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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워싱턴 D.C.에서 일정을 마무리하고 미주 정토회관에서 휴식을 한 후 한국으로 출발했습니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행정부는 각 부처에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진행 중입니다. 오늘은 백악관 국가 안보 위원회(NSC)를 방문해 북미 대화 재개와 관계 개선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아시아·태평양 담당자의 사임으로 아직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아 약속이 무산되었습니다. 또, 어제 국무부에서 주요 사안을 어느 정도 논의했기 때문에 추가로 일정을 잡지 않기로 했습니다.
새벽 수행을 마친 후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목 상태는 많이 호전되었지만, 여전히 몸이 무겁게 느껴져 식사 후에도 계속 휴식을 취했습니다.
오후 3시에 짐을 정리하고 출발 준비를 마친 후, 미주 정토회관에 상주하는 활동가들과 함께 회관 부지를 둘러보며 회관 정비와 불사 방향에 대해 상의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폭풍으로 인해 큰 나무들이 넘어져 산책길이 막혀 숲속으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스님은 수풀을 헤치고 회관 부지 경계까지 직접 둘러보았습니다.
스님은 중간중간 활동가들이 잘 알지 못하는 산나물과 풀의 이름을 알려 주었습니다.
“이건 찹쌀떡을 싸는 망게잎이에요.”
부지를 다 둘러보고 스님이 제안했습니다.
“경계를 따라 울타리를 정비하고, 가장자리에는 벤치를 쭉 놓읍시다. 회원들이 찾아와 야외에서 법문도 듣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세요. 대중이 앉으려면 평평한 장소가 좋겠고, 신관 앞 큰 나무는 잔가지만 정리하고 덱 깔아 쉴 수 있도록 합시다. 지형이 전체적으로 경사진 편이니, 필요하다면 굴착기를 구매해 땅을 고르게 작업해 주세요.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하나씩 진행합시다.”
불사를 담당하고 있는 민덕홍 님은 5개년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추진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에, 법당에서 워싱턴 활동가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스님은 한반도 평화, 북미 간 대화 재개, 북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지난 3일간 최선을 다해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활동가들은 삼배를 올리며, 8월 말 미국에 다시 오실 때 뵙겠다고 인사했습니다.
“그동안 수고 많았어요. 건물 짓느라 고생했어요. 건강 잘 챙기고 부지런히 수행 정진하세요.”
인사를 나눈 후 곧바로 워싱턴 D.C. 내 로널드 레이건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퇴근 시간과 겹쳐 길이 많이 막혀 이동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따로 저녁 식사를 할 여유가 없어 차 안에서 과일로 간단히 요기를 했습니다.
공항에 도착해 출국 수속을 마친 뒤 저녁 6시 38분 비행기로 샌프란시스코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스님은 늘 그렇듯 직항보다 저렴한 항공권을 선택했습니다. 이번에도 워싱턴 D.C.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6시간을 비행한 뒤, 다시 샌프란시스코에서 인천까지 13시간을 이동하는 긴 여정이었습니다.
현지 시각으로 밤 9시 40분에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30분간 터미널을 이동하여 밤 11시 30분에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스님은 하늘 위에서 잠을 청하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엊그제 수행법회에서 스님과 질문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남편은 만성 우울증을 앓고 있고, 딸은 경계성 지능 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딸은 아빠가 자신을 무시하고 밥도 챙겨 주지 않는다며, 자기를 미워하고 공격한다고 느낍니다. 그러다 보니 남편은 ‘아빠라고 부르지도 마라.’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런 마찰이 반복되면서 딸은 공포심에 아빠를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남편은 제가 딸을 부추겨 신고하게 했다며 이성을 잃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경찰이 안전을 위해 따로 지낼 것을 권고해서 한동안 따로 지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하면 남편과 딸 사이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요?
결혼 후 저는 남편의 가정사와 우울증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급성 우울증으로 집착이 심해졌고,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 남편을 돌본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어릴 적 친정아버지의 칼부림 기억이 떠올라 무서웠습니다. 이제는 결혼 생활을 더는 이어가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하고라도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울증 환자 중에는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거나, 약을 먹다가 임의로 중단했을 때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의사가 ‘이제 약을 안 먹어도 됩니다.’라고 말하지 않는 이상, 스스로 약을 끊어서는 안 됩니다. ‘언제까지 약을 먹어야 하나요?’라고 묻지 말고, 그냥 계속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해요. 고혈압 약도 마찬가지예요. 저도 심장약을 죽을 때까지 먹어야 합니다. 우울증 약 역시 병을 완전히 낫게 하려는 목적이라기보다는, 증상이 심해져서 생길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을 막기 위해 먹는 거예요. 저도 지금 당장 심장약을 먹으나 안 먹으나 별 차이가 없어요. 그렇지만 심장이 갑자기 멈추거나 합병증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꾸준히 먹는 거예요. 우울증 약도 똑같아요. ‘약을 먹어도 안 낫는데 왜 먹어야 하나?’ 이런 생각은 잘못된 겁니다. 약을 먹는 목적은 1년에 한두 번이라도 생길 수 있는 극단적인 사고를 막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질문자도 지금은 ‘남편과 이혼할까, 말까’로 고민하지 말고, 오히려 ‘당신이 약을 꾸준히 먹고 생활이 안정되면 나는 당신과 계속 함께 살 거야.’하고 남편에게 믿음을 줘야 합니다. 왜냐하면 남편은 자신의 병 때문에 아내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늘 안고 있고, 이런 심리적 불안이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편을 안심시키고 약을 꾸준히 먹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도 병원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남편이 평소에 큰 발작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지켜볼 수도 있지만, 1년에 한두 번이라도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는 상태라면 아이도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정신적으로 건강하면 그런 사건도 가볍게 지나가지만, 상태가 나쁘면 오히려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가능하다면 아이도 약을 먹으면서 꾸준히 치료받는 것이 좋습니다.
