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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대학 홍보가 한창인 요즘, 이 글을 소개하게 된 것이 참 절묘합니다. 오프라인에서 종이 전단을 나누어 주거나, 현수막을 게시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 정유리 님처럼, 이 글을 쓰는 편집자 역시도 오프라인 홍보 활동에서 인연이 닿았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면, 추운 날씨와 일상의 많은 장애물을 극복하고 다시 현장으로 나가 홍보할 힘이 생기기도 합니다. 세상 밖으로 나가지 않던 정유리 님이 정토회를 만나 활기차게 살아가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우리가 전법 활동을 하는 이유가 됩니다.
2022년 봄, 제 삶의 전부였던 어머니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자 어떻게 삶을 살아내야 할지 두려움과 슬픔에 빠져 하루하루 버티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때 문득 어머니가 생전에 매일 새벽 작은 절에서 기도하고, 경전 공부도 꾸준히 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어머니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었으나 불교를 전혀 모르는 상황이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었습니다. 2023년 봄 어느 날, 출근길 버스 안에서 매일 지나치든 일상적인 풍경 속에서 옥외 현수막이 문득 눈에 들어왔습니다. 2023년도 3월 정토불교대학 모집 현수막이었습니다. 저는 그 현수막을 사진을 찍어놓았고, 며칠 후 거리에서 봉사자분들이 건네는 정토불교대학 홍보 전단을 받았습니다. 이때 마음속으로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 엄마가 주신 선물이구나!’ 저는 반갑게 홍보 전단을 받았고, 길이 보이지 않던 저에게 법륜 스님의 가르침은 한 줄기 빛처럼 느껴졌습니다.

예전에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바로 슬픔이 차오르면서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고, 견디기 버거운 아픔이라 어머니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활동 초반에는 108배 정진을 할 때마다 눈물이 뚝뚝 떨어져 방석이 흥건해지기 일쑤였고, 문득문득 어머니 생각으로 슬픔에 빠지는 일이 허다하였습니다. 하지만 수행을 해나가며 이렇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는 건 잘 길러주신 사랑에 대한 배신이라는 생각이 들어, 어머니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자신을 더 이해하고 받아들였습니다. 기댈 곳 없던 저의 마음속 어린아이가 아픔과 힘듦을 알아달라고 떼를 쓰는 것 같았는데, 그 아픔을 다른 이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알아주고 토닥여주니 어린아이는 점차 희미해졌습니다. 이후로 더욱 정진에 매진했고,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돕는이 소임을 할 때 아픔을 감추기보다 솔직하게 드러내고자 하는 마음으로 진솔하게 나누기했습니다. 학생 도반들도 점차 마음을 열고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편히 나누면서 서로 치유되는 것 같았습니다. 당시, 제 이야기를 듣던 한 도반이 놀란 표정으로 “유리 님은 원래 눈물이 없는 편이신가요?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어떻게 눈물 한 방울 안 흘릴 수 있어요? 내면이 단단하신 분 같아요.”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는 “어린 시절에는 ‘툭’ 치기만 해도 눈물이 날 정도로 소심한 아이였습니다. 그리고 불교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나누기를 하며 눈물을 보여 도반들을 곤란하게 한 건 아닌지 걱정할 정도였어요. 법륜 스님의 가르침은 그런 저에게 세상 보는 눈을 다르게 바꿔주었습니다. 이제는 괴로움이 일어나도 참고 억누르기보다 ‘내가 또 생각에 사로잡혔구나. 집착하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니까 마냥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그때 공감의 눈빛으로 저를 보던 그 도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저는 학창 시절부터 인간관계에 회의감이 컸고,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낼 수 있을지 항상 고민했습니다. 제가 진심으로 다가가면 상대방은 저를 이용하려 하거나 저의 뒤통수를 치는 경우가 허다하였고, 저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맞추기만 했습니다. 저도 원하는 것이 있었지만 그걸 말하면 상대가 기분 나빠할까 봐 그 사람 의견에 따르는 척하며 끌려다녔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저를 편하게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한테는 조금 무례하게 행동해도 다 받아줄 거라고 여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가 무조건 수용하고 호의를 베푸는 것이 꼭 좋은 관계로 가는 길은 아니구나’ 생각했습니다. 억지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너무 힘들게 느껴질 때는 용기 내어 끊는 연습도 하였습니다. 인간관계를 무 자르듯이 싹둑 자르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저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얼마 전에는 그룹장 소임을 맡으면서 인간관계를 맺는 것에 두려움이 느껴져 물러서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모둠장에게 제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했더니 따뜻한 마음으로 저를 달래주면서 다시 한번 해보자고 용기를 주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저도 모르게 가면을 쓰고 포장하려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는데, 정토회에서는 내가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편안하게 보여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도반들과 진솔한 관계를 맺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럼에도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만들어져서 좋습니다.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는 여전히 제 마음속 어린아이가 나타나서 두렵고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두려움과 마주하면서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이해하는 연습을 조금씩 해보고 있습니다.

저는 장녀로 태어나 부모님께 많은 사랑을 받으며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랐습니다. 고집이 세고 의존적인 성향이 강해서 삶에 어려움이 닥치거나 벽에 부딪혔을 때 뛰어넘으려 하지 않고 숨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사회생활에서 냉정한 현실에 부딪혀 적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정토회를 만나기 전, 현재 다니는 직장을 당장 때려치우고 싶을 만큼 동료와 갈등이 심했습니다. 내가 옳고 상대는 그르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혼자 일을 처리하려고 했습니다. 나이 차이가 많은 동료는 가치관이 달랐고, 이해되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정토회를 만나 꾸준히 수행 연습을 하면서, 그분은 그런 환경에서 자랐고 나와 다른 문화를 접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했다는 것을 온전히 이해했습니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동료 덕분에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을 ‘탁’ 깨치는 순간 고마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사이가 돈독해졌고, 동료 덕분에 승진도 했습니다.
