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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둔산법당 저녁반 공양간을 책임지고 있는 엄옥순님
부부가 불교대와 경전반을 나란히 입학, 졸업하고 법당에서 함께 봉사를 합니다.
수행을 통해 술을 좋아하는 남편을 바라보는 마음이 바뀌었다는 엄옥순님의 이야기입니다.
자상한 남편, 화목한 가정을 꿈꾸며 25살에 결혼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남편이 술을 너무 사랑했기에 신혼의 단맛은 없고, 저에겐 나날이 고행의 시간이었습니다. 오 남매 아이들을 키우면서 우리 가족을 위해 힘들더라도 내가 희생을 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책임감으로 슈퍼마켓을 하며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전부 노동을 하며 보냈습니다. 그러다 40대에 유아 교육을 전공하고, 45살에 남편과 함께 어린이 집을 운영했습니다. 함께 지내면서 부딪치기 시작했습니다. 술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남편의 역할은 차량 운행인데 남편이 술을 마시면 운전을 할 수 없어 어린이집 운영에 불편을 겪었습니다. 어린이 집이 끝나면 술에 취해 집을 못 찾는 남편을 찾으러 다니기도 여러 번. 저는 늘 남편을 찾으러 가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집에 왔다 또 술을 마시러 나가는 남편을 보며 제 속은 타 들어갔습니다. 술을 마시는 남편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알코올 중독 모임과 알코올 중독 가족 모임을 나갔고 그 발걸음이 2000년부터 14년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꾸준히 모임에 나갔지만 여전히 문제가 반복되어 가슴 한 편이 답답했습니다. 그러다 알코올 중독 모임의 지인이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알려줘 수행 법회와 인연이 닿았습니다. 2013년 가을 불교대에 입학하며 14년 동안 이어진 알코올 중독 모임을 끊을 수 있었습니다.
남편을 이해하려 노력해도 마음 한 편에 ‘저 사람은 왜 안 바뀔까?’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불교대학의 수행 맛보기 프로그램을 통해 수행을 시작하고 보니 내가 바라는 남편의 모습으로 바꾸고자 하는 집착임을 알아차렸습니다. 예전엔 남편이 큰 소리를 내면 가족을 위해 참았지만 수행을 하면서 저 사람이 큰 소리를 내는구나. 큰 소리를 내서 지금 내가 불안한 마음이 올라오고 있구나. 바라보는 훈련을 했습니다. 그렇게 불교대학, 깨달음의장, 경전반까지 마치고, 수행 법회에 꾸준히 참석하고 수행을 하면서 남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남편이 술을 마시는 건 나쁜 일이 아니구나, 술이 남편의 보약이었구나. 그 또한 삶이 힘들고 막막해 의지처를 찾았구나. 술을 마시며 잠시나마 가장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려 했구나
제가 그 동안 남편을 문제시하며 증오해서 남편이 외롭고 쓸쓸했겠다 참회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여전히 지난 서러웠던 일들이 떠오르지만 지금은 매 순간 알아차리니 그 기억에 사로잡히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몇 십 년 동안 화병으로 생긴 가슴 통증이 작년부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은퇴 후 집에서 스님 책만 읽으면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다 지금은 법당 공양간에서 공양주로 봉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공양간 봉사를 위해 법당에 나오니 여러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고 일을 하면서 무료했던 삶이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또 대전 둔산 법당의 구성원으로 제가 가진 재능을 발휘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뿌듯합니다. 저의 작은 봉사로, 주간 보살님들은 밑반찬이 조금 부족해도 가볍게 법당을 나설 수 있고, 사무실에서 일하는 보살님들은 오롯이 사무실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인생의 문제였던 남편이 지금은 가장 든든한 도반입니다. 남편과 저는 가을불교대로 시작해 경전반 졸업까지 함께 했고, 지금은 둔산 법당에서 봉사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저는 남편과 함께 법당을 향할 때 그리고 함께 봉사할 때 가장 행복합니다. 남편은 몇 년 전에 뇌경색을 앓아 몸이 조금 불편합니다. 그래도 함께 인생의 황혼을 보낼 수 있어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이전에 저는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조마조마하고 불안했습니다. 다행히 뒤늦게 부처님 법을 만나 마음 공부와 수행을 하며 행복한 삶으로 바뀌었습니다. 제 삶에서 가장 잘한 일은 불교대학을 등록한 일입니다. 그 인연으로 제 인생 두 번째 부모님인 법륜스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남은 여생도 스님의 가르침대로 너무 욕심내지 않고 순리대로 살렵니다.
글_배성화 희망리포터(대전정토회 대전법당)
편집_함보현(대전충청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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