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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정토회 도반들이 지난 1차 만일 결사 중 9차 천일결사를 마감하고, 10차 년도를 새롭게 준비하는 마음으로 만배정진에 도전했습니다.
서대문 정토회 자원활동 팀장 조명이 님은 2019년 여름, ‘정토행자의 하루’ 기사에서 광주법당 도반들의 ‘만배정진 이야기’를 처음 접했습니다. 만배정진은 백일 출가를 앞 둔 경우에 하는 것으로만 생각하고 막연히 동경해 왔는데, “종로법당에서도 꼭 한 번 해보리라” 원을 세웠습니다.
조명이 님은 법당 회의 발의부터 시작해 지부에 기획안을 올려 ‘만배정진’ 승인을 받고, 법사님 초청, 만배 준비 위원회 결성, 홍보물 준비 등을 진행하였습니다. 조명이 님의 발원은 종로법당 도반뿐만 아니라 더 많은 분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정토회 단위 행사로 확대되었습니다.
만배정진 참가 도반들이 편하게 정진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할 세세한 항목은 여러 차례의 토론을 통해 체크 리스트를 만든 후 안내하였습니다.
또, 만배정진 참가자들이 정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를 모집하기 위해 ‘바라지 신청’을 받았습니다. 또한 바라지들이 만배정진하는 이들을 잘 도울 수 있도록 ‘만배 바라지가 해야 할 일’ 필독을 권하고 그날을 기다렸습니다.
신청 인원을 가늠하기가 어려워 날짜별로 신청을 받았습니다. 정진 3일 동안 서대문 정토회뿐 아니라, 강남, 강북, 송파, 구로 법당 등 예상보다 많은 33명이 만배정진을 신청했습니다. 기쁘고 기대가 커졌습니다.
근육통에 바를 로션과 약품을 챙기고, 사탕과 초콜릿을 준비하였습니다. ‘묵언’ 글자, 만배 필독 안내, 물 주전자, 소금, 요구함, 한 줄 나누기, 만배 카드, 참가자 명단 등 만반의 태세를 점검하고 또 점검했습니다.
2019년 12월 28일 토요일 아침, 제향 법사님께 만배정진을 위한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법사님께서는 일어나는 모든 분별에도 “그냥 하라” 하셨습니다. 3일 동안 만배정진의 열기는 종로 법당을 가득 채웠습니다.
실제로 그 열기 때문에 법당에 결로 현상이 생겨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고, 벽에 이슬이 송송 맺혀, 쌓아 둔 방석을 옮겨야 했습니다. 공양간에서 물 끓이고 먹을 것을 준비하던 바라지 분들이 계속 이 물기들을 닦아 냈습니다. 모두 온 힘을 다해 정성껏 절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나 정진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몸의 고통이 심해진 듯했습니다.
함께 한 3일 동안 다섯 명이 만배를 완성했습니다. 염주 100바퀴 (10800 배) 를 하신 조명이 님(종로법당), 김은정님 (종로법당), 만배를 한 장철수(강남법당), 정연수(서대문법당), 강난영님(강북법당) 입니다.
조명이(묘명심)님 : ‘몸의 중심을 잘 잡아야 아프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절을 빨리하는 것 보다 한 배 한 배 정성껏 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편의 인생영화 같았던 지난 3일이었습니다. 첫 날은 멋모르고 신나서 내달리는 청년, 둘째 날은 고통과 치열하게 싸워가며 살아가는 중년, 셋째 날은 고통과도 친구 하며 순응하는 장년 같았습니다. 즐거운 시간이었고 만배에 성공해서 뿌듯하고 함께 해 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김은정(무애화)님 : ‘만배를 성공해서 감사하고 뿌듯합니다. 만배 하는 과정이 우리의 삶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속도가 붙으면 신이 나서 가고 힘든 것도 인연 따라서 나아지겠구나 생각되어 이게 인생이구나 싶습니다. 삶에서 나에게 오는 어떤 인연도 그냥 받아들이면 다 경험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법사님 말씀처럼 체화 된 경험이 밑바탕이 되어 잘 쓰일거라 생각합니다.
