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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회 정연숙 님은 실천 활동 담당으로 항상 누군가에게 늘 부탁하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이번 인터뷰 제의를 거절하지 않고 마음을 내었다고 합니다. 정토회 와서 크게 한 일도 없는데 이렇게 인생 편하게 사는 것만 해도 감사하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2012년 어느 날 당시 향후 진로와 인생 고민을 하던 대학교 3학년 아들이 법륜스님의 행복 강의를 듣고 저에게 유튜브 영상을 보내주었습니다. 그 내용은 가정사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저의 첫 반응은 ‘이게 말이 된다고?’ 였습니다. 그러다가 계속 듣다 보니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러던 차에 아들이 〈명상 수련〉에 간다고 30만 원만 빌려 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속으로는 ‘가봐라, 한 이틀 있다 오겠지. 명상이라는 거는 수준 높은 사람이 하는 건데 네가 무슨 명상이고?’ 했습니다. 그런데 〈명상 수련〉에 다녀온 아들이 이번에는 〈깨달음의 장1〉을 가고 싶어 했습니다. 명상 수련을 마치고 차를 얻어 타고 돌아오던 중, 〈깨달음의 장〉에 다녀온 사람이 "새로 태어났다"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아들은 저에게 함께 가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2012년 12월 초, 60만 원으로 4박 5일을 아들과 함께 여행한다 생각하고 보따리를 싸서 갔습니다. 근데 정작 아들과는 윗동네 아랫동네 따로 떨어졌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이렇게 〈깨달음의 장〉부터 시작한 저는 얼마나 세게 맞았는지 갔다 와서 며칠을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친한 친구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몹시 궁금해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원래 그 친구랑은 미주알고주알 다 얘기하는 사이인데, 무척 섭섭해했습니다.
여운이 계속 남은 상태에서 그달 말에 친구와 법륜스님 강연을 들으러 갔고, 그 이후에 법당도 같이 나갔습니다. 불교대학도 저랑 친구, 아들이 함께 다녔습니다. 그렇게 충격으로 시작한 불교 공부도 어느 정도 지나니까 이만큼 배웠으면 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만두려고 할 때 아들은 “엄마 보살, 엄마 보살 같이 갑시다” 하며 친구 도반과 함께 저를 이끌어주어 경전대학까지 마쳤습니다.
경전대학을 마치고 소임을 안 맡으려다가 누군가의 도움으로 경전대학 졸업까지 했으니 저도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조금은 봉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딱 6개월만 하기로 하고 경전대학 담당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학생으로 경전대학은 졸면서 억지로 다녔는데, 담당하면서 들은 법문은 너무 귀에 쏙쏙 들어오고 좋았습니다. 나중에는 '6개월만 하고 그만두라고 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1년 경전대학 담당을 마치고, 이어서 불교대학 담당하기를 계속 반복하다 보니, 면면히 이어지는 불법이 저에게 와 닿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있습니다.
내 가정, 내 자식이 최고이고 내가 하는 일은 다 옳으니, 식구들은 다 나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비가 와서 아이들이 우산을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오후에 비가 안 온다니 안 가져가도 돼요”라고 아이들이 얘기해도 무조건 가져가게 했습니다. ‘너희들은 아직 잘 몰라, 엄마 말이 맞아’라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딸은 엄마가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안돼” 였다고 합니다. 전 가정적이고 화도 안 내는 엄마라고 생각했는데 아들은 엄마한테 많이 맞았다고 합니다. '착한 나'라는 틀 속에 남편과 아이들을 얽매었고, 그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차츰 알았습니다.
친정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많았습니다. 엄마가 중풍으로 쓰러졌는데, 아버지의 안 좋은 성질 때문에 그렇게 된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고 그런 엄마 흉을 보는 아버지가 싫었습니다. 아버지는 가해자, 엄마는 피해자라고 생각했습니다. 108배 수행을 계속하는 어느 날, ‘아버지는 엄마가 수족을 못 쓰고 말을 못 해 대화도 안 되니 나를 붙잡고 대화하려고 했구나, 그런데 나는 엄마 편이니까 아버지 말을 잔소리로 생각하고 건성으로 들었구나’라는 돌아봄이 있었습니다. 또한, 그렇게 착하고 천사 같은 엄마가 정말 고집이 세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이렇게 틀과 상이 하나씩 깨져 나갔습니다.
