”

들깨가 쑥쑥 자라는 텃밭
▲ 들깨가 쑥쑥 자라는 텃밭

미륵사 텃밭팀은 정일승 님과 강원상 님의 매주 봉사와 농사일에 대한 가르침을 기반으로 점점 체계가 잡혀갑니다. 올해에도 새로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정기적인 활동을 하는 모둠원을 더 많이 확대하여 땅을 일구고 수확하는 맛을 나누고자 합니다. 두 번째는 계절에 맞는 농작물을 가꿔보려고 합니다. 음지에서 잘 자라는 도라지, 더덕 등도 심어서 은은한 더덕향과 맛을 미륵사를 방문하는 분들께 선보이려 합니다. 세 번째, 날이 따뜻해지면 텃밭 옆의 폐가를 정비해서 창고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울력 후 마음 나누기에서는 땀으로 상기된 얼굴에 행복한 표정이 가득합니다. “겨울에 심은 완두콩이 자라면 이번 부처님 오신 날에는 직접 수확한 완두콩으로 떡을 만들고 싶습니다.” “퇴비장 정리할 때 큰 굼벵이가 나와 놀랐는데 땅이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수행도 하고 퇴비장도 정리하니 즐거운 마음입니다.”

퇴비장의 굼벵이를 보며
▲ 퇴비장의 굼벵이를 보며

함께 하는 사시예불, 지장팀

지장팀은 꼭지장인 김순옥 님을 중심으로 수요일 수행 법회와 7대 행사 및 천도재를 진행합니다. 2월 3일 정초 기도에 미륵사의 기존 신도들이 왔습니다. 오랫동안 미륵사의 주인이었던 신도들이 지난해 부처님 오신 날 이후 다시 찾아와 정토회원들이 반갑게 맞았습니다. 미륵사의 큰 숙제 중 하나는 기존 신도들이 주인된 마음으로 정토회원들과 함께 정진과 울력 등을 함께 하는 것입니다.

기존 신도들과 함께한 정초기도
▲ 기존 신도들과 함께한 정초기도

사시예불이 끝나면 도반이 준비해온 점심 공양을 맛있게 먹습니다. 거리두기때문에 서로 멀찍이 떨어져 말없이 조용하게 공양을 하지만, 환한 미소로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습니다. 건물 앞 풀도 뽑고, 텃밭의 채소도 둘러보며 소풍 나온 것처럼 한낮을 즐깁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공양간 정리도 하고 법당 청소하는 모습은 이미 미륵사를 지키는 주인의 모양입니다. 미륵사에 오면 시골 할머니 댁 마당처럼 푸근하고 따스한 봄날처럼 정겹다는 도반의 나누기가 온몸으로 전해집니다.

지친 몸과 마음의 휴식, 수련정진팀

수련정진팀은 매월 첫째 주 일요일에 만나 명상을 합니다. 법문을 들은 후 명상 30분, 포행 20분, 명상 30분으로 오전 프로그램이 끝이 납니다. 점심 공양을 한 후 명상 30분을 하고 나누기를 합니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도반들과 함께 간단한 울력을 합니다.

명상정진
▲ 명상정진

양지원 꼭지장은 “온라인 활동을 하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미륵사를 가는 날은 힐링 여행이 됩니다. 법당에 앉아 명상을 하고 있으면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쉬고 있음을 느낍니다. 개인법당에서 할 때보다 마음이 차분하고 고요한 울림이 좋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양지원 님은 미륵사에 명상정진을 위해 오다 보니 어느새 주인이 되었다며, 정토행자 누구든 미륵사에 와서 지친 몸과 마음을 쉬어 갔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수련정진팀은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되면서 참여하지 못하는 활동가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상·하반기에는 지회별 정진의 날을 준비하여 수행자로서 더욱 정진하고 단단해질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편백 숲길에 명상공간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야외에 데크 공간을 만들어 텐트를 활용한 여름 명상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으뜸절로서 수련정진 힐링센터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들으니 벌써 기대됩니다.

편백나무 숲길 만들기 준비
▲ 편백나무 숲길 만들기 준비

편백 숲길의 탄생, 도량정비팀

부지런하고 묵묵한 꼭지장 이인선 님을 닮은 도량정비팀은 토요일 오전에 모여 108배, 명상, <스님의 하루> 강독, 울력, 마음 나누기로 진행됩니다. 대나무가 울창하여 편백나무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는데, 도량정비팀의 봉사로 시원스럽게 편백 숲길이 생기고 있습니다. 힘든 봉사를 하면서도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고, 일손이 척척 맞습니다.

