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노원법당
생명 살리는 공간을 위해
강북불사 기도 대중 인터뷰

 


▲ 강북불사 입재식에 참여한 기도대중

 

[노원정토회 노원법당]

생명 살리는 공간을 위해

강북불사 기도 대중 인터뷰

 

지난 111일 새벽 다섯 시, 노원법당에서는 강북지역 불사 입재식이 있었습니다. 30여 명의 도반이 이른 새벽 법당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사무공간에서까지 절을 하며 불사가 잘 이루어지기를 발원하였습니다.

 


강북불사 입재식에서 발원문을 읽고 있는 기도대중

 

다음날부터 불사 기도대중은 강북구 미아역 근처의 한 사무실을 빌려(불교대학을 다니는 도반이 흔쾌히 마음을 내 주셨습니다) 좁고 불편한 공간에서 매트와 방석을 깔고 매일 새벽 불사기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절 일은 절로 된다

그간 노원정토회를 들락날락하면서 궁금하고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불사입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법회에 참석하려거나 불교대학을 수강하려면 노원구에서 저 먼 서초동까지 가야했습니다. 저도 2007년에 서초동으로 불교대 수업을 들으러 다니면서 명절 전에 차가 막혀 세 시간을 운전하고 갔더니 법문이 다 끝나가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그러다가 2013년에 노원법당이 생기고 기뻐한 일이 엊그제 같았는데 2년 새에 중랑, 도봉, 성북에 법당이 생기고 이제 강북법당 불사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항상 법당에 가면 일할 사람이 없어 절절 매는데 법당을 또 지으면 노원법당 일은 누가 할 거며 새로 생긴 법당은 어떻게 운영할 건가 궁금하고 분별심이 나기도 했는데 불사가 이루어지고 나면 잘 굴러갑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불사기도에 참여하고 있는 노원법당 총무 김경례 님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김경례 저절로 돼요. 절 일은 절로 된다고 저절로 되더라고요. 지도법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법당을 열고 법당이 유지가 안 된다고 해서 밖에 나가서 뭘 할 게 아니라 기도를 열심히 하라고요. 불사를 하는 주체들이 기도를 열심히 하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열심히 기도를 하면 저절로 정성이 모아지는 것 같아요. 법당을 짓는 게 딴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가까운데 수행처를 만드는 거라서 다 함께 동참을 하는 것 같아요.

 


강북불사 입재식에서 자리가 없어 사무공간에서 300배 하고 있는 김경례 총무(왼쪽)

 

말씀은 절로 된다고 하셨지만 제가 보기에는 절대 절로 되지 않습니다. 김경례 님만 하더라도 매일 아침 방학동에서 미아역까지 50분 거리를 걸어와서 기도에 참여합니다. 말이 쉽지 매일 눈도 안 떠지는 새벽에 5시 기도를 하러 50분을 걸어 온다는 건 보통 정성이 아니곤 할 수 없는 일일 겁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늘을 감동시키기 위해서 사람이 할 일은 지극 정성을 다하는 것 밖에는 없다고 평소 법륜스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나는 순간입니다.

 

다른 분들도 본인이 할 수 있는 지극 정성을 다해서 불사기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찾아간 날은 불사기도 8일째, 여덟 분이 좁은 사무실에서 방석을 깔아놓고 300배를 하고 있었습니다. 108배 넘어가니 사무실 유리창이며 거울에 뿌옇게 김이 서립니다. 쌀쌀한 새벽인데도 땀이 나고 앞 사람 옆 사람과 부딪혀가며 절하는데 오히려 경건한 마음이 더 납니다. 그렇게 정진을 마치고 동그랗게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좁은 사무실에서 정성을 다해 300배 중인 기도대중

 

어떤 마음으로 불사기도를 하고 있나요?

이선주 어떤 마음은. 떠밀려서 하게 됐지요. 등 떠밀려서(일동 폭소). (그 등은 누가 밀었나요? 등을 떠민 사람을 지목해 주세요, 란 말에 곁에 있는 총무 김경례 님을 쳐다보십니다. 총무님은 극구 부인^^) 도봉불사 때도 멋모르고 시작했다가 하루 딱 하고 나서는 죽겠다, 발 뺄 수도 없고, 생각했는데 하고 나니까 그게 나한테 온 복이었구나 여겨졌어요. 하지만 또다시 불사를 하라 하면 못할 것 같다, 안 해, 그랬는데 또 강북불사를 하게 되었고 시작하게 되니까 이게 나한테 온 복이구나 싶고 도반들과 하니까 가뿐하게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정초 순회법회 때 유수스님이 도봉법당에 오신 자리에서 사회를 보게 되었어요. 돌아가면서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사회자 소개를 하라 해서 집에서 뭐라 하시는 영감님 궁뎅이 뚜들겨 놓고 나왔습니다. 스님 시키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했더니 몇 살이냐 물으셔서 육십여덟입니다.” 했더니(여기서 매우 놀랐습니다. 엄청난 동안이시거든요) 도봉구는 임자(총무) 있으니 강북구 맡으세요.” 하시더라구요. 사람 많은데서 아니요 그럴 수도 없고 예, 한 것이 큰 도장이 찍혀가지고. 도망가는 방법이 없을까 계속 궁리했지만 결국은 하게 되었네요. 저의 의사는 없었습니다. 스님이 시키는 대로(다들 웃음).

