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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아주 멋진 랩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불교대학 홍보 영상이 있습니다. 선글라스, 모자, 스카프로 멋을 내고 흥겹게 리듬을 타는 주인공들은 나이가 숫자에 불과함을 보여줍니다. 광명지회 안산 모둠의 젊은 시니어들을 소개합니다.
JTS 안산 다문화센터(이하 센터)는 2개월에 한 번씩 ‘취약계층 물품 지원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다문화 취약계층 가족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고, 물품 꾸러미에 담아 각 가정에 전달합니다. 안산 모둠은 전달 전 포장 과정을 맡고 있습니다. 불교대학 홍보 영상(이하 영상) 속 래퍼들이 포장 봉사를 하며 손발이 척 척 잘 맞게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시니어 팀'이라는 별명으로 불립니다. 물품 포장은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습니다. 가공식품보다는 제철 식재료들을 다양하게 준비해 매번 내용물이 다르고 물품 꾸러미에 넣어야 할 것도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십 년 동안 살림한 시니어들의 실력이 빛을 발합니다. 감자, 양파, 당근같이 무거운 것은 차곡차곡 아래에 넣고, 가벼운 김이나 깨지기 쉬운 달걀은 위에 넣어 나눔의 마음으로 마무리합니다.
영상에는 다섯 명의 시니어가 등장합니다. 모두의 나이를 합하면 350이 넘고, 정토회에 온 시간을 합하면 50이 넘습니다. 같이 활동한 기간은 1년 남짓입니다. 포장 봉사가 있는 날, 시니어 들은 반찬을 한가지씩 챙겨 센터에 모입니다. 제철 나물무침, 견과류 볶음, 두부조림, 볶은 김치 등 한가지씩 가져온 반찬들을 펼치면 채식 뷔페 같은 풍성한 밥상이 됩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접시에 조금씩 덜어서 먹습니다. 접시에 담은 음식은 다 닦아 먹고 물에 헹구어 깨끗하게 먹는 빈 그릇 운동도 합니다. 같이 밥을 나누고, 봉사하며 두터운 정을 쌓아 갑니다.
첫 번째 래퍼 허익선 님은 지난 1년 동안 안산 모둠장을 했습니다. 안산 모둠은 처음이었지만 모둠장 소임이 어렵지 않았다고 합니다. “활동 하다 보면 남을 탓하고 지적할 수 있잖아요? 저는 그런 것이 없었습니다. 제 문제로 보고 돌렸습니다. 또 누군가 불만을 이야기하면 봇물 터지듯 서로의 불만을 이야기하며 큰소리가 오가는 분위기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일도 없었습니다. 누군가 의견을 내면 ‘괜찮다, 긍정적이다’라고 생각하며 같이했습니다. 도반님들의 수행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도반들에게 “다른 모둠은 불교대학 홍보 영상을 찍는데 우리 모둠도 찍어야 하지 않겠어요? 우리가 아무리 나이를 먹었지만, 도전 한번 해봅시다! 젊은 사람들처럼 힘 있게 해봅시다!”라고 제안했습니다. 다른 시니어들도 “그래, 우리도 한번 도전해 보자”라고 했습니다. 전에도 영상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손가락으로 한마디씩 말하는 내용이었는데, 소개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들은 재미있게 만들었지만, 보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튀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라고 하니, 안산 모둠의 젊은 활동가가 ‘할머니들의 랩’이라는 아이디어를 내고 촬영과 편집을 맡았습니다. 특별한 계획 없이 번개처럼 일을 진행했습니다. 이러면 어떠냐? 저러면 어떠냐? 누군가 아이디어를 내면 용기를 북돋웠습니다. 아이디어가 팡! 팡! 팡! 팡! 팝콘 터지듯 터졌습니다. 너도나도 생각을 덧붙였습니다. 랩을 하려면 신바람 나고 흥이 실려야 합니다. 밥을 먹을 때도, 포장할 때도 “예∼옙!” “왔 썰!” “앗싸! 앗싸!” 하며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우리는 뒷방 늙은이가 아니다! 뭐든지 할 수 있다”라고 외쳤습니다. 함께 모이니 에너지가 배가 되고 즐거움도 배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불법을 담은 랩을 만들었습니다.
(허익선) 우리 우리 우리
(김수남) 마음의 봄 찾아 정토 불교대학 왔썰
(정미영) 마음 나누기 내 마음보니 니 마음이 보였썰∼ 썰∼ 썰∼
(이애자) 우리 같은 마음, 넓어진 마음 봤써∼얼∼∼
(김병선) 물품 꾸러미, 새터민 만남, 거리 캠페인, 비닐 안 쓰기, 빈 그릇 운동, 실천 활동 정토 세상 왓썰 ∼
(다 같이) 우리, 우리, 우리
안산 모둠 시니어 보살 옙∼
안산 모둠 나이는 숫자 옙∼
안산 모둠 불보살 옙∼∼∼∼
두 번째 래퍼 김수남 님은 나이가 제일 많고 춤이라고는 평생 춘 적이 없습니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 춤 순서를 외우지 못해 선생님께 혼나기도 했습니다. 체육 시간에 뜀틀도 못 넘었습니다. 모이라고 해서 오긴 왔지만, ‘내가 무슨 춤을 추나? 다른 것도 아니고 랩이라니? 어떻게 랩을 하지? 나 때문에 안 되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했습니다. 영상을 촬영하는 날, 센터에 오니 아침부터 “앗싸 앗싸 옛∼썰!"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도반들이 옷을 입히고 선글라스도 씌우더니 스카프를 팔에 감아주고 동작도 알려주었습니다. 걱정하던 마음과는 달리 저절로 신이 나고 분위기에 익숙해졌습니다.
