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태전법당
[태전] 행복을 재단하는 봄불교대생 이춘자 님

아파트 지하 조그만 상가. ‘수선’이라고 적힌 곳으로 망사 커튼을 젖히고 들어가니 벽에는 법륜스님 불교대학 포스터와 경전에 있는 좋은 글귀들이 붙어 있습니다. 켜켜이 쌓여있는 옷가지들.

벽에 붙은 좋은 글귀와 메모
▲ 벽에 붙은 좋은 글귀와 메모

불교대 포스터와 켜켜이 쌓여있는 옷들
▲ 불교대 포스터와 켜켜이 쌓여있는 옷들

16년 동안 옷 리폼과 수선을 했기에 전국에서 소문을 듣고 손님이 오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가 있는 한 시간 반 동안 열 명이 넘는 손님이 왔다 갑니다.
손님이 오면 가게에 있는 개가 먼저 알고 인사를 합니다.

손님 맞이하는 강아지
▲ 손님 맞이하는 강아지

주인인 이춘자 님은 “바지 색깔이 참 예쁘네.”, “아들이 어쩜 그리 착하노?”라며 손님마다 인사를 건넵니다. “자기 건 다 안 받았다. 다른 손님도 소개시켜 주니 고마워 깎아줬다.” 이렇게 인심도 씁니다. 이러니 단골이 되고, 가까이 사는 분들은 먹을 것을 싸들고 놀러도 옵니다.
오늘은 산에서 돌나물을 뜯어 즙을 짜서 한 양동이 들고 오고, 수박을 썰어 오고, 참외 두 개를 들고 왔네요. 밖은 더우나 지하라 서늘합니다. 저도 시원한 수박과 건강에 좋은 쌉싸름한 돌나물 즙도 한 잔 얻어 마십니다. 인복이 참 많은 분이라 느껴지며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손님이 갖고 온 돌나물즙과 참외
▲ 손님이 갖고 온 돌나물즙과 참외

이춘자 님은 몸이 많이 아픕니다. 청각장애가 있어 보청기를 끼지 않으면 대화조차 어렵습니다. 척추장애도 있습니다. 5년 전 교통사고로 무릎이 아파 절을 할 수 없습니다. 14년 전 척추수술을 했고 작년에 협심증으로 양다리에 마비가 와 인공뼈를 삽입했습니다. 수술 전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다시 걸을 수 있을지 두려움에 암담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걸을 수 있고 작은 아들 결혼도 시키고 다시 일을 할 수 있어 즐겁습니다.

요즘 보기 힘든 발재봉틀. 수선하고 있어요.
▲ 요즘 보기 힘든 발재봉틀. 수선하고 있어요.

어려서 부모와 떨어져 서울에 가서 혼자 생활하며 마음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큰아들이 똑똑하고 인물도 잘 생겨 욕심이 많았습니다. 클 때 별로 애를 먹인 적 없던 아들이 군 장교로 있다가 아무 말 없이 전역을 하는 바람에 큰 충격과 배신감을 느꼈고 무척 실망했습니다. 그래서 우울증이 올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아들이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이 이해시키려고도 하지 않고 힘들어서 그랬다고 말만 하니 몹시 미웠습니다.

불교대 수업 마치고 청소봉사 중
▲ 불교대 수업 마치고 청소봉사 중

여동생이 정토불교대학을 다니더니 어두웠던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내 얼굴 좋아 보이나?” “정말 좋아 보인다.” “언니도 다녀볼래?” “불교대 다니면 어떤데?” “다녀보면 안다.” 그래서 망설이고 있는데, 같은 아파트에 사는 박상희 님이 손님으로 왔다가 정토불교대학을 재차 권유하고 동생이 입학금을 내줄테니 공부해보라고 해서 올 봄에 입학하게 됐습니다.

큰 아들 7살, 작은 아들 5살 때 이혼을 하고 혼자 부모노릇하려니 억울하기도 하고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자식에 대한 욕심이 더욱 커졌고 자식과 엄마 모두 힘들었습니다.

정토불교대학 다니며 내가 바뀌어야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러니 행동에 변화가 온 걸까요? 6년 동안 대화도 하지 않던 큰 아들과 사이가 좋아졌습니다. 그렇게 밉던 아들을 봐도 기분이 좋아지고, 큰 아들은 불교대학 다니더니 엄마가 웃는다며 좋아했습니다. 집안일은 손도 대지 않던 아들이 설거지며 청소 빨래도 스스로 합니다. 심지어 퇴근해서 집에 가면 “오늘 수고하셨어요.”라며 생전 하지 않던 인사도 살갑게 합니다. “이 세상에서 엄마처럼 고마운 사람없다.”라며 여자 친구 앞에서 말합니다. 내심 뿌듯합니다.

수업 마치고 봉사로 연등을 달아요.
▲ 수업 마치고 봉사로 연등을 달아요.

여동생도 저한테 얼굴이 많이 밝아졌다고 합니다. 일을 하지 않으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 죽어라 일만 했습니다. 의사는 스트레스 받지 말고 과로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래서 스트레스 받지 않기 위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애씁니다.
현재에 만족하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해 공부도, 봉사도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칩니다. 빨리 해줘야 하는 일이 있어 급하게 마무리합니다. 재봉틀 밟는 소리가 조그마한 가게에 울려 퍼집니다. 이춘자 님의 행복이 재봉틀처럼 쉼 없이 돌아가기를 바라며 가게를 나옵니다. 건강함과 햇살과 바람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글_도경화 희망리포터 (태전법당)

전체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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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

태전법당 봄불대를 다니는 이춘자님 이야기가 감동이네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100일도 채 되지않은 시간에 행복해지는 사연을 접할때마다 새삼 부처님 법 만난 인연에 감사하는 마음 가득합니다~^^

2016-05-24 11:12:36

큰바다

아드님도 어머님도
참 고맙습니다. ㅎㅎ

2016-05-24 1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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