여러 수련과 봉사, 수행을 통해 차츰 저를 돌아보게 됐지만, 처음부터 제대로 기도한 건 아닙니다. 〈깨달음의 장〉을 다녀오고 9-7차 천일결사에 입재하면서 기도를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이삼일에 한 번, 퐁당퐁당 기도했습니다. 그러다가 매일 수행하게 된 건 7~8년 지나서였습니다.
얼마 전에 차량 접촉 사고가 일어났는데 병원을 안 갔습니다. 우리 가족도 모두 다 운전하고 있고, 크게 아프지 않으니 병원에 갈 필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혼자 살 수 없는 세상이라는 걸 다 알고 있고, 항상 이래도 감사하고 저래도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든 것을 다 감싸 안으면서, 특별히 올라오는 것도 없고, 바라는 마음도 별로 없으니, ‘이거는 운동이다. 108배는 전신 운동이다’ 생각하며 매일 하고 있습니다.
3녀 1남 중 맏딸로 태어나 여러 집안 대소사를 챙겼습니다. 예전에는 칭찬 듣고 싶어 하는 마음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같은 일을 해도 남에게 바라는 바 없이 오로지 나를 위해 한다는 생각으로 하니 마음이 편합니다. 장녀 역할을 하면서 몸에 밴 독단적 습관을 내려놓고, 정토회에서 배운 대로 의견을 물어보며 나누기하듯 하니 가족들도 다 좋아합니다.
이 법을 알고 있으니까 큰 싸움이 작게 되기도 하고, 아예 안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어머니는 경주에서 살고 계셨고 고향도 경주라서 이곳 화장장에 갔는데 주소지가 포항이라 안 된다고 했습니다. 화장장 직원들과 친척 어르신들 사이에 큰소리가 오가고 어머니 시신이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들어가서 그분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미안하다고 하면서 서류는 나중에 보완하기로 하고 무사히 장례를 마쳤던 일이 있습니다. '내가 옳다' 하고 시시비비만 주장하였다면 해결하지 못했을 일이었을 텐데 상대방을 이해하니 양쪽이 다 이익이 되었습니다.
제가 크게 한 일도 없는데, 정토회에 와서 인생 편하게 사는 것만 해도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정토회가 저한테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진짜 어디 가서 그런 좋은 말씀을 듣겠습니까? 예전에는 남편 덕에 편하게 살면서, 운동하고 맛있는 찻집 다니고, 수다 떨다 집에 와서 밥하고. 또 여성 산악회도 만들어 놀면서 그게 최고의 낙인 줄 알고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스님 법문을 듣고 ‘정말 쓸데없는 짓을 많이 하고 살았구나’ ‘그때 돈을 많이 버렸구나’ 했습니다.
지금은 어느 곳에서 어떤 봉사를 해도 여운이 남고 감사한 마음이 생깁니다. 얼마 전에 두북 어르신들 목욕을 시키고 왔는데, 정말 제 어머니 만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 어르신들은 또 저한테 고맙다고 인사를 얼마나 하시는지. 이렇게 나도 좋고 상대도 좋은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데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봉사도 주어지는 인연대로 ‘그냥 한다'라는 마음으로 합니다. 항상 큰 걸 준다는 걱정은 있지만, 분별하지 않고 그냥 가볍게 생각합니다. 되면 하고 안 되면 ‘못 하겠습니다’라고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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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터 준 물꼬로 친구, 딸, 동생, 올케, 조카까지 주변 사람들이 정토회원이 되었습니다. 엄마를 여기까지 오게 이끌어준 아들에게 감사하고 세상에서 제일 큰 효도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무지한 저를 깨우쳐주었으니깐요.
아직 가족과 물건에 대한 집착이 있습니다. 말로는 ‘가든 말든 네 인생 살아라.’ 하면서도, '어디 괜찮은 남자 없나?' 하며 딸의 결혼에 신경을 씁니다. 또 버려야 하는 프라이팬을 바로 버리지 못하고, 끝까지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버리기도 합니다. 그런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기도 합니다.
요즘 나이가 들면서 나잇값을 좀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좀 더 안다고 재촉하지 않고 기다릴 줄 아는 더 큰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제일 어려운 가족 전법을 한 정연숙 님은 본인이 직접 실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가족들에게 법이 스며들게 만든 분이었습니다. 어머니한테 하는 마음으로 어르신들 목욕시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는 말에서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봉사에 임해야 할지 배웠습니다.
글_채영지 희망리포터(서제지부 서초지회)
편집_윤정환(인천경기서부지부 안양지회)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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