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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가을배추와 무를 심기 위해 텃밭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수행팀 행자들도 삽을 들고 농사일을 거들었습니다.
먼저 텃밭에서 돌을 골라낸 후 큰 돌을 가장자리에 쌓아서 밭의 경계를 만들었습니다. 스님은 돌의 모양을 살펴가며 무너지지 않게 망치로 돌을 땅에 깊숙이 박았습니다. 한참 동안 작업을 하자 밭의 경계가 분명해졌습니다.
스님은 삽을 들었지만 무릎이 아파서 도저히 삽질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고, 이제 삽질은 못하겠네요. 행자 님이 삽질 좀 해 주세요.”
스님은 돌로 밭 경계를 만드는 일을 계속하고, 행자들이 삽으로 밭을 갈았습니다.
작은 텃밭을 한 번 뒤집고 나니 땀이 비 오듯이 쏟아졌습니다.
밭을 다 갈고 나자 스님이 말했습니다.
“배추와 무를 심을 거니까 땅에 거름을 많이 주세요.”
행자들은 밭에 거름을 흠뻑 뿌렸습니다.
다시 삽을 들고 거름과 흙을 골고루 섞었습니다. 금세 기름진 밭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밭에 볕이 잘 들게 하기 위해 담벼락 위로 늘어진 대추나무 가지를 쳐냈습니다.
마지막으로 배추를 심을 수 있게 두둑을 만든 후 밭 하나를 완성했습니다.
“수고했어요.”
이어서 다음 텃밭으로 이동했습니다. 땅을 뒤집고, 거름을 뿌리고, 고랑을 만들었습니다.
또 다음 밭으로 이동하여 땅을 뒤집고, 거름을 뿌렸습니다.
맨드라미가 저절로 많이 자라 솎아 주었습니다.
맨드라미가 무성하게 자란 화단을 정리하고 나자 아침 8시가 되었습니다.
“벌써 햇살이 강해지기 시작하네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일하고 마무리를 합시다.”
사용한 도구를 씻어서 가지런히 정리한 후 시원한 물을 한 잔씩 마신 후 아침 울력을 마쳤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오전 10시부터 주간반 회원들을 위한 전법회원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전법회원들이 모여서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스님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법문을 듣기에 앞서 이번에 새로 전법회원이 된 분들을 환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토회 대표의 환영사에 이어 신규 전법회원들을 환영하는 영상을 본 후 큰 박수로 함께 기뻐했습니다.
이어서 전법회원들이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와 다시 유행하기 시작한 코로나19를 언급하며 모두 건강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가 지났는데도 무더위는 아직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서울은 밤에도 열대야가 계속된다고 하는데, 지방은 새벽에 이불을 덮지 않고 자기에는 약간 오싹할 정도로 기온이 21도까지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낮에는 정말 숨이 막혀서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을 만큼 무덥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은 대부분 농촌에서 일하는 분들이 아니니까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 환자가 발생할 확률이 낮겠지만, 혹시 낮에 야외에서 일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조금 쉬어가면서 하거나, 가능한 한낮에는 일하지 않도록 유의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어제와 오늘, 이틀 동안 두북수련원 농장에서 일을 좀 했는데, 오전 9시까지는 그래도 일을 할 만했어요. 그런데 10시가 넘어가니까 숨이 콱콱 막힐 정도였습니다. 정말 낮 햇살은 뜨겁고 온도도 높았습니다. 다들 무더위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오랜만에 농사를 짓는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텃밭을 정리하고, 화단을 정리하는 일을 두 시간 정도 했어요. 농사일은 매일 꾸준히 해야 되는데, 해외를 다니다가 갑자기 일을 하니까 허리도 너무 아프고, 가슴도 아프고, 손에 물집도 생기고 그러네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마치 은퇴한 사람처럼 시골에서 한가하게 농사짓고 살았는데 좋은 시절이 다 간 기분입니다. (웃음)
지금 또다시 코로나가 한 달 만에 여섯 배로 확산이 되고 있다니까 여러분 모두 마스크 끼고 조금 더 주의를 해야 되겠습니다. 옛날 같으면 엄청나게 통제를 했을 텐데 지금은 거의 무방비 상태인 것 같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후유증이 많기 때문에 감염되지 않도록 다들 조심하기 바랍니다.
