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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부탄 방문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입니다.
어젯밤 10시 20분에 방콕 공항을 출발한 스님은 밤새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여 오전 6시에 인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공항을 나오자마자 곧바로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오전 9시부터 10층 회의실에서 JTS 활동가들과 함께 자메이카 긴급구호 방안에 대해 회의를 했습니다. 자메이카는 지난주에 카리브해 섬나라들을 차례로 강타한 초강력 허리케인 '멀리사'로 인해 주요 기반 시설과 주택이 대부분 파괴되었고, 전기·수도·통신·도로·숙박 시설까지 대부분 마비된 상황입니다. 스님은 피해 소식을 접하고 귀국하자마자 곧바로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회의실에는 JTS 대표와 사무국장이 자리하고, 미국 JTS 사무국장과 주자메이카 한국대사관에서도 온라인으로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현재 보고된 상황을 종합해서 자메이카 긴급구호 활동 방안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자메이카는 5등급 허리케인으로 인해 피해가 아주 큽니다. 오늘은 첫째, 우리가 지원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해야 하고, 둘째, 지원을 한다면 어느 규모로,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지 정해야 합니다.

태풍이 일어난 지 일주일 가까이 지났기 때문에 ‘1단계 긴급 대응’ 시기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이 시기에는 물가도 폭등하고 국제구호 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몰려와 현장이 혼란스럽기 때문에, JTS와 같은 작은 단체가 진입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보통 이런 재난에서는 한 달 정도가 지나면 교통과 상황이 조금 정리되고, 구호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생깁니다. 이 시기를 ‘2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는 이 시점을 목표로 준비하는 것이 더 현실적입니다.
현지에서는 물자를 구하기 어렵고, 물자가 있다 하더라도 가격이 3~4배 비싸며, 재고도 불확실합니다. 국가 전체가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결국 미국에서 물자를 구입해 보내야 합니다. 배분은 정부에 맡기기보다는 현지 NGO나 교회, 수녀원 등과 협력해 명단을 확보하고, 우리가 직접 감독하며 배분하는 방식이 가장 안전합니다. 한국 수녀님들이 운영하던 무료 급식소는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있어 배분 거점으로 활용할 수가 있겠으나 사전에 조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물자를 서둘러 보내면 오히려 손실이 날 수 있으니 서두르지 말아야 합니다. 우선 현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 대사관의 협조를 구해서 먼저 현장 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박지나 대표님이 현장을 방문해 실태를 확인한 뒤 규모와 품목을 확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오늘은 긴급구호의 큰 방향을 설정하는 자리입니다. 즉각 투입은 어렵기 때문에 2단계 지원을 목표로 준비를 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스님의 발표를 듣고 나서 참석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확인한 현장 상황과 의견을 차례로 공유했습니다.
민덕홍 미국 JTS 사무국장은 이번 지원을 계기로 JTS가 중남미 지역과의 연계를 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메이카는 올해뿐 아니라 앞으로도 기후 변화로 인해 반복적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지원이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중남미 지원의 첫 시도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긴급 투입보다 현장을 직접 보고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무엇이 어디에 필요한지 먼저 확인한 뒤, 미국에서 물자를 구입해 보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일 것 같습니다.”
주자메이카 한국 대사관에서는 현재 자메이카의 상황을 상세히 보고하며, 현장의 혼란과 안전 문제를 설명했습니다.

“자메이카의 피해는 매우 심각합니다. 일부 지역이 아니라 국가 전체가 붕괴된 상황입니다. 전기·수도·통신이 끊겼고, 연료 부족으로 차량 이동도 어렵습니다. 호텔도 대부분 문을 닫아 외부인이 머물 숙소가 거의 없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약탈도 발생해 치안도 불안합니다.
관세청은 대규모 물품을 개인이 반입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해 반드시 공식 단체를 통해 들여와야 합니다. 현재는 연말까지 구호물자에 대한 관세·소비세를 면제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연장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 수녀님 두 분이 무료급식소를 운영해 왔는데, 그곳은 일주일에 두 번, 한 번에 약 100명이 찾는 중요한 공간이었습니다. 건물은 파괴됐지만, 수녀님들은 그 지역을 가장 잘 알고 있어 향후 배분 거점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몬테고베이에 한국 명예영사가 운영하는 물류회사가 있어 통관 대행도 가능합니다. 통신은 스타링크가 피해 지역에 무료 인터넷을 제공하고 있어, 수신 장치만 가져가면 현장에서 사용 가능합니다.”
