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지붕, 알프스 산맥이 보이는 푸른 호숫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스위스 취리히 정토법회가 있습니다. 알프스 소녀가 뛰놀 것만 같은 동화 속 배경이 떠오르는 이곳에, 친정에 온 듯 포근하게 안아주며 서로를 응원하는 따듯한 취리히 정토회원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2016년 기획법회를 시작으로 취리히 정토회는 2주에 한 번씩 법회를 열고 있습니다. 모든 구성원이 한꺼번에 불교대학, 천일결사에 이어 경전반을 시작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어 이런 원동력이 무엇인지 도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2018 유럽지구 해외정토행자대회에서
스위스 정토법회의 특별한 점은?
김옥선 님(취리히법회 부총무): 처음 시작할 때 모인 인원들이 불교대학과 천일결사를 동시에 같이하고 경전반도 지금까지 쭉 이어나가는 것이 취리히 정토법회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서로를 위하고 너나 할 것 없이 봉사하는 마음도 취리히 정토법회의 큰 특징으로 꼽을 수 있어요. '보시바라밀'을 하고 있는 거라고 봐요. 바라는 것도 없이 말이죠. 한 예로 한국 갔다 오면 비싼 것은 내가 먹고 싼 것은 다른 분에게 줄 수도 있는데 연옥 님은 그 반대잖아요(모두 웃음). 본인 먹을 것도 오히려 다 내어놓고 나눠주는 그런 마음. 그것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잘 뭉칠 수 있는 것 같아요.
곽연옥 님: 천일결사, 불교대학, 경전반을 함께 했고 앞으로 또 불교대학을 시작합니다. 그 열정과 추구하는 방향이 비슷한 것이 특별하다고 여겨져요. 각자 서로에게 안식처, 그리고 소속감을 주는 거죠. 취리히 정토회가 없었으면 외롭게 사람들을 찾아다녔을 텐데 여기 와서 편하고 든든하게 좋은 맘을 서로 나눌 수 있어서 그게 참 소중하고 고마워요.
친정에 온 기분이에요. 기차를 타고 올 때부터 너무 편안하고 기분도 좋아져요. 아침 일찍 출발하기 때문에 곤히 자고 있을 남편과 아이들에게 기차 안에서 언제나 문자를 보내요. '나 기차 타고 정토회에 가는 길이에요. 집 비운 사이 잘 지내요~'라고 문자를 보낼 때마다 남편과 아이들이 흔쾌히 받아들여 줘요. 그런 내 모습이 자랑스럽고 한편으로 행복해요. 뭐라고 정확하게 표현할 순 없지만, 여기 오면 보는 도반님마다 다 껴안아 드리고 싶어요. (함박 웃음)
이종은 님(회계 담당):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내가 얻을 것 잃을 것 생각하지 않고 머리를 굴리지 않아서 좋아요.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너무 기쁘더라고요. 자율적이고 서로 일하는 데 있어서 바라지 않는 '무주상보시'를 행하고 있는 거예요. 저는 어디를 갈 때 가기 싫다거나 하는 마음이 드는데 경전반 공부하러 취리히 정토법회 오는 길에서는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아요.
김순조 님: '남이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두려움 없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안식처가 되는 것 같아요. 마음이 가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내 맘을 내어놓고 남의 맘을 받아 줄 수 있는 특별함이 있어요.
김말순 님: 저도 2주에 한 번 만나는 것이 기다려져요. 내가 별 일을 안 해도 뭔가 든든하고 믿을 구석이 있는 거, 물론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좋지만, 사회의식이 생기고 실천할 수 있는 공감이 있다는 것이 좋아요.
스위스 정토법회 다니면서 변화가 있었다면?
김말순 님: 변화가 엄청 많았죠. 집안이 훨씬 편안해지고(하하하), 남편과 자식에 대해 매일 그렇지는 못하지만, 많이 내려놓은 것 같아요. 있는 그대로 볼 힘이 생겨서 참 편해졌어요. 정토법회를 통해 내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남편이나 자식이 내 인생이 아니라 나와 일, 가족을 객체화시킬 수 있어서 좋아진 것이라 생각해요.
