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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부터 3일 동안 스님은 부탄에서 젬강주와 트롱사주의 5개 게옥 마을 리더들과 함께 ‘지속 가능한 개발’을 주제로 워크샵을 진행합니다. 오늘은 첫째 날로 스님의 강연, 시범 사업 사례 발표, 그룹 토론이 열렸습니다.
행사장으로 가기 위해 트롱사에서 하룻밤을 잔 후 아침 7시에 숙소에서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7시 30분에 트롱사를 출발하여 젬강으로 향했습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차로 3시간을 달려 10시 20분에 숙소인 젬강 로얄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이 차에서 내리자 젬강 기획 담당관이 반갑게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행사를 시작하기 전에 부탄 정부 공무원들과 안부를 주고 받으며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우기에 산사태 피해는 없었는지, 게옥에서 진행한 시범 사업은 잘 마무리가 되었는지, 로얄 게스트하우스가 부실하게 관리되는 이유가 무엇이고 개선할 방법이 없는지,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젬강 로얄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풀고 짧은 정비 시간을 가진 후 11시 50분에 JTS 워크샵이 열리는 젬강 스타트업 센터로 이동했습니다.
5개 게옥에서 온 마을 리더들은 참가자 접수를 마치고 스님이 부탄을 방문한 영상을 차례로 보고 있었습니다.
이번 워크샵을 위해 부탄 중앙 정부 공무원과 각 게옥의 책임자들, 마을 리더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트롱사주의 콜푸 게옥을 비롯하여 젬강주의 발도 게옥, 고싱 게옥, 판칼 게옥, 낭라 게옥에서 총 34명이 참석했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12시에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오후 1시부터 참가자 소개 시간을 가졌습니다.
“반갑습니다. 콜푸 게옥에서 온 납지 치옥의 촉바(마을리더)입니다.”
한 명씩 자기 소개를 할 때마다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왜 워크샵을 열게 되었는지 그 취지를 이야기하면서 워크샵의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특히 한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발전은 단지 정부의 정책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공동체 정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늘부터 3일 동안 우리가 대화를 나눌 주제는 ‘어떻게 하면 우리 마을을 주민들이 더 만족스럽게 살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가?’입니다. 먼저 대한민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대한민국은 근대사 100년 동안 부패한 왕국의 국정 실패와 외세의 간섭, 일제 식민지 지배, 그리고 한국 전쟁을 겪으면서 총체적으로 나라가 피폐화 되었습니다. 1960년에는 GDP가 100불밖에 되지 않는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런 어려운 상태에서 천연 자원도 없는 나라가 이렇게 빠른 시일 안에 고도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첫째, 한국 사람들은 옛날부터 자식 교육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전쟁 중일 때도 모든 학교가 운영이 될 정도였어요. 그리고 선생님을 맡은 교육 공무원들이 굉장히 성실했습니다. 대부분 공부를 잘했던 학생들이 선생님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둘째, 정부에서 경제 개발 정책을 잘 마련해서 추진했습니다. 셋째, 밖에서 한국을 보는 사람들은 잘 모르는 내부적 요인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우리 마을은 우리가 가꾼다’ 이런 의지가 굉장히 강한 편입니다. 언어 표현에도 ‘나’라는 말보다는 ‘우리’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지배를 받던 시절에도 학교를 다니던 지식인들은 방학이 되면 고향에 돌아가서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을 모아 놓고 공부를 가르쳤습니다. 이런 것이 하나의 문화였어요. 제가 학교를 다니던 1960년대에도 대학생들은 방학이 되면 3주 정도는 ‘농촌 봉사 활동’이라고 해서 농촌에 가서 농사일을 돕거나 아니면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봉사 활동을 했습니다. 그만큼 배운 사람이 배우지 못한 사람에게 자신이 받은 혜택을 나누어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어요. 그래서 ‘우리 마을은 우리가 가꾼다’ 하는 국민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이것을 ‘새마을 운동’이라고 해요.