 


강북불사 소임을 맡은 이선주 님

 

말은 이렇게 했지만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게 절대 등 떠밀려 하고 있는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과제들은 사실 피하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그때 나의 업식에 휘둘려 피하고 나면 몸은 편할지 모르지만 허무감이 남게 되는 것 같아요. 도반이, 스승님이 등을 떠밀었다는 건 업식에 저항하는 나의 의지에 힘을 실어줬다는 뜻이 아닐까, 그러니 등 떠밀리고도 저렇게 밝게 웃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받은 걸 갚는 마음으로, 나의 수행을 다잡기 위해서

 

상계동에서 오신다고 들었는데, 노원법당 가시지 여기 왜 오시나요?

정유진 저는 2010년에 불교대학을 서초동에서 했는데요, 그러고 나서 몇 번 입재식에 갔지만 기도가 이어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직장 일로 중국에 가서 살다 돌아와 보니 노원법당이 생겨 있는 거예요. 불교대 다닐 때는 멀어서 힘들었는데 경전반을 노원에서 다니니까 다니기도 좋고 아침기도 안 될 때 노원법당에 가는 것도 좋아요. 총무님이 다른 분들과 이렇게 노원법당을 만들어 놓으시니까 제가 생활하기가 좋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강북불사에 힘을 보태면 어떨까 해서 왔습니다. 받았으니까 저도 뭘 하면 좋겠다 싶어서요.

 

집 근처에 법당이 있는 걸 좋아만 할 줄 알았지 받았으니 갚아야지 이런 생각을 못해본 게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2011년도 불교대 졸업한 후 기도를 꾸준히 이어왔는데 점점 꾀가 나서 내 방식대로 절을 하다가 강북불사 시작한다는 밴드 기사를 보고 자신의 수행을 다잡으려 오게 되었다는 이명자 님의 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 남을 위하는 일이 결국은 나를 위하는 일이구나 하는 깨달음일까요?

 

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부부 

불사기도에 부부가 한 마음이 되어 참여하는 팀이 둘이나 되었습니다. 최승순-허분순 부부와 이중인-박현진 부부. 택시를 운전하며 승객에게 법을 전한다는 최승순 님. 안 좋은 얼굴로 승차했으나 얘기를 주고받다 보면 목적지에 다 왔는데도 내릴 생각을 안 하고 더 얘기하다 얼굴이 환해져서 가는 승객 얘기를 하는 최승순 님과 남편이 항상 아침이면 마주보고 합장을 하는 뜻을 이제야 알겠다는 허분순 님의 다정한 모습이 정말 좋아 보였습니다.

 


부부가 같이 불사기도 중인 최승순 님와 허분순 님

 

도봉불사, 성북불사에 이어 세 번째 불사기도를 하고 계시는 이중인 님와 서울정토회 총무로 일하다 건강상 이유로 쉬고 있는 박현진 님의 이야기도 가슴을 울렸습니다. 집 가까우니까 한다, 며 대수롭지 않게 하는 말도 절대 대수롭게 들리진 않고요(세 번의 불사기도가 쉬운가요밴드에 매일 강북불사 기도 일지를 올리고 있기도 합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우리가 왜 불사를 하는지 마음에 새기게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불사는 생명 살리는 일이라는 이중인 님와 박현진 님

 

박현진 2009년에 강북가정법회를 저희 집에서 처음 시작했어요. 불교대까지 운영했는데 정말 좋았어요. 그때 우울증에 걸리신 분이 <월간정토>지를 보시고 전화를 하셨어요. 한번 갈게요, 하고는 안 오시는 걸 전화를 1년을 드렸어요. 한 달에 한 번 두 번 쯤. 1년째 됐을 때 이분이 내가 내일은 꼭 갈게요, 하더니 진짜 오셨어요. 너무 반가웠고 그날은 둘이서 법회를 했어요. 공교롭게도 아무도 안 오셔서요. 법문 듣고 너무 좋다고, 나누기 할 때 많이 우셨어요. 그동안 우울증으로 죽고 싶었는데 법문을 들으니 왜 살아야 되는지 알겠다며. 그 뒤부터 하루도 안 빠지고 법회를 오시고 불교대, 경전반까지 졸업을 하셨어요. 그리고는 너무 밝아지셨고 스님강연 같은 거 하면 혼자서 전단지도 돌리셨어요. 내가 이것 땜에 살았다고 하시며. 그 모습 보고 매우 감사했고 이 공간이 생명 살리는 공간이구나 싶었어요. 공간 하나 있음으로 해서 찾아오셔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분들을 많이 봤어요.

 

생명 살리는 공간을 만들고자 천일결사 기도 입재일인 오늘도 모여 여느 때와 다름없는 기도를 하시고 이른 새벽 입재식 버스를 타신 강북불사 기도대중에게 부처님의 가피가 내려져 강북불사가 원만히 성취되길 기원하며 이분들의 공덕으로 많은 생명이 살 수 있기를, 너도 좋고 나도 좋은 행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_정혜진 희망리포터 

전체댓글 29

0/200

서정희

총무는 아무나 하나보네요.

2015-11-21 19:09:02

대거화박순천

도반님들의 불사 정진 이야기가 울컥 눈물 나네요. 좋은 글 써주신 덕주행 정혜진 보살님, 고마워요^^

2015-11-19 22:37:15

무애화

혜진님 좋은 감사해요
여러분의 이야기가 감동이네요

2015-11-19 07: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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