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광명지회
나에게 할 수 있는 만큼만?

광명 지회에는 왕성한 수행 보시 봉사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이시일 님이 있습니다. '그냥 해보자'라고 가볍게 시작한 봉사가 때로는 부담스럽지만, 봉사를 통해 성장하고 변화 되었다고 합니다. 이시일 님에게 변화란 무엇일까요? 그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JTS 거리모금 봉사중인 이시일 님
▲ JTS 거리모금 봉사중인 이시일 님

지금은 우리가 전법해야 할시간

"빠빠빠 빠빠빠빠 지금은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다시 만나요~"
2021년 ‘9월 불교 대학’ 홍보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어느 여름 밤, 어디 선가 들려오는 익숙한 노래가 귀에 꽂혔습니다. 그 노래를 듣자마자 바로 입에서 개사가 되어 ‘지금은 우리가 전법해야 할 시간~’. 바로 개사를 완성해 녹음을 해봤습니다. 좀 유치한 것 같아 묵혀두었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공유 했더니 의외의 반응이 나왔습니다. '불교대학 홍보에 많은 힘이 된다! 후속 전법 송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몰려왔습니다. 노래 잘하는 도반과 함께 세 곡을 더 개사하여 4탄까지 전법송을 만들었습니다. 1탄 전법의여왕 (썸머버전), 2탄 이제는 우리가, 3탄 전법 상어 (아기상어 개사), 4탄 가을이 오면 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노래를 개사해 전법송으로 만드니 놀이처럼 재미있었습니다. 일이 놀이가 되는 것을 실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 이시일님이 개사한 가을이 오면을 함께 불러볼까요

지금도 '어떻게하면 전법을 재미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저도 누군가의 노력으로 전법되어 삶이 변화하고, 성장했듯이 전법은 누군가의 인생을 변화시킬수 있는 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환경 캠페인 모둠활동 중 모습 첫번째 줄 오른쪽
▲ 지역환경 캠페인 모둠활동 중 모습 첫번째 줄 오른쪽

뭘 해도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

13년간 다니던 회사를 퇴사 후, 어설프게 시작한 일은 주변의 예상대로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몇년 동안 이 일 저 일을 하며 전전해보았지만 그 어느 것도 제대로 되지 못했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지만 가장의 중심을 잡지 못했습니다. 스스로 실패한 인생으로 여기고 의욕도 희망도 없이 2012년 여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잠시만 다녀 와도 힘든 삶이 나아진다며 친구가 깨달음의 장1을 권했습니다. '뭘 해도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라는 마음에 뭐하는 곳인지도 모른채 덜컥 깨달음의 장을 신청했습니다. 그 곳을 나오면서 뭔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에 힘이 조금이나마 생기는 듯 했습니다. 같이 수련에 참가한 사람들이 모두 정토불교대학에 다닌다는 것을 알았고, 그곳에 입학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해 겨울 수년간 준비해온 시험에 합격해 목표한 직장을 얻었고, 심리적으로 조금 안정된 상황이 되었지만 오랫동안 악화된 부부관계는 회복하기 힘들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굳이 회복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불교대학으로 이어진 두 번의 봄

법당행사후 도반들과 함께 뒷편 왼쪽 두 번째
▲ 법당행사후 도반들과 함께 뒷편 왼쪽 두 번째

2013년 봄불교대학 입학 날 수원법당은 무척 좁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입학생들로 가득찼습니다. ‘이곳에서 불교대학을 마치면 깨달음을 얻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야.’라는 순진한 희망으로 가슴이 벅찼습니다. 40년 넘게 이어온 업식은 수업에 참석하는 날보다 빠지는 날을 더 많이 만들었습니다. 종강을 얼마 남겨두고 수업일수가 모자라 과락의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한번 실패하면 그대로 포기하던 그 전에 제 업식과 달리 2015년 집주변에 생긴 안산법당불교대학에 다시 입학했습니다. 8-5차 천일결사에 입재도 하고 어설프지만 수행자 흉내도 내가며 하라는 대로 따라갔습니다. 아내와의 관계 회복은 끝내 안 되었지만 더 이상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세요