당시에 한국의 집들은 대부분 짚으로 지붕을 이은 초가집이었습니다. 정부나 기업에서 새로운 지붕의 재료인 슬레이트를 제공하면, 마을 주민들이 지붕을 자체적으로 개량했어요. 정부에서 시멘트를 제공하면 마을 사람들이 함께 동네 길을 포장하기도 하고, 사람이 다니던 길을 리어카가 다닐 수 있도록 도로를 넓히는 작업도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자신의 땅을 대가 없이 조금씩 내어 놓기도 했어요. 이런 것들이 다 자발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한국 사람들의 이런 성향은 그 뿌리를 찾아서 올라가 보면 그 역사가 깊습니다. 가까이에는 150년 전에 있었던 민중 혁명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고, 일제 식민지 지배 시절에는 일본의 압제에 저항했던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고, 독립이 된 후에는 학생들이 독재 정부에 강력하게 저항해서 민주화를 이루었던 바로 그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 하고 산업화를 일구어낸 정신으로 발전해 갔습니다. 저는 이런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여러분들을 볼 때 ‘왜 마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비가 와서 길에 웅덩이가 생겼다면 자갈이라도 가져와서 메우면 되는데 그냥 내버려 두거든요. 우리가 지금 젬강에서 한번 해보려고 하는 것도 다른 나라나 정부에게 도와달라고 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우리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해보자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의 왕들은 대부분 권력을 쥐고서 국민을 억압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환경입니다. 그런데 부탄은 오히려 왕이 국민들을 사랑하고 도우려 하기 때문에 굉장히 좋은 여건이 마련되어 있어요. 이런 좋은 환경에서는 우리가 조금만 노력하면 우리 마을을 잘 가꾸어 갈 수 있습니다.
물론 큰 규모의 개발은 우리가 할 수 없어요. 그것은 정부가 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생활 공간인 집을 조금 개선하거나, 마을 도로를 깨끗하게 정비하거나, 물건을 운반하기 쉽게 땅을 가진 사람들이 조금씩 양보해서 마을 도로를 넓히는 일은 정부의 도움 없이도 우리 스스로 노력해서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그런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재료가 없다고 하면 JTS에서는 최선을 다해 재료를 제공할 의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주민들이 자신들의 마을을 스스로 가꾸고자 하는 자발적인 의지가 있을 때 효과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그냥 지원하는 것으로 그치면 큰 효과가 나지 않아요.
주민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접촉하는 사람이 바로 촉바와 겁인 여러분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여러분들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어서 과연 가능한 게 무엇이고 불가능한 것은 무엇인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젬강의 빈곤율이 부탄 전체에서 가장 높은 편이고, 부탄 정부가 몇 년이나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지만 해결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가 정부의 개발 정책만 가지고는 해결하기가 어렵고, 주민들이 스스로 일어날 때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마을을 우리 스스로 한번 바꿔보자!’ 이런 마음으로 주민들이 합심해서 몇 년만 노력하면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주민들이 이런 의식을 갖고 JTS와 협력할 때 근본적으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부탄에서 공부를 조금이라도 한 사람들은 전부 다 돈을 벌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를 비롯한 외국으로 나가고 있어요. 이렇게 해서는 나라가 잘 되기 어렵습니다. 재능 있는 사람들이 그 재능이 개인의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것이라고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 재능을 전 국민이 잘 살 수 있는 쪽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그런 방향으로 분위기가 바뀌어야 나라가 전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어요. 지금처럼 재능 있는 사람들이 그 재능을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만 사용하면 국가 발전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가 9월 9일에 오스트레일리아 퍼스에 가서 부탄에서 유학 온 사람들을 위해 강의를 하려고 해요. ‘정말 여기에 와서 이렇게 사니까 좋습니까?’ 하고 물어보려고 합니다. 외국 유학은 물론 필요한 일이지만, 젊은이들이 유학을 통해 배운 것을 국민을 위해 사용하고자 하는 의식을 가져야 앞으로 부탄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2박 3일 동안 이러한 취지에서 서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오후 2시부터는 박시현 활동가가 JTS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JTS가 지난 30년 동안 해온 활동을 소개하면서 JTS가 추구해 온 구호 활동 원칙을 사례별로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JTS의 활동 원칙과 부탄에서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 보충해서 설명했습니다. 필리핀 민다나오와 인도 수자타아카데미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무조건 공부만 하도록 할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돕는 연습을 어릴 때부터 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JTS에서는 인도의 불가촉 천민이 사는 마을에 수자타아카데미 학교를 세웠습니다. 초등학교는 무료로 운영이 되지만, 중학생들은 자전거를 타고 마을 유치원에서 가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봉사 활동을 한 후 오후에 학교에 와서 공부를 합니다. 고등학생들은 초등학교 1,2학년들을 가르치는 봉사 활동을 합니다.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 초등학교 상급생을 가르치는 봉사 활동을 하고, 대학을 졸업하게 되면 중학생들을 가르치는 봉사 활동을 합니다. 이렇게 봉사 활동을 해야 학비를 지원해 줍니다. 이런 방식으로 운영됨에도 불구하고 평가 시험에서 대부분이 상위에 속합니다. 자기도 배우지만, 남을 돕는 것도 동시에 하도록 학생들을 훈련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무조건 공부만 하라고 할 게 아니라 자기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되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역할을 하도록 어릴 때부터 훈련을 시켜야 합니다.”
