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정토회 기흥법당]
법당에 불상은 있나요?
예비 정토행자와 만나고 있는 활동가들의 소소한 이야기
한 마을에 반년이 넘도록 비가 오지 않았다. 결국 산 중턱에서 정성을 다해 기우제를 지냈다. 산을 내려올 때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곧 내려갈 일이 걱정이었다. 산길이 온통 진흙탕으로 변해 발이 푹푹 빠졌다. 그런데 이때 우산을 준비해온 사람이 하나 있었다. 다섯 살짜리 아이였다. 아이에게 이장이 물었다. “아니, 너는 어떻게 우산을 가져왔어?”그러자 아이는 대답했다. “할아버지는 기우제를 지내면서 어떻게 우산도 안 준비했어요?” 준비와 관련지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중 하나다. 준비가 없으면 그토록 기다렸던 비가 갑작스럽게 불청객으로 변할 수도 있다. 준비란 이처럼 중요하다.
-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中 김성근
‘정토행자의하루’ 기사를 준비할 즈음 법당 안에는 가을불교대 모집을 위한 홍보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문득 앞에 인용한 글이 떠올랐습니다. 수행법회 첫 방문자나 불교대 신입생을 맞이하는 소임을 맡은 분들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활동하는 중에 일어난 에피소드는 무엇인지, 그 일들이 개인수행에 준 도움은 무엇인지 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8월 18일 황재영(지객 담당), 박기영(2015 봄불교대 담당), 구진옥(2014 가을불교대 전화문의 담당), 윤석훈(2015 가을불교대 담당) 보살과 함께 인터뷰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선 보살님들이 정토법당에 처음 온 날이나 문의전화를 걸었을 때 어떤 경험을 하셨는지, 그 얘기부터 들어볼까요?
박기영_ 처음 법당에 갔을 때 스님 법문을 자주 접하고 가까이하는 사람들은 다 해탈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겠지 하는 기대를 했어요. 깨달은 사람들처럼 보이고. 저분들은 다 마음을 비우고 살지 않겠나 했죠. 처음엔 나도 그렇게 될 줄 알았지.(모두 웃음) 마음을 내려놓고 사니 이렇게 다들 열심히 활동하시나 보다 그런 생각을 했는데...
구진옥_ 그게 언제 깨졌나요?
박기영_ 나누기 하면서 ‘아~ 그렇지 않은 분도 있구나', '아직 깨닫지 못한 분도 있구나', '나랑 똑같은 고민을 하네?’ 그랬지요. 올해 봉사를 하면서는 그걸 더 많이 느꼈어요. 봉사하면서 "니 꼬라지를 보게 된다." 하신 게 이런 말씀이구나, 깨닫고 있어요.
윤석훈_ 제가 그 전철을 밟을 것 같은데요. 저도 법복 입은 분은 다 깨달음이나 높은 경지에 이른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렵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면서 나는 언제쯤 저 옷을 입으려나했는데요. 불교대 수업 받는 도중에 제가 영상을 맡으면서 법복을 입게 됐거든요. (모두 웃음)
구진옥_ 아무나 입는 거구나 했죠~~
윤석훈_ 저는 스님을 전혀 몰랐어요. 지난번 봉사자 교육에 가보니 20명 중 저만 그렇더라고요. 평상시 불교 공부는 하고 싶었는데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다가 카카오스토리에 올려진 불교대 홍보문을 보고 앞뒤 생각 없이 바로 등록했거든요. 저는 수업이라고 하길래 처음엔 불교 공부만 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나누기 하라, 밥 먹으라, 밥먹고 있으면 수행법회가 좋으니 오라 그러고...
황재영_ 저는 부산 살 때 해운대법당에 처음 갔었는데요, 거기는 공양간이 따로 있어서 다 그런 줄 알았어요. 여기오니 반찬을 가져오라 해서 생소했어요. 해운대법당에서는 법문 듣고 나누기를 하라는데 한두 번 해보니까 좀 불편해서 나누기는 안하고 그냥 왔었어요. 제가 정말 느낀 점이 있는 날은 좋은데, 별다른 얘기가 없을 때는 나누기를 위한 나누기가 되는 게 싫더라고요. 한 1년 도망 다니다가 더 이상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바로 천일결사부터 다녀왔어요.
