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5.7 워싱턴 D.C. 2일째, 미국 국무부 미팅 외
“돌아가신 엄마가 자꾸 꿈에 나타나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워싱턴 D.C. 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미국 정부, 의회, 싱크탱크 관계자를 만나는 2일째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5시에 미주 정토회관에서 새벽 기도와 명상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조찬이 있기 때문에 아침 식사를 하지 않고 6시 45분에 워싱턴 D.C.로 출발했습니다.

아침 8시에 워싱턴 D.C. 중심가에 위치한 호텔에서 조셉 디트라니(Joseph DeTrani) 대사님과 키스 루스(Keith Luse) NCNK(전미 북한위원회) 사무총장님을 만났습니다.

디트라니 대사님은 6자 회담 당시 대북 특사를 지낸 분이며 2005년 9.19 합의 당시 스님의 조언을 듣고 북미 간의 공동성명을 이끌어내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 대북 협상 전문가입니다. 키스 루스 소장님은 당시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던 루거 상원의원의 전문 보좌관 시절부터 시작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두 분은 스님과 오랜 친구이며 스님의 조언을 경청하고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애를 많이 쓰셨던 분들입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북미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디트라니 대사님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이끌 수 있을까요?

“북한은 김일성부터 김정일, 김정은까지 3대에 걸쳐서 항상 북미 관계 정상화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항상 핵 개발이 문제였습니다. 미국은 핵개발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고, 북한은 그 반대입니다. 2005년에 9.19 합의가 가장 높은 수준의 합의점에 도달했던 시점인 것 같습니다. 그 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고, 지금은 합의점에서 굉장히 멀어졌습니다. 심지어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현재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하고 있는 상황도 매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북한과 미국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스님의 통찰을 듣고 싶습니다.”

스님은 먼저 디트라니 대사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9.19 합의를 이끌어 준 것에 대해서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왜냐하면 9.19 합의가 분단 이후 한반도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합의였기 때문입니다. 그 후 19년이 흘렀습니다. 합의가 깨진 이유는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북한 계좌 동결 조치 때문이었습니다.”

“Yes, I remember it vividly.”
(네, 생생히 기억합니다.)

“지금 다시 돌아보면 ‘19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이루어졌는가?’ 하는 점입니다. 우리가 목표로 했던 북한 핵폐기가 이루어졌는지, 아니면 더 확산이 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과는 북한의 핵이 더 확산되었습니다. 북한이 지불한 대가는 주민들의 고통이었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붕괴된 것도 아니고, 북한 사회가 변화된 것도 아니고,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계속 가중되었다는 것밖에 없습니다. 만약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문제에도 불구하고 9.19 합의를 계속 유지시켜 나갔다면 핵 개발은 중지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또 개발이 계속 되었다 하더라도 지금보다는 덜 확산이 되었을 겁니다. 북한 사회도 변화했을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고통도 완화되었을 겁니다.

지난 과거를 돌아보면서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 20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려면 변화된 상황을 반영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미국이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와 달리진 북한의 위상

북한의 상황은 예전보다 유리해졌습니다. 우선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중에서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배후가 생겼습니다.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통해서 기름과 식량이 공급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최신 군사 기술이 이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대화에 목을 매달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정상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 의견은, 그동안 북미 관계 정상화를 북한 비핵화의 마지막 단계로 설정해 왔는데 이제는 입구 단계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핵폐기가 아닌 핵동결을 조건으로 북미 관계 정상화를 제안해야 합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핵기술의 확산을 막는 것입니다. 지금 북한의 핵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고, 실제로 핵을 사용할 수 있는 소형화 기술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장거리 미사일 기술도 향상되고 있습니다. 핵잠수함 기술도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으로 인해서 핵기술의 발전 속도가 더 빨라질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미국이 북한을 컨트롤 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입니다.

과거에는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 약간 골치 아픈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유용한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북한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있고, 중국도 대만과의 긴장 고조로 인해 북한을 이용해서 관심을 분산시킬 필요성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북한의 군사화가 골칫덩어리였는데 지금은 유리한 국면이 되었습니다. 이런 변화된 조건을 감안해서 북한을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미국이 북한을 어떻게 다루는 게 국익에 유리한지를 봐야 합니다.”