오후 2시 40분부터는 '기후위기 시대에 대비한 지속 가능한 개발'을 주제로 스님의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의 심각성을 설명하며, 부탄이 환경 보존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 후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앞으로 50년 후에 일어날지 100년 후에 일어날지 모르지만, 기후 위기로 인해서 사람이 살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할 것입니다. 그때 이런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삶, 즉 적게 소비하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삶의 모델이 부탄에 있다는 것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 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여러분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이상이 좋아도 전기가 안 들어온다든지, 물이 제대로 공급이 안 된다든지, 주택이 너무 열악하다든지 해서 사는 데 너무 불편하면 행복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환경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인간의 기본 생활은 개선되어야 합니다. 또 생활이 개선되었다고 해도 계속 개발을 해나간다면 환경을 파괴하게 됩니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어서 자연이 그것을 감당하기 어렵게 됩니다.
첫째, 지속 가능한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지구 환경이 보존되는 범위 안에서 최소한으로 개발해야 합니다. 그래야 오래도록 후손들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무조건 더 이상 개발하지 말라고 억제하면 속박을 받게 됩니다. 일정 부분 개선을 하되 그 이상은 개발하지 않도록 하면 제일 좋지만, 개인이 더 하겠다는 것까지 JTS가 말릴 수는 없어요. 그러나 JTS는 개인의 욕망에 의한 추가 개발 요구에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JTS는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삶의 범위 안에서 개발을 지원합니다. 그래서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둘째,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지속 가능한 개발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것을 도와줄 때는 그들의 삶이 유지되는데, 그 도움이 끊어질 때 더 이상 지속되지 못한다면 개인의 삶이 자립이 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도 지속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처음에 조금 도와주지만 그 다음부터는 자립해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인간이 어떨 때 행복함을 느끼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 사람은 만족하게 됩니다. 만족할 때 기분이 좋아집니다. 맛있는 걸 먹으면서 ‘야, 맛있다’ 하며 만족해하고, 술 한잔 먹으면서 ‘야, 기분이다’ 하며 즐거워하잖아요. 돈을 벌면 돈을 벌어서 기분이 좋아지고, 원하는 시험에 합격하면 합격해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처럼 우리는 지금 당장 좋은 것을 행복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원하는 것이 실제로는 다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어쩌면 안 이루어지는 게 더 많아요. 그때는 기분이 나빠집니다. 즉, 자기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면 기분이 좋고, 원하는 것이 안 이루어지면 기분이 나빠집니다. 이렇게 행복과 불행이 늘 되풀이되는데, 부처님께서는 이것을 ‘윤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고(苦)와 락(樂)이 되풀이 된다는 뜻입니다.
원하는 게 거의 안 이루어져서 불행이 극에 달하면 지옥이라 부르고, 원하는 것이 많이 이루어져서 행복이 극에 달하면 천당이라 부릅니다. 사람들은 지옥에 가기 싫어하고 천당에 가기를 원하지만, 실제 우리의 삶은 이렇게 지옥과 천당을 돌고 돕니다. 이것을 윤회라고 해요. 붓다가 말하는 열반(니르바나)이란 바로 이러한 사이클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욕구가 일어날 때 욕구를 충족해서 기쁨을 삼으면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괴로움이 필연적으로 일어납니다. 부처님께서는 다만 욕구를 욕구로 알아차리라고 말씀하셨어요. ‘욕구가 꼭 충족되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아, 욕구가 일어나는구나’ 이렇게 알아차림으로 해서 그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괴로움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내가 누구한테 도움을 받아서 원하는 게 이루어지면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지속되면 즐거움이 자꾸 반감이 됩니다. 그래서 그 즐거움을 유지하려면 도움받는 양이 계속 커져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이번에 100만 원을 얻었으면 다음엔 200만 원을 얻어야 같은 수준의 즐거움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꾸 도움을 받아 버릇하면 욕망이 점점 더 커지게 됩니다. 돈이 없을 땐 돈이 많아지면 행복할 것 같지만, 막상 돈이 많아지면 좋은 기분을 더 누릴 수가 없어서 결국 더 큰 즐거움을 찾다가 성적 쾌락과 마약 중독이라는 종착점에 다다르게 됩니다.
