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실천

환경
생활 속 생태적인 삶을 실천하는 에코붓다이야기

쓰레기 발생량이 높았던 법당들이 하나둘 청정법당으로 거듭나기까지. 법당 환경실천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과 쓰레기 제로운동을 확산하는데 크게 기여한 수행자가 있습니다. 정토행자를 대표해 환경상을 수상한 한명수 님의 이야기입니다.

인천경기서부 환경담당자 한명수 님
▲ 인천경기서부 환경담당자 한명수 님

저는 89학번으로 대학 다닐 때 불교학생회 동아리에서 학생운동을 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여성학을 공부하면서 인간에 대한 탐구를 다시 한 번 제대로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실천적 불교사상〉강좌 포스터를 보고 여기가 제가 찾던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때가 1994년입니다. 그 전에 운동하면서 가졌던 물음표들을 여기서 풀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춘기소녀들을 위한 면생리대 천연염색(왼쪽에서 세번째 한명수 님)
▲ 사춘기소녀들을 위한 면생리대 천연염색(왼쪽에서 세번째 한명수 님)

별거 아닌 내가 죽을 때까지 쓰레기는 참 많이 양산하고 많은 죄를 짓고 가겠구나

불교에서는 사람만이 아니라, 자연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평등하게 보는 관점이 정말 시원하고 좋았습니다. 사람과 자연이 연결되어 있고, 사람이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고, 친환경적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수행하기 전에는 제가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했고, ‘대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더라구요. 그런데 수행을 해보니, ‘나는 그냥 내가 지어낸 생각 속에서 이러쿵 저러쿵 하면서 살아가는 별거 아닌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별거 아닌 내가 죽을 때까지 쓰레기는 참 많이 양산하고 많은 죄를 짓고 가겠구나. 죽을 때까지 죄를 조금이라도 덜 지어야지. 쓰레기를 덜 만들어야지.’라는 쪽으로 삶의 방향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에코붓다《우리가족 환경이야기》
▲ 에코붓다《우리가족 환경이야기》

‘빈그릇’ 운동의 시작

97년에는 직장 다니면서 기도대중으로 입재해서 9개월 이상 법당에 살아보기도 하고, 다음에 또 쭉 청년회 활동을 했어요.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직장을 내려놓고 정토회 상근활동과 행자생활을 했습니다. 중앙사무처 청년회와 한국불교환경교육원(현 에코붓다), 기획실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이 때가 에코붓다에서 ‘빈그릇’ 운동이 시작되고, 가족환경실천단을 모집해서 쓰레기제로운동의 실천과 조사연구 사업을 펼치면서 대안을 만들어내던 시기입니다.

《우리가족 환경이야기》, 《지렁이 퇴비화 보고서》 등의 귀한 책들이 나올 수 있었언 것은, 그만큼 실천과 실험을 힘 있게 해내었기 때문이지요. 일반사람들이 환경실천을 하면 어떤 실천항목을 가지고 어느 정도 실천할 수 있는지 실험을 해보며 모델을 만들어내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런 여러 가지 실천, 실험을 거쳐 현재의 12가지 환경실천항목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이 많아, 야근해야 하는 날이 많았는데, 대중들 규칙이 밤 10시에는 사무실에서 나가야 하는 것이라, 그것 때문에 힘들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무아, 무소유, 무아집

정토회 활동을 꾸준하게 하게 된 이유는, 처음에는 제 지향과 완전히 딱 맞아서였습니다. '인간은 연기된 존재이다. 소유는 허상이고 자기한테 인연이 되어서 온 물질이나 명예일 뿐이다. 무소유가 존재의 기본적인 존재방식이다. 그런데 우리는 전도몽상과 업식에 묶여 그걸 잊어버리고 산다. 그 본성을 회복해가는 게 내가 살면서 해야 될 일이다‘라는 생각에 합일되어 있었습니다. ‘운동에 있어서도 그런 올바른 세계관, 깨달음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모래 위에 성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꼭 정토회 내에서 활동을 해야만 그런 걸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정토회에 계속 붙어 있는 이유는,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려운데, 인연인 것 같기도 하고, 제 수준에는 정토회에 붙어 있는 것이 도움이 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인천경기서부지부 환경담당 회의사진
▲ 인천경기서부지부 환경담당 회의사진

각 법당의 실천 사례가 참 좋았습니다.

인천경기서부지부 전체 법당이 쓰레기 성상조사를 잘 하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이 일을 매일 매일 잘 꾸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환경실천정진인 것 같습니다. 이 일은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법당이 먼저 자기 자신을 잘 알기 위해 해야 하는, 법당환경실천의 바탕과 뿌리가 되는 일입니다.
이렇게 해서, 총 17개 법당 중 음식물쓰레기 배출제로가 안착된 곳이 7곳, 완전히 안착되지는 않았지만, 자주 제로를 기록하는 곳이 4곳, 이렇게 총 11곳 정도가 음식물쓰레기를 거의 배출하지 않고 있습니다. 퇴비함은 작년부터 많이 늘어, 총 15개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고, 텃밭도 9개 지역에서 가꾸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인천경기서부지부 음식물 쓰레기배출량 평균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편입니다.

