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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한 분노와 화가 많던 백진아 님은 깨달음의 장을 시작으로 불교대학 수업을 듣고, 돕는이 봉사를 하면서 마음이 아주 가벼워지고,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합니다. 청춘 톡톡 봉사활동, 군 전법 꼭지 활동 등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인생의 주인으로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백진아 님의 수행담 궁금하시지요? 어떤 내용일지 만나보러 가시겠습니다.
살아오면서 세상에 대한 분노와 화가 많았습니다. 특히 남동생과 차별하는 엄마에게 화가 많았고 세상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힘이 들었습니다. 2017년 29살이 되던 해였습니다. 지인이 저에게 “너의 꿈은 무엇이야?”라고 묻길래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에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태어나서 한 번도 행복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어서 그렇게 답했습니다. 그때 우리 대화를 듣던 어떤 분이 ‘깨달음의 장’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지금 이보다 더 마음이 안 좋아질 순 없겠다 싶어 바로 신청하였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후 마음이 아주 가벼워졌습니다. 그전에는 세상이 내 뜻대로 안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화도 많고 괴로웠습니다. 그런데 내가 세상을 색안경 끼고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부정적인 마음이 없어지니까 마음이 정말 가벼워졌습니다. 그 후 한 달간 108배 정진 기도하면서 마음이 편안했는데, 점점 다시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2018년 3월에 마침 불교대학생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집과 가까운 부천 법당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불교대학 수업을 들으면서 가을이 될 무렵 가을불교대학 돕는이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항상 수업 후에 담소를 나누며 간식 먹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먹는 걸 좋아하기도 해서 항상 빵과 과일을 준비해 갔습니다. 어떤 학생이 “저녁을 진아 법우가 다 챙겨줘서 온다”라고 말할 정도로 애착을 갖고 열심히 챙겼습니다. 그렇게 법당에서 도반과 함께 간식과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불교대학 수업에 진행자와 저만 있고 학생이 한 명도 오지 않은 날이 있었습니다. 같이 봉사하던 진행자는 아무렇지 않은 듯 여여히 법문을 듣고 저와 나누기 하고 수업을 마쳤습니다. 그때 하나의 상이 깨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반드시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고 생각해 오던 상이 깨졌습니다. 그 뒤로 학생이 수업에 오고 안 오는지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또 어느 날은 법당에서 봉사할 때였습니다. 음식 솜씨가 좋은 도반이 달걀이 가득 들어간 김밥을 직접 싸 왔습니다. 당시 청년 팀장이 법당에선 달걀 넣은 김밥을 먹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럼, 공양간에서 먹겠다고 하자, 공양간은 법당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고, 그럼 법당 밖에서 먹겠다면서 법당문 바깥에 서서 김밥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 무렵 묘수 법사님이 부천 법당에 오신 적이 있었는데, 청년 팀장이 이 문제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그때 묘수 법사님이 “그 사람들을 공개적으로 야단쳐달라고 질문하는 거 아니냐, 그럴 땐 물이라도 떠주면서 먹으라고 하면 된다. 요즘 청년들은 다 고기, 달걀 먹고 자랐기 때문에 몸에서 영양분을 찾는다. 그래서 채식을 굉장히 힘들어한다. 그리고 법당에 이런 규칙이 있으니 다음부터는 지양해 줬으면 좋겠다고 잘 이야기해 주면 된다”고 하신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런 관점이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 후 부천 법당 청년 팀장 임시직이던 저는 모둠장을 맡았고, 보살님들 거사님들과 산으로 바다로 가서 쓰레기 주우며 봉사했던 기억이 너무 좋았습니다. 법당에서 봉사하면서 청년들이 적극적이지 않고 법당 활동에도 참여를 잘 안 한다는 인식을 깨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청년 지부에서 봉사하게 되었습니다. 2023년 3월과 9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불교대학의 진행자와 돕는이를 번갈아 했습니다. 학사 소임 동안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았습니다. 저는 원래 자아가 강해서 내가 옳다는 고집과 분별심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돕는이를 하면서 진행자마다 스타일이 달라 맞추는 연습을 하다 보니, 고집을 내려놓게 되었고 사람에 대한 이해심이 커졌습니다.
학사 활동을 하며 실천 활동팀 환경 꼭지를 맡았고,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정토회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2023년 9월 23일 서울에서 열린 ‘기후정의 행진’ 행사 참여를 제안했고, 의결 절차를 통과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정치적으로 비칠까 조심스럽다는 의견도 있어서 에코붓다 이름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참석해 보니 수녀님들도 장구, 꽹과리, 북을 치면서 행진하는 모습을 보며 시위에 대한 편견이 깨졌습니다. 청년 지부의 에코붓다 청년 13명이 참석하여 시청 거리에서 우리 앞에 닥친 기후 위기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었습니다. 함께 피켓도 만들고 퍼포먼스 춤도 추고 에코붓다 깃발을 휘날리며 행진하다 보니 순간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소임을 하며 행사를 다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미있었습니다.