또 내가 누구한테 도움을 자꾸 받으면 그 사람한테 약간 위축됩니다. 여러분들이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은 여러분보다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 앞에 가면 마음이 약간 위축됩니다. 그런데 내가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줄 땐 어떨까요?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었을 땐 약간 뿌듯함이 생깁니다. 이것을 ‘보람’이라 말합니다. 그럴 땐 나도 모르게 어깨가 펴집니다. 남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때는 기분은 좋지만 약간 위축이 되고, 내가 남을 도와줬을 때는 자존감이 높아지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런 정신 작용을 어떻게 더 확대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보디사트바’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이렇게 남을 도움으로 해서 얻어지는 기쁨, 즉 보람을 가지고 삶을 사셨습니다. 우리는 뭐든지 남에게 ‘도와주세요’ 하는 관점을 가지고 있지만, 보디사트바는 ‘누군가가 나한테 도움을 요청하면 뭐든지 도와주겠다’ 하는 관점을 가지고 있어요. 예를 들어, 나한테 1만 눌트럼이 생겼을 때 맛있는 음식을 사 먹으면 당장 기분이 좋아질 거예요. 그런데 또 다른 길이 있습니다. 음식을 제대로 못 먹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거나 같이 나눠 먹으면 보람이 생깁니다. 여러분은 이 둘 중에 어떤 길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짧게 보면 내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나고 돌아보면 배고픈 많은 사람들과 나눠 먹은 것이 훨씬 더 자신한테 오래도록 보람으로 남습니다. 남을 위해서 살면 복을 받는다는 뜻이 아니라 그것이 내 인생에 더 이롭다는 의미입니다. 복을 누군가가 줘서 받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남을 도울 때 내 인생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욕구 충족에서 얻는 기쁨은 순간적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만족이 떨어집니다. 그러나 남에게 베풀어서 얻는 보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래도록 만족이 커집니다. 누가 복을 줘서 받는 것도 아니고, 내가 남을 도와서 복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남을 돕는 삶이 나에게 더 좋은 삶이기 때문에 이 길을 가는 것입니다. 보디사트바는 중생을 위해서 산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런 삶이 보디사트바를 더욱더 행복하게 만드는 길인 거예요.
이 세상에 왜 보디사트바가 출현하며, 왜 애국자가 나타날까요? 그들은 힘들지만 중생을 위해서 희생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닙니다. 그 길이야말로 자신이 가장 잘 사는 길이라는 가치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평생 그 길을 갈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행복지수(GNH)를 높이는 방법이에요. 소비하는 삶이 아니라 함께 베풀고 돕는 삶이 행복지수(GNH)를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그 길은 붓다가 가르친 수행의 길이기도 하고, 부탄의 4대 왕이 말한 행복지수(GNH)를 높이는 길이기도 하며,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촉바의 임기가 5년이라고 들었습니다. 5년 동안 월급 받고 주민들에게 군림하는 것이 더 행복할까요? 아니면 주민들의 주택을 개량하거나, 농수로를 보수하고, 마을의 발전을 위한 어떤 일을 했을 때 더 행복할까요? 하나는 지금 편하지만 나중에 별 보람이 없고, 하나는 지금 좀 힘들지만 나중에 큰 보람이 생깁니다. 이 둘 중에 우리는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남을 위하는 것이 곧 나를 위한다는 것이 붓다의 가르침의 핵심입니다. 남을 위하는 일을 하면 나중에 죽어서 복을 받는다는 뜻이 아니라 남을 위하는 것이 진짜 자기를 위하는 길이라는 거예요. 조금 어렵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문제가 해결이 되어야 여러분들이 행복지수(GNH)를 높여나가는 방법들을 진정성 있게 꾸준히 해나갈 수 있습니다. 안 그러면 이 일을 하면서 스님 눈치를 계속 보게 돼요.”
