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실천

주1일봉사
어느 멋진 날
JTS안산다문화센터

정토회원들도 잘 모르는 ‘JTS 안산 다문화센터’를 소개합니다. 우연히 인연이 닿아 봉사를 다닌 지 2년이 넘었건만! 행자의 하루 편집 담당 소임도 함께 하고 있건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몰라 미루고 미루다 많은 하루 중 특별하지 않지만, 또 특별한 단 하루를 가볍게 소개합니다. 전국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은 안산에 자리잡은 JTS안산다문화센터. 월광법사님이 원장으로 있는 이 곳에서의 평범한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요?

알밤 줍기만큼 재미있어요 (AM 6:00)

쓰레기장에서 분리수거 중인 월광법사님과 태국 봉사자 아둔님
▲ 쓰레기장에서 분리수거 중인 월광법사님과 태국 봉사자 아둔님

JTS안산다문화센터 앞 공영 주차장 한 구석은 동네 쓰레기를 내어 놓는 곳입니다. 분리 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은 쓰레기가 많습니다. 사실 마구잡이로 버려진 쓰레기도 많습니다. 봉사자들은 처음엔 시청이나 구청에 신고도 하고, 같이 쓰레기도 치웠지만, 치운 쓰레기는 미미하며, 버려지는 쓰레기는 거대한 듯 하여 꾸준히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매일 해 나가는 분이 있습니다. 그분은 바로 월광 법사님입니다.

법사님은 아침 천일결사 기도를 마치고 부리나케 나가서 쓰레기 차가 오기 전에 조금이라도 분리수거를 합니다. 스님의 하루 속 소개되는 ‘스님의 밤 줍기’처럼 재미있다고 합니다. 센터 앞에만 나와도 이렇게 일거리가 널려있으니 참 좋다고 합니다. 봉사자들과 다문화가족들에게 '지구특공대'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함께 합니다.

센터 앞 쓰레기장, 이 곳은 공덕 지을 것이 참 많은 노다지
▲ 센터 앞 쓰레기장, 이 곳은 공덕 지을 것이 참 많은 노다지

7,500원과 요쿠르트 2병 (PM 2:30)

고물상에 재활용품을 가지고 가서 파는 중국동포 봉사자 남재영님
▲ 고물상에 재활용품을 가지고 가서 파는 중국동포 봉사자 남재영님

그렇게 모은 쓰레기들은 다시 종류별로 분류하여 고물상으로 가져갑니다. 캔은 알류미늄이 있고 철이 있습니다. 쓰레기 박사님이 된 법사님은 가벼운건 알류미늄, 단단한 건 철이라며 척척 알려줍니다. 근처 카페에서 버린 우유곽은 따로 모아두었다가 주민센터에 가서 두루마리 휴지로 바꾸어 근처 태국식당이나 다문화 가족에게 또 나눕니다.

우유곽이 모여 두루마리 휴지로 그 휴지는 다시 잘 쓰일 곳으로
▲ 우유곽이 모여 두루마리 휴지로 그 휴지는 다시 잘 쓰일 곳으로

센터와 같은 건물에 있는 통신회사에서 버린 쓰레기는 제법 값이 나갑니다. 케이블 전선에는 구리 등과 같은 금속이 들어있고, 고철도 꽤 붙어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발견했다. 이거 값 많이 나간다. 통신 회사 사람들은 바빠서 이거 다 분리 모한다 아니가~”

케이블과 함께 버려진 담배꽁초와 쓰레기 등은 걸러내어 분리하며, 자랑스럽게 말하는 법사님은 그 쓰레기를 마치 ‘알밤’처럼 ‘보석’처럼 대합니다. 일체유심조란 단어로 정리하지 않아도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고철 3kg, 폐지 15kg, 캔 1kg, 잡석 3kg… 이렇게 한 가득 차에 싣고 가서 바꿔온 돈 7,500원, 그리고 요쿠르트 2병. 오늘은 법사님이 주워온 케이블 덕분에 평소보다 2배는 더 벌었습니다. 7,500원은 불전에 올려 절하고, 요쿠르트는 다른 봉사자와 나눠 마시며, 이 돈과 요쿠르트가 알밤처럼, 보석처럼 귀함을 조금이나마 느껴봅니다.

무인 나비장터 (PM 4:20)

무인나비 장터 정리 중인 봉사자(좌 글쓴이, 우 남재영님)
▲ 무인나비 장터 정리 중인 봉사자(좌 글쓴이, 우 남재영님)

센터에 후원품으로 들어온 중고 옷들은 코로나로 나비장터가 열리지 못해 쌓여가지만, 부지런히 조금이라도 주인을 찾아주고자 센터 앞에 작은 행어를 두고 무인장터를 엽니다. 수북히 걸려있던 옷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빈 옷걸이 수를 셀 때면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주인을 찾아주어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무인장터 옷을 걸고 있는 봉사자 남재영님은 처음에는 배가 아파서 월광 법사님 눈에 띄어 의료 도움을 받았던 중국 동포였습니다. 그렇게 맺어진 인연은 불교대학 학생으로, 그리고 다시 센터의 봉사자가 되어 돌아옵니다.