올해는 두북수련원 실천활동 프로그램 팀장 소임도 맡게 되었습니다. 두북수련원에서 울력도 하고 청년들과 대화도 나누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일과 수행의 일치에 대한 관점을 재조명하고 청년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느끼면서 농사도 체험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행사였습니다. 현재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그런지 우리 청년들이 일 수행할 때, 마치 도파민 중독처럼 몰입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어떤 관점으로 어떤 마음과 태도로 일과 수행을 일치시킬 것인지에 대해서 청년끼리 한번 체험해 보는 계기가 되어서 좋았습니다.
지난 5월에는 ‘온종일 청춘 톡톡’ 행사에서 공양 팀장 소임을 하였습니다. 청년 지부에서 이렇게 많은 대중의 공양을 준비한 건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대중부에서 준비하는 1,500명에 비하면 적지만, 전례가 없다 보니 양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료가 없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느낌이었고, 보살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바라지장 팀장님에게 “공양 팀장을 하게 되었고 400인분 넘게 준비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했더니 “법우는 그거 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청년이 무슨 공양이냐”라는 우려의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우려와 걱정, 반대를 하시는 분이 더 많았습니다. 그런 응원과 걱정 속에서 막막했으나 여기저기 봉사 지원을 요청해 준 지부장님, 먼 거리에도 시간을 내서 달려와 주신 보살님들과 행자님들, 필요한 게 더 없냐며 적극적으로 마음 내준 청년들, 공양간을 먼저 와주신 법사님 덕분에 잘 치렀습니다. 그 일은 결코 저 혼자서는 해낼 수 없던 일이었습니다. 가장 보람이 있었던 순간은 ‘밥이 맛있었다. 잘 해냈다’라는 칭찬보다 봉사자들이 닫는 나누기를 하면서 각자 소임에서 좋고 싫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도반들이 많은 걸 깨달은 것 같고,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잘 쓰인 것 같아 그 도반들의 나누기 자체가 저에게 선물이었습니다.
지금은 군 전법 꼭지 담당과 3월 불교대 진행자 소임을 하고 있습니다. 군 전법을 처음 알게 된 건 어느 해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청년 지부 사업으로 법광 법사님과 청년들이 함께 군부대를 방문했을 때입니다. 저는 생소한 데다 군 전법에 대한 별생각이 없었는데 실제로 장병들을 만나보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기독교와 천주교는 군인들 전도를 위해 큰 비용과 노력을 들이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불교는 전법에 대한 노력이 적다는 문제의식을 느낀 군승 스님들이 ‘이렇게 좋은 법을 우리만 알고 있을 수 없다. 우리도 전법을 해야 한다’고 하여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군승 스님들은 장병들을 데리고 나올 수 있고 정토회는 숙소와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어, 지금은 1박 2일 서행(서울여행) 프로그램과 2박 3일 행복학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서행 프로그램 TF에 합류했고, 지금은 군 전법 꼭지로 사전 준비, 봉사자 모집, 사회자 등의 실무를 맡고 있습니다.
올해 초, 군 전법 행사에 참석했던 어느 병사 이야기입니다. 당시 그 병사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는데, 저희 행사에 참여하고 나서 부대에 복귀했을 때, 마음이 너무 편안해져 모범 병사가 되었고, 우울증 약을 먹고 있었는데 의사가 놀랄 정도로 좋아졌다고 하여 약을 끊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해당 부대 군승 스님이 저희에게 전해주었을 때 정말 보람 있었고, 앞으로 이 길이 내가 가야 할 길이라고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정토회에 처음 왔을 때는 평가와 비난받는 게 두려웠고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다른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조심스러웠습니다. 이제는 잘하려는 마음보다 재미있게 놀자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도반들과 함께하다 보니 소임이 재밌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하니 오히려 주변에서 잘 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이 한 가지밖에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근데 막상 해보니 잘하는 게 많았고, 또 하다 보니 ‘적성에 잘 맞는 것도, 안 맞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렇게 나에 대해 알아가고 탐구하는 것이 활동의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법륜 스님께서 “앞으로 정토회는 한 사람이라도 행복해질 수 있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 말씀이 인상 깊었고, ‘상구보리 하화중생’이 제가 앞으로 걸어갈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너와 내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길을 가고 싶습니다.
글_청년특별지부 백진아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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