윤석훈_ 저는 몇 주 다니다 보니까 ‘내가 마음을 내놓지 않으면 내 공부가 안 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라이프스토리 할 때 많은 분들이 놀라실 정도로 속 얘기를 했고요. 안 그랬으면 계속 숨기고 다니면서 잘 사는 척, 잘 지내는 척 하거나 그만두거나 했을 것 같아요. 교리만 배우는 줄 알았는데요, 이렇게 개인적인 수행이 되고 있어서 굉장히 감사한 거죠. 적극적으로 봉사도 하게 됐고요.

▲"불교대 홍보기간에는 밤 11시에 문의전화가 폭주하기도 하죠~" 불교대 문의 전화를 받고 있는 구진옥 보살
전화로 문의하셨을 때는 어떠셨나요?
박기영_ 처음에 수행법회 가고 싶어서 법당에 전화를 해봤는데요. 통화연결이 참 힘들더라고요. 항상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전화를 했었어요. 통화가 안 되니 아침 일찍도 해보고.
윤석훈_ 총무님이 상근하시고 봄불교대 분들이 당직도 서주고 있지만 아무래도 법당이 비는 시간이 생기니까요 지금도 전화연결이 잘 안 되는 거에 불만이 많으세요.
문의전화를 받다 보면 "꼭 오세요. 굉장히 좋아요" 그렇게 애기하게 되지 않으세요? 자기도 모르게 매달리게 되지 않나요?
박기영_ 봄불교대생 모집할 때 제 전화와 법당 전화를 연결해 놓고 문의 전화를 받았는데요. 진짜 하루 종일, 아침부터 밤 열 시 넘어서까지 전화가 오고, 밥 먹다가도 전화를 받으니까 신랑이 옆에서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니 과잉 친절이다."라고요. 정말 별별것 부탁하는 사람이 많이 있었어요. 저는 그냥 제가 알고 있는 건 다 알려드리려고 하다 보니 그때는 진짜 영업사원처럼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구진옥_ 제가 그때 그렇게 몇 차례 겪어보니까 그렇게 한다고 오는 것도 아니고 나랑 상관없이 저 사람의 선택이라는 걸 알게 되니까 무덤덤해지는 게 있어요. 한편으론 소홀해지는 거죠. 그래서 제 성격대로 덤덤하게 응대했는데요. 좀 더 친절하게 했다면 마음이 끌려서 올 수도 있는 사람을 놓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면, 좀 더 신경을 쓸 수 있었을 텐데 싶네요.
윤석훈_ “수행법회가 매주 수요일에 있는데 입학 전에 그걸 먼저 들어보시고 결정하셔도 됩니다.” 이렇게 상세히 안내하는 게 맞는 분이 있고요. “혹시 시간되시면 매주 수요일날...” 하면 “없어요, 없어요.” 하는 분도 있는데 “네 감사합니다.” 하고 끊었어요. 전화도 최선을 다해 받고, 불교대 안내문자도 정성스럽게 만들어 보내고 있긴 한데요. 사람들의 성향이 다르니까 다 맞출 수도 없잖아요. 자기 중심을 갖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전화 상담했을 때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 있을 것 같아요.
구진옥_ 프로그램내용, 시간, 요일 이런 일반적인 질문 외에 자주 하는 질문이 봉사에 대한 거예요. 봉사를 꼭 해야 하나요? 얼마나 해야 하나요? 이런 거. 정토회에 믿음이 안 생기는 분은 회원 수가 몇 명인가요? 불상은 있나요? 물어보시고. 공부는 하고 싶은데 뭔가 의심스러워 하신다 싶을 때는 “수요법회가 있으니까 와보시라”고 안내해드렸어요.
리포터_ 그렇게 의심을 할 때 대답해주기가 참 어려울 것 같아요.
구진옥_ 성의껏 대답해주고 그래도 안 오시면 그분의 그릇이다. 그분이 선택한 일이다. 어쩔 수 없다 했어요.
