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실천

복지
우리의 조그만 손이 부처님의 큰 손길로 이어지다

영양꾸러미 사업은 국가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챙기는 JTS의 국내 복지 활동입니다. 방학기간 동안 홀로 있는 아이의 영양 섭취에 중점을 두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식품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덕양법당 활동가들의 발자취를 좇아 영양꾸러미의 진행 과정을 함께 해보겠습니다.

덕양법당은 2017년 첫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일산지역의 기존 민간단체가 개설한 청소년 복지센터와 연계하여 복지 센터에 있는 학생들에게 물품을 지원하였습니다. 두 번의 사업을 진행 평가한 결과, 기존의 사설 복지 센터에서 벗어나 덕양법당 스스로 지원대상을 발굴하고 직접 지원하는 형태로 전환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영양꾸러미 포장을 마치고 함께한 소감나누기
▲ 영양꾸러미 포장을 마치고 함께한 소감나누기

2017년 사업부터 고양시 덕양구의 학교별로 학교에 근무하는 복지사 선생님들과 연계하였습니다. 각 학교에서 상담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을 발굴하고 필요성을 검토 정리하여 선정하였습니다. 첫해에는 덕양구에 소재하는 4개 학교에서 23명을 선정하였습니다. 2019년 상반기는 30명, 2019년 하반기에는 27명이 선정되었습니다. 주로 한부모 가정,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새터민 가정이었습니다. 상담 과정에서 눈물겨운 사연과 다른 지원이 절실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전달할 물품을 척척 정확히 체계적으로 나누어 순식간에 포장!
▲ 전달할 물품을 척척 정확히 체계적으로 나누어 순식간에 포장!

각 가정에 전달될 영양꾸러미 탄생

학교 지원 복지사 선생님들의 경험을 공유합니다. 영양꾸러미 신청서와 정보 동의서를 작성합니다. JTS 국내사업팀에 신청하고 협의하고 심사를 거쳐 지원이 확정됩니다. 지원이 확정되면 국내사업팀에서 지원 물품을 택배로 법당에 보냅니다.

물품 수량을 확인하고 수령 여부를 보고합니다. 전체 물품이 도착하면 불교대학이나 경전반 학생들, 봉사자들이 일정을 잡습니다. 포장 작업을 울력으로 함께 진행합니다. 포장할 물품의 가짓수와 수량이 많아 약간 복잡하지만, 도반들의 울력이 체계적으로 작동하여 각 가정에 전달될 영양꾸러미가 탄생합니다.

박스제조부터 테이핑까지 일사분란
▲ 박스제조부터 테이핑까지 일사분란

그럼, 물품 포장부터 시작해 볼까요

먼저 엑셀에서 뽑은 물품 목록을 정리하고 각 상자에 포장될 순서대로 물품을 나열합니다. 포장될 물품 담당자를 정하고 물품 수량과 담당 물품을 확인합니다. 상자 조립 담당자가 상자를 조립 하면 포장 담당자가 상자를 가져갑니다. 수량에 맞게 컨베이어 시스템처럼 이동하며 물건을 담습니다. 그야말로 공장 조립라인의 가동입니다.

마지막 물품이 담기면 물품이 제대로 들어갔는지 한 번 더 체크하고 포장 끝! 카드와 안내지를 넣고 마감 테이핑이 이루어집니다. 순서대로 포장이 완성된 상자가 법당 벽면으로 차곡차곡 쌓이면서 포장이 마무리됩니다. 나머지 팀은 처음 물품이 담겨온 빈 상자를 해체하여 정리합니다. 여럿이 함께하니 어느새 뚝딱이네요! 이렇게 마무리가 되고 도반들의 손길로 완성된 꾸러미를 두고 사진 촬영 후 소감 나누기로 포장 공정이 마무리됩니다.

영양꾸러미 포장을 마무리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한 장 찰칵! 우리는 봄불대생
▲ 영양꾸러미 포장을 마무리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한 장 찰칵! 우리는 봄불대생

다음은 영양꾸러미 전달입니다.

학교 위치에 따라 크게 3개 지역으로 나누어집니다. 화정 행신지역, 광산 내유동지역, 원흥 오금지역. 지역별로 구역이 나누어집니다. 구역이 나눠지면 각 가정에 연락해 전달 일정을 잡습니다. 이에 맞추어 봉사팀을 꾸리고 차량을 수배하고 일정에 맞추어 영양꾸러미를 차에 옮깁니다.