질문자는 남편을 볼 때, 정상인이 아니라 환자라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남편의 행동을 보고 미워하거나 놀라지 않게 됩니다. 마치 다리가 부러지면 병원에 가서 치료받듯이 남편의 이상 행동을 보면 ‘병이 도졌으니 병원에 가서 치료받아야겠다.’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처님 감사합니다.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입니다.’ 이렇게 감사 기도를 해야 도움이 됩니다.”
“네, 스님. 저도 남편이 환자라는 인식을 가지려고 계속 노력하고는 있는데, 참 어렵습니다.”
“맞아요. 정신 질환은 특히 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팔이 부러졌거나, 눈이 안 보이거나, 다리가 부러져서 휠체어를 탄 경우에는 아픈 게 눈에 보이기 때문에 ‘이 사람은 환자다!’라고 쉽게 받아들여져요. 그런데 정신 질환은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여요. 그러니 ‘조금만 정신 차리면 될 텐데 왜 저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쉽습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육체적인 질환보다 정신 질환을 앓는 사람을 대하는 게 더 어렵습니다.
질문자는 항상 ‘남편은 환자다. 아이도 환자다.’라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환자이기 때문에 가끔 발병할 수 있고, 발병할 때는 빨리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환자가 아픈 것을 두고 문제 삼거나 싸우려고 해서는 안 돼요.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병원에 데려가서 진정시키는 일이 필요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질문자 본인도 꾸준히 정진해야 합니다. 매일 108배 절을 하면서 ‘이만하길 다행입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감사 기도를 해야 자신도 병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상황에 휘둘려서 질문자도 병들 수 있어요. 세 식구 모두 병이 들면 누가 돌보겠어요? 한 사람이라도 건강해야 가족이 유지될 수 있으니까 반드시 꾸준히 기도해야 합니다.”
“스님, 제가 꾸준히 정진하면 저의 정신 건강에는 문제가 없을까요?”
“질문자도 정신적으로 어려움이 느껴진다면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환자와 같이 지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영향을 받아서 병이 생길 수 있어요. 감기 환자와 함께 생활하면 전염되듯이 정신 질환자와 오래 함께하면 정신적인 영향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실제로 일반인보다 정신과 의사들이 정신 질환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고 해요. 오랫동안 환자를 상대하다 보면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들도 정기적으로 다른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받습니다. 마찬가지로 질문자도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고 꾸준히 정진해야 합니다.”
“고맙습니다. 부모님께도 듣지 못했던 따뜻하고 지혜로운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저의 건강을 먼저 챙기고, 이혼을 고민하기보다는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을 해보겠습니다. 스님 말씀을 들으며 돌아보니, 저는 남편을 환자로 인식하는 것이 참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남편이 비교적 정상적으로 보일 때와 병이 도졌을 때를 구분하지 못했고, 늘 정상인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남편이 계속 환자 상태인 게 나을까요? 아니면 환자이긴 해도 대부분은 괜찮다가, 1년에 몇 차례만 발병하는 게 나을까요?”
“남편과 10년쯤 같이 살았는데 그동안 심각하게 발병한 건 한두 번 정도였습니다. 가벼운 발병은 2년에서 3년에 한 번씩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정도면 견딜 만하네요. 남편의 병은 1년에 한 번 정도 발병한다고 생각하고, 그때마다 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하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남편이 매일 발병하면 좋겠어요? 매일 발병하면 남편이 환자라는 사실을 절대 안 잊어버릴 수 있어요.” (웃음)
“자꾸 남편의 시야가 좁아지고, 쓰는 말도 딱 정해져 있어서 대화가 잘 안 돼요.”
“그건 그냥 외국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어릴 때 배운 말이 곧 그 사람의 모국어가 되잖아요. 만약 어릴 때 욕설만 듣고 자랐다면, 그 사람은 말할 때도 욕설처럼 들리는 말만 구사하게 됩니다. 듣는 사람에게는 거칠게 느껴질 수 있어도, 그건 욕이 아니라 그 사람의 언어일 뿐이에요. 예를 들어, 경상도 사람들은 평소대로 말해도 서울 사람 귀에는 반말처럼 들리거나 싸우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거든요. 말투가 좀 투박하게 들리니까요. 하지만 정작 본인은 반말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싸우려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평소 말투일 뿐이에요. 그것처럼 남편이 하는 말을 들을 때도 ‘저게 자기 모국어구나.’, ‘저 사람의 언어가 저렇구나.’ 하고 받아들이면 훨씬 편해질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내일은 13시간 비행 후 한국 시각으로 새벽 4시 30분에 인천 공항에 도착하여 하루 종일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미팅을 한 후, 저녁에는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고 두북수련원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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