윤석훈_ 불교대 담당자 교육 갔을 때 들어보니까요. 준비가 안 되어있는데 대뜸 "정토회가 뭐 하는 데냐, 정토가 뭐냐, 무슨 뜻이냐." 이런 질문을 받아서 당황했다 하더라고요. 저는 제일 많이 들은 게 스님이 직접 오시냐고...
구진옥_ 아 맞아요. 그 질문도 많았어요.
박기영_ 스님이 상주해계시냐는 질문도 참 많고요.
윤석훈_ 저희는 지금 서울부터 제주까지 법당이 112개가 있고 모든 법당이 동시에 스님영상강좌을 시작한다고 알려드려요. 졸업식이나 입재식 같은 큰 행사에는 스님이 직접 오시니까 그때는 스님 뵐 수 있다고 안내도 하고요.
문의자로 인해 분별심을 일으킨 경험, 그로인해 내가 깨달음을 얻었던 일을 한번 얘기해 볼까요? 불교대생도 대부분 법당에 처음 오시는 분들이잖아요. 담당하다보면 수행이 많이 되실 것 같아요.
구진옥_ 작년에 가을불교대 수업을 받고 싶다고 문의하신 분이 있었는데요. 주간반에서 한다고 했다가, 저녁반에서 한다 했다가, 친구랑 같이 갈께요 했다가, 친구는 안한대요 하고, 입학식 이후에는 환불이 안 되는 원칙이 있는데 환불을 요구하고. 저는 또 그 원칙을 사전에 얘기 했냐 안했냐 추궁받고요. 저는 말씀드린 것 같은데 그분은 못 들었다 하고 증거는 없고. 일이 진행되는 사이사이에는 분별심이 났는데요. 그 시기가 끝나고 전화를 안 받게 되니까 그때 좀 더 후회 없을 만큼 최선을 다해볼걸, 싶었어요. 나를 통해서 정토를 처음 접하고 그때 받은 정토이미지가 정토의 전부라고 인식할지도 모르는데. 봉사자들이 이리 부족한 거 아실까 싶었고요, 나중에 그 분이 법당에서 봉사할 때 나를 이해해주시면 좋겠다는 기대까지도 했었어요.
리포터_ 고생 많으셨어요.
박기영_ 저는 그렇게 힘들게 하는 분은 안계셨어요. 자질구레하게 일이 많아서 그렇지.
구진옥_ 밤 11시, 12시에도 전화가 폭주할 때가 있었어요. 갑자기 이 시간에 왜 이렇게 전화가 많이 오지? 했는데요. 알고 보니까 누군가가 강연회나 행사에 온 사람들에게 단체문자를 보낸 거였어요.
리포터_ 그렇게 전화가 같은 시간에 계속 오면 응대의 질이 떨어질 것 같아요. 쉬지 않고 같은 말 또 하고 같은 말 또 하고 하다보면요.
구진옥_ 어차피 그건 각오가 되어 있었으니까요.

▲기흥법당 수요법회는 지객 황재영 보살의 잔잔하고 편안한 아침인사와 함께 시작됩니다^^
새로 오신 분들은 모르는 게 많잖아요. 불교대 문의 하는 분이나 법회 처음오는 분에게 이런 정도의 안내는 해주면 좋겠다는 게 있다면 얘기해 주세요.
황재영_ 저는 <지객 매뉴얼>에 있는 대로 하고 있어요. 우선 처음 오시면 반갑게 인사하고 법회 안내문 드리고 법당으로 안내해요. 법문 후에는 공양하고 가시라 하고, 가실 때 입구에서 인사하고. 법회 참석하다보면 법당분위기에 녹아드는 경우가 많아서 따로 설명할 것이 많지 않아요. 설거지는 각자 한다거나 음식을 남기지 않는다는 안내 정도? 서로 서로 물어보는 분위기라 딱히 따로 자세히 안내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구진옥_ 여기는 뭔가를 일일이 가르쳐주지 않아서 편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궁금할 때 물어보면 되니까요. 관리나 간섭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토회의 매력인 것 같아요. 법을 전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딱 달라붙어서 관리하지 않는 건 개인에 대한 신뢰 내지는 자기선택을 존중하기 때문인 것 같거든요.