특히 오늘은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하고, 경전대학을 졸업하고, 천일결사에 참여하고, 깨달음의 장을 갔다 오고, 전법회원 교육을 받고, 또 심사를 통과하고, 통일의병 교육을 받고 수계식을 하는 긴 과정을 무사히 통과한 전법회원 여러분께 축하의 마음을 전합니다.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닌데 엄청난 과정을 거쳐서 고시에 합격하듯이 전법회원이 되신 130여 명의 신규 전법회원들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이어서 지난 한 달 동안 동남아 10개국을 다녀온 결과에 대해 자세하게 보고를 해주었습니다. 보고를 마치고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분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세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불교대학 진행자 소임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저는 두 가지 질문을 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불교대학 수업을 진행하는 중에 학생들의 나누기를 듣다 보면 제가 감정이입이 너무 잘 되어 슬픔에 빠지면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모두 울게 만들고 분위기도 무겁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문제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데 이럴 때 저는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질문드립니다.
두 번째 질문은 ‘컴퓨터를 잘 못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소임을 받으면 조금 두려운 마음이 일어납니다. 그러면 안 하면 되는데 소임자를 찾으면 손은 또 잘 듭니다. 그렇게 해놓고는 또 걱정을 살살하면서 저를 괴롭힙니다. 지난번 입재식 때 스님께서 ‘부탄에 봉사할 수 있는 일거리를 많이 찾아 놓을 테니 여러분들은 마음의 준비를 해라’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그때도 ‘굴삭기 자격증을 한번 취득해 볼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또 저를 살살 괴롭히고 있더라고요. 이런 저를 어쩌면 좋을까요?”
“불교대학 학생들이 살아온 어려운 이야기를 하면 눈물을 흘릴 수도 있고, 학생들의 어려운 처지를 들으면 슬픔을 느낄 수도 있지요. 그렇게 느끼는 걸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수행자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들떠서 흥분해도 안 되고, 너무 슬픔에 잠겨도 안 되고, 우울해져도 안 됩니다. 현실은 그렇게 안 되더라도 그게 목표입니다. 불교대학 진행자는 안내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눈물이 나려고 하면 호흡을 다시 가다듬고 항상 감정을 가라앉히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질문자가 아무 역할이 없으면 그냥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주위 사람들이 생각할 겁니다. 그러나 진행자의 역할을 맡았을 때는 덩달아서 같이 울고 남까지 울리고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자기를 잘 살펴서 감정에 흥분하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리고 컴퓨터를 좀 못한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시간을 내서 컴퓨터 사용법을 배우면 됩니다. 배우지는 않고 자꾸 ‘나는 잘 못한다’ 이렇게 말한다는 것은 배우기 싫다는 얘기입니다. 컴퓨터를 못하는 게 아니고 컴퓨터를 배우기가 싫은 겁니다. 물론 처음에 갑자기 컴퓨터로 업무를 하라고 하면 ‘제가 그건 잘 못합니다’ 하고 말할 수 있지만, 계속해서 ‘저는 그 일은 못합니다’ 하고 말한다는 것은 그걸 배우지 않겠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소임을 하는 데에 필요한 기능들만 먼저 배워서 해보면 됩니다. 스님의하루 제작팀이나 영상미디어팀처럼 컴퓨터로 엄청난 편집을 하라는 게 아니잖아요. 그냥 불교대학을 진행할 수 있는 정도의 기능만 익히면 됩니다.
