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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수련 소감문은 참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명상수련의 특성상 움직임이 거의 없기에, 수련자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오로지 글로써 이해하고 따라갑니다. 특별한 에피소드가 없어 심심할 것 같지만, 글을 읽다 보면 마치 내가 수련자가 된 것처럼 몰입하게 되고, 세밀하게 마음의 변화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됩니다. 글로만 읽어도 이렇게 좋은데, 직접 참여하면 얼마나 더 좋을까요? 마침, 정토회 홈페이지에서 여름 명상 신청을 받고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저는 이번에 처음으로 ‘명상수련’에 참가했습니다. 친정어머니의 병세가 깊어진 이후로 오래 집을 비우는 수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명상수련이 필요한 시기라고 느껴져서 마음을 내었습니다.
둘째 날은 오전 내내 졸음으로 고꾸라졌습니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더 이상 명상은 어렵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그때 스님께서 수련생들이 제출한 ‘상태 보고서’를 공유해 주셨는데, 모두가 비슷한 상태라는 말씀에 웃음이 나면서 용기가 생겼습니다.
명상 중에 불현듯 다음 달부터 해야 할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물꼬가 트이자 생각이 마치 쓰나미처럼 몰려왔습니다. 생각이 넘치고 넘쳐서 그만 생각의 바닷속으로 꼬르륵 가라앉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직장 일을 시작으로 불교대학 홍보를 어떻게 해야 할지까지 혼자서 머릿속으로 작전을 짰다 허물기를 반복했습니다. 편하게 쉬기만 하면 된다는데, ‘내가 이렇게까지 쉬지 못하는 사람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 생각에서 벗어나서 막상 코끝에 집중해도 불안감으로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쉬어도 된다, 쉬어도 된다’를 명심문 삼아서 열심히 되새겼습니다. 어느새 두근거림이 사라지고 호흡이 들고 나는 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셋째 날 오전, 창밖의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명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이는 울고 부모가 혼내는 듯한 상황인데 외국어인지 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 같은 남자가 강압적으로 아이를 몰아붙이는 느낌이었고 아이는 소리 내어 울고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남자의 언성이 높아지는가 싶더니 말리던 여성이 비명을 질렀습니다. 일어나서 내다봐야 하나,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망설이던 차에 상황이 정리된 듯 조용해졌습니다.
그 순간 멍해지는가 싶더니 과거의 한 지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창밖의 남자처럼 제가 아이를 몰아붙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를 향한 혐오감이 강하게 일었습니다.
전날 법문에서 “감각에서 비롯된 느낌에서 멈추라”고 하신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느낌에서 멈추어라, 느낌에서 멈추어라’ 마음을 다잡으며 코끝에 집중했습니다. 다시 고요함이 찾아왔습니다. 상태 보고를 하고 답변을 받았는데, “되어가는 과정이니 ‘그렇구나’ 하고 다시 편안하게 연습합니다”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잘하고 있다고 위로와 칭찬을 받은 것 같아 감사했습니다.
넷째 날, 어제의 자기혐오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당시 아이에게 했던 제 행동과 그때의 감정이 재생되어 돌아가기를 반복했습니다. 코끝에서 숨이 느껴졌는데 가슴 아픈 감정도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또한 명상수련 동안 저와 함께 소임을 맡은 다른 도반들이 고생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 명 한 명에게 감사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갑자기 감정이 격해지면서, ‘내가 한때 잘못 살았어도 이제 정토회를 만나서 이만큼 살아가고 있으니 되었다, 이제 되었다’하는 감사한 마음에 그만 눈물이 터졌습니다. 꺼이꺼이 울다가, 다시 코끝에 집중하니 감각이 느껴졌고 이내 눈물이 잦아들어 평온해졌습니다. 상태 보고 후 받은 답변은 “지나간 생각은 물처럼 흘려보내고, 편안하고 한가하게 다만 지금, 여기, 나의 호흡에 집중합니다”였습니다. 다리가 아픈 것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지만, 내가 일으킨 한 생각에서 벗어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지나간 생각에 사로잡힐 때 코끝에 집중하다 보면 언젠가 저절로 사라지게 됨을 이제는 분명히 알겠습니다.
이번 명상수련에서 코끝에 집중하니 순간순간 올라오는 감정이 사르르 사라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몸으로 경험한 확신이 하나씩 쌓여가는 것 같아 신기합니다. 이러한 경험을 밑거름 삼아 앞으로 다가올 소임에 ‘예, 알겠습니다’ 하고 망설임 없이 말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준비해주시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써주신 운영진과 그리고 스님께 감사합니다.
글_정영주(경남지부)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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