리포터_ 듣고 보니 수긍이 되는데요, 저는 처음 수요법회에 왔을 때 관리 받고 있는 느낌이 없어서요. 여기에 더 플러스를 해야 되는 건 아닌가 했거든요, 만약에 오늘 제가 왔다가 다음 주에 안와요. 그러면 ‘보살님 이번주 안 오셨네요. 다음주에 꼭 오세요~’ 이정도의 문자나 관심은 어떨까 했거든요.
박기영_ 저는 그렇게까지 하면 부담될 것 같아요. 관리 받는 느낌이 들고.
윤석훈_ 한번 시도해볼 필요는 있지 않을가요? 얼마 전에 제가 수행법회 상담을 해드린 두 분이 같은 날 법회에 오신 적이 있었어요. 그중 한분은 그날 법문 듣고 엄청 감동받으시고 새벽기도도 저랑 같이 나오고 계세요. 불교대 신청도 하고 이번 8-6차 입재식도 가셨고요. 다른 한분은 그날 나누기와 공양을 굉장히 편안하게 하시고 다시 나오겠다고 했는데 계속 안 오셔서 궁금하더라고요. 전화를 따로 드릴까 하다가 부담 드리나 싶어서 멈칫했는데요. 전화를 했을 때 반응이 좋으면 계속 관심을 가지면 되고, 거부감을 느끼면 안하면 되고, 그런 거 아닐까요.
박기영_ 저도 불교대 담당하면서 문자나 전화를 계속 하게 되는데요. 문자 넣으면 답장을 해주시는 분은 전화를 해도 받으시고, 문자를 해도 답장이 없으신 분은 전화도 아예 받지 않으세요. 문자만 보내 봐도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알 수 있어요. 문자를 해서 안 올 사람이 오는 일은 별로 없다고 봐요. 공부에 욕심이 있는 분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오거든요.
구진옥_ 저는 상대방이 가볍게 권하는지 아니면 나한테 부담을 주는 건지에 따라서 반응이 달랐던 것 같아요. 수행법회 처음 올 때 담당자가 가볍게 권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왔거든요.
박기영_ 한 보살님이 하루는 굉장히 기분 나쁘게 전화를 받으셨다가 그 다음에는 되게 기분 좋게 받으시는 거예요. 전화 받는 사람의 기분상태에 따라서도 받아들이는 게 다를 수 있겠구나 싶어요.
구진옥_ 담당자나 모둠장으로서 나는 다만 내 방식대로 할 뿐이고 받아들이는 건 상대방의 선택인거죠. 너무 잘하려고 애를 쓰면 내가 하기도 힘들지만 상대방도 가볍게 받아들이질 못할 것 같아요.
황재영_ 초심자분들이 수요법회에 와서 법당 분위기를 편안하게 느끼면 쉽게 적응하게 되고 그러다가 천일결사도 다녀오고 그러시는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엔 스스로 마음을 내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너무 옆에서 강요하면 부작용이 생기니까요. 필요한 정보만 알려주고 기다려 주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지객 황지영 보살(좌) 과 ‘과잉친절 아니냐’는 남편의 지적을 들어가며 불교대 전화상담에 공을 들인 박기영 보살(우)
그렇다면 초심자들이 법당에 꾸준히 나오면서 수행· 보시· 봉사 하는 정토행자로 자리잡게 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구진옥_ 제 경험상 스님 법문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요. 도반과 함께하는 연대감도 영향이 크다고 생각해요.
황재영_ 법회 올 때마다 공양을 해야 친해지고 그래야 법당도 더 오게 될 것 같아요. 예전에 절에 다닐 때보면 공양을 같이 안하니까 오래 만난 사람들끼리도 눈인사 정도만 하게 되더라고요. 여기는 수요법회 하고나서 나누기, 공양 함께하면서 친해지고 불교대, 경전반도 같이 다니게 되고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돈독한 관계가 법당에 나오는 또다른 즐거움이자 힘이 되지 않나 싶은데요.
박기영_ 저는 나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번뇌가 일어나서 힘들 때 개인적인 나누기를 할 수 있는 도반이 있으면 좋죠. 언니나 친구처럼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법당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더 열심히 나오게 되겠죠?
