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천안지회
마음 근력 키우기

현재 대전충청지부의 지원팀장 및 홍보 담당과 회의 지원 담당을 맡고 있는 김영은 님과의 인터뷰는 유쾌하고 또 감동적이었습니다. 우아하고 새침데기 피아노 선생님이었던 그는 삶의 허전함이 깃드는 사십 대 초반에 정토회를 만났습니다. 이후 마음 근력을 키워가며 ‘함께 행복한 삶’을 꿈꾸고 실천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아하게 잘 늙어가기 위한 마음공부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면서 여러 가지 취미 활동을 하는 등 특별히 걸릴 것이 없이 살았습니다. 하지만 삶에 절박함이 없는 상태에서 언젠가부터 허전한 마음이 들었고, 어떤 게 잘하는 건지, 어떤 게 좋은 삶인지 혼란스러웠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족하고 남부럽지 않은 삶을 추구했지만 무얼 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이 순간순간 올라왔습니다.

2016년 경전 대학 졸업식
▲ 2016년 경전 대학 졸업식

그러다가 마음공부를 하면 우아하게 잘 늙어갈 수 있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너무 궁금해 2014년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처음 불교대학을 다니면서는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쓰는 삶'에 대해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가 사는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상 같았습니다. 하지만 정토회에서 꾸준히 활동하면서 채울 수 없었던 허전함이 많이 사라졌고, 지금은 마음이 꽉 차고 따뜻한 순간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불편한 마음

저는 자식들에게 헌신적인 어머니와 착하고 고집 센 아버지의 밑에서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버지를 답답해했고, 아버지 또한 본인보다 급하고 똑똑한 아내를 버거워했습니다. 저는 〈깨달음의 장〉에 가서야 아버지에 대해 불편했던 마음이 어머니의 감정을 저의 감정으로 동일시해서였음을 알았습니다.

내향적인 아버지도 표현을 못 하셨을 뿐 어머니처럼 자식들을 소중히 여기셨는데 ‘아버지의 사랑을 알지 못했구나’ 싶었습니다. 아버지에게 참회 기도를 시작했고, 아버지를 미워했던 마음이 점차 가벼워졌습니다.

2016년 동북아 역사 기행
▲ 2016년 동북아 역사 기행

삼백 일 동안의 삼백 배 정진

제가 현재 정토회에서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이유는 활동하면 할수록 수행·보시·봉사로 마음이 채워지는 느낌, 혹은 채워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느낌이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닙니다.

2017년 강연회 행복학교 부스
▲ 2017년 강연회 행복학교 부스

특히 2016년 행복학교의 초창기 구성원으로 봉사했을 때는 함께 하는 도반들이 적어 외롭고 힘들기도 했습니다. 행복학교가 처음 시행되던 시기라 마치 보따리 장사처럼 여기저기 활로를 모색하며 개척해 나가던 때였습니다. 아쉬운 소리 잘 못 하던 저는 도반들에게 손 내밀지 못한 채 혼자 끙끙 앓았습니다.

그렇게 2년여를 보낸 후 실패했다는 생각과 함께 정토회를 그만둘까 했는데, "기도하면서 다시 생각해 보라"라는 친구의 권유에 삼백 일 동안 삼백 배 정진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엉켜진 실타래가 풀려나가듯 마음의 번뇌도 서서히 줄어들었고, 다시 정토회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2019년은 제게 정진의 힘을 강하게 깨닫던 해이자 재발심의 해였습니다.

