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서초지회
중원에 나온 온실 속 화초

"깨달음의 장은 이상하고 힘들었습니다. 행정처에서 해외 포교 소임을 할 때는 매일 울다시피 했습니다. 지회장 소임이 주어졌을 때는 사람과 소통이 힘들어서 애먹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끊임없이 소임을 해나가고 봉사하는 전 서초지회 지회장 김은미 님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지금부터 들어봅니다.

인도성지순례에서
▲ 인도성지순례에서

술친구가 권한 불교대학

술을 좋아했습니다. 친한 술친구와 술 마실 때마다 저는 "남편 때문에 못 살겠다." "딸아이는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정토회에 다니고 있던 그 친구가 〈깨달음의 장1〉에 다녀오라고 권유했습니다. 신뢰하는 친구였기에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바로 신청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 하는 김에 불교대학도 다녀볼래?"라 하기에 등록했습니다. 입학식 후 바로 〈깨달음의 장〉에 다녀왔습니다. 그렇게 정토회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공감력 없는 교과서

남편은 별명이 교과서일 정도로 바른생활 사나이입니다. 특별한 문제 없이 가장의 책임을 다하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저는 공감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많았습니다. "밥은 먹었냐?" "오늘 뭐 했냐?" 이런 말 한마디 들은 기억이 없었습니다. 딸도 살가운 스타일이 아니라 저는 늘 외롭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집은 답답했습니다.

밖으로 쏘다니던 어느 날 술 마시고 집으로 오던 중 넘어져 다쳤습니다. 다친 저를 보고 화가 난 남편은 아무 말 없이 A4용지에 넉 장의 편지를 써 놓고 집을 나갔습니다. 공감은 없고 비난만 있었습니다. 편지를 읽다가 화가 나 집어던졌습니다. 그날이 〈깨달음의 장〉에 들어가기 4일 전 입니다. 2013년 여름이었습니다.

세상을 크게 보다

저는 평소 뭔가 의미 있게 살고 싶었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방향을 못 잡고 있었습니다. 정토회를 만나고 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비로소 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답을 얻었습니다. 환경이나 통일에 생각조차 없었던 저에게 정토회는 세상을 크게 보고, 세상을 다시 볼 수 있는 계기를 주었습니다. 경전대학 졸업 무렵부터 불교대학 진행자 소임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연이어 여러 가지 소임을 하였습니다.

행정처 도반들과 함께
▲ 행정처 도반들과 함께

행정처 해외 포교팀에서 일할 때는 매일 울다시피 할 정도로 아주 힘들었습니다. 해외법당에 필요한 물품들을 포장했습니다. 물품 박스들 중 20kg는 가벼운 축에 속했습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너무 힘에 겨웠습니다. 해외법당 요청들은 시차로 인해 제가 잠든 밤에 집중적으로 왔습니다. 매일 새벽 일어나자마자 확인했습니다. 답글을 달며 온갖 분별심이 일어났습니다. 답글로도 '화'가 전달될 수 있음을 그 시절에 알았습니다.

울고 울며 시원해지다

정일사 회향 기간 중 유수스님에게 우는소리를 했습니다. 다 들은 유스스님은 "온실 속의 화초가 중원에 나왔으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었습니다. '곱게 자라서 저렇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 너무 싫었습니다. 곱게 자란 티를 안 내려고 힘들어도 꾸역꾸역 했습니다. 책임감에 짓눌려 일할 때가 많았습니다. 유수스님의 말을 듣는 순간, '아! 숨길 수가 없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 애써서 숨긴 제 업식을 남들은 다 알았습니다. 정일사 끝날 때까지 내내 울었습니다. 울고 또 울고나니 회향 후 시원했습니다.

해외총무단
▲ 해외총무단

'이대로 하면 나는 택배회사 직원밖에 안 된다. 내가 택배회사 직원을 하려고 여기에 온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자문하며 자기 수행을 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그때부터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소통방을 먼저 보지 않고 300배 절을 했습니다. 그렇게 절을 하고 나서 소통방을 보니 분별심이 덜해졌고, 오히려 소통방에 쌓인 요청들은 제 수행 정진의 동기가 되어 고마운 마음이 생겼습니다. 거의 1년 동안 300배 절을 했던 그때, 수행의 참맛을 느꼈습니다.

소통이 먼저

정토회 행정처에서 소임을 하던 중 서초지회 지회장 후보에 제가 올라갔습니다. 당선이 유력한 분이 될 줄 알았는데 그 도반이 선거 당일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수락하겠습니까?"라는 물음에 "네,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했습니다. 흔쾌한 마음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서초지회가 주는 무게감이 버거웠기 때문입니다. 서초지회는 정토회 회원들에게 활동 중심지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실제로 다른 지회장들은 하지 않는 여러 가지 일이 있습니다.

지회장 소임을 하며 가장 힘든 것은 소통이었습니다. 강남지회와 서초지회의 통합으로 누가 누군지도 파악이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일일이 전화로 소임을 권유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당시엔 전화 한 번 거는 것이 힘들었지만, 도량 청정 봉사자를 모집할 때, 저와 한 번이라도 소통한 분들이 봉사를 맡아주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소통이 잘되면 관계가 잘 형성되니 일은 저절로 됩니다. 소임을 통해 소통의 중요함을 알았습니다.

도량 청정 봉사(뒷줄 오른쪽 첫 번째)
▲ 도량 청정 봉사(뒷줄 오른쪽 첫 번째)

정토회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술 마시는 일이 줄고, 취하도록 마시지도 않고 무엇보다 제가 활력을 찾았습니다. 남편이 정말 좋아합니다. "엄마 마음에 꼭 드는 자식을 한 명 더 낳지 그랬냐"라고 했던 딸은 엄마를 정토회에 뺏겼다고 투정 부리지만 엄마처럼 살아야 한다며 저를 지지해 줍니다.

예전에는 가족들의 삼시 세끼는 항상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제가 여행 갈 때면, 남편이 알아서 먹는다 해도 저 스스로 용납이 되지 않아 먹을거리를 다 준비해 놓고 갔습니다. 정토회에 들어와 수행하며 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잘 준비해 둔 세끼가 아님을 알았습니다. 짜증 내며 진수성찬을 차리기보다는 찬물에 밥을 말아 주더라도 편한 마음으로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가족들 밥을 차려 줄 때도 훨씬 수월하게 합니다. 저는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그것이 정토회 다니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입니다.

서원행자 수계식(두 번째 줄 왼쪽 세 번째)
▲ 서원행자 수계식(두 번째 줄 왼쪽 세 번째)


자기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없다며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했던 김은미 님의 이야기가 저는 참 재밌었습니다. 만화 속 투덜이 스머프처럼 투덜거리는 모습마저 '솔직'한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조금 까칠해보이지만 그 속은 말랑하고 책임감이 강한 김은미 님과 같은 도반들 덕분에 정토회가 데굴데굴 잘 굴러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_홍정배 희망리포터 (서울제주지부 송파지회)
편집_최미영 (국제지부 아태지회)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전체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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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두요

온실 속 화초 여기 하나 추가요

다행(?)인지 아직 온실로 나오지 않아
15년째 스님의하루만 보고있는 중생이랍니다

2023-04-18 22:11:13

강승호

정토회에 가입 참가하고십습니다 어떻게해야하나요 현54세 010 51395534 메세지나연락주십시요

2023-04-18 20:53:20

문선

보살님의 솔직 명랑하신 성품이 글에서 느껴집니다 잘 읽었습니다 저도 화가 많은 편인데 답글로도 전잘된다는 점 명심하겠습니다 ^^

2023-04-18 18:2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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