그런 개인적인 친분을 만드는 계기는 뭐가 있을까요?
구진옥_ 나누기와 공양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박기영_ 저는 작년에 불교대수업 듣고 집에 가다가 커피를 마시면서 도반들과 얘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다 같이 나누기 할 때는 개인적으로 가까워지기가 힘들었는데 차 한잔 하면서는 갑자기 친해지더라고요.
윤석훈_ 지난 가을불교대 도반들 경우에는 어린아이를 키우는 분이 많아서 나누기와 공양을 못하고 가는 분이 많으셨어요. 그래선지 결속력이 약했거든요, 그러다가 3월 졸업특강수련 때 4명이 함께 갔다 오고 나서 굉장히 친해졌어요. 하루를 같이 있고 불교대라는 공감대가 있으니까 얘깃거리도 많았고요. 4월 사찰순례도 같이 다녀왔고요. 비 맞으면서 산행한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됐어요. 특강수련 때 스님을 처음 뵙고, 청법가를 부르는 데 울컥하는 감동이 올라와서 울었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졸업특강수련, 사찰순례, 깨달음의장을 연달아 다녀오면서 참 좋았거든요. 그래서 불교대 수업에 포함된 프로그램은 꼭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걸 얘기하고 있어요. 수행법회도 제가 너무 좋다는 걸 체득을 해선지 마음을 실어서 권하게 되고요. 강요하는 기분이 들까봐 가능한 가볍게 얘기하려고 조심하고 있어요.
박기영_ 작년에 제가 불교대생이었을 때 불교대 담당자가 “이런 거 있습니다.”라고 얘기만 하지 선택은 제가 하게끔 해주셨어요. “오늘 이거 하셔야 되요.” 이런 말을 안 하시니까 편안한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었고, 편안하게 해주시니까 오히려 더 법당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번에 담당자를 맡으면서 불교대생들에게 부담을 주지 말고 편안하게 해드리자고 마음먹었어요. 여기까지 오시는 마음이 어디예요? 너무 고맙잖아요. 편안한 법당 분위기 속에서 본인이 스스로 마음을 낼 때까지 기다려주면 수행도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거고 법당에도 더 오래 나오실 것 같은데요.
윤석훈_ 수행 법회에 저도 처음 왔을 무렵 아는 도반이 없었어요. 그래서 상차림 할 때나 “어디가세요?” 하는 분이 없을 때에 조용히 집에 갔었어요. 매일 보는 가족, 친구, 지인 말고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게 몇 십 년 만이거든요. 거기다 사람 많은 데 있으면 불편해하는 업식이 있어서 혼자서 쭈뼛쭈뼛 했죠. 총무님이나 도반님들이 공양하고 가라고 붙잡으시면 “그럴까요?” 하며 남아있고... 그러면서 차츰차츰 적응했어요. 그러다 소임도 맡게 되고요. 총무님이 밝게 맞이해 주시고 공양하라고 챙겨주신 시간들이 저에게는 큰 힘이 됐어요.
초심자들은 다양한 기대를 갖고 법당에 오실 텐데요, 그분들의 기대치가 얼마 만큼 충족되고 있을까요?
윤석훈_ 불교대생의 만족도는 졸업률이 말해주지 않을까요? (모두 웃음)
리포터_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빠질 수도 있는데요. 졸업률이 모든 걸 대변할 수 있을까요?
구진옥_ 봉사 참여율도 정확한 지표가 될 것 같아요. 불교대나 수행법회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수록 봉사 참여율도 올라가겠죠. 개인의 기대치가 만족되면 법당에 계속 나오게 되고 베풀 수 있는 마음도 생기는 거잖아요. 진정으로 만족한 사람들은 봉사를 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담당자의 마음을 몰라주는 새내기 정토행자에게 ‘나도 그랬지’ 하며 씨익~ 웃고마는 구진옥 보살(좌), 최선의 전화상담을 위해 예상질문과 대답을 준비하고 기다린 윤석훈 보살(우)
정토회 처음 오시는 분을 만나고 전화 상담 소임을 하면서 얻게 되는 보람은 무엇일까요?
