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6.1.6. 병문안, 목디스크 치료, 휴식
“말기 암 아내와 두 아이를 두고, 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두북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뒤, 차에 올라 양산 부산대학교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미국에서 오래 생활하던 속가 형님이 병환이 깊어져 귀국해서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얼마 전 병세가 악화되었다가 다시 회복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다녀왔습니다. 스님은 건강 상태를 살핀 뒤 마음을 편안히 해드리고 병실을 나섰습니다.

현재 스님은 목디스크로 인해 어깨와 팔에 통증이 있습니다. 마침 스님을 잘 아는 의사분이 치료를 해주겠다고 해서 병원에 온 김에 치료를 받아 보았습니다. 그러나 치료 과정에서 통증이 매우 심했습니다.

치료를 마친 뒤에는 요양원에 계시는 형수님을 찾아뵙고 속가 누님 댁으로 향했습니다. 오후 1시가 되어 누님 댁에 도착하여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오늘이 누님의 생신이었습니다. 누님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찾아온 스님이 반가운 듯, 직접 만든 도토리묵을 비롯해 여러 가지 음식을 정성껏 차려 주었습니다. 연세가 많아 앞으로 자주 찾아뵙기 어렵겠다는 생각에,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식사를 함께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누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다시 두북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두북수련원에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 등에서 온 아시아지회 회원들이 찾아와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차에서 내린 스님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제가 요즘 목디스크 때문에 어깨와 팔이 많이 아픈데, 아침에 치료를 받고 왔습니다. 치료를 받는데 너무 아파서 지금 몸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저 대신에 묘덕법사님과 노재국 거사님에게 안내를 부탁드립니다.”

“아닙니다. 저희는 스님 얼굴을 뵐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합니다.”

스님은 먼 길을 달려온 아시아지회 회원들에게 얼마 전 출간한 책을 한 권씩 선물했습니다.

“기념사진이라도 같이 찍읍시다.”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스님은 아시아지회 회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아시아지회 회원들은 두북수련원을 둘러보고, 스님은 오후 내내 휴식을 취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원고 교정과 여러 가지 업무를 본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였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작년 9월 유럽 순회강연 중 런던에서 열린 즉문즉설에서 스님과 질문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말기 암 아내와 두 아이를 두고, 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25년을 함께한 아내가 올해 초 말기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은 열네 살, 열여섯 살로 아직 어립니다. 앞으로 혼자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고 힘이 빠집니다. 처음 아내의 병을 알게 되었을 때는 큰 충격이었지만, 진단을 받은 지 6개월이 지난 지금은 받아들이고 순응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할지 여쭙고 싶습니다.”

“과거의 기준에 매달리면 도저히 살아가기 어려워집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꼭 그렇게 어려운 문제만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 가운데 재산이 약 400억 원에 이르던 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IMF 시기에 주식 투자로 큰 손실을 보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이후 미국에 살던 동생이 한국에 들어와 유산을 정리해 보니, 남은 재산이 50억 원 정도였다고 합니다. 400억 원을 기준으로 보면 50억 원은 ‘완전히 망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의 기준으로 본다면, 그것만 해도 여전히 큰 재산입니다. 이처럼 인생이란 결국 어디에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이는 문제입니다.

부부가 아이들을 데리고 아기자기하게 살아가는 삶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아내의 죽음은 청천벽력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아이 둘만 남았다고 해서 도저히 살 수 없는 상황은 아닙니다. 서로 좋아서 결혼했더라도, 막상 함께 살아가다 보면 간섭과 다툼이 생기고, 때로는 귀찮아져서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 않습니까.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기도 전에 상대가 세상을 떠난 셈이니, 이제는 그냥 혼자 살면 되는 일입니다. 스님 역시 지금까지 혼자 살아왔습니다. 저 또한 북한에서 넘어온 탈북 난민 아이를 절에 데려와 키워 대학까지 보냈습니다. 남의 아이도 그렇게 키웠는데, 내 자식 둘을 키우는 일이 무엇이 그리 어렵겠습니까.

혼자 사는 것이 적적하다면 재혼하면 됩니다. 함께 잘 살다가도 이혼하고 다시 결혼하는 세상인데, 부인이 세상을 떠난 뒤에 재혼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재혼해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면 됩니다.

그런 선택이 조금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꼭 결혼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여자 친구로 지내도 됩니다. 아마 부인보다 여자 친구에게 드는 비용이 조금 더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웃음) 부인이 아이를 키울 때는 사랑으로 하는 일이니, 돈을 따지지 않지만, 여자 친구는 남이기 때문에 일당을 쳐줘야 합니다.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것이지요. 남이 아이를 돌봐주는 일에는 언제나 비용이 드는 법이니까요.

제가 보기에 지금 진정으로 걱정해야 할 사람은 질문자가 아니라, 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내입니다. 죽어가는 사람도 있는데, 살아 있는 사람이 무슨 일을 못 하겠습니까. 질문자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슬퍼하며 울고 있을 것이 아니라, 아내와 함께할 수 있는 남은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아내를 위해서라기보다, 미래의 질문자 자신을 위해서입니다. 훗날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아내를 돌보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나중에 혼자 살든, 다른 사람과 함께 살든 마음에 후회가 남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질문자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큰일임이 틀림없습니다. 아이 둘을 데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이 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구적인 차원에서 보면, 이 일은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가자 지구에서 폭격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의 고통에 비한다면, 질문자의 고민은 상대적으로 큰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시야를 크게 가지십시오. 과거에 집착하거나 ‘이걸 어떻게 하지?’ 하고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하늘이 무너지는 듯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발 물러서서 크게 보면, 생각보다 별일이 아닙니다. 6·25 전쟁 때도 남편을 잃고 아내 혼자 아이들을 키워낸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나고 보면 결국 다 별일 아닙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만 매달리지 말고, 조금 더 멀리 보고 걸어가십시오.

질문자가 걱정에 빠져 아내를 돌보는 데 소홀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은 오로지 아내를 돌보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입니다. 그렇게 하고 난 뒤에는 미련 없이 정리하고, 필요하다면 다시 결혼도 하고, 그렇게 살아가면 됩니다. 그것은 결코 죄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함께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부모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살아 계실 때 찬물 한 그릇 떠다 드리는 것이 중요하지, 돌아가신 뒤에 제사상을 태산처럼 차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런 일은 대부분 살아 있는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다른 생각하지 말고, 아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그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십시오.”

“네,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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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명

질문자의 맘은 이해하지만 곧 죽을 아내가 훨씬 안됐습니다

2026-01-09 21:58:12

김영숙

목디스크 저도 4번 정도 재발했지만 그럴때마다 목운동으로 나았습니다. 스님 업무 보시는 태도가 목에 안 좋습니다. 목을 좌우 기울이기 15초씩, 앞뒤 젖히기 15초씩, 좌우로 돌리기 15초씩. 시간 날때마다 생각 날때마다 하시면 분명 차도가 있습니다. 물론 아프지만 반복할수록 차도가 있고 시원합니다.
수술할 정도가 아니시면 꼭 하시길 ^^

2026-01-09 18:05:52

이경숙

스님의 지혜로 마음이 가벼워지고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이 풀리는 묘한 기분을 느낍니다.같은 일이 보는 관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구나!!스님 고맙습니다.건강하시길 두손 모아 기원합니다 🙏

2026-01-09 17: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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