마지막으로 스님은 지속가능한 개발 사업이 잘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지 하나씩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업을 했을 때 지속 가능한 개발이 되었는지 아닌지 어떻게 평가를 할 수 있을까요? 첫째, 돈이 적게 들수록 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상 하나를 만드는 데 돈을 적게 들여서 만드는 게 좋아요? 돈을 많이 들여서 만드는 게 좋아요? 똑같은 일을 했는데 그 일을 하기 위해서 돈이 많이 드는 게 나은 거예요? 적게 드는 게 나은 거예요?”
“돈이 적게 드는 게 낫습니다.”
“첫째, 절약을 해야 합니다. 돈을 적게 쓰면 같은 돈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재료를 부탄에서 나는 것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외국에서 가져 온 수입품으로 만드는 것보다 부탄에서 생산하는 재료로 만든 비율이 더 높을 때 잘했다고 평가할 수 있어요.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부탄 내의 재료를 사용하면 나중에 고칠 때 쉽습니다. 다른 하나는 환경적인 측면으로 먼 데서 가져오는 것은 CO2 가스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이동이 적을수록 좋습니다. 셋째, 로컬 기술로 할 수 있으면 더 좋습니다. 물론 우리가 가진 기술로 못하는 일은 더 좋은 외부의 기술이 필요하지만, 가능한 우리가 가진 기술로 할 수 있는 게 제일 좋습니다. 왜냐하면 나중에 고장이 나서 고칠 때 우리가 가진 기술로 해야 우리가 직접 고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넷째, 기왕이면 편리하게 만들수록 좋습니다. 다섯째, 그 혜택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섯째, 조금 고생이 되더라도 그 일을 하고 나서 보람이 생겨야 합니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일곱째,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보존해야 합니다.
지속 가능한 개발의 성공 여부는 이런 기준들을 가지고 평가해야 합니다. 이런 방법들은 모두 행복지수(GNH)를 높이고 환경을 보존하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이런 방법은 우리가 자립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 가능합니다.
이렇게 우리가 우리 마을을 개선해 보자는 거예요. 조금 가난해 보여도 사람들의 얼굴이 밝고, 동네도 깨끗하고, 자연 환경도 잘 보존하고 있고, 자신들의 전통문화도 잘 간직하고 있다면, 외부 사람들한테 굉장히 긍정적인 반응을 주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한국이나 다른 나라로 구경을 갈 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부탄에 와서 한 달 살아보기를 하고 싶게끔 우리 마을을 개선해 보자는 것입니다. 앞으로 지구 환경이 점점 나빠질수록 지구 환경도 살리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 겁니다. 그런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아올 것입니다. 미국처럼 소비주의 방식의 개발은 돈이 없거나 기술이 없는 나라에서는 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세계 사람들에게 ‘부탄처럼 하는 개발은 우리도 할 수 있겠다’ 하는 희망을 준다면 부탄이 전 세계의 가난한 나라들에게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마치 여러분들이 한국 노래를 따라 부르고, 한국 드라마를 보듯이 말이죠.
세계적으로 지난 100년간은 서양이 우리의 발전 모델이었으며 그 방향을 따라간다는 관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 프로젝트를 성공하면 앞으로는 인류가 나아가야 할 미래 사회의 모델이 부탄이 될 수가 있습니다. 부탄 안에서도 팀푸나 파로 같은 대도시가 아닌 젬강이나 트롱사가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부탄 정부가 인도 접경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겔레푸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많은 외국 사람들이 팀푸나 파로가 아닌 젬강이나 트롱사에 친환경적인 삶을 보려고 많이 찾아오게 될 겁니다.
자꾸 남을 따라가려고 하면 꽁지에서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방향을 바꿔서 뒤로 돌면 꽁지가 제일 앞이 됩니다. ‘부탄이 세계에서 가장 앞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이런 생각을 좀 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따라가는 입장이니까 이런 생각을 못 하겠지만, 저는 제일 앞서가는 나라들을 늘 보고 다니니까 곧 낭떠러지에 도달하게 될 것이 뻔히 보입니다. 많이 생산해서 많이 소비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는 가치관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어요. 이제 방향을 틀어야 합니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하느냐?’ 하고 물을 때 세계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대안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지금 제가 여러분을 만나고 있는 거예요.