황재영_ 제가 맡고 있는 지객 소임은 크게 표시나는 일도 아니고 조금 일찍 나와야 하는 거 외에는 부담도 적어서요. 이 정도 일은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마음인데요. 늘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처음 오시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안내 받을 수 있으니 안정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고요. 법당에 처음 오신 다음에 꾸준히 수행법회 참석하는 분들한테는 아무래도 애착이 가고 친근감이 더 큰데요. 불교대 입학하고 소임 맡아서 열심히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흐뭇하죠. 전업주부로 살면 소속감을 느낄 일이 없는데 법당에서 소임을 맡아 활동하다보면 그걸 충족시켜주는 것 같아요.
박기영_ 불교대 담당자로 활동하면서 몸이 안 좋을 때도 있고 아침에 오기 싫을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때 어떻게 마음을 먹으면 이런 번뇌에서 벗어날까 생각하게 되거든요, 내가 여기서 이렇게 부딪치는구나. 이 부분에서 화가 올라오는구나. 자꾸 내 모습을 보고 그러면서 반성하고 비우게 되거든요. 경계에 부딪칠 때마다 자기 수행을 할 수 있으면 그게 가장 큰 선물이죠.
윤석훈_ 저는 불교대 문의 전화주신 거사님이 기억에 남는데요. 불교대하시면서 수행법회도 함께하시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리자 관심을 보이셨어요. 궁금해하시는 부분에 대해 최선을 다해 말씀드리고 나자 거사님께서 너무 감사하다며 제 이름을 물어보셨구요. 저는 통화 끝나자마자 "궁금하신 내용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주세요."라고 문자도 드렸어요. 마지막에 전화 끊으면서 많이 고마워하시는 문의자가 계실 때나 제가 아는 한 최대한 열심히 응대 하고 있을 때 뿌듯한 마음이 들고요. 한분이라도 더 불법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한껏 샘솟아오를 때도 참 좋더라고요. 그리고 제 안의 한계를 극복했던 것이 또 다른 보람이예요. 작년에 불교대 도반이 처음에 저를 봤을 때 여기 법당의 지붕이 무너지는 줄 알았대요. 너무 어둡고 웃지도 않고 그런다고... 그런데 요즘에는 지붕이 날아 갈까봐 걱정이래요.(모두웃음) 그때는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직장 다니느라 피곤에 절어서 더 그랬어요.
구진옥_ 자기 소임 때문에 바빠서 도반과의 관계가 안 좋을 때가 있지요. 서로 부딪치면서 극복해나가면 진짜 최고의 도반이 되는 거고요. 반목하는 도반 덕분에 기도도 하게 되고 수행도 하게 되더라고요.
가족하고는 관계가 괜찮은데 이제 도반이 분별심을 일으키는 건가요?^^
구진옥_ 제가 예전에 봉사 안할 때는요, 봉사하면서 티격태격하는 도반들이나 불평 불만하는 도반들을 보면 이상했어요. 봉사하는 사람들한테 감사하는 마음도 없었어요. ‘자기 공부하는데 내가 왜 감사해?, 자기 수행하려고 스스로 선택한 거 아니였나?, 힘들면 안하면 되지, 왜 불평이야?’ 그랬어요. 제가 봉사를 하면서 소임 맡은 도반들의 어려움을 알고 나니까 ‘그때 나 되게 미워했겠다.’ 했죠.(모두웃음) 봉사 안하는 도반이 ‘저 사람들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거 아니야?’ 하거나 불교대생들이 봉사자들에게 부정적인 말씀을 할 때에도 ‘그래 나도 저런 생각 했었지.’ 하면서 이해를 하게 되요. 제가 초심자일 때 가졌던 분별심 덕분에 예전에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을 이해하는 힘이 생기는 것, 그게 소임을 맡아하면서 얻게되는 가장 큰 보람이죠!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활동가 분들의 고단함과 뿌듯함이 손에 잡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네분 모두 예비 정토행자가 수행·보시·봉사하는 정토행자로 성장하도록 귀한 거름으로 쓰이셨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정토회의 이미지를 만든다는 자부심, 책임감으로 소임 맡아주신 황재영, 구진옥, 박기영, 윤석훈 보살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Posted by 정혜선 희망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