이제부터는 직접 발로 뛸 시간~ 주소지, 연락처, 전달 순서를 기록한 지도를 챙겨서 영양꾸러미를 전달하러 출발!

행신동 일대에 올망졸망한 주택가에서는 집 찾기도 어렵고 차량 진입도 쉽지 않아 무거운 박스를 들고 다녔습니다. 번지수가 일치하지 않는 집, 사전 연락이 되었음에도 부재중인 집에서는 연락이 되지 않아 밖에서 기다렸습니다. 이사를 해서 주소가 일치하지 않은 집은 다시 주소를 물어 신 주소지로 찾아가야했습니다. 골목길에서 차량이 펑크가 나서 A/S를 부르고 기다렸던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양꾸러미를 받고 환하게 웃는 아이와 할머니, 할아버지의 얼굴에 힘들었던 과정은 녹고 봉사하는 도반들도 절로 미소 짓게 됩니다.

영양꾸러미 담당자 정민섭 님, 학교 복지사 유금순 님, 김은주 님
▲ 영양꾸러미 담당자 정민섭 님, 학교 복지사 유금순 님, 김은주 님

함께 한 봉사자 소감

“정부나 지자체의 공적인 지원으로부터 소외된 사각지대의 어린이들을 보살필 수 있어서 매우 기쁘고 반가웠습니다. 특히 벌써 네 번째 지원하는 가정과는 친밀감과 유대감이 생겨서 더욱더 반갑고 기뻤습니다.”

“더운 여름날 밭에서 따온 풋고추와 열무를 한 다발 주시면서 고맙다고 전하는 할머니. 저희가 받기에 난감하였지만, 그 마음을 받았습니다. 좋아하는 손녀딸을 보며 반가워하는 할머니의 미소가 잊히지 않습니다.”

“4번째 전달하는 영양꾸러미. 이젠 학생과 할아버지와 친밀도도 높아졌습니다. 그 사이 할머니는 요양원에 가시고 할아버지는 허리 수술을 하였습니다. 집안 형편은 더 안 좋아졌지만 그래도 반가움과 JTS에 대한 호감은 한층 좋아졌습니다. 반기는 아이와 할아버지의 얼굴이 환하여 좋았습니다.”

“물품 전달을 위해 전화를 했는데 ”필요 없어요“하고 끊어버리는 할머니.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그래도 사전 전달이 약속되어있어 찾아갔습니다. 반가워하면서 다른 업자(사채?)인 줄 알았다고 미안해하는 할머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좋아하는 아이와 할머니를 보며 다행이란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태국으로 탈북하며 한국 국적을 못 얻어 3년째 국적 취득 재판을 하는, 언제 추방될지 모른다는 부자(父子) 새터민을 보며 재판과정에 도움을 주고 있는 복지사 선생님의 고충도 함께 나눌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연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어 기뻤습니다.”

차량지원과 봉사를 함께 한 김현옥 님 부부
▲ 차량지원과 봉사를 함께 한 김현옥 님 부부

“신청서 작성할 때의 주소에서 멀리 이사한 집을 찾아 헤맸습니다. 3시간 만에 찾아 전달할 때 함께 고생한 도반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준비하느라 몇 달 전부터 고생하신 담당자들께 특히 감사한 마음입니다.”

“차량과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신 도반님과 내외분께 감사드립니다. 함께 할 수 있어 더욱 행복합니다.”

“처음 해봤는데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전달하는 학생 집이 개척교회 전도사이고 교회에서 기거하는 분이셨습니다. 처음에는 분별심이 일어났는데 금강경의 무주상보시라 생각하고 선입감을 없애고 잘 전달하였습니다. 좋아하는 학생과 고마워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니 상을 짓는 것이 어리석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어려운 쪽방을 방문하여 꾸러미를 전달하는데 할머니가 금강경을 봉독하다 저희를 보며 JTS가 불교단체라고 반가워했습니다. 부처님의 공덕을 말씀하시는데 기복을 바라는 듯한 상이 올라왔습니다. 참회합니다.“

"베트남 다문화 가정이 세 가정이 있었습니다. 세 가정이 모두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화목하게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집과 가정폭력에 멍든 집이 너무 대조적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하며 다문화 가정을 이해하는 경험을 깨우쳐 주는 기회도 얻게 되었습니다."

영양꾸러미 선정기준이 어떻게 되나요?

