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구미법당
아들을 붙잡고 나를 괴롭히다

'굿을 하면 아이를 낳을 수 있다기에 삼신할머니에게 굿을 하였습니다. 금강경 독송을 하면 바라는 것이 이루어진다기에 아이를 낳게 해 달라 빌며 독송을 했습니다. 드디어 귀하게 태어난 아이는 제 뜻대로 되지 않고, 일찍 담배를 시작했고 컴퓨터 게임에 빠져 살았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그림과 너무나 다른 현실에 죽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

정토회를 만나 ‘아들도 살리고 나도 살린’ 구미법당 김인숙 도반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금강경으로 낳은 아들

저는 27살에 결혼하여 남편을 따라 연고가 없는 구미에 내려와 신혼살림을 차렸습니다. 그러나 생각처럼 쉽게 임신이 되지 않았습니다. 대 잇는 것을 중히 여기는 옛날 사람인 시어머니가 본인 환갑잔치에서 저에게 아이를 낳지 못하면 이 집에서 내쫒는다 하여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 후 친정엄마가 큰 걱정을 하며 구미에서 한 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팔공산 삼신할머니에게 가자기에 따라가 두 번의 굿을 하였습니다. 대구 불임센터를 다니며 인공수정을 여러 번 시도하였으나 계속되는 실패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즈음 이웃이 가정집에서 금강경1 독송모임을 한다기에 따라갔습니다. 금강경을 매일 일곱 번씩 독송하면 바라는 것이 이루어진다기에 열심히 독송하고 사경(경전을 베끼어 쓰는 일)도 했습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나 자연임신으로 귀한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 때는 금강경을 독송해서 정말 바라는 것이 이루어진 줄 알았는데, 이제와 돌이켜보니 경전 독송을 하며 편안해진 마음 덕분에 자연스레 임신이 된 것 같습니다.

초파일 연등작업 후 법당에서
▲ 초파일 연등작업 후 법당에서

6년 근속한 회사를 그만둔 이유

어느 날, 같은 동네 사는 이웃집에 놀러갔더니 이웃이 전단지를 주면서 같은 불교이니 가보라 하였습니다. 마침 장소가 집 근처라 흔쾌히 방문한 그 곳은 예전에 금강경 독송을 다니던 곳과 같이 가정집에서 하는 법회였는데, 정토회 수요법회였습니다.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이어 졸업하고, <깨달음의 장2>도 다녀왔습니다. 당시 저는 네트워크 비즈니스라 말하는 다단계판매원으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회사 교육을 받으면 ‘나도 다단계리더(다단계 피라미드 상위권에 위치하여 가장 많은 판매수수료를 취하는 판매자)처럼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열심히 일했습니다. 하지만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후 세상이 다르게 보이면서 다시 태어난 느낌이었습니다. 관점이 180도 바뀌어 6년 동안 하던 다단계판매원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임진각 만배정진 후(왼쪽에서 두번째)
▲ 임진각 만배정진 후(왼쪽에서 두번째)

일을 그만두고 나서는 정토회 활동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경전반을 졸업하고 다녀온 <명상수련>에서 느낀 평화로움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처음에는 다리 통증 때문에 명상이 끝났음을 알리는 죽비소리만 기다렸는데, 사흘째 되는 날부터는 통증도 없어지고 가볍고 평화로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올해에는 두 명의 도반과 함께 셋이서 농장 빈집을 빌려 온라인 명상수련을 하게 되었습니다. 문경수련원의 <명상수련>과 달리 이번 온라인 명상수련은 전에 느낀 기분은 들지 않고 졸음과 싸우느라 바빴습니다. ‘수련’이라는 단어 속에 왜 ‘갈고 닦는다’는 의미가 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내가 그린 그림과 다른 현실

귀하게 얻은 아들이니만큼 저의 집착은 강했습니다. 아들을 제 마음대로 하고 싶었고, 아들이 하는 모든 일은 제가 알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일찍 담배를 시작했고 컴퓨터게임에 빠졌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들어오지 않는 아들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싸우기도 많이 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그림과 너무나 다른 현실에 죽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침 문경수련원에서 정일사3를 할 때, 유수스님에게 이 마음을 내놓았더니 법당에 매일 나오라고 하였습니다. 그때부터 법당 봉사에 푹 빠져 이일 저일 가리지 않고 했습니다.

정신없이 법당 봉사를 하다가 당시 총무 도반과 부딪혀 화를 내며 큰소리를 내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법당을 그만 두고 싶은 마음이 생겼으나, 당시 소임이 대의원이었기에 그만 둘 수 없었습니다. 자기점검을 위해 <깨달음의 장> 돕는이 봉사를 다녀왔습니다. 눈에 보이는 일은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잘 하려고 정신없이 달려가는 제가 보였습니다. 뒤집어쓴 양동이를 벗어내는 수련생들의 모습을 보며, 저 또한 사로잡힘에서 벗어나 괴로움이 싹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소임으로 내려놓은 아들에 대한 집착

지난 3년 총무 소임을 하는 동안에는 회의하고 교육받기 위해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는 왕복 3시간여의 대구법당을 도시락을 싸들고 오갔습니다. 어떤 소임이든지 주어지는 일들을 단지 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냥 “예”하는 마음으로 받아서 했습니다.

