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월간정토
한 수행자의 마음공부

부모님부터 은사님들까지 수많은 사람이 정토회와 인연이 닿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는 안효원 님은 참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직장 생활을 하며, 군 청년 전법 활동을 하며 그녀가 얻은 깨달음을 읽어내려 가보니 문득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떠올랐습니다. 적극적인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얻게 된 반짝이는 순간들을 잘 꿰어서 자신만의 귀한 보물을 만들어가는 청년의 멋지고 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눕니다.

나를 정토회로 이끌어준 고마운 분들

제가 정토회와 인연 닿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많은 분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법륜 스님의 유튜브 영상을 항상 시청하셔서 저도 따라서 접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해, 부처님 오신 날 부모님이 다니는 절에 함께 갔는데, 주지 스님이 법륜 스님의 『스님의 주례사』 책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아주 재미있게 읽고, 친구들에게 그 책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지도교수님은 호주에서 정토회 활동을 하셨는데, 저에게 항상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어 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정토회 회원이신 고등학교 은사님도 2~3년간 정토불교대학에 다녀보라고 카톡으로 전법을 꾸준히 하셨습니다. 은사님은 “내가 50대에 알게 된 것을 네가 30대에 알면 얼마나 좋겠냐. 속는 셈 치고 한번 해보라”고 말씀하셨고, 저는 2021년 가을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안효원 님
▲ 안효원 님

내가 틀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

정토회를 만나기 전, 정치적으로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분별심이 일어났습니다. 정의가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집회에 참석하지 않고 중립을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누군가는 정치인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추운데도 집회에 나가 노력했고, 그 결과 대통령 선거를 앞당겨 다시 투표할 기회가 생겼는데, 그것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상식적이지 않은 정치인들을 봐도 화가 났습니다. 직장 동료 팀원은 정치적으로 저와 의견이 달랐고, 종교를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무례하고 자기 이익되는 일만 할까?’ 이런 생각으로 불쾌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정토회를 만나고 어느 순간, 동료의 그 무례함이 우리 팀에게는 오히려 이익을 준 측면도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를 통해, 하나의 특성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고, 양면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분을 불편해했듯이, 그분도 제가 불편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참회하는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과거에는 당신이 틀렸고 내가 옳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는데, 지금은 ‘그 사람으로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내가 틀릴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 불교대학 학생이 된 동생과 함께(왼쪽이 안효원 님)
▲ 부처님 오신 날 불교대학 학생이 된 동생과 함께(왼쪽이 안효원 님)

선생님의 마음공부

제 직업은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처음 담임을 할 때 학부모 상담이 어려웠습니다. 특히 문제를 일으킨 학생의 부모와 상담할 때 학생의 문제 행동을 말하게 되는데 관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스님의 법문을 듣고 마음공부를 하면서 학부모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사는 사실을 있는 대로 전달한다고 하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식을 왜 저렇게 키웠느냐’라고 책망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살펴봐졌습니다.

특히 법륜 스님의 『선생님의 마음공부』라는 책은 저의 교직 생활에 길잡이가 되어주었습니다. 책에 띠지를 수십 개 붙여놓고 늘 책상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길을 잃을 때마다 얼른 펴서 관점을 바로잡았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선생님들이 페스탈로치처럼 되려고 하니까 힘들어한다. 월급 받는 만큼만 해라. 그렇다고 대충하라는 뜻이 아니라, 대단한 선생님이 되겠다는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말씀 덕분에 지나치게 애쓰는 저를 발견할 때 ‘또 페스탈로치가 되려고 하는구나’ 하고 가볍게 웃으며 넘길 수 있었습니다.

잘못한 아이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학부모에게 필요한 말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교사라는 관점을 잡고부터는 학부모에게 가볍게 제 할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 지금까지는 그렇게 하셨지만, 이제부터라도 아이를 바로잡아주셔야 해요”라고 웃으면서 말씀드릴 수 있었고, 학부모에게 진심을 보다 잘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군 청년들과 편안하게 대화하기

2022년 겨울, 군 청년들에게 부처님 법을 알리기 위해 법사님과 청년 지부 도반들과 함께 비룡사를 방문했습니다. 주말에 법회 들으러 온 군 청년들은 함께 스님 법문을 듣고, 법사님과 일문일답도 하고, 대화도 나누었습니다. 그 후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군 청년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레크리에이션을 준비하는 소임을 맡았습니다.

군 청년들과 함께하면서 미안하고 무거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여자인 저는 군대에 가지 않으면서 군 청년들에게 군대에 있는 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내라는 말을 하는 것이 무책임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주 군 청년들을 만나다 보니 그들의 고민이 보통의 청년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작지만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같은 고향이라는 공통점을 찾아 재미있게 대화도 하고, 대학 시절 학점 관리보다 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청년에게는 공부도 열심히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넌지시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 워라밸이 좋아서 교사의 길을 가고자 하는 청년에게는, 워라밸만 좇아 이 직업을 선택하면 여러 힘든 상황이 올 때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니, 그런 점을 잘 살펴서 교사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하였습니다.

