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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나의 모습을 확인하는 방법은, 바로 도반이 나를 있는 그대로 봐줄 때입니다.
최솔미 님이 들려주는 손준호 님에 대한 이야기는, 도반이 나를 바라봐주는 그러한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수행한다는 것.
삶을 살아간다는 것.
어쩌면 인연따라 마음이 일어나는 이치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
최솔미 님의 목소리를 통해 듣는 손준호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처음엔 이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이제 갓 1년 반! 고군분투 정토행자의 수행기!’
그 이야기에 내가 생각해 둔 손준호 님을 끼워 넣고 싶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내 멋대로 생각하고 이렇게 저렇게 요리하려고 했다.
이렇게 오만한 내가 준호 님을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써낼 수 있을까?"
희망리포터 소임을 처음 맡은 순간부터 손준호 님을 써야지... 하고 생각했다. 올해 함께 봄불교대학을 졸업하고 봄경전반에 다니며 이번 가을불교대학 담당을 맡은 손준호 님. 나이 많은 도반들보단 젊은 청년을 사랑하고 잘 웃는 사람. 준호 님보다 나이 차이가 많은 예쁜 사모님과 이제 5살 된 아들이 있고, 늘 바쁜데 굵직한 정토행사엔 빠짐없이 참석하는 것도 책임 있는 소임으로 참석한다.
봄불교대학 다닐 때 기억이 난다. 법당이 집 근처였기도 해서 불교대학 초반엔 법당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곤 했다. 총무님은 컴퓨터가 망가지면 혹은 행사에 쓸 짐을 이동시켜야 할 때면 “손준호 님한테 전화해봐야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그다지 친절하진 않지만 늘 “네, 갈게요. 네, 할게요.” 가 대답의 끝이었다.
작년 불교대학 다니며 법륜스님의 희망강연 총괄, 김제동과 함께 하는 청춘 콘서트 외부총괄. 올해 경전반에 다니시며 통일강연 외부총괄, 가을불대 담당 등, 이제 갓 입학한 불교대학생에게는 보통 큰 소임이 가지 않는다. 그러한 소임들이 거사님에게 맡겨진 것은 총무님의 거사님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준호 님은 무거운 소임들을 가볍게(물론 내 생각) 맡고 잘해냈다.
“왜 그렇게 하셨어요?”
나는 따지듯 물었다. 준호 님은 내 그런 질문이 황당한 듯 웃으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해야 될 거 같아서.”라고 질문의 답을 간단히 끝내버린다. 그 여법한 대답에 좀 화가 났다. 내가 생각한 대로 자세히 말해주면 좋으련만. 힘든 것, 짜증 났던 것, 소임 맡으면서 부담되고 무거웠던 마음들이 한 움큼 쏟아져 나와 주길 바랐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답을 얻어내기 위해 수사관이 됐다.
“이제 1년 반 넘어가는 초보 수행자인데 소임 맡으면서 힘든 점 없었어요?”
“나 수행한지 만 2년을 넘어 이제 3년차로 접어들었는데! 처음 법당에 와서 새벽에 300배부터 시작했는걸요.”
“법당에 첫발걸음을 시작한 때는 한쪽 성대가 마비가 되어 하던 일을 접은 후 1년 반 동안 춘천에서 서울을 오가며 일을 했지만 예상과 달리 생활을 꾸려나가기 힘들었었고, 결국 있는 돈마저 많이 까먹은 후 힘든 생활을 할 때 즈음이었어요.” 법륜스님 강연장에서 몇 번 질문했다고 한다. 어느 날 300배를 하겠다고 새벽에 법당문을 두드렸고, 그 날부터 수행의 시작이었다.
준호 님은 자라면서 큰 우여곡절이 없이 자랐다고 했다. 대학도 좋은 대학을 나와서 웬만한 대기업엔 다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고시공부를 시작했고 잘 안 되자 그만두고 여러 일을 했다. 과외, 자동차 영업, 택시기사, 대리운전, 단월드에서 기획과 행사 진행 그리고 현재는 합법적으로 채권추심을 하신다. 사람들이 채권추심에 대한 오해가 있어서 거사님은 늘 합법적으로 돈 받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조폭이 하는 일이 아니라고, 오히려 채무자가 악독한 사람들이 많다며 이번 기회에 사람들한테 오해 좀 풀어줬으면 한다. 임금 안 주고 자재비 떼어먹고 돈 빼돌리고 안 주는 사람들의 돈을 합법적인 방법으로 받아 내주는 일. 그것이 채권추심이다. 더 이상의 오해는 없으시길.
“그렇게 여러 가지 일을 하다 힘들면 그만두기도 했고, 다시 다른일을 하면서 다시 넘어지고... 내가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점이 있다는 것을 느꼈죠. 벗어나고 싶었어요. 정토회에서 수행하면 나아질 것 같다는 막연한 믿음으로 시작했는데 처음엔 참회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손준호 님은 불교대학 다니기 전 수행법회를 다니며 수행을 계속했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지금 힘들지만 어떻게든지 이것이 지나갈 거라는 믿음. 기본급이 없이 실적급으로만 수당을 받는 현재의 일은 가정이 있는 준호 님한테는 늘 불안한 직업이었고, 그 불안감 때문에 밤에는 잠을 자지 않고 대리운전을 하며 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몇 시간 못 자는 상황에서도 법당 내 큰 행사들을 치러냈다.
“지금 말하는 거지만 내가 밤에 대리운전했던 거 다들 몰랐을 거예요.”
“에휴... 거사님, 그러면 수행은 못 했겠네요.”
“아니, 했어요.”
“했다고요? 말도 안 돼.”
“띄엄띄엄. 근데 나중엔 정말 너무 힘들어서 못 했어요. 그때 나한테 정말 큰 힘이 된 스님 법문이 있었지. (흐뭇하게 웃으시며) 동지법문이랑 정초법문. 밤이 가장 긴 동지에 지혜로운 사람은 밤이 짧아지기 시작할 그날부터 이미 봄의 시작됨을 알아차린다는 그 법문을 듣고 나의 이 힘든 생활도 얼마지나지 않아 벗어날 수 있겠구나... 하고 알게 됐어요. 그리고 수행을 통해서 진짜 믿게 되었지요.(함박웃음)”
수입이 일정한지 않음으로 인해 불안감이 올라올 때는 알아차리고 그렇게 수행하면서 불안한 마음을 한고비 넘기는 중이라고 한다. 그래서 밤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지금 하는 일에 더 집중하여 안정을 찾은 것이 수행의 결실 중의 하나라고 한다.
“거사님. 수행이 뭐에요? 왜 그렇게 힘든데도 해요?”
“하게 되는 거예요. 알았으니까. 수행을 안 하면 하게 만드는 일이 생겨요. 수행은 새로운 습관이에요.”
글_최솔미 희망리포터(원주정토회 춘천법당)
편집_전은정(강원경기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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