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한국제이티에스
구호의 현장 그 어느곳이라도...

26세의 한국인 아가씨, 미국에서 CEO 되다!

대표님의 바쁜 일정으로 두 번이나 인터뷰가 연기돼서 걱정했어요.

“조금 전 인천항 E1터미널에서 일본 긴급구호 지원물품 선적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지진과 쓰나미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일본 이재민에게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올해로 긴급 구호 활동을 하신 지 18년이 됩니다. 건강도 챙겨가면서 하셔야 할 텐데요.

“일할 때는 긴장해서 아픈 줄 몰라요. 마음은 전과 다름없는데 요즘은 일을 하기 전에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나를 보게 됩니다. 나이 탓인가?(웃음)”

나이 하니까 대표님 젊었을 때가 궁급합니다.

“중학교 때 식구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갔습니다. 보석함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을 했는데 무슨 일이든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서 하루에 18시간씩 일을 하며 일주일 내내 일만 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150여 명의 조합원이 있는 지사로 보내졌습니다. 노장조합원들의 노골적인 무시와 반항이 있었지만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으로 눈물을 감추며 이겨냈습니다.

그리고 26살에 내 이름을 건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인종차별이 심한 곳인데다가 조그만 동양 여자가 사장이라며 이래라 저래라 하니 처음엔 직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강한 성격대로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운영방침으로 나중에는 조합까지도 내 편으로 만들면서 회사를 지켜나갔습니다.

그런 불굴의 의지가 긴급구호 활동의 원동력이 아닌가 합니다만 수반되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아요 .

“그때 당시 회사로 출근하기 전 미리 집에서 울고 나갔습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데다 여자로서 무시를 당하면 안 된다는 생각, 회사를 경영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마음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가족에게도 힘들다는 말을 못했습니다. 1992년 9월 어느 날 새벽, 잠이 깼는데 푸른 초원이 생각나면서 너무나 절에 가고 싶었습니다. 한인 주소록에서 알아낸 뉴욕에 있는 한국 절 불국사를 찾아갔습니다.”

“이 강의 듣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거야”

“그곳에서 만난 도반의 소개로 뉴저지에서 열린 법륜스님의 반야심경 강좌를 듣게 되었습니다. 강좌가 끝난 뒤 ‘깨달음’이라는 단어 한 마디가 마음에 닿아 바로 깨달음의 장을 했습니다. (갑자기 웃는 대표님) 그때만 해도 내가 잘났다고 생각했어요. 무서울 게 없었고 나는 무엇이든 잘할 수 있다는 자만심에 가득 차 있었죠. 한 마디로 나를 몰랐었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마친 후, 운명 같은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습니다. ‘저 스님을 꼭 도와드리고 싶다.’ 그해 말 한국에 지인을 만나러 나왔다가 법륜스님께 연락드려서 만나 뵙고 말없이 따라간 용두리에서 보리밥에 무김치가 전부인 식사를 하고 홍제동에 가서 만 배 하고 각해보살님에게 기도문 받았습니다.

그 모든 걸 하는 동안 이유가 궁금하지 않았나요?

”그냥 하라 하시니까 해야 되나보다 하고 했습니다.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 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미국에 들어갔습니다. 몸이 조금씩 아파오더니 병원에서도 이유를 알 수 없는 통증에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아는 분이 소개해서 구병시식(병든 사람을 위하여 귀신에게 음식을 베풀고 법문(法門)을 알려 주는 의식)을 하러 한국에 다시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스님께서 “나하고 같이 인도나 가서 100일만 있다 오자.” 하셨습니다. 그때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스님 따라 인도에 갔습니다.

그때가 인도 봉사활동의 시작이군요. 적응하기 어떠셨는지요

”인도에 가서 보게 된 인도사람들의 생활은 사람이 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엔 밥도 길거리에서 먹고 하수구 옆에 있는 2불짜리 숙소에서 잤는데 정토회를 알기 전에 비즈니스 클럽만을 아는 호화스러운 생활을 하던 나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최악의 삶이었습니다.

통역하는 일을 시작으로 학교 짓는 현장에서 아이들 씻기고 밥 짓는 일을 하며 98일을 살다가 왔습니다. 그 인연으로 지금까지 해마다 인도에 갑니다.”

봉사활동과 미국의 사업을 병행하다가 2004년도에 완전히 귀국하셨다고요.