알려준 대로 동작을 했습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았는데, 여러 사람이 아이디어를 내고 마음을 모으고 서로 용기를 북돋아 주며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촬영한 것을 보니 그럴듯했습니다. ‘나도 춤을 추는구나! 나도 춤이라는 걸 추는구나!’ 한 사람 한 사람은 모자이크지만, 많은 사람이 모이면 붓다가 되는 것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세 번째 래퍼 정미영 님은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자신의 신장을 이식받은 남편이 2년 만에 세상을 떠나고 우울증에 걸렸습니다. 친구가 보내준 즉문즉설을 듣고 2019년 불교대학을 찾아왔습니다. 정토회에 처음 왔을 때는 말만 하면 눈물이 났습니다. 불법을 공부하며 ‘내가 변해야 한다. 내가 사람들에게 다가가야지,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다’라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수행 법회에 열심히 참여하고, 천일결사 기도를 하루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모둠 실천 활동도 열심히 했습니다. 5년을 그렇게 하니, 지인들은 “너는 세월이 거꾸로 가냐?”라고 묻습니다. 도반들은 “표정이 많이 달라졌어요. 나누기 때마다 울고, 말만 하면 울던 그 사람과 같은 분인 줄 몰랐어요”라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당당해진 나 자신에게 가장 놀랍니다.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밉니다. 평생 처음 경로당 체육대회에서 춤을 춰 상품으로 쌀을 받았습니다. ‘에코 붓다와 함께하는 환경 챌린지’에서 우수 에코스타로 뽑혀 이름 앞에 금메달이 붙었습니다. '내가 이 나이에 어디서 금메달을 따겠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준 정토회가 정말 고맙습니다.
네 번째 래퍼 이애자 님은 정토회에 나오고 싶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정토회의 꽃은 마음 나누기이다. 자기 마음만 내놓으면 되는데 뭐가 어렵냐?"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마음 나누기가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5년 넘게 지금까지 다니고 있는 것은 불교대학 때 만난 정미영 도반 덕분입니다. 함께하는 도반이 매일 "같이 가자! 가자!"라고 했습니다. 이제는 정토회 활동에 참석하는 것이 저의 생활이 되어 그날은 다른 약속을 잡지 않습니다. 수요 법회에 열심히 참석하고, 천일결사 기도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합니다. 실천 활동도 꼭 참여합니다. 친구들과 여행을 가도 방을 따로 마련합니다. 친구들도 '이 사람은 기도하는 사람이다’라고 배려합니다. 둥글둥글 큰 어려움 없이 살았지만, 이애자 님은 칠십 평생 지금이 내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합니다.
다섯 번째 래퍼 김병선 님은 반짝이는 백발이 매력적인 시니어 팀의 막내입니다. 영상을 촬영하는 날은 아침부터 분위기를 살리고 가장 긴 랩을 거침없이 소화했습니다. 좋은 벗들에서 탈북자와 고려인을 돕는 봉사도 정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 생활이 처음인 탈북자들이 병원, 핸드폰, 교통 등의 어려움을 겪을 때 ‘남한 사람 친구’가 되어 그들을 도와줍니다. 아플 때 어느 병원에 가야 할지 모르고, 비자 연장 신청에 어려움을 겪는 고려인들도 도와줍니다. 출입국 관리 사무소에서 파란색 JTS 조끼를 입고, “안산 다문화센터에서 다문화 근로자들을 도와주는 봉사자입니다”라고 말하면 직원들이 친절하게 대해 줍니다. JTS 파란 조끼를 입으면 힘과 자신감이 생겨 일이 쉽게 풀리는 것을 경험합니다.
우울증을 앓으면서 센터에 오지 않으려는 고려인에게 "치료하면 나을 수 있다"라고 편안하게 권유합니다. 예전에 저도 아주 힘들었습니다. 힘든 일은 그대로지만 매일 아침 기도와 나누기 덕분에 마음이 가벼워져 덜 힘듭니다. 매일 기도하지 않으면 부정적인 마음이 수없이 올라옵니다. 기도하며 깨닫고 내려놓는 아침 수행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됩니다. 정토회의 꽃은 매일 아침마다 하는 기도 수행입니다. 이것을 해야 나머지 일이 다 됩니다.
김영자 님은 영상을 촬영하는 날, 손녀를 돌봐야 해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노는 것을 좋아하여 친구가 부르면 자다 가도 나가는 사람이었습니다. 2019년 불교대학 입학 후, 천일결사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기도한다는 생각으로 5년 동안 거의 빠지지 않고 했습니다. 이제는 노는 것이 시들해졌고 가정은 편안해졌습니다. 마음의 중심이 서니 남편이 돈을 많이 못 벌어와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며칠 전 남편은 많은 동료들 앞에서 ‘우리 아내 최고!’라며 저를 안아 주었습니다. 제 마음이 바뀐 덕분에 생긴 변화입니다.
'정토행자의 하루'에 시니어 도반들의 수행 이야기도 볼 수 있습니다.
김수남 님의 이야기 '안산시 ‘2017년 가정 에너지 절약왕’ '
김병선 님의 이야기 '어느 멋찐 분-JTS 안산 다문화센터 '
안산 다문화센터에서 6명의 시니어를 만났습니다. 살아온 세월만큼 인생의 사연도 달랐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매일 아침 기도가 생활의 중심입니다. 새벽 4시 30분, 광명지회 온라인 공동 정진 방은 40분도 되기 전에 시니어팀이 화면을 채웁니다. 여행을 가도 기도와 나누기에 빠지지 않는 것은 기본입니다. 호텔 화장실, 펜션 베란다 혹은 마당에서 기도합니다. ‘잘 물든 단풍은 꽃보다 아름답다’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글_서기남 희망리포터 (서울제주지부 양천지회)
편집_최미영 (국제지부 아태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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