교육 받으러 대구법당 가는 길
▲ 교육 받으러 대구법당 가는 길

소임으로 바쁘게 다니다 보니 아들에 대한 집착이 자연스럽게 놓아졌습니다. 부모가 더 힘들다는 고3 시기에도 아들에게 집착하지 않고 밤이고 새벽이고 법당에 나갔습니다. 법당 일에 바쁜 저를 보고 남편은 당신 밖에 일할 사람이 없냐며 서운함을 비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저 대신 남편이 혼자 아들 대학 입시에 신경을 쓴 덕분에 아들은 수도권 대학에 음악 전공으로 입학했습니다. 이번 가을학기에는 성적장학금도 받고, 학교홍보밴드의 부원으로 뽑혀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들은 담배는 물론 게임도 끊었습니다. 도리어 술을 마시는 아빠에게 ‘나는 담배 끊었는데 아빠는 술을 아직 못 끊었냐’며 잔소리를 합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들의 방황은 하나의 과정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것을 어리석은 제가 아들이 저래서는 안 된다고, 잘못되었다고 아들을 잡고 저 자신을 괴롭혔습니다.

나의 불보살4

우리가족 채팅방의 이름은 ‘부처님’입니다. 불교에 관심 없는 아들과 남편에게 전법을 하는 것이 저의 과제입니다. 이제는 남편도 불교대학 입학을 권유하면 나중에 다시 보자하고, 아들은 천일결사5 실천과제인 온라인법회 3회 참여하기로 스님의 법문을 처음 듣고 나누기를 하면서 공감을 하니 참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입니다. 언젠가는 인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남편과 아들, 서울 가족나들이
▲ 남편과 아들, 서울 가족나들이

예전에 저는 40대가 되면 당연히 큰 아파트에 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이 오십이 넘은 옆집 아주머니가 주공아파트에 사는 것을 보고, ‘아직도 저 나이에 이런 곳에 사나?’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주공아파트에 사는 50대인 저는 당당하고 행복한 부자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정토회 봉사도 마음껏 하고, 아들에게 남과 같은 거리를 둘 수 있어 좋습니다. ‘당신도 더 늦기 전에 회사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 하고 남편을 응원합니다. 아직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어깨가 무거운지 그만두지 않고 회사 내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남편을 볼 때는 안타깝습니다. 언젠가는 이 법 만나 행복을 느낄 날이 오겠지요.

영원한 동반자

7차 천일결사에서는 입재를 빠지지 않고 하면 3년마다 문경수련원에서 삼천 배를 하고 법륜스님을 뵐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스님을 뵐 수 있다기에 7차 천일결사에 빠지지 않고 입재하였고, 문경에서 스님을 뵙고 왔습니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고, 기도를 빠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처음 입재할 때와 비교하면 정말 잘 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내 식대로 일을 해버리는 습관을 고치고 싶습니다. 지금도 법당에 담당이 있는데도 총무소임 때와 같이 물어보지 않고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끊임없이 알아차리고 연습해야 함을 압니다. 대부분 망상으로 기도하지만, ‘내가 옳다’고 고집하는 것을 알아차릴 때는 정말 뿌듯합니다.

인도성지순례 중
▲ 인도성지순례 중

요즘은 행복학교를 어떻게 하면 널리 전할지 연구하고 새로 배우면서 온라인으로 도반들을 만나는 것이 즐겁습니다. 코로나19로 법당에 나가지 못해 집에서 노트북 앞에만 앉아 있는 저를 보고 남편은 ‘오늘은 밥 먹을 시간도 없느냐?’고 핀잔을 주지만 그나마 온라인이라도 있어 숨통이 트입니다.

앞으로도 정토회 활동을 꾸준히 하여 저도 발전하고, 이 사회에 행복을 전하는 귀한 일에 조그만 힘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괴로울 때 어떻게 하면 덜 아프게 죽을 수 있을까 연구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봉사하다 죽을 수 있는 것도 큰 복이라 생각합니다. 정토회는 나의 영원한 동반자입니다.


법당문이 열리면 언제나 공양간이나 법당에서 배시시 웃으며 얼굴을 내미는 오늘의 주인공. 검소함의 모범이며 남부럽지 않은 뚝심으로 법당 일을 척척 해내는 법당의 대들보입니다.
장시간 인터뷰에도 들뜨거나 짜증 내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에 ‘무착심’이라는 법명이 꼭 맞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난히 비가 많이 온 올해지만 그래서 비 개인 맑은 날이 더 깨끗하고 귀하고 고마운 줄 아는 정토행자이기에 저 또한 인터뷰 내내 더불어 행복했습니다.

글_전현숙 희망리포터(달서정토회 구미법당)
편집_김난희(홍보국 편집담당)


  1. 금강경대승불교 경전의 하나 

  2. 깨달음의 장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3. 정일사정토회를 일구는 사람들의 준말로 정토회 활동가들을 위한 수행 프로그램. 

  4. 불보살(佛菩薩) 어려움에 처한 중생을 구하기 위해 여러 모습으로 나타내는 보살을 의미함. 

  5. 천일결사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만일)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천일)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전체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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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숙

함께 활동할수 있어 감사합니다
언제나 밝게 웃고 계시는 모습이 가을 코스모스를 떠올리게 되요
감동적인글 잘읽었습니다

2020-10-18 06:02:47

대비행

재밌게 읽었습니다.
괴로울 때 가능한 편하게 죽을 일을 연구했던 반면 이렇게 수행봉사하다 죽어도 좋겠다, 하는 부분에서 공감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경쾌한 나누기 글, 감사합니다 ^^

2020-09-24 06:58:45

덕승

가슴 뭉클한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0-09-18 23: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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