2019년 삼척수해복구 봉사모습
▲ 2019년 삼척수해복구 봉사모습

2년간 어떤 소임도 맡지 않겠다는 저 자신과의 은밀한 약속을 지켜가며 경전반을 마무리하던 시점이었습니다. 계속된 권유에도 흔들림 없었던 저였기에 '이만하면 소임 권유를 그만 포기했겠지' 하던 차에 부총무로부터 거절하기 애매한 (?) 봄불교대학 부담당을 맡아보라는 제의가 왔습니다. 부담당은 큰 부담 없이 담당을 도와주던 모습으로 보아왔던 터라 ‘설렁설렁하면 되겠구나.’ 하며 얄팍한 속심으로 소임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저의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습니다. 일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하는 저의 업식이 때마침 끊임없이 올라와 너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습니다. ‘이것 까지만!, 여기 까지만!’ 하며 하나씩 받던 소임이 천일결사 담당, 7대행사담당, 통일꼭지를 맡게 됐고, 9차년도 마지막에는 자활팀장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저의 수준에 비해 너무 과한 소임으로 힘들다며 월광법사님에게 질문하니 "일을 못하면 드리지 않았을 겁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세요." 라고 했습니다. 사실 할 수 있는 만큼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안 되었고, 개인시간 줄여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 하기 싫은 마음만 뺀다면 어지간해서는 다 할 수 있었습니다. 일부러 소임을 대충 할 수준도 안 되는 저임을 알기에 지금도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있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 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폭이 넓고, 계속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았습니다.

소임은 나의 힘

단원모둠과 정일사 중간정진 모습 맨윗줄 가운데
▲ 단원모둠과 정일사 중간정진 모습 맨윗줄 가운데

10차년도 시작하며 안양정토회 지원팀장은 너무 큰 소임이라 생각해 소심한 저항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소임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구나'를 알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남자는 혼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조금 쑥스럽고, 불편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담 없이 대해주는 많은 도반들 덕분에 어느 순간부터 성별의 차이는 사라졌습니다. 올해 온라인정토회 출범과 함께 지부법회담당, 전법모둠장 소임을 하였고 정식 출범 하면서는 지부실천장소담당과 그룹장이 추가되었습니다. 소임을 하지 않았다면 수행도 정토회와의 인연도 진작에 끊어졌을 것입니다. 또 소임을 통해서 만난 도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소임을 이어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소임이 복이고 도반이 스승”이라는 말을 현실속에서 많이 경험하고 있습니다. 소임이 수행을 이어가게 하는 큰 역할임을 알고, 소임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2015년 봄불교대학에서 낯설고 서먹한 법당생활에서 이시일 님이 처음 건냈던 따뜻한 말과 미소가 생각납니다. 즐겁게 봉사하는 이시일 님을 보며 ‘언젠가는 인터뷰할 기회가 오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습니다. 진솔한 수행담을 들으니 꾸준히 정진하는 진정한 수행자의 모습이 느껴집니다. 이시일 님의 다음 소임은 무엇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글_김용태(희망리포터인천경기서부 광명지회)
편집_박문구(서울제주지부 서대문지회)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전체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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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

따뜻한 전법송을 들으며 미소가 저절로 지어집니다:) 모두 오래오래 안녕하세요~!

2021-12-04 17:00:38

김희선

수행담 나누어주셔서 잘 들었습니다
제 이야기인듯 ..
' 하기싫은 마음만 빼면 ' 어지간히 할수있다는 말씀에 특히 공감이 많이 되서 웃음이 빵 터지네요
감사합니다

2021-11-17 08:14:47

이은미

노래도 좋고 봉사하시는 특별한 콘텐츠를 만드시는 멋진모습....귀감이 됩니다!!

2021-11-12 08:3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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