현장을 직접 다녀와 교통, 치안, 물류 수신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한 뒤에 세부 계획을 세우면 좋겠다는 데에 스님도 동의를 했습니다. 박지나 대표님도 서둘러 물자를 보내는 것이 위험하며, 현장 확인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지금은 물자를 서둘러 보내면 오히려 사라지거나 엉뚱한 곳으로 갈 위험이 큽니다. 제3세계에서는 좋은 물건일수록 중간에서 감춰지거나 빼돌려지는 일이 실제로 자주 발생합니다. 먼저 현장을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배분을 직접 하려면 현지 경찰이나 자원봉사자들과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수녀원과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을 보고, 어떤 구조가 가능한지 파악한 뒤에 물자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회의를 마무리하며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우선 박지나 대표님이 2~3일 이내에 비행 일정을 정해서 현장을 방문해 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실무팀은 현장 보고를 기다리며 후속 준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후에도 신속하게 대책 논의를 이어가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스님은 서둘러 점심 식사를 한 후 곧바로 서울을 출발하여 두북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두북수련원으로 향하는 길에 경주에 들러 2025 APEC 정상 회의를 치르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한 번 둘러보았습니다. 깊어 가는 가을에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었고, APEC 정상 회의의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경주 시내를 지나 오후 5시에 두북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원고 교정과 여러 가지 업무들을 본 후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 두북수련원을 출발해 서울로 돌아온 후, 오후 1시부터 열리는 청년 페스타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이후 2박 3일 동안 이어지는 행사에 함께하며, 청년들과 직접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9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에서 스님과 질문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저는 지금까지 남의 도움을 받으며 프랑스에서 살아왔는데, 이제는 남을 돕는 삶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런데 도우려다 보니 고민이 많습니다. 누군가 먼저 저에게 상담을 요청할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제가 먼저 나서서 훈계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건넨 도움들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상황에서, 어떻게 돕는 것이 지혜로운지 늘 고민이 됩니다.”
“첫째, 상대가 요청할 때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요청하지 않았는데 나서면 오지랖이 될 수 있어요. 둘째, 도움을 청했다고 해서 너무 적극적으로 ‘이래라저래라’ 하면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나도 잘 모르지만 나라면 이렇게 하겠다.’ 하는 정도로 말하는 게 좋아요. 저도 사람들의 질문에 답할 때 직접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습니다. ‘나도 이런 일이 있었다.’ 하며 제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에요. 그것을 통해 상대가 희망을 갖도록 돕는 것이지요.
도움에는 반드시 부작용이 따릅니다. 도움을 준다고 해서 좋은 소리만 듣는 게 아니에요. 예를 들어 누가 돈 빌려 달라고 해서 빌려주면, 돈을 떼일 위험만 있는 게 아닙니다. ‘그 사람한테 찾아가면 돈을 빌려줄지도 모른다.’ 하는 소문이 나서 여기저기서 요청이 몰려듭니다. 다 들어줄 수 없으니, 결국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준다.’ 하는 비난을 받게 되지요. 옛말에 ‘좋은 일을 하고 욕을 들으면 오래 산다.’ 하는 말도 있습니다. ‘이 일은 욕을 먹더라도 할 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보따리값을 물어주더라도 사람은 살려야 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좋은 일을 해야 그에 따른 부작용이 없습니다. 칭찬을 바라고 선행을 하면 결국 뒤통수 맞는 일이 생기는 거예요. 실컷 도와주고도 욕만 얻어먹는 일이 생기는 것이죠.
제가 인도의 가난한 마을에서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애초에 학교를 안 지어주었다면 그 동네 사람들과 원수가 될 일은 없었을 거예요. 초등학교에 보내주면 처음엔 고마워하다가도, 졸업하고 나면 중학교를 원합니다. 중학교를 보내주지 않으면 욕을 하고, 중학교를 보내주면 이번엔 고등학교, 그다음엔 대학교를 요구해요. 고등학교 정도까지 마치면 욕만 하는 게 아니고 해코지를 하기도 합니다. 그 정도 공부를 했으니 해코지할 능력이 생기거든요. 이때 ‘배은망덕하다’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그래도 공부를 시켜 놨더니 해코지할 재주는 생겼네.’ 하고 긍정적으로 봐야 합니다. 지금 한국 사회를 어지럽히는 사람들을 보세요. 대체로 능력 있고 배운 사람들이 못된 짓을 합니다.
그러니 도움을 줄 때 결과는 어느 정도 예정된 거예요. 대부분은 칭찬받을 것이라 기대하지만, 저는 오히려 ‘욕먹을 일도 많겠구나’, ‘원수도 생기겠구나.’ 하고 각오합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는 확신이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좋은 일은 언제나 칭찬과 비난이 함께 옵니다. 이를테면 누군가가 ‘매달 100만 원만 도와달라.’ 해서 지원을 해 준다고 합시다. 처음 한 달은 좋아하지만 1년쯤 지나면 고마움은 줄어듭니다. 3년쯤 지나면 감사는커녕 원망이 생깁니다. ‘물가도 올랐는데 아직도 100만 원이냐?’ 하며 불평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기준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부부지간도 마찬가지예요. 결혼할 때는 성격이 달라서 좋다고 하다가, 5년쯤 지나면 이제는 성격이 안 맞아 못 살겠다고 하잖아요. 이때쯤 되면 좋은 점은 당연한 것이 되어버리고, 나쁜 것만 자꾸 보이는 거예요. 그런데 헤어지고 나면 어떨까요? 나쁜 건 잊고 좋은 기억만 남아 괜히 헤어졌다며 후회합니다.