8차 전법교육 과정을 수료하고 2025년 3월 불교대학 진행자 소임을 맡았습니다. 최근에는 경상모둠 울산그룹 그룹장 소임도 겸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초반에는 직장 일과 정토회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습니다. 일을 맡으면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컸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컸습니다. 늘 완벽하게 하고 싶었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아 자신을 힘들게 했습니다. 하지만 초반의 우려와 다르게, 정토회는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여 계획성 있게 하루하루를 살게 해주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직장 생활에도 좋은 영향을 주어 이제는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의 의견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각자의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어 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저와 갈등이 있던 동료는 오히려 저의 수행 대상이 되어 스스로 질문하며 깊이 성찰할 기회가 되었습니다. 상대와 내가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타인의 모습을 바꾸려고 하기보다 내가 먼저 변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정토회 봉사는 내가 선택한 것이며, 남을 위하는 것 같지만 곧 나를 위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기에 안 된다며 물러서는 마음이 들 때마다 애정과 도움을 주신 선배 도반을 생각하며, 현재에 오롯이 깨어 하루하루를 새날처럼 지냅니다.
정토회 활동 없이 개인 수행을 했다면 이런 변화는 없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정토회 활동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고, 앞으로 삶이 더 편안하고 윤택해지리라 생각합니다. 전법활동가 교육에 너무 부담 갖지 말고,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냥 가볍게 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가족들은 제가 정토회 활동을 시작할 때 어떻게든 극복하려는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다행이란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일-집-일-집을 반복하며 세상 밖으로 나가지 않던 제가 정토회 일정으로 집을 나서면서 전에 없던 설렘과 미소를 보였다고 합니다. 직장 휴가도 대부분 의무적으로 소진하기 위해 낼 만큼 개인 시간이 딱히 없고 취미도 없던 제가 정토회 일정으로 즐겁게 휴가를 내고 쉼의 시간을 가지면서 현재 삶을 윤택하게 가꿀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정토회의 일정은 저에게 일이 아닌, 재충전의 귀한 시간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롯이 집중하여 온전한 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휴식처랄까요. 가족들은 저의 활동을 존중하고, 지지해 주었습니다. 제일 마음에 와닿았던 일은 정토회 활동을 한 지 2년 정도 되었을 때 여동생이 “언니, 정말 예전과 다르게 변해가는 게 눈에 보여. 언니가 편안해 보이니 나도 행복해”라고 했던 일입니다. 제가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이었기에 그 말을 듣자마자 눈물이 났습니다. 정토회를 만난 건 큰 행운이며 제 삶의 전환점이 되어 너무 행복했지만, 하나뿐인 여동생을 생각하면 ‘정토회를 만나 나 혼자 살고자 도망쳐 온 건 아닌가. 힘들어하는 동생은 내버려두고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죄책감이 든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좋다고 강요할 순 없기에 언젠가는 동생도 꼭 부처님 법을 만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도하고, 응원합니다. 그런 동생이 먼저 따뜻한 진심을 보여줘서 너무나 감동이었고, 고마웠습니다.
이때 깨달았습니다. 나 혼자 살고자 도망친 게 아니고 결국 내가 행복해야 주변 사람들도 덩달아 행복해진다는 것을요. 무엇보다 보람차고 행복한 일은 사랑하는 여동생이 올해 불교대학에 입학한 것입니다. 동생이 불편해할까 봐 쉽사리 권하거나 강요할 수 없었는데, 이번 3월 불교대학에 신청하는 것을 보며 큰 울림을 받았습니다. 아직 불법을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하루빨리 부처님 법을 만나 모두 행복한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경전대학 과정이 마무리 되어갈 무렵, 감사하게도 불교대학 돕는이 소임을 할 기회가 주어졌고, 제가 받은 은혜를 갚고 싶다는 생각에 8차 전법교육 과정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졸업 후 1년 동안 전법교육과 학사과정에 몰두하며 지냈습니다. 전법교육을 받을 당시, 모둠장님 인터뷰 내용 중 기억에 남는 답변이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봉사는 결국 내 삶의 가치관을 행복으로 설정하여 우리 모두 함께 괴로움이 없는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미래에 어떠한 소임을 제안받아 정토회와 도반들을 믿고 한번 해보겠다는 마음을 낸다면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며,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라고 한 말씀입니다. 사회에서 일하며 얻는 성과나 기쁨도 물론 좋지만, 정토회 활동을 하며 잘 쓰이는 기쁨이 더욱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스님 말씀처럼 자기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꾸준히 수행하는 것만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자이크 붓다의 마음으로 함께하는 도반님들의 힘을 믿고 더불어 살아가는 길에 기꺼이 동행하겠습니다.
수행을 이어가는 지금도 문득 예전과 같이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거나 현재에 깨어 있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과거에 집착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며 삶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지 않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지금, 여기, 현재에 깨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꾸준히 수행할 것입니다. 수행자로 살아갈 수 있기까지 많은 인연의 노고와 도움, 벅찬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엄마가 주신 소중한 선물을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는 행복한 삶을 살겠습니다.
글_정유리(청년특별지부)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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