어떤 소임을 하겠다고 손을 들었으면 ‘이번 기회에 소임에 필요한 기술을 익히자’ 하면서 학습하는 쪽으로 마음을 내야지 두려워한다고 기술이 익혀지는 건 아닙니다. 그 기술을 익히기가 정말 싫다거나, 학습해 보니 도저히 적성에 안 맞는다면, 그 소임을 맡는 것을 자제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전법회원을 뽑는다고 할 때 손을 번쩍 들고 싶지만 직장에서 저녁에도 일해야 해서 도저히 시간을 못 낸다면 손을 들면 안 되겠죠. 손을 들어놓고는 ‘도저히 시간을 못 냅니다’ 이러면 안 되잖아요.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두고 자꾸 거기에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굴삭기 기술을 익힌다, 벽지 바르는 기술을 익힌다, 페인트칠하는 기술을 익힌다, 목공 기술을 익힌다, 이런 일들은 시간만 내면 할 수 있는 일들이에요. 두북수련원에도 목공 교실을 열어서 목공을 가르쳐 줍니다. 부탄에 가서 봉사하는 일들은 전문적인 일이 아니라 그냥 톱질하고 대패질하고 부엌 가구를 짜주고 하는 정도입니다. 요즘에는 어지간한 일들을 다 집에서 본인이 하지 않습니까? 한번 전문 기술자를 불렀다 하면 몇 십만 원씩 달라고 하니까요. 그러니 본인이 기계를 사다가 수리를 하는 수밖에 없게 되는 겁니다. 특히 미국에는 전문 기술자의 인건비가 비싸니까 집집마다 온갖 기계를 다 갖추고 있습니다. 간단한 수리조차 전부 전문 기술자를 불러서 해결하다 보면 결국 못도 하나 칠 줄 모르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여러분이 부탄에 봉사를 가게 되더라도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라 간단한 수리만 할 줄 알면 됩니다. 만약 큰 건물을 새로 지어야 한다면 그건 자원봉사자가 할 일이 아니고 전문 기술자가 해야 할 일이에요. 그러나 여러분이 하는 봉사는 담벼락에 페인트칠을 하듯이 그런 정도의 솜씨만 있어도 가능한 일들입니다. 물론 부탄에도 목수를 비롯하여 전문 기술자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JTS가 부탄에서 하고자 하는 것은 자원봉사의 바람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우리 동네는 내가 가꾸고, 내 집은 내가 수리하자’ 하는 운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이 가서 조금만 도와주면 마을 사람들이 이 운동에 참여하기가 훨씬 쉽습니다. 월급을 주고 전문 기술자가 다 만들도록 하면, 나중에 고장이 나도 마을 사람들이 수리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자원봉사자들이 가서 도와주되 장기적으로는 자원봉사자가 필요가 없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배워서 스스로 마을을 개발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JTS의 목표입니다.
이런 제안을 해도 마을 사람들이 처음에는 엄두를 못 내요. 왜냐하면 그런 일은 전문 기술자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부탄에 가서 직접 보니까 전문 기술자가 없어도 누구나 간단히 배워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가서 직접 고치고 수리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 해서 마을 주민들이 ‘아, 우리가 해도 되겠네’ 하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자원봉사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욕심을 내면 안 돼요. 좋은 일도 욕심을 내면 괴롭습니다. 내가 가진 능력보다 과한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은 다 욕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수행자는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씀이 많이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좋은 일도 욕심을 내서 하면 괴로워진다는 말씀을 듣고 나니 제가 욕심으로 하는 건지 잘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질문에 모두 답변을 하고 나니 12시가 다 되었습니다. 다음 법회를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방송실을 나오니 낮 기온이 35도가 될 정도로 무더웠습니다. 스님은 무더위를 피해 오후에는 실내에서 업무를 보았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두북 수련원 방송실에서 저녁반 전법회원들을 위해 생방송 법회를 했습니다. 전법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지난 한 달 동안 동남아 10개국을 다녀온 보고를 자세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세 명의 질문을 받고, 자유롭게 손을 들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부탄 지속 가능한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봉사자들을 미리 교육하고 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제안하면서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50여 년 전에 선교사들이 들어와서 학교를 짓고 병원을 짓고 했듯이, 스님께서도 지금 부탄이나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을 하고 계시는데요. 그들의 삶이 아주 열악하다 보니 지금은 기본적인 생활 여건이 나아지게 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 프로젝트가 지속 가능한 개발이 되려면 마을 주민들의 물질적 욕망을 강화하지 않도록 수행 프로그램도 뒷받침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향후에 부탄에 파견될 사람들을 지금부터 훈련을 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이가 좀 든 사람들을 위주로 선발을 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현지 언어도 익히고 그 지역의 특성도 파악하는 훈련을 해서 지속 가능한 개발을 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앞으로 동남아 전체로 사업이 확대가 될 것을 고려하면 필요한 인력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드립니다.”
“네, 좋은 제안입니다. 앞으로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현재는 우선 여러분에게 마음의 준비부터 하시라고 말씀을 드린 겁니다.