2024년 인도성지순례(오른쪽이 안효원 님)
▲ 2024년 인도성지순례(오른쪽이 안효원 님)

못 먹고 못 자는 여행

2024년 1월 인도성지순례에 다녀왔습니다. 인도성지순례 오리엔테이션에서 법륜 스님은 “맛있는 거 먹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원래 이 여행은 못 먹는 여행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잠을 못 자면 어떡하냐고 걱정하기보다, 못 자면 버스에서 자면 된다고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스님 말씀을 듣고 걱정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인도 여행 중 꼭 물건을 사거나 화장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느꼈고,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않으니 생활이 가벼워졌습니다. 즉문즉설 시간, 법륜 스님 말씀 중에 “사람들이 세계 봉사하며 살아갈 거라고 말하면서도, 지금은 이것 때문에 안 되고 저것 때문에 안 된다고 얘기하는데, 사실은 자기가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을 뿐이다”라는 부분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교사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삶에 얽매여 있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언젠가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잘 쓰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인도성지순례는 제가 부처님과 법륜 스님의 ‘팬’에서 ‘제자’로 거듭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청년 북 세미나 기획하기

2023년 북 세미나는 ‘청년들이 우리 사회문제에 대해 함께 대화를 나눠보면 좋지 않을까’라는 기획 의도로 시작되었고,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도반들의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회의 결과, 사회문제라는 범위가 너무 넓어서 청년들에게 어려울 수 있겠다고 판단되어, 법륜 스님의 책을 읽고 관련된 주제로 대화하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덧붙여, 청년특별지부 회원들과 학생들의 만남도 기획하였습니다. 저는 『미래 문명을 이끌어갈 새로운 인간』 책의 주제 질문 선정 역할을 맡았는데, 처음에는 쉬울 것 같았지만 막상 해보니 쉽지 않았습니다. 북 세미나에 참여하는 도반들이 주제 나누기할 때 책 내용을 잘 기억할 수 있게 스님의 핵심 말씀을 인용하고, 질문끼리 서로 겹치지 않게 하는 등 여러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었습니다. 북 세미나를 진행한 결과 도반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습니다.

2024년 3월에는 통일문제에 대해서도 청년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법륜 스님의 『새로운 100년』 책을 읽고 청년특별지부장님과 함께 북 세미나를 기획하여 5월에 시행하였습니다. 북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도반들의 개인적 입장에서 통일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감사했고, 똑같은 책을 읽어도 서로 다르게 느낀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또 주제 나누기를 통해서 책 내용이 기억에 오래 남는 효과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봉사한다는 생각 없이 그냥 놀러 간다는 생각으로 활동해서 그런지 소임이 재미있고 즐거웠습니다. 북 세미나 종료 후 평가 설문을 받았는데, 야외에서 힘든 일을 하면서 틈틈이 책을 꺼내서 읽는다는 도반, 원래 책을 안 읽고 누워있기를 좋아하는데 북 세미나에 참여하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도반의 응답에 ‘내가 하는 일이 중요한 일이구나!’ 하며 가슴 깊은 곳까지 뿌듯해졌습니다.

'새로운 100년' 북세미나(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안효원 님)
▲ '새로운 100년' 북세미나(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안효원 님)

온종일 청춘톡톡 강연 기획 및 대본 작성하기

2024년 5월,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여 법륜 스님, 조인성 님이 청년들과 함께하는 ‘온종일 청춘 톡톡’ 행사가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저는 조인성 님과 함께하는 2부 사랑톡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대본을 작성하였습니다. 대배우를 모셔놓고 어떤 서사로,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조인성 님과 질의응답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분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무엇을 물어야 할지 몰랐고, 질문했는데 혹시 부담스러울까 봐, 또 관객들이 보기에 대담이 지루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프로그램팀 팀원들과 서로 아이디어를 발산하고 수렴하고 상상하고 수정하면서 준비했습니다. 당일, 조인성 님이 재미있게 대답을 잘해주시고, 청년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주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처음에 소임을 맡았을 때는 부담스러운 마음도 있었지만, 이렇게 정토회 활동하면서 제가 어릴 때 꿈꾸던 작가도 해봤다는 생각이 들어 과분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으로 잘 마무리하였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여기가 힘들 때는 저기로 가고 싶었습니다. 저기로 가면 고민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토회 마음공부 덕분에 이제는 잘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와 저기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행복은 지금 여기 내 마음 안에 있다는 것을.


이 글은 <월간정토> 2024년 10월 호에 수록된 청년수행톡톡입니다.

글_안효원(청년특별지부)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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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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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화(자재왕)

선생님의 마음공부 챙겨봐야겠습니다.
좋은 인연으로 일찍 정토회를 만나 수행해가는 도반의 모습 아름답습니다.
도반이 전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2025-04-07 15:23:41

광원

수행담 잘 들었습나다.
잘 하려는 욕심 알아차려 봅니다.
감사합니다 _()_

2025-04-07 14:36:38

최상훈

고맙습니다 ^^

2025-04-07 14: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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