“그때 처음 북한사업을 시작했고 ‘용천 열차 폭발 사고‘ 후 긴급구호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북한은 개인적으로 애정이 많이 가는 곳인데 확실한 모니터링에 의거해서 지원하기 때문에 북한사람들도 한국 JTS 는 확실하게 도와준다는 것을 알고 믿음과 함께 지원에 대해 진실로 감사함을 전해옵니다.

한국 JTS의 산 증인이시기도 한데 자부심도 대단하실 거 같아요

“처음에 스님께서 JTS를 맡아서 해보라 하셨을 때 책임지는 일이 싫었어요. 하지만 JTS에서 활동하면서 다른 단체에서는 볼 수 없는 법륜스님만의 방법으로 남을 돕는 것을 배우면서 진정 사람을 위해서 하는 일이란 이런 거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그 누구에게도 자신 있게 한국 JTS는 백 프로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는 단체라고 말합니다. 법륜스님의 가르침대로 일을 하다 보면 양이 아닌 질적으로 돕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고 점점 더 모범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자신감과 희망을 갖게 됩니다.

긴급구호 가실 때 언제나 미디어 매체가 들어가지 않는 곳, 제일 열악한 곳에만 그것도 거의 혼자 활동하시는데 그 초인적인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요.

”재난을 당한 곳에 가보면 살 만한 곳은 미디어에 노출되기 때문에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흙집에 사는 사람들은 그들의 생활 터전 자체가 사라져버려도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합니다. 그런 곳을 돕는 것이 우리 한국JTS가 하는 일입니다. 보통 단체에서 구호 활동을 가게 되면 한 사람 당 경비가 최하 70~80만 불입니다.

하지만 소형차로 현지어와 영어가 가능한 운전자를 구하면 통역비와 이동수단에 드는 비싼 경비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또 그곳 아이들에게 작은 일들을 부탁하면 아이들 자신이 좋은 일 한다는 자긍심도 심어주는 산교육이 됩니다. 그렇게 해서 절약한 돈으로 구호 물품을 구입하여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누군가 나에게 그랬어요. 에스키모 인들에게 냉장고 팔아먹을 사람이라고.(웃음)“

현장 스타일

생리현상을 막기 위해 물도 안 마시고 구조 활동을 하신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2003 년 아프가니스탄 구조 활동 때인 것 같아요. 파키스탄 카블에서 칸다아르로 가는, 폭탄 맞은 길을 세계 최초로 들어가서 구조 활동을 했습니다. 차로 왕복 20시간이 걸리는 곳이었는데 먼지와 더위 때문에 창문을 닫을 수도 열 수도 없는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비까지 오는 상황에서 법륜스님께서도 불도 없는 헛간에다 비옷 깔고 주무셨습니다. 작은 주전자 하나에 들어 있는 물로 세수하고 양치질까지 했어요. 화장실을 가는 거조차 엄두를 내지 못해서 거의 안 먹고 안 마시고 안 자고 했습니다. 그날 이후 급성 당뇨로 3일 동안 일어나지 못했어요."

그렇게까지 힘들게 일하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배운 대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가끔은 왜 내가 이렇게 힘들게 일해야 하나 의문이 가지만 법륜스님 옆에서 일할 때 처음부터 최악의 상태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쉽게 일하는 것이 스스로가 용납이 안 되는 거 같아요. 다른 방법으로는 안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표님을 순수하고 열정적이라고 표현합니다. 맞나요?

“저는 강한 사람한테는 굉장히 강하고 약한 사람한테는 한없이 약합니다. 일을 할 때도 철저히 계획하고 준비하면서 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위험하고 극한 현장에서 순발력이 발휘되는 거 같아요. 다시 말하면 현장 스타일입니다. 어떤 일을 해도 우왕좌왕 하지 않고 목표를 정해서 중심을 잡고 일하시는 스승님으로부터 배운 개척정신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중간에도 여러 곳에서 업무상 전화 통화를 하던 박지나 대표님이 식어버린 차를 마시며 나지막이 던진 ‘나는 정토행자 불량품이야!’ 한 마디에 머리가 아득해졌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버림받은 사람들에게 불량품은 천사이고 보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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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란

참 많이 배웁니다. 존경합니다. 감사합니다.

2018-12-26 16: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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