좋은 일은 나쁜 일보다는 낫지만, 칭찬을 기대하며 하는 일은 진정한 선행이 아닙니다. 욕을 먹더라도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해야 합니다. 칭찬을 받았다면 이미 대가를 다 받은 것이고, 욕을 먹었다면 아직 대가를 받지 않은 것입니다. 기독교인들은 그 대가를 천국에서 받는다고 믿습니다. 여기서 백 원 받느니, 천국에서 만 원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를 수행적으로 말하면 ‘대가를 기대하지 말라’ 하는 말과 같습니다. 대가를 기대하지만, 이생이 아닌 천국에 가서 받을 것을 기대하니 어쨌든 이생에서는 무주상보시와 효과가 비슷해요. 그런데 중생이 전혀 기대하지 않는 건 어렵잖아요. 오늘 못 받으면 죽어서라도 받고 싶어 합니다. 그러니 이렇게라도 관점을 바꾸어야 부작용이 없습니다. 필요한 사람만 조용히 돕고, 너무 나서지 않으면 됩니다.”
“스님 말씀을 들으면서 궁금한 게 생겼는데요. 스님께서는 천국을 믿지도 않으실 텐데,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계속 선행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무엇입니까?”
“그들이 배고프니까 음식을 주고, 목마르니까 물을 주는 겁니다. 따로 원동력은 없어요. 여러분이 질문하니 제가 답하는 것이고, 질문이 없으면 저는 그냥 잠이나 자면 됩니다. 제가 북한 동포 돕기를 30년 가까이 해왔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식량을 구하려 중국으로 건너가다 강물에 빠져 숨진 시신이 물에 떠다니고, 뼈만 남은 아이들이 옥수수밭에 숨어 구걸하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된다면, 어느 누구도 그것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눈앞에서 보지 않으니 실감이 안 날 뿐이죠. 가자지구에 폭격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멀리서 들으면 ‘안타깝다’ 하고 말지만, 현장에서 보면 누구나 행동하게 될 겁니다.
시리아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출입 금지 국가였어요. 우리나라와 수교도 맺지 않은 곳이에요. 제가 지진 피해 지원을 하기 위해 튀르키예에 갔는데, 튀르키예는 국가 차원에서 해외 지원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리아는 아사드 정부, 크루드 정부, 반군 정부로 나뉘어 사실상 국가 기능이 마비되어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튀르키예를 돕다가 주지사에게 ‘시리아도 돕고 싶다.’라고 요청하여 시리아에 들어가서 4천 명이 다니는 큰 학교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학교를 짓고 3개월쯤 지나 반군이 전쟁에서 승리해 지금은 시리아 정부의 주축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 한국 외교부가 시리아 정부와 수교를 맺었는데, 그때 시리아 정부에서 ‘한국의 민간단체에서 큰 학교를 지어주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하고 한국 외교부에 감사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이런 것이 민간외교입니다.
세상에서 비난받는 일이 시간이 흐르면 좋은 일로 평가되기도 하고, 칭찬받던 일이 나쁘게 드러나기도 합니다. 얼마 전 한국에서도 어떤 종교 단체가 정부와 결탁해 혜택을 보려 한 로비가 말썽이 되었잖아요. 이런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을 종교가 대신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가자 지구처럼 정부가 가지 말라는 곳도, 필요하다면 종교 단체는 가야 합니다.

비난이란 늘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지, 여론에만 휘둘리면 정작 가장 어려운 곳은 돕기 어려워요. JTS가 지원하는 지역은 대부분 KOICA(한국국제협력단)의 자금을 받을 수 없는 곳들입니다. 필리핀 민다나오도 상황이 아주 어려운데, 위험 지역이라 한국 정부가 못 들어가게 합니다.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가장 도움이 필요한 곳은 바로 이런 분쟁 지역입니다.
저는 아이는 세 살 때까지 가능하면 엄마가 직접 돌보는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직장맘들에게 비난을 많이 받습니다. ‘네가 아이를 키워 봤냐?’하고 말이지요. 그러나 어떤 주장을 하거나 누군가를 대변하면 비난은 당연히 따라옵니다. 아이는 당연히 엄마의 보살핌을 원하지, 다른 사람의 손에 자라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북한 주민을 대변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북한 주민들은 자기 어려움을 직접 말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을 대신 해서 말해주면 비난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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