대나무 제거 작업이 끝나고 편백나무 아래에서 나누기합니다. “며칠간 계속되던 추위도 오늘은 화창하여 대나무 작업을 하는데 땀이 많이 났습니다. 잠깐 땀을 흘리고 먹는 공양은 꿀맛이었습니다. 오늘도 행복합니다.” “늘 따스하게 맞아 주시는 법사님의 미소와 온라인상에서만 만났던 도반들을 직접 볼 수 있어 반갑습니다. 미륵사에 오니 맑은 기운 한가득 얻은 듯합니다. 오랜만에 '쉼'을 느낍니다.” “자주 참여하지 못했는데 꾸준히 참여하는 수행자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도반들과 함께 정진하고 봉사하니 마음이 평화롭습니다. 점심도 맛나고 도반들과 함께하는 곳엔 언제나 행복이 흐릅니다.”

도량정비팀의 올해 목표는 편백숲 명상길 만들기와 법당 주변의 도량정비입니다. 힘든 봉사활동 후에도 모두 활짝 웃는 모습이 하늘 향해 시원하게 쭉쭉 뻗어 있는 편백나무를 닮았습니다.

대나무 제거 작업
▲ 대나무 제거 작업

문경 다니던 것에 비하면 누워서 떡 먹기

실천지 미륵사를 지키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담당자 김영숙 님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김영숙 님은 미륵사의 봉사자들과 소통하고 각 팀의 역할에 대해 회의 진행을 합니다. 목포 법당 총무를 맡았던 경험을 살려 많은 활동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정토불교대학과 경전대학 학생들이 미륵사를 방문하면 안내하기도 합니다.

전법활동가 소임을 하면서 주말이면 미륵사에 가서 봉사하는 일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 김영숙 님은 이렇게 답합니다. “온라인 정토회가 되면서 일반회원들이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이들을 만나고, 일감을 나누어 함께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습니다. 제가 사는 목포와도 가깝고,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한 시간이면 올 수 있는 거리라 문경에 다니던 것에 비하면 누워서 떡먹기입니다.”라고 넉넉한 웃음을 짓습니다.

올해 과제가 이전 목포법당에서 활동하던 일반회원들이 더 활발하게 정토회 활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라 합니다. 미륵사에서 회원들과 함께하는 정진 프로그램과 명상 수련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봉사자들과 땀 흘려 준비하고 있습니다.


실천지 소개를 위해 지난 1월 무안 미륵사를 찾았습니다. 텃밭팀 4명의 도반이 향덕 법사님과 법당에서 108배 수행정진을 하고 있었습니다. 108배와 명상이 끝난 후 <스님의 하루>를 강독하고 둘러앉아 나누기를 했습니다. 생활 속 가족 간의 갈등을 수행자로서 어떻게 풀지 내놓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울력 하러 텃밭으로 향합니다. 도반들이 가져온 음식물 쓰레기는 퇴비를 만들기 위해 다른 부재료와 섞어 놓습니다.

아직은 덜 자란 시금치를 보며 애처로워 하기도 하고, 얼굴을 내민 마늘 싹에 봄이 금방이라도 올 것 같다며 미소짓습니다. 울력이 끝난 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나누기를 하고 법사님이 손수 끓여주신 떡국도 멀리 떨어져 앉아 먹어야 하지만, 소리 없는 가운데 봄을 준비합니다. 이미 미륵사에는 봄이 한 발짝 다가와 있습니다.

글_이영자 희망리포터 (광주전라지부 서광주지회)
편집_강현아 (대구경북지부 수성지회)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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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진

퇴비를 어떤 식으로 만드는지 궁금합니다. 가볼 데도 많고 참 좋습니다. 모두 참 훌륭하십니다^^

2022-02-22 11:48:38

현광 변상용

이렇게 많은 분들의 노고로 미륵사가 잘 관리가 되고 있군요.
당장에라도 달려가서 숲속에서 명상도 하고 밭고 갈고 싶어지는 수행담입니다.
기존 신도분들과의 관계도 조심스럽겠어요. 알아서 잘 하시겠지요 ^^
실천활동지의 모범적인 변신 잘 봤습니다~

2022-02-21 17:02:06

이미숙

향덕법사님과 여러분들의 정성 덕분에
아름다운 미륵사가 활기넘치는 실천지로 변해가네요 일도 수행도 놀이처럼 가볍고 즐거운 미륵사의 봄날을 그려봅니다

2022-02-21 14: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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