제가 부탄을 답사해 보니까 집을 새로 짓는 일을 자원봉사자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새로 집을 짓는 일은 목수가 지어야지 자원봉사자가 지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집을 짓는 일은 전문적인 목수가 하도록 하고, 동네 사람들은 돌아가면서 하루에 몇 명씩 공동 노동을 하는 시스템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이 지금 살고 있는 집 안에 들어가 보면, 부엌에는 연기가 가득 차 있고, 방안에는 칸막이가 전혀 안 되어 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와 엄마 아버지 세대가 함께 살고 있고, 거기에다가 신혼부부 세대도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런 집에는 적어도 칸막이 정도는 설치해 주는 일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어떻게 개선을 해야 하는지 아무런 생각을 못 합니다. 그러니 마을 주민들에게 집 안 수리를 해보라고 하면 부잣집을 흉내 내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볼 때는 부엌에서 연기가 안 나도록 하는 일은 부잣집을 흉내 낼 필요도 없고 그냥 굴뚝을 만들어서 밖으로 연기가 빠지게 하면 되는 일이거든요. 대부분 물이 밖에 있는데 물을 부엌 안으로 들어오도록 하기 위해 시멘트 작업을 해서 물길을 낸다든지, 방안에도 선반을 좀 많이 만들어서 짐을 여기저기 바닥에 벌려놓지 않고 차곡차곡 정리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이런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우리도 옛날에 쌀자루에 쌀을 넣어 놓고 살다가 한 때는 쌀통이 유행했었잖아요. 그래서 신혼부부는 꼭 쌀통을 하나 마련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했었습니다. 이후에는 ‘선풍기가 있어야 한다’, ‘냉장고가 있어야 한다’, ‘세탁기가 있어야 한다’ 이런 말들이 유행을 했잖아요. 부탄에도 부잣집에 가보면 냉장고도 있고, 세탁기도 있어요. 하지만 가난한 집은 아직 선풍기도 없는 상태입니다. 우리는 이미 그 과정을 다 겪었기 때문에 부탄 사람들이 최소한의 기본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서 우리가 낼 만한 아이디어가 많을 것 같아요. 그러려면 작은 기술이라도 미리 익혀두는 게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집 안에 선반을 짜 넣으려면 약간의 목공 기술이 필요합니다. 바닥을 좀 정비하려면 시멘트 바르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벽을 만들려면 흙과 돌로 흙담을 치는 기술을 좀 익혀 두어야 합니다. 수로를 놓을 때는 거푸집을 짜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거푸집을 제대로 못 짜니까 수로가 두꺼웠다가 얇았다가 높았다가 낮았다가 하거든요. 이런 일들을 하려면 여러분이 기술을 미리 배워 두어야 합니다. 조금 더 고급 기술이라면 포클레인을 운전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면 더 좋겠지요. 도로와 수로를 놓으려면 포클레인도 많이 필요하거든요. 트럭 운전을 한다든지, 전기 배선을 한다든지, 이런 일도 필요합니다. 요즘은 한국 사람들도 집을 고칠 때 웬만한 일들은 본인이 직접 하잖아요. 그런 정도의 기술을 익히면 됩니다.
현재 두북수련원에서는 목공을 할 수 있는 사람 한두 명, 포클레인을 운전할 사람 한두 명, 트럭을 운전할 사람 한두 명, 이런 정도로 팀을 구성해서 한 달 정도 실험을 해보려고 해요. 그렇게 팀을 구성하여 부탄에 가서 직접 일을 해보면 실제로 어느 정도의 인원이 어느 정도의 기술을 배워와야 할지 파악이 될 것 같습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점점 인원을 확대해서 모집하면 될 겁니다. 예를 들어, 목공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할 때 한 달 정도 기술을 배워야 할지, 아니면 6개월 정도는 배워야 할지, 여러 경우를 비교해서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우선 전국의 으뜸절에서 집 고치는 일도 해보시고, 망치질도 해보시고, 예초기 사용도 해 보시고, 여러 가지 연습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부탄에서도 예초기를 돌리는 작업이 필요하거든요. 요즘 한국의 젊은이들은 정말로 아무것도 할 줄 몰라요. 예전에는 누구나 다 하던 낫질, 호미질도 젊은이들은 못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젊은이들보다는 나이가 오십이 넘는 분들이 지속 가능한 개발 사업에는 더 유리한 것 같아요. 또 여성분들도 부탄에 가면 마을 주민들에게 요리를 가르쳐 줄 수가 있습니다. 그곳에는 채소 같은 것이 너무 없습니다. 밥과 같이 먹는 반찬이라는 게 별로 없어요. 그래서 김치 담는 법을 가르쳐 준다든지, 여러 가지 채소류를 기르고 수확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든지, 이것저것 가르쳐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채소는 감자, 양파, 오이 등 몇 종류밖에 없어요. 한국도 옛날 시골에서 자랄 때를 생각해 보면 채소가 별로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여성들이 부탄에 가도 할 일이 많습니다. 그리고 팀푸(Thimphu)에서 잘 사는 사람들도 김치 담그는 법이나 된장 담그는 법을 배우고 싶다는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부탄에서도 요즘 한국 음식이 유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부탄이나 동남아로 자원봉사를 하러 가면 여러분이 가진 재능들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탄은 워낙 교통이 안 좋기 때문에 야생에서 나는 것이든 밭에서 나는 것이든 뭘 생산해도 어디에 내다 팔 데가 없어요. 또 인구도 분산되어 있어서 엄청나게 넓은 지역에 1만 7천 명 정도밖에 안 삽니다. 동네와 동네 사이의 거리도 차로 한두 시간쯤 가야 합니다. 그래서 농산물을 건조한다든지, 장아찌를 담근다든지, 차를 만든다든지 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부탄에서는 농산물을 팔기 위해서는 약 10시간 이상 차를 타고 팀푸까지 가야 판매할 만한 시장이 있거든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가서 자원봉사를 하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봅니다. 우선 초기에는 필요한 사람들 위주로 조금씩 가서 시범 사업을 해보고, 그 성과를 부탄 정부에서도 인정을 해주게 되면 1년 안에는 규모 있게 봉사자를 모집해서 갈 수도 있게 될 겁니다.