내가 다 알아서 하면 되지

그 과정을 통해 알게 된 제 업식이 있습니다. 통일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던 때, 사람이 부족해 힘들고 외롭다고 느끼면서도 먼저 다가가 도반들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고 그냥 알아서 하려는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부탁하기 싫어하고 아쉬운 소리 하기보다 혼자 하려는 성향이 제게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 ‘일을 나로 삼는’ 경향이나, 어떤 일을 열심히 하다가도 정말 안 되겠다 싶으면 탁 놓아버리는 오랜 습관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2025년 죽림정사 부처님 오신 날
▲ 2025년 죽림정사 부처님 오신 날

지금은 여러 가지 중복 소임을 맡고 있는 가운데 그런 제 모습을 알아차리면서 받아들입니다. 또 함께 하는 도반들의 의사를 묻고 부탁해 가면서 가볍게 해나가고 있습니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또 상대와 의견이 다를 때도 편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해나갈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이 정토회입니다. 정토회에서 배운 의사소통 기술과 역량을 현재 직장에서도 잘 쓰고 있습니다.

또 어느 순간 ‘내 마음에 우월의식과 열등의식이 있구나, 그래서 나 자신을 힘들게 했구나’ 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마음공부라는 말에 혹해 정토회에 발을 들였을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제 밑 마음이었습니다. "들뜬 마음이나 가라앉는 마음이나 다 불안감에 뿌리를 두고 있다"라는 법사님 말씀도 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아무 문제가 없음을 아는 정토 행자, 인연에 수순하는 수행자의 자세를 새롭게 확인합니다.

2023년 천안지회의 날(왼쪽이 김영은 님)
▲ 2023년 천안지회의 날(왼쪽이 김영은 님)

더불어 행복한 삶으로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되는 점은 ‘더불어 행복한 삶’에 가치를 두고 그 삶을 향해 나아가는 저의 자세입니다. 정토회에 오기 전 피아노 교습을 할 때는 혼자서 연습하고 혼자서 잘 가르치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토회의 많은 일은 혼자서는 할 수 없으며, 행복학교나 경전대학 담당, 지회 지원 담당, 지부 지원 팀장과 지부 담당의 소임을 통해 남과 더불어 사는 삶의 기쁨과 보람을 확인합니다.

지회 지원 담당을 하면서 연탄 지원이나 영양꾸러미 지원 가정을 발굴하려 애썼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내가 왜 이러지?’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소외된 주변의 이웃들을 도와주는 데서 뿌듯함과 보람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그동안 내가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둘러보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음을 알았습니다.

단단해지는 마음의 근육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마음의 근육이 생긴 게 가장 뿌듯하고 보람된 점입니다. 싫은 소리나 아쉬운 소리를 들어도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넘길 수 있습니다. 또 상대방과 다른 의견을 편안한 마음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세속적인 욕망이나 헛된 두려움을 부추기는 세상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정토회 활동에 마음 중심을 두고 사는 지금 삶이 좋습니다. 수행·보시·봉사라는 단순하지만, 의미 있는 삶입니다. 아무 문제 없습니다. 저는 제 인생의 주인입니다.

2016년 인도 성지순례
▲ 2016년 인도 성지순례


김영은 님이 또렷한 목소리로 차근차근 풀어주시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러 가지 꽃들이 모여 하나의 화단을 이룬다’라는 <정토행자의 서원>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특별한 인생의 굴곡이 없어 보이더라도 우리는 모두 햇빛과 바람에 피고 지는 마음의 꽃을 지닌 존재들이구나 싶었습니다. 김영은 님의 꾸준한 정진과 기쁜 봉사에서 모자이크 붓다의 힘이 느껴집니다. 그 모습이 아름답고 감사합니다.

글_이혜수 희망리포터(서제지부 성동지회)
편집_윤정환(인천경기서부지부 안양지회)

전체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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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황연주

잘 들었습니다.
그런 분이셨군요.
글을 읽다보니
자신을 찾는다는 말이 떠올랐어요
앞으로를 응원합니다.
저와는 다른^^

2025-06-05 22:38:19

고원향

고맙습니다. 도반님~~~

2025-06-05 15:18:48

정 명

소박하지만 충만한 삶
김영은님 통해 다시 한번 마음을 다져봅니다

2025-06-05 07: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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