곽연옥 님: 언제나 방황을 해왔지만 지금은 금방 정신을 차리고 제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점점 더 빨라져요.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내가 어디에 속해 있고 동반자가 있다는 점이 큰 도움이 돼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두려움도 사라지고 아무리 못해도 자책감 없이 그냥 해보고자 하는 힘이 생겼어요. 설령 직장에서 짤리는 한이 있더라도 ‘내가 바르게 살아가는데 직장 잠깐 잃은 것 쯤이야 문제없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 처음 경전반에서 사회를 맡은 곽연옥 님 (오른쪽부터 곽연옥, 김순조, 김말순, 김옥선 님)
김옥선 님: 연옥 님도 예전에는 "항상 못해요"라고 하던 분이 지금 목탁을 치시잖아요. 또 말순 님도 컴퓨터 하는 것이 어렵다고 손사래를 치시며 뒤로 물러나 계셨었는데 이제는 마음을 내어 불교대학 담당을 하신다는 게 정말 큰 변화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밤이 점점 길어지는 11월에 일 끝내고 혼자 집에 왔을 때 불안하거나 무섭거나 외롭지 않게되었다는 게 기적인 것 같아요. (밝은 미소) 예전에 같이 살던 아들이 독일에 가서 집에 저 혼자 있었을 때의 그 기분을 잊을 수가 없어요. 집이 너무 춥고 크게 느껴지고 집 기운에 눌려서 너무 무서웠어요. 지금은 그냥 편하고 따듯한 내 공간으로 느껴요. 이렇게 편안한 마음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게 엄청난 변화에요.
6년 전 법륜스님께 질문을 드린 적이 있는데, 스님이 제게 답은 안 해주시고 불안하다고 짚어주신 적이 있어요. 그제서야 '아 내가 불안하구나'하고 알아차렸지요. 지금은 불안함의 정도가 많이 좋아져서 중심을 금방 찾을 수 있어요. 평상시에 이렇게 편안하다는 것이 정말 기적 같은 일이예요.
김순조 님: 첫째로 남편하고 사이가 참 좋아졌어요. 자식들하고도 사이가 원만해지고요. 제 중심을 잘 잡아서 그런 것 같아요. 이전에는 항상 외롭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혼자 있는 것도 즐길 수 있습니다. 혼자 있을 때 혼자 있는 걸 즐기고 둘이 있으면 둘이 있는 것을 즐기는 것이 이제 가능해졌어요. 예전에는 잘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는데 이제는 거의 없어진 것 같아요. 수행도 너무 잘하려고 하면 장애가 되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고 못 하는 것은 못 한다고 인정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제 능력을 알아가는 것이죠.
이종은 님: 저도 동감해요. 한 가지 덧붙인다면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 행복한 것, 오늘을 사는 행복함을 배운 것 같아요.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관점을 딱 바꾸면 행복해지는 것. 그래서 일상에서 내 인생을 살아야지 마음먹으니 어떤 일이 있어도 내가 행복할 수 있고 또 실제로 행복하고요. 이것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김순조 님: 저도 행복을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자연을 보면 별 생각이 안 들었는데, 지금은 마음이 행복해지니까 ‘진짜 아름답다. 내가 정말 좋은데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예쁜 풍경들이 보이더라고요. 깨어있으니까 가능한 것 같아요. 역에 가면 요즘 사람들은 스마트폰 액정화면으로만 바깥세상을 보려고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전 멀리 보고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해요. ▲ 2018 유럽지구 해외정토행자대회에서
마지막 말을 남기는 김순조 님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습니다. 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그 맘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정토법회를 통해서 인생의 주인이 되는 법을 천천히 알아가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행복의 눈을 가지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라는 감사의 울림이 취리히법당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이 따듯한 온기 때문인지 쌀쌀한 11월의 바깥바람이 춥게 느껴지지 않는 스위스의 늦가을입니다.
글_권버미 희망리포터 (취리히법회)
편집_이진선 (해외지부)
전체댓글 12
규원
좋은수행담 함께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2018-11-20 20:12:55
선덕심
김옥선님과 문경수련을 같이 한 사람인데 이렇게 활동 잘 하고 계신다는 소식들으니 반갑습니다. 밥 떠먹여드린 공덕이 멀리까지 퍼지는구나 싶어 기분 좋습니다.ㅎㅎ.
2018-11-19 07:37:55
이영주
언제나 인상좋은 얼굴로 웃어주었던 순조, 말순언니, 맛깔나게 노래한를 불러준 옥선보살님 모두다 너무 반갑습니다. 인도성지순례때가 생각이 많이 나네요,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할일 하시는 도반님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