이런 방식은 앞으로 여러 다른 나라에도 접목시킬 수 있습니다. 캄보디아 바탐방의 불교대학 총장님은 이런 방식을 캄보디아에도 적용해 보고 싶다고 했고, 미국의 어떤 단체에서는 너무나도 좋은 프로젝트인데 왜 비용 신청을 하지 않느냐는 문의도 했습니다. 그래서 아직 실험 단계이기 때문에 충분히 실험을 해보고 나서 제안을 하겠다고 답변을 했습니다만, 그만큼 이 사업은 동남아 전역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신뢰입니다. 샘플을 만들어서 보여주었을 때 누가 와서 봐도 ‘이 사업은 돈은 적게 드는데 정말 효과적이다’ 하는 판단이 선다면, 이 프로젝트의 확산 속도는 매우 빨라질 것이고, 재정 확보도 쉬워집니다. 그래서 지금은 샘플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하반기에는 실제로 봉사자 몇 명을 모집해서 1차적으로 가서 봉사를 해 봐야 될 겁니다. 그러면 봉사자들이 다녀와서 어떤 제안을 하겠죠. 단순히 한 번 보고 나서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해서는 해결책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직접 현지에 가서 지형이나 기후 조건을 살펴보고 나서 어떤 방식이 나은지 제안을 해야지 무조건 한국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부탄에서는 축산도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농사 외에도 닭을 키운다든지 염소를 키운다든지 해서 약간의 추가 소득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과수를 비롯한 환금작물(換金作物)도 많이 필요합니다. 이런 것을 개발할 봉사자들을 지금 다 선발하기도 어렵고, 또 그런 기술을 가진 사람도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서 일단 인연이 되는 대로 제가 부탄에 갈 때마다 한두 명씩 따라가서 함께 실험해 보고 적당한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모내기 방식을 바꾸려면 농사 기술을 가진 사람이 1년 정도 부탄에 살면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 모를 심고 추수까지 해봐야 합니다. 새로운 농법이 수확이 많은지 적은지 아직 검증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들판 한번 보고 나서 이래라저래라 하면 설득이 안 됩니다.
그래서 여러분도 은퇴를 하시면 한국식 못자리나 모내기 방법을 좀 배워 놓거나 여러 가지 환경 농법도 학습해 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부탄에 가서 땅을 하나 마련하여 시범 농사를 지어봐야 합니다. 새로운 농법과 자신들의 농법을 비교해서 무엇이 더 효과가 있는지 마을 주민들이 눈으로 확인을 해야 따라 할 수 있게 됩니다.
질문자가 제안한 것처럼 당연히 훈련 과정이 필요하고, 미리 선발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그런 과정을 차차 마련하겠습니다.”
“스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가능하다면 제가 제일 먼저 부탄 지속 가능한 개발에 쓰여 보고 싶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여러분 모두 희망을 갖고 새로운 인생을 한번 설계해 보시기 바랍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닫는 인사를 했습니다. 법회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내일은 공동체 법사단에서 몇 분이 두북수련원을 찾아와 농사일을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오전에는 법사님들과 함께 농사일을 하고, 오후에는 인도 성지순례 준비 회의를 한 후, 해질녘에 다시 농사일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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