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법당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여름 명상수련 바라지를 다녀와서
[마산정토회 거제법당]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여름 명상수련 바라지를 다녀와서
거제법당 주간 경전반 담당 이윤희 보살의 여름 명상수련 바라지 소감문을 소개합니다. 올해 초 겨울에는 함양 깨달음의장 바라지를 다녀오고 이번 여름에는 명상 바라지를 다녀왔다고 합니다.

▲ 동트는 새벽, 공양간으로 가는 길
쨍 하니 내려 쬐는 7월의 햇살을 머리 위에 두고 명상수련에 참가하는 도반들과 함께 수련원에 도착했다. 법사님이 바라지의 자세에 대해 설명해 주시자 바로 전까지 도반들과 즐거웠던 기분은 저만치 물러나고 이내 긴장하게 되었다. 명상 바라지는 수련생들을 아기처럼 보살펴야 한다고 하셨다. 수련생이 불편하지 않도록 바라지가 먼저 생각하고 먼저 정리하고 먼저 준비한단다. 더불어 자신을 살펴, 일과 수행의 통일을 통해 자신을 수행해야 한다.
원래 바라지는 일을 돌봐주거나 먹을 것을 대어준다는 의미지만, 정토회의 바라지는 말의 울림이 맑고 따뜻하게 다가온다. 내가 수련했을 때 나의 수련을 돕기 위해 도반이 그림자처럼 도와주었던 기억을 갖고 있는 까닭이다. 공양간으로 내려가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잘 쓰입니다'라는 명심문으로 다시 한 번 진정한 배려를 마음에 새긴다.

▲ 명상 바라지 수련하고 나오면서
명상공양 바라지는 수련생 공양과 바라지 공양으로 나뉘는데 나는 타 지역에서 온 4명의 도반들과 함께 바라지 공양의 소임을 맡게 되었다. 공양을 준비하거나 공양물을 올리거나, 배식을 할 땐 묵언과 함께 발걸음 하나에도 늘 깨어있어야 한다. 우리들은 대략 5~60명의 바라지 공양을 맡았다. 매끼니 정성과 함께 소박하게 찬을 준비했다.

▲ 공양간 장독대. 멀리 희양산이 보인다.
원래 명상바라지들은 기름에 지지고 볶는 찬은 만들지 않는다는데, 우리는 멋모르고 첫날엔 호박전을, 둘째 날은 감자호박부침개를 만들었다. 얼굴은 공양간의 후끈한 열기와 함께 시뻘겋게 익어 부침개를 뒤집고 있는 순간 바라지 팀장이 사색이 되어 들어왔다. 기름 냄새가 수련원 전체에 진동을 한다고 한다.
아뿔싸! 단식 중인 지도 법사님과 절식으로 힘들 도반들에게 지글지글 기름 냄새라니! 깨어있지 못하였다. 바라지들에게 맛있는 찬을 먹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큰 실수를 했다. 더구나 나이 어린 팀장이 곤란했을 것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그득했다.
생활소임은 해우소 소제였다. 해우소는 물청소를 하지 못한다. 걸레로 변기를 닦아야 하는데, 걸레를 찾아 두리번거리니 '똥걸레'라고 쓰인 걸레가 보였다. 한 치의 오차가 없었다. 역시 '정토회'이다. EM을 먼저 분사한 후 걸레청소를 하면 청결해진다. 젊은 법우들과 함께 소임을 맡았는데, 놀랍고 고마웠다. 집에 있으면 더럽다고 걸레를 잡았을까? 그러나 수행자이므로 솔선수범해서 나, 너를 따지지 않고 소제를 하는 모습에 내 딸을 떠올려보니 참으로 부럽다. 이래저래 바라지 와서 도반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된다.
아침공양을 마친 후 문수방에서 바라지 모두가 함께 천일결사 정진을 했다. 땀이 비 오듯 흐르지만 마음은 가볍다. 저녁공양을 마친 후엔 지도법사님의 법문을 들었다. 벌써 보름이 넘는 단식으로 초췌한 모습인데, 행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지극한 마음을 보태주시는 스님을 보며 눈물이 났다. 이렇게 지극한 사랑을 가지신 분을 스승님으로 모시고 있는 우리 정토행자들은 얼마나 복된가!
덕생법사님과의 일문일답은 바라지들에게는 보너스였다. 웃음과 함께 질문에 답해주셨고, 좋은 깨우침을 주셨다.
▲ 희양산 위에 걸터앉은 구름들.
습하고 무른 날들….
우뚝하게 솟은 희양산 바위에 하늘에서 내려와 걸터앉은 구름 무리는 선계에 와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신비해 보였다. 문수방 툇마루에서 산들바람을 맞으며 각 지역에서 바라지를 위해 모여든 도반들의 이야기들을 듣는다. 때론 재미있고, 때론 가슴 시리고 아프지만 불법과 스님의 법문을 통해 극복하고 지금은 수행자로서의 생활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나누며 서로 등을 쓰다듬는다.

▲ 명상수련한 도반들과 함께
4박 5일의 바라지를 마치며 나를 돌이켜본다.
순간의 분별심과 경계에 흔들리는 나와, 바라지 수련에 참여한 까닭은 무엇이었는지. 찰나에 깨어 있으려고 노력하고 나를 내려놓는 수행을 통해 진정한 보살이 되고자 한다. 이것이 이번 바라지 수련에 참여한 이유이다. 더운 여름 함께 수고해주신 여러 바라지님들께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Posted by 허영심 희망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