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울산법당
병아리 수행자, 닭이 될 때까지

봄 불교대학 학생들은 울산법당의 자랑입니다. 학생들 중에는 불교대학 기간 중 백일출가를 다녀온 도반도 있고, 불교대학에 같이 입학하고 같이 졸업하는 부부 도반도 있습니다. 서로 바쁜 일정 가운데 봉사거리가 생기면 너나 할 것 없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활동하는 끈끈한 도반애를 보여주는 봄 불교대학 학생들은 모든 이들의 귀감이 됩니다. 곁에서 지켜보는 이들에게 감동까지 일으킬 정도로 열정적인 학생들입니다. 그중 이번 불교대학을 졸업하며 저녁 불교대학 대표로 졸업소감문을 나누어 준 최석환 님의 수행담을 소개합니다.

통일축전에 참가한 최석환 님
▲ 통일축전에 참가한 최석환 님

끝까지 다닐 수 있을까

저는 고집이 세고 자기 주관이 뚜렷한 성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대학에 입학하기 전 ‘1년 동안 만큼은 절대 비판하지 않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만근을 하겠다’고 아내에게 다짐을 하였습니다. 그 대가로 등록비를 아내가 내주었습니다. 참고로 저희는 부부 독립경제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다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교대학 첫 수업이 있는 날에 갑자기 노래도 부르고 삼배를 하라고 해서 얼떨결에 따라는 했지만, 많이 당황했습니다. 개인숭배 같고 사이비 종교 같은 느낌도 들어서 끝까지 다닐 수 있을까 고민도 했습니다.

하지만 입학하기 전의 다짐을 되새기며 불편한 마음속에서도 적극적인 수행 연습과 진솔한 나누기를 하였습니다. 또한 반야심경이 핵심경전이라 하기에 무조건 외웠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초기에 반야심경을 외운 것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도반들과 모둠 나누기
▲ 도반들과 모둠 나누기

변화가 찾아오다

첫 번째 변화는 4월 중순에 찾아왔습니다. 저의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집착이 아주 강한 분입니다. 특히 저에게는 유독 집착이 심해서 매일 전화로 목소리를 들려드려야 했습니다. 제가 어릴 적에 어머니는 점쟁이들이 저에게만 의지하며 살면 된다고 말했다는 얘기를 자주 하셨습니다. 저도 결혼하면 당연히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어머니의 집착하는 성격이 항상 마음에 걸렸고 저에게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제가 어머니를 가까운 동네에서 모시고 있지만, 꾹 참고 지내는 것이 너무 많고 이런 상태로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부부생활에 파탄이 올 정도로 서로가 참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어머니의 병적인 집착이 나를 괴롭게 하는 근원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정토불교대학 법문을 듣는 중에 고집멸도, 즉 모든 괴로움은 집착에서 생긴다는 말이 너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그런데 집착은 집착인데 남이 아닌 나의 집착이라고 하는 데서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제가 어머니에게 집착하고 있었다고는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머니에게 집착이 있기 때문에 괴로움이 생긴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왜 집착이 생겼는지는 여전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두북봉사에서 도반들과 함께 최석환 님(맨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
▲ 두북봉사에서 도반들과 함께 최석환 님(맨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

나를 두드린 울림

저의 아버지는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습니다. 처음에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지만, 그로 인해 홀로 된 어머니가 매우 고생하시는 것을 보면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하는 마음이 쌓였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자살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무책임하다고 생각했고 자살은 큰 죄악이라고 여기며 살았습니다.

결혼을 하고 30대 중반이 되었을 때도 여전히 저에게 아버지의 자살은 남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습니다. 그러던 제게, 제가 개인적으로 존경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는 충격이었습니다. 자살은 무책임한 사람만이 하는 아주 나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생각이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왜 자살을 했을까'에 대한 답을 구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깨달은 것은 '정상적인 사람은 자살을 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에 괴로움이 쌓이고 이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하면 우울증에 걸리고 이 우울증이 지속되면 자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이제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미안함으로 바뀌고 다시, 어머니에게 잘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어머니가 저를 가장 좋아하고 의지하기 때문에 제가 당연히 어머니를 모셔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이 제가 어머니에게 집착하게 된 원인인 것 같습니다.

불교대학 졸업 갈무리에서 발표 중인 최석환 님
▲ 불교대학 졸업 갈무리에서 발표 중인 최석환 님

모든 괴로움의 원천은 나 자신에 대한 집착

〈깨달음의 장〉에 다녀왔습니다. 수련 하는 동안 온전히 저만을 위한 시간이었고 저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가족마저 내려놓을 수 있었지만 저 자신과 분리할 수 없었던 천직이라 생각한 일은 차마 내려놓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일에 대한 저의 허상일 뿐이고 집착임을 깨닫고 나서야 비로소 한없이 가볍고 평온한 저를 발견하였고, 저는 정토회와 끝사랑을 하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오니 여전히 번뇌가 자주 생기는 병아리 수행자 수준이었습니다. 다행히 정토회 다니기 전에도 매일 반복하는 것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다주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직 꾸준한 아침수행만이 제 삶을 보석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9-10차에 입재하여 9차 천일결사 회향식까지 매일 정각 5시에 수행을 하였습니다. 수행은 물론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침수행으로 시작하는 하루

아침수행을 꾸준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아침수행을 하기 힘든 상황을 겪어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지리산 대피소에서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수행했던 일, 10월 말에 장인·장모님과 여행을 가서 6인실 게스트하우스 방안에서 수행했던 일, 4박 5일 동안 비즈니스호텔 2인실에서 기독교인 직원이 자는 방에서 아침 수행을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집에서 하는 아침수행은 편안하게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꾸준하게 아침수행으로 하루를 시작하자 어느 순간 모든 괴로움의 원천은 나 자신에 대한 집착에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나를 내려놓고 이웃에 도움이 되는 정토 수행자의 삶이 저에게는 진정한 행복임을 깨달았습니다.

졸업 갈무리에서 최석환 님
▲ 졸업 갈무리에서 최석환 님

병아리 수행자가 닭이 될 때까지

저는 여전히 병아리 수행자 수준입니다. 불교대학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고, 먼저 경전반에 입학하여 서두르지 않고 한걸음씩 한걸음씩 수행하는 행복한 수행자가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수행자로 만들어 준 여러 선배 도반들에게 감사드리고 지금까지 같이 살아주고 있는 아내에게 큰 고마움을 느낍니다.


글_최석환 님(울산정토회 울산법당)
정리_고채인 희망리포터(울산정토회 울산법당)
편집_방현주(부산울산지부)

전체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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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찬

최석환 거사님 같은 모둠도반으로써 존경합니다. 늘 모범이 되어 주시는 거사님을 따라 저도 작은 발자국이지만 한발한발 걸어봅니다. 경전반에서도 잘 이끌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20-01-20 23:18:25

이옥희

역쉬 정토 수행자 이십니다
멋지시네요~~^^

2020-01-18 21:47:01

김영태

8월 무더위가 한참일때 깨장회향인 일상에서 깨어있기 수련을 위해 점촌에서 버스타고 수련원가는 중 버스에오르는 거사님을 보고 아 같은 울산법당 불대 도반님인걸 알고 반갑게 인사 나눈것이 거사님과 저와의 인연이였죠 백일출가로 떠나느라 거사님과의 같이하는 시간이 없어 서운했는데 같은 도반으로 수행자로 이렇게라도 보니 반갑고 즣습니다 화이팅 하세요 ~~^^

2020-01-17 12: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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