"형편이 열악한 한 부모, 다문화 가정 위주로 합니다. 어려운 사정을 잘 아는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해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주로 지역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저소득 상황을 확인합니다. 지역 아동센터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제외되거나 여건이 어려운 아이들을 선별하여 지원하고 있습니다.“

영양꾸리미 전달
▲ 영양꾸리미 전달

처음 영양꾸러미 소임을 맡았을 때 어떤 마음이었나요?

"저는 국내복지 영양꾸러미 사업이 무엇인지, JTS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단순히 물품전달 차량지원 봉사를 하다가 졸지에 국내 복지 영양꾸러미 사업 담당이 되었습니다. 어리둥절한 상황에서 사업을 맡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담당자가 없다는 상황에서 일이 주어졌지만 ‘그냥 예하고 합니다’하며 일을 맡았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니 고양시에 어려운 가정들이 보이고 이들의 다양한 문화와 삶의 형태가 들어오면서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보람 있고 즐거웠습니다.

때론 일손이 부족하고 시간을 못 맞출 땐 결국 혼자 짊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별심이 들었습니다. 어려운 아이들에게 이 작은 물품이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환하게 웃으며 기뻐하는 아이, 어머니, 할머니, 할아버지의 환한 웃음을 보면 이내 저의 작은 분별심이 부끄러워지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JTS 거리모금에서, 법당에서 함께 손을 모아준 정토회 도반님들과 인연으로 연결되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천수천안관세음보살님의 손길 중에 나도 하나의 손이 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일을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삼 년째 이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해진 일정에 따라 일을 수행하니 큰 어려움은 없어졌지만, 아직도 행정적인 서류를 깐깐한 JTS 양식에 맞추는 것이 어려움으로 느껴집니다. 엑셀 문서가 구글 통합문서형식으로 변환되다 보니 너무 큰 파일로 연결됩니다. 좀 단일한 문서로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메뉴 형식으로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좀 더 간소한 형식으로 통합했으면 합니다.”

“물품이 각각 배송 됩니다. 항상 법당에 근무하는 것이 아니어서 일일이 챙기기가 번거롭고 계속 연락을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컸습니다. 법당에 일일봉사가 꾸려져서 잘 해결되어 가고 있긴 합니다.”

“물품 포장은 도반님들의 봉사와 협조로 큰 어려움이 없으나, 전달에는 일정을 맞추고 일일이 전달해야 하므로 차량과 봉사자를 맞추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광명법당의 전달 방식에서 많이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영양꾸러미 대상자들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겠지만 멀리 이사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여 전달의 어려움이 자주 발생합니다. 감당해야 할 사유라 생각합니다만 애를 먹다 보니 이젠 회향해야지 기필코 이번이 마지막이야 하는 생각이 자꾸 떠오릅니다. 사홍서원의 ‘중생을 다 건지오리다’라는 큰 원을 무주상보시를 수행의 덕목으로 삼지 못함에 자꾸자꾸 번뇌합니다.”

활동하면서 보람은 무엇인가요?

"인생을 살아오면서 거창한 사회개혁, 사회변혁을 생각해 왔지만, 실제 제 삶은 매우 이기적인 자기만족으로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토행자가 되어 작은 일이지만 실제로 나의 손길로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의 작은 손길이 되어 실천하고 있다는 것 깨달았습니다. 일의 과정에서 어려움에 부딪치면 분별하다가도, 마치고 나면 마음에 뿌듯함이 채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JTS 사업에 참여하며 ‘중생을 다 건지오리다’라는 큰 원에 함께 할 수 있어 보람됩니다."

현장에서 부딪히면서 올라오는 마음과, 함께하는 봉사의 즐거움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발로 뛰며 수고해 준 덕양법당 봉사자, 도반들 그리고 고양시 학교지원 사회복지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기획.취재_인연등(인천경기서부지부 전문기자단)
글_정민섭(일산정토회 덕양법당)
편집_고영훈(인천경기서부)

전체댓글 7

0/200

견오행

_()()()_

2020-06-01 01:22:44

이수연

정민섭 거사님, 영양꾸러미 사업도 하고 계셨군요~
대단하십니다~
덕양법당에 가끔 나가는 깍두기 회원입니다만^^;
기회가 된다면, 저도 마음을 보태고 싶습니다.

2020-03-02 00:06:41

김회님

덕양법당 도반으로서 자랑스럽고 저도 기회가 되면 다음에는 동참하겠습니다

2020-03-01 18:57:41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실천 ‘복지’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