“늘 받기만 하는 사람은 없다. 다 주고 싶어한다.”

법사님 말씀에 '받는 사람, 주는 사람' 구분 짓던 마음 돌이켜 볼 수 있습니다. 준다는 마음이 없이 무주상보시를 실천하는 모습에 조금씩 물들어 갑니다. 봉사자도, 도움을 받는 사람도 평등하게 늘 기다려 주고, 늘 기회를 주며 지켜봅니다. 가끔은 불쑥 ‘복 지을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고 싶다가도 꼴깍 삼키고, '피곤해요, 싫어요'라는 말을 더 많이 하고 도망치기 일쑤입니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똥은 똥일 뿐임을, 거름이 될 수도 있고, 오물이 될 수도 있는 그 이치를 체험해 갑니다.

안산다문화거리 접수 (PM 7:40)

네팔 커뮤니티인 휴대폰 가게(좌 월광법사님, 중앙 봉사자 신현정, 우 네팔 수실님)
▲ 네팔 커뮤니티인 휴대폰 가게(좌 월광법사님, 중앙 봉사자 신현정, 우 네팔 수실님)

손소독제와 마스크를 JTS 장바구니에 가득 나눠 담고, 귤도 한봉지 챙겨 법사님과 봉사자 두 명이 안산다문화 거리로 나갑니다. 안산다문화 거리를 걸으면 법사님은 아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골목골목도 참 잘 압니다.

"원장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노점상인들이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냅니다. 너무나 친숙하고 무심하게 귤3개와 손소독제 그리고 마스크를 건냅니다. 그리고 늘상 그래왔 듯 사진도 함께 찰칵 찍습니다.

"법사님, 안산 동네 다 접수하셨네요. 시장 선거 나가셔도 되겠어요."라는 ​저의 농담에 법사님도 "맞다. 내 여기 접수했다." 하고 한바탕 웃습니다.

동네 속속히 다니며 손소독제, 마스크를 나누고 어떻게 지내는지 근황도 나눕니다. 모르는 사람에게도 먼저 말 걸고 “안녕하세요, 어디서 오셨어요?” 물어봅니다. 외국인 꼬마 아이들에게도 예쁘다고 인사 건냅니다.

케밥 가게 아저씨에게도, 휴대폰 가게이자 네팔인들 커뮤니티인 곳에도, 노점상 아주머니에게도 손소독제와 마스크를 건냅니다. 노점상 아주머니는 판매하던 홍시 한 바구니, 네팔 가게에서는 그 동안 모아둔 JTS 모금함을 주십니다. 받은 홍시는 또 어디론가 나눠질 것이고, 모금함의 돈도 더 필요한 사람에게 잘 쓰일 것입니다. 넘치면 나누고, 부족하면 받으면서 '동네'라는 공동체를 배워갑니다.

일요 명상시간이 다가와 부리나케 센터로 돌아옵니다. JTS안산다문화센터의 일요일 하루는 이렇게 마무리 됩니다.

다문화 가족 어린이(나팟)를 업어주고 있는 남재영님
▲ 다문화 가족 어린이(나팟)를 업어주고 있는 남재영님


센터를 처음 찾았던 불교대학 학생 때 였습니다. 다문화 가족들에게 나눠줄 생필품에 감사 카드를 쓰자는 법사님 말씀에 생필품 챙기다 지쳐서 귀찮은 마음이 일었습니다. 그래도 써보자 싶어서 문구를 적는데 법사님이 '한국에 오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적자고 하였습니다.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인지 그때는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왜 우리가 감사한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거짓말은 못 적겠어요."하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행복하세요. 건강하세요.'만 적었습니다.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우리는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감사한 이웃임을 배워갑니다.

글_서지영(강원경기동부지부 수원지회)
편집_서지영(강원경기동부지부 수원지회)

전체댓글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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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월광법사님의 수행자의 하루는 그저 수행자입니다. 라는 말로 표현됩니다. 본받고 저도 그저 수행자로 살기를 마음먹어봅니다.
평안하고 따뜻한 마음입니다.

2021-11-27 08:49:25

임승호

안산 다문화센터장 월광 법사님의 하루를 너무나 자세하고 알기 쉽게 기록하며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법사님은 항상 활짝 웃으시면서 반겨주시고 뵐때마다 쓰레기 봉투를 분리수거 하시고 계시던 모습, 미트로 새벽 정진 함께 하실때 전날 있었던 봉사 이야기를 들을수 있답니다

2021-11-26 19:20:17

정명화

마음 따듯해지는글입니다.
감사합니다. 묵묵히 몸으로 실천하시며 그자리를 지켜주심이,.

2021-11-26 0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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