우리가 남한테 ‘도와주세요’ 하고 요구하면 그 사람들이 우리를 불쌍하게 여기지 우리를 존경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행복지수(GNH)라는 개념을 부탄의 왕이 처음 제안했듯이 우리가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면 오히려 외국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감동해서 우리를 지원하게 됩니다. 그래서 전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부탄의 지속 가능한 개발 모델이 참 좋구나. 우리나라도 참여해 보자’ 이렇게 되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앞으로 한국을 비롯하여 캐나다,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자원 봉사를 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부탄에 올 거예요. 그래서 이 일은 여러분들의 마을을 바꾸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류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앞서가는 모델을 만드는 사람들이 힘들어서 죽겠다고 우거지상을 하면 되겠어요? (웃음)
몸은 좀 힘들지만 얼굴은 밝게 웃으면서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그러니 여러분 모두 이렇게 저렇게 연구해 보면서 앞서 말씀드린 일곱 가지 원칙에 맞는 방법들을 함께 찾아나가 보았으면 합니다.”
스님의 강연이 끝나자 모두가 박수갈채로 화답했습니다.
오후 4시 20분부터는 콜푸 게옥에서 진행한 시범사업에 대한 사례 발표 시간을 가졌습니다. 납치치옥에서 마을 주민들이 울력하는 영상을 함께 본 후 콜푸 게옥 행정관이 납지 치옥의 농수로 보수, 콜푸 치옥의 도로 보수, 님송 치옥의 주거 개선 사업의 성과와 과제, 해결책을 보고했습니다.
트롱사 기획담당관은 성과가 더 많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서로 돕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체험하게 되었고, 단순히 건축업자에게 맡기는 것만이 좋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시범사업을 진행했던 콜푸, 납지, 님송치옥의 촉바들이 각각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습니다.
“집을 짓기 전에 마을 주민들이 모두 도움을 주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집이라는 것이 개인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것이라 실제로 마을 주민들의 참여가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친척들과 가족들이 와서 집을 짓는 데에 큰 역할을 하였고, 그들이 점심과 간식을 제공해서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농수로를 만들 때 의견 차이가 좀 있었습니다. 수로 근처에 자신의 논이 있는 사람들은 우리 논까지만 일을 하자고 주장하고, 수로에서 논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은 각자 자기 논까지 수로를 만들면 어차피 우리 논까지 수로가 저절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도로 공사를 시작하고 나니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참석 안 하면 벌금을 내도록 하자고 전체가 협의하여 그 이후에는 공사에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도로 놓는 것을 큰 복을 짓는 행위라고 생각하여 음식, 음료수를 많이 보시하여 즐거운 분위기에서 공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촉바들의 사례 발표를 충분히 경청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발표 내용에 대해 피드백을 해주었습니다.
“지나 놓고 보니까 다 잘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첫째, 농로가 없어서 자재 나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다음에는 자재 운반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연구가 되어야 합니다. 외발 수레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경사가 가파른 곳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둘째, 도로 포장은 자재 운반이 쉬워서 한결 수월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셋째, 가장 어려운 사업은 역시 가난한 사람의 집을 지어주는 일이었습니다. 농수로와 도로는 모든 주민이 이용하는 것이니까 동참하기가 쉬운데 개인의 집을 짓는 일에는 모든 주민이 동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민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려면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이번에 잘 평가해서 기술 지원과 자재 지원도 더 보강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들 시범 사업을 마무리하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큰 박수와 함께 사례 발표를 마치고 오후 5시 40분부터는 그룹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그룹 토론의 주제는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일까?’와 ‘우리 마을에 필요한 개발은 어떤 것이 있을까?’입니다. 그룹별 토론 후 참가자들은 각자의 생각과 의견을 공유하며 마을의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그룹 토론을 하는 동안 스님은 젬강 주지사님과 부주지사님, 판방 담당 부주지사님과 함께 미팅을 했습니다.
“주지사님들께서 바쁘실텐데 어떻게 오셨습니까?”
“스님이 오실 때마다 항상 뵙고 싶습니다. 스님이 오시는 것을 항상 기쁘게 생각합니다. 부탄 국민들을 스님께서 진심으로 생각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스님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속 가능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조언을 구했습니다.
“12월부터 젬강에 있는 40개 치옥을 전부 답사하려고 하는데 가능할까요?”
