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01.25 델리 ▶ 상카시아 이동
“부처님이 ‘자등명’이라고 하셨는데, 나의 무엇을 믿으라는 건가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델리에서 상카시아로 이동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한 후 성지순례 스태프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상카시아로 출발하기 전에 스태프들을 모두 모아서 잠깐 회의를 했습니다.

“인도 성지순례가 끝났으니 이제 집중해야 하는 사업은 부탄에서 진행하고 있는 지속 가능한 개발 사업과 백일 특별정진입니다”

스님은 부탄 사업에 대한 진행 방향을 설명하고, 그에 대해 필요한 일감과 인력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백일 특별정진 진행 상황에 차질은 없는지, 그리고 영상팀의 촬영 준비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성지순례 하느라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저는 상카시아로 이동해서 석가족들을 위해 법문을 하고, 수자타 아카데미로 이동하여 인도인 스태프들과 수련을 한 후, 부탄에서 10일 동안 답사를 할 예정입니다. 한국에서 봅시다.”

스님은 스태프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상카시아를 향해 떠났습니다. 김은희 님이 운전하여 스님을 델리에서 상카시아까지 모시기로 했습니다.

상카시아를 향해 2시간쯤 달렸을 때 차에서 소리가 났습니다. 고속도로 갓길로 차를 세워 살펴보니 바퀴가 터져있었습니다.

지나가는 차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한 차량이 지나가는 듯하더니 앞에 멈추어 섰다가 스님 일행이 있는 쪽으로 왔습니다.

두 명의 남자가 와서 상황을 살펴보고 차에 있는 여분의 타이어를 빼내어 터진 타이어와 교체를 해주었습니다. 지나가던 트럭 기사님도 근처에 차를 세우고 함께 도와주어서 한 시간 만에 타이어를 교체할 수 있었습니다.

“단야바드!”
(감사합니다.)

스님은 도움을 준 인도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아무런 연고도 없이 도와주신 분들이 감사했습니다. 도움을 주신 두 분은 가족들과 함께 아그라에 있는 타지마할로 놀러 가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기다려 준 가족 분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한 후 다시 상카시아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30분 만에 다시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습니다. 놀랍게도 방금 타이어 교체를 도와주고 헤어졌던 분들이 차를 빵빵거리며 옆으로 다가왔습니다. 차창 밖으로 손짓을 하며 차를 옆으로 세우라고 했습니다.

차를 다시 갓길로 세워서 살펴보니 이번에는 타이어에 바람이 빠져 있었습니다. 타이어에 바람이 빠지는 것을 막는 작은 고무가 없어지는 바람에 생긴 일이었습니다. 다행히 고속도로 갓길에 있는 펜스에 엔지니어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습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타이어 엔지니어를 불러서 타이어를 교체하니 어느덧 12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도와주신 분들에게 또 한 번 감사 인사를 드리고 헤어졌습니다. 근처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상카시아로 출발했습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마을 시장을 지났습니다.


오후 3시 30분이 되어 상카시아 담마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상카시아 담마센터에 상주하는 대중들이 스님을 맞이해 주었습니다.

“스님, 어서 오십시오.”

스님은 짐을 정리하고 대중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한 후 담마센터 앞에서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내일부터 상카시아 일정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의논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델리에서 상카시아까지 운전을 해 준 김은희 님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책을 사인해서 선물했습니다.

저녁 예불을 하고 숙소에 올라가서 원고를 교정한 후 오늘 저녁은 일찍 휴식하기로 했습니다. 감기 증상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일은 석가족들을 위해 법회를 하고, 상카시아 정토회 이사회를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22일 수행 법회에서 질문자와 스님이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부처님이 ‘자등명’이라고 하셨는데, 나의 무엇을 믿으라는 건가요?

“저는 오랫동안 미국에서 공부하고, 전공을 기반으로 한국에서 창업을 했습니다. 요즘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다 보니까 세상에 별로 믿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저는 부모님을 많이 믿고 의지하며 살았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까 부모님의 조언이 틀리기도 하고 오히려 조언대로 하지 않았을 때 더 잘 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믿을 게 없다는 사실을 실감해서 ‘그럼 무얼 믿고 살아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때 부처님이 말씀하신 ‘자등명 법등명’이 떠오르면서 지금의 제 의문에 맞는 대답 같았습니다. 법등명은 제 나름대로 이해를 했습니다. 하지만 ‘나를 믿어라’ 하는 자등명은 나의 어떤 것을 믿으라는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법등명(法燈明)에서 법이라는 것은 비교적 객관적인 사실을 말합니다. 사물의 이치나 사람의 마음 작용의 이치 또는 비교적 객관적인 사실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세상에 백 퍼센트 객관적인 것이 있는지 없는지 우리가 알기 어렵습니다. 마치 미세 입자에서 불확정성의 원리가 성립하는 것처럼 객관 속에 주관이 개입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법이라는 것은 비교적 객관성에 기반을 둔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너무 객관성에 기반을 두면 좋은 점도 있지만 경직되어 유연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자기 중심성이 없어져서 모든 진리가 바깥에 있고 나는 그저 거기에 따라가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실 어떠한 선택도 자신이 하는 겁니다. 자등명(自燈明)에서 나에게 의지하라는 말은 내가 내 인생에 대해 주인 된 자세를 가지라는 뜻입니다.

아버지의 조언이 틀렸다고 해서 이제부터 아버지를 못 믿겠다면, 질문자가 바로 자등명이 안 되는 겁니다. 아버지의 말씀대로 할지 안 할지를 선택한 것은 질문자 자신입니다. 자신이 선택했는데 그 선택이 잘못됐다면 그것은 내 책임이지 아버지의 책임이 아닙니다. 아버지의 문제가 아니라 질문자 자신의 문제라는 말입니다. 우리는 보통 책임 전가를 잘하니까 일이 잘못됐을 때 일시적으로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려 들지만, 사실은 모두 나의 책임입니다. 그 말을 믿은 것은 내가 믿기로 선택한 겁니다. 그 말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내가 결정을 한 것이지, 아버지라서 믿었다기보다 아버지의 말이 비교적 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질문자가 믿은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은 질문자의 문제라는 겁니다.

비록 스승의 말이라고 해도 내 마음에 들면 따르고 안 들면 안 따른다는 뜻이 아닙니다. 물론 스승의 말에 대해 분별심을 내서 옳으니 그르니 따진다면, 그건 이미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아니라 친구 사이의 관계라고 할 수 있겠죠. 스승의 말을 따랐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내가 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선택을 내가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관점이 분명한 것이 바로 자등명입니다. 가능하면 객관성에 기반을 두지만, 모든 것이 자신의 선택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 이 두 가지 관점만 분명히 하면 세상사에 비교적 흔들림 없이 살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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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근

감사합니다

2025-02-05 14:53:02

윤여을

자등명 법등명 잘 들었습니다. 감사 합니다.

2025-02-03 20:31:41

정 명

도와주신 인도분들, 여행 중 소중한 시간인데
정말 감사합니다 🙏

2025-01-30 22: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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