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2년 전 구미법당의 귀여운 슈렉을 기억하시나요?
큰 덩치와 맑은 눈망울이 매력인 이성억 님은 2017년부터 3년째 가을 불교대학을 담당하고 있답니다. 많은 봉사활동으로 법당을 이끌어 가면서도 가정과 직장에서 수행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나누어 봅니다.
어릴 적 부모님이 이혼하셨습니다. 아버지가 재혼한 후 아버지의 사업이 기울었습니다. 원래 없는 집이었지만 아버지는 모든 가정 살림을 새어머니께 의지했습니다. 집은 늘 시끄러웠고, 어린 저에겐 무섭고 벗어나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무능력하고 모든 불행의 원인'이라 생각했습니다.
어렵게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업했습니다. 문제는 두 번째 직장을 다니고 결혼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직장에서 회식하고 들어가면 무의식적으로 먹을 것을 찾았습니다. 아내가 말리면 싸웠습니다. 못 먹게 하는 게 서운하고 화가 났습니다. 다음날 사과는 했지만, 회식 때만 되면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이혼까지 고민했습니다. 짐도 몇 번 쌌다가 풀었습니다. 그러나 제 인생이 아버지처럼 되는 게 두려웠습니다. 어릴 적 저를 혼자 내버려 둔 기억이 강하게 남았습니다.
그 후 아버지와 연락을 끊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씩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날 때면 미안했지만 미워하는 마음 때문에 괴로웠습니다.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사회에서 아버지 연배나 비슷한 말투를 쓰는 사람을 만나면 왠지 친근해지다가 벌컥 화를 냈습니다. 그리고 직장에서 손해 보지 않으려고 요리조리 피하다 보면 스트레스만 남았습니다.
그렇게 괴로움이 절정일 때 용기 내어 불교대학을 찾았습니다. 그 누군가의 운명이 바뀐다는 말만 믿고 1년을 다녔습니다. 그사이 집전도 배우고 <깨달음의 장>에도 다녀왔습니다. 구미법당에서 최연소 정회원도 되었습니다.
그렇게 다닌 지금은 좀 살만해졌습니다. 이제는 부모님께 미안하고 미운 마음보다 감사한 마음이 더 큽니다. 가진 건 없지만 건강하고 성실하신 아버지, 아무것도 없는 집에 시집와서 악착같이 살아내신 어머니께 감사합니다. 그런 집에서 제가 귀하게 이만큼 자랐음을 깨닫습니다. 아내가 아니라면 평생 독신을 꿈꿨을 테지만 덕분에 결혼도 했습니다. 제 애교에 약한 우리 아내는 남편 바라기입니다. 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가을 불교대학을 3년 동안 맡아오면서 첫해는 책임감만 가득해서 무거운 마음이었습니다. '나를 보고 학생들이 불교대학을 더 다닐 것인지 아니면 그만둘 것인지를 결정할 것 같다'는 생각에 '내가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컸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한테 지나치게 전화를 했던 거 같습니다. 정서적인 교감도 없이 그분들의 불편함을 모르는 상태에서 '법당에 출석만 하라'고 매뉴얼대로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불교대학을 다니고 좋아졌기에 저들도 나오기만 하면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집착을 많이 한 겁니다.
그다음 해 담당 할 때는 불교를 모르는 사람이 많았는데 불교예절을 알리는 게 좀 힘들었습니다. 굳이 일반 절에서 하는 것처럼 정확하게 할 필요 없이 어느 정도 선만 지키고 진행하면 될 것을 내 기준을 세워놓고 거기에 맞추려니 힘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제 공부는 많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세 번째는 제가 일단 학생들이 편해야 하고 불법이 좋다는 것을 자각하게 하는 것에 방향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팀을 나눠 진행하니 부담도 없고 수업 분위기도 좋아 행복합니다.
옛날에는 목표를 정해놓으면 하는 거 없이 불안했는데 지금은 큰 행사가 있거나 해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고 편안합니다. 집착이 내려져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직장에서도 현재 한 과에서 6년째 근무하고 있는데 전에는 ‘왜 나한테 이 일이 오나?’ 했다면 지금은 자신감 있게 ‘제가 하겠습니다!’하고 먼저 다가가서 일 처리를 하니까 사람들이 더 인정해주는 것 같고 그래서 편안합니다.
전에는 아내가 법당 가는 것을 싫어해서 못 가게 하면 '왜 안 되느냐'고 같이 말싸움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없는 애교도 생겨 아내의 뜻에 맞추어 일처리를 하다 보니 법당 봉사에 불편함이 없어 좋습니다.
구미법당의 가을 불교대학을 담당하고 활동가로서 모든 일에 앞장서서 봉사하는 이성억 님을 보며, 젊은 사람이 복이 참 많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조금이라도 일찍 불법을 알았더라면 남편과 자식에게 더 잘해주고 나도 행복하게 살았을 것을! 모든 대중이 하루빨리 이 불법을 만나 행복하고 편안한 삶 되기를 원해봅니다.
글_이성억 (구미정토회 구미법당)
정리_전현숙 희망리포터(구미정토회 구미법당)
편집_강현아 (대구경북지부)
전체댓글 8
전체 댓글 보기정토행자의 하루 ‘구미법당’의 다른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