젬강 주지사님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대답했습니다.
“가능합니다. 하루에 3개 내지 4개 치옥을 답사하면 15일이면 충분합니다. 차로 가기 어려운 곳도 있는데 12월은 건기여서 다니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방문하기 전에 겁에게 요청해서 마을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미리 준비하게 하면 효과적인 답사가 될 것입니다. 정부의 예산 부족으로 진행하지 못하는 사업들이 많은데 그런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스님은 주민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앞으로 많은 자원 봉사자들이 부탄에 와서 마을 개발을 함께 하게 될 텐데, 숙소를 많이 확보해야 합니다. 외국에서 자원 봉사자들이 많이 오면 주민들도 마을 개발에 큰 힘을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마을 개발에 참여하면 적은 돈으로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판방 주지사님은 스님이 공동체성을 되살려내고 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부탄도 15년 전까지만 해도 집을 짓거나 농사를 지을 때 서로 도와주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각자 돈을 많이 벌게 되니까 그런 문화가 다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스님께서 공동체성을 다시 살려내는 일을 해주시고 있습니다.”
어느덧 그룹 토론 시간이 끝나고 다시 전체가 한 자리에 모여 토론한 내용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주지사들도 함께 참석하여 발표 내용을 경청했습니다.
그룹별 발표가 끝나고 스님은 젬강 주지사님에게 한 말씀을 청했습니다. 젬강 주지사님은 스님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마을리더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이번 워크샵에서 여러분이 보여준 열정과 노력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콜푸 게옥에서 시범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분이 스님과 함께 이루어낸 성과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스님께서 한국에서 이곳 부탄까지 오셔서 부탄의 발전을 돕고자 하는 것은 정말 큰 축복입니다. 여러분도 이 기회를 잘 활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지원이 있더라도 여러분이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성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우리 모두가 함께 힘을 합쳐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스님께서 저에게 말씀하시기를,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잘 수행하면 부탄의 다른 지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여러분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하며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프로젝트를 정부가 진행하는 개발 계획 안에 넣을 건지 안 넣을 건지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정부의 개발 계획에 넣게 되면 정부의 프로젝트가 되니까 공무원인 여러분들이 책임지고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신 이 프로젝트의 예산이 정부 예산의 일부가 되기 때문에 젬강과 트롱사에는 추가 예산이 편성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주지사님들과 논의한 결과 이 프로젝트는 정부 예산 밖의 추가 예산으로 편성해서 추진해야 주민들의 생활이 직접적으로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는 현재 정부의 개발 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젬강과 트롱사에서 별도의 예산이 확보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사업을 추진하는 여러분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 내려오는 일 외에 이 프로젝트도 추가로 해야되는 셈입니다. 월급이 더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일만 더 많아진 거죠. (웃음)
또한 이 프로젝트는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주민들의 불만을 살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잘하게 되면 주민들의 지지를 얻게 되는 좋은 효과도 생길 수 있고, 잘못하면 일을 열심히 했는데 결과는 욕만 얻어먹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마을 주민들이 ‘우리 마을은 우리가 만들자’ 하면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듯이 여러분도 이 프로젝트가 내 일이라는 관점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주민들처럼 여러분도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자원 봉사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우리가 힘을 합해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봅시다.
우리 한국 속담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 일은 남의 일이 아니고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참여하면 그 모습을 주변에서 보고 감동을 해서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저는 인도의 불가촉 천민 마을에서 이런 운동을 해봤습니다. 인도 말로 ‘함까랑게 운동’이라고 불렀습니다. ‘함까랑게’란 말은 ‘우리가 하겠습니다’ 이런 뜻입니다. 그래서 항상 다같이 모여서 ‘함까랑게’ 하고 세 번 외친 후 마을 청소도 하고, 마을에 필요한 일들을 함께 했습니다.”
오늘은 주지사님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었기 때문에 스님은 여기까지만 이야기를 하고 JTS 워크샵 1일째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이어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하는 가운데에도 토론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부탄의 깊은 산속 오지인 젬강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조용한 혁명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참가자 모두 숙소로 이동하여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스님은 원고 교정과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한 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아침 시간과 점심 시간에 전법행자대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하여 법문을 하고, 하루 종일 ‘지속 가능한 개발’을 주제로 JTS 워크샵 2일째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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