장철수 님 : ‘그냥 해본다는 마음으로 하라고 하시던 법사님 말씀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하루가 길게 느껴졌고 그동안 낭비하는 시간이 많았구나 알아차리게 됩니다. 만배 하는 동안 힘든 순간일 때 서원이 굳건 해지라고 마가 생기는 것 같고 지금 까지와는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도 일었습니다. 이런 자리를 누가 만들었을까 처음에 원망했다가 지금은 세상을 마주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습니다.’
정영수(향명심)님 : ‘옛날에 걸을 수 없을 정도로 허리가 아팠는데 절 하면서 많이 좋아졌습니다. 절 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나이 먹어서 아픈 건 당연하다 생각하고 아프면 침 좀 맞으면 된다. 나는 절하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강난영(홍연화)님 : ‘인도 성지순례 때 만난 법사님께서 결혼하기 전에 만배를 하면 좋다는 말씀을 듣고 언젠가 해보리라 생각했는데 종로에서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이 기회라 생각하고 신청했습니다. 여러 생각이 일어날 줄 알았는데 아무 생각이 없어지고 그냥 하게 되었습니다. 업드리면 일어나고 일어나면 업드리고 그냥 하는 것의 깊은 뜻을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비록 이번 도전에는 만배를 채우지 못 하신 분들도, 3일 동안의 용맹정진에서 깨닫은 것이 많았습니다.
첫째 날, 4천배를 하고 한의원까지 갔다 왔지만 결국 발의 통증 때문에 만배를 채우지 못 한 도반은 관절 통증에 만배 욕심을 내려 놓는 과정에서 늘 시비를 가리고 좋은 것만 하려하는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향 법사님께서 회향 법문을 해 주시면서, 만배 도전은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어, 무슨일을 마주하더라도 두려움 없이 나아갈 수 있다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바라지에 참여하신 분들도 마음 나누기를 함께 했습니다. 혼자만의 긴 레이스를 시작한 분들이 마지막까지 정진에 집중하실 수 있도록 법당 바닥을 덥히고, 따듯한 물을 끓이고, 간단한 먹거리와 단 것들을 준비하고, 간간이 환기해서 쾌적한 환경이 되도록 정성을 다 한 바라지들입니다.
바라지 1: “저희가요! 정진하시는 분들이 오시기 전에 바닥을 미리 데우고 따뜻한 물도 충분히 준비하고 당 보충을 위한 사탕, 초콜릿, 과일 등 간단한 먹거리도 준비했어요.”
바라지 2: “쓰러지기 일보 직전 쉼을 위해 공양간으로 오시는 분들을 응원하고, 힘듦은 고스란히 내려 놓고 잠시 쉴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바라지 3: “밖은 추운데 법당은 정진의 열기로 후끈후끈, 그로 인해 법당 곳곳에 결로가 심해 여기저기서 물이 뚝뚝 떨어졌어요. 천장도 닦고, 바닥도 닦고 공양간 벽면도 닦고 쾌적하게 정진하실 수 있도록 중간중간 환기도 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저도 만배 도전을 꼭 해보고 싶어요.”
법당 뒤에서 든든히 자리를 지켜 앉아 있는 바라지들의 모습이 말없는 응원으로 느껴져 울컥 했다는 만배 참가자의 소감을 듣고 잘 쓰인 거 같아 흐뭇하다는 나누기도 있었습니다.
함께 도전했기에 서로에게 힘이 되었던 이심전심 묵언의 시간이었습니다. 조명이 님의 발원 대로 ‘무아’를 온 몸으로 체득하는 시간, 새로운 나를 만나는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
글_이경은 희망리포터(서대문 정토회 종로법당)
편집_권지연 (서울제주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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