또, 환경학교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내마음의 푸른마당’이나 교실 공지, 환경소식지 제작, SNS 등을 통해, 법당에서 도반들과 환경문제를 공유하고, 논의하며, 실천하는 다양한 사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의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모둠별 교실별 카톡방에서 주기적으로 5분 이내의 환경영상이나 기사를 올리고, 이에 대한 나누기를 올리도록 했던 사례가 좋았습니다. 이 사례가 미니워크숍에서 공유된 후, 여러 법당에서 이를 따라 배우기도 해서, 지금은 그 운영방법도 조금씩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또, 교실별 환경담당의 역할도 모범적으로 안착되어 가고 있는 곳이 여러 곳 나왔습니다. 다른 법당들이 따라 배우기 좋을 것 같습니다.

환경실천, 안으로는 더 단단히, 밖으로는 더 널리

그간 환경상품 판매가 크게 활성화 되지 않았었는데, 안양과 인천을 비롯한 몇몇 법당에서 효율적으로 관리·홍보하여 환경상품을 활발히 사용하고 있는 사례를 보고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나비장터는 모든 지역에서 진행했지만, 광명에서는 한 발 나아가, 시와 연계한 행사에서 ‘에코붓다 녹색장터’를 연간 5회 정도 개최하며, 환경상품 보급과 환경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환경실천을 내부에서만 하지 않고, 밖으로, 환경캠페인으로 펼쳐내면, 내부의 환경실천은 더 단단해지고, 밖으로도 확산할 수 있게 되어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

미니워크숍 중 모둠활동
▲ 미니워크숍 중 모둠활동

제가 한 것은 우리 환경팀 회의를 좀 재미있게 꾸린 것이에요

처음엔 제가 환경상을 받은 것이 불편했습니다. 그러다가 “이 상은 나에게 준 것이 아니라, 인천경기서부지부 도반들을 대신해서 받은 것이다. 인천경기서부 각 지역에서 좋은 사례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리를 하고나니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제가 한 것은 환경팀 회의를 좀 재미있게 꾸린 것입니다. 각 지역의 환경 담당들이 잘 안 세워진 경우도 있고, 역할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는데 환경담당을 세울 수 있도록 독려하면서 회의와 미니워크숍을 꾸렸습니다.

회의만 하면 환경 담당들조차도 쓰레기 성상조사를 왜 하는지 이해가 부족할 수 있는데, 미니 워크숍을 통해, 교육도 하고 환경영상도 보고 사례를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사례가 될 만한 법당에 미리 요청해서 발표를 하도록 했습니다.

한 번은 '법당별로 '집중실천과제'를 운영해 도반들에게 꾸준한 자극을 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으니, 일산과 강화 등지에서는 바로 과제로 받아서 꾸준하게 진행하였습니다. 이러한 법당들의 실천들이 법당 환경실천 개선에 많은 기여를 한 것 같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실천방법들을 가볍게 내놓았을 뿐인데, 지역에서 그것을 받아 법당의 실천사례들로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참 놀랍고 감사했습니다.

환경학교 나비장터에서(맨 앞 법복입은 한명수 님)
▲ 환경학교 나비장터에서(맨 앞 법복입은 한명수 님)

환경활동은 나 자신을 보는 것에서부터

또, 이 모든 활동은, 자신의 환경실천을 돌아보는데서 시작했습니다. 자기를 일단 돌아보고, 나누고, 그렇다면 법당에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런 식으로 나아갔습니다. 자신을 인정하고,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실질적인 실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환경활동은 이렇게 해야, 힘도 나고 재미도 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안하면, 환경실천은 자칫 무겁거나 허공을 맴도는 얘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단순 소박한 삶, 친환경적인 삶의 행복, 가벼워진 마음

지부 환경담당을 맡고 환경학교를 하게 되면서 다시 환경실천의 고삐를 바짝 잡게 되니, ‘단순 소박한 삶, 친환경적인 삶의 행복, 가벼워진 마음’을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행복을 잊지 않고 환경실천을 계속 이어가면서, 이것을 확산하는 것이 제가 맡은 소임입니다. 지역에서 본래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잘 펼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당위로 하면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정토회 대중들이 이런 환경실천에 대한 깨달음을 갖고, 또 실천의 기쁨을 맛보아서 지속할 수 있게 지원하고 싶습니다. 사회적 확산을 위해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과제입니다.

2018년 활동가 환경워크숍
▲ 2018년 활동가 환경워크숍


사회 어딘가에 흐르고 있을 맑은 물을 찾으셨다는 한명수 님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수행자의 맑은 향기가 느껴졌습니다. 환경실천은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을 지키고 우리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소중한 것임을 깨닫습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실천해서 ‘깨끗한 땅’을 만들어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물려주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깁니다. 환경실천은 매순간 자신에게 깨어있어야 하는 ‘조고각하照顧脚下(자기 발 아래를 살피는 것)’와 같다는 에코붓다 한명수 님의 말을 새기며 오늘도 깨어있겠습니다.

인터뷰 및 초고작성_박세영 님(안양정토회 안양법당)
속기_안순애 님(인천정토회 부평법당)
녹취_박상미 님(일산정토회 파주법당)
사진_박난영 님(부천정토회 광명법당)
편집_고영훈(인천경기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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