“How should the United States deal with North Korea?”
(미국이 북한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먼저 북미 관계 정상화를 해야 합니다. 핵폐기가 아닌 핵동결을 조건으로 해야 합니다. 대신에 경제적 지원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생필품의 지원에 대한 제재는 해제해야 합니다. 핵동결에 그치지 않고 그 양을 줄여 나가려면 경제적 지원 조치가 상응해야 합니다.”

“If diplomatic relations between the U.S. and North Korea are established without nuclear dismantlement, the U.S. will show itself as weak, and wouldn’t that make the situation worse? Then I think public opinion in the U.S. will also worsen.”
(만약 핵폐기 없이 북미 수교를 맺게 되면, 미국이 약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이고, 그걸 빌미로 상황이 더 안 좋아지지 않을까요? 그러면 미국 내 여론도 안 좋아질 것 같습니다.)

“1992년에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을 했을 때 한국은 러시아, 중국과 수교를 맺었습니다. 그 당시 북한도 미국, 일본과 수교를 맺었어야 공평했습니다. 그 시기가 늦어지고 있을 뿐이지 북미 수교가 북한에게 주는 특별한 혜택이 아닙니다. 문제는 핵확산입니다. 그때 북미 수교를 했다면 북한의 핵개발을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핵을 가진 북한을 어떻게 할 것인가요? 이대로 내버려두면 핵의 양은 계속 증가할 것입니다. 북한의 핵개발을 동결시키려면 관계를 조금이라도 개선해야 합니다. 지금 현재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북한의 핵확산을 조금이라도 멈출 수 있을까요?

키스 루스 사무총장님도 의견을 말했습니다.

“However, it is not appropriate to lift the current economic sanctions against North Korea.”
(그렇다고 현재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지금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 핵기술은 고도화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번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쏜 미사일에 미국과 유럽에서 만든 칩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물론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제재는 계속 강화해야 합니다. 그러나 인도적 지원에 해당하는 제재는 풀어야 합니다. 주민들이 매우 고통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제재를 푸는 것보다는 숫제 북미 수교를 하는 것이 훨씬 쉬운 길입니다. 북미 수교를 하는 데에는 돈이 들지 않잖아요. 수교를 하게 되면 평양에서 감독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가 계속 확산이 되면 동아시아에 큰 위협이 된다는 겁니다. 이것을 막는 것에 주안점을 두어야지 다른 것은 부차적입니다.”

“I think diplomatic relations between North Korea and the United States will be difficult.”
(북미 수교는 어려울 것 같다고 봅니다.)

“핵폐기를 조건으로 하면 어렵지만, 핵동결을 조건으로 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북한이 약속을 안 지키면 미국은 다시 경제 제재를 가하면 되고, 북한은 동결시킨 것이니까 다시 개발할 수가 있으니까요. 서로에게 손해될 게 없습니다. 경제 제재를 없애기가 어려우면 경제 제재를 일정 기간 동안 유예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I think it’s a good suggestion.”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저의 제안대로 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정치인들은 국내 여론을 신경 써야 하니까요. 그래서 당선 초기에 적극적으로 관계를 개선하거나 여론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라야 집행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웃음)

스님의 제안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미국의 국익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군사적인 측면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설명을 했습니다. 현재 북한의 식량 상황은 어떠한지, 주민들의 곤궁함은 어느 정도인지,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 후 대화를 마쳤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식당을 나가며 스님이 디트라니 대사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9.19 합의를 이루어내 준 것에 대해서 한국 사람을 대표해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그 합의는 지금까지의 회담 중 최고의 합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합의를 다시 완성시키려고 합니다.”

"Thank you so much what you do. Peace is so important. I really admire what you do. You have significant influence because people see you as objective and dedicated to the common good. Thank you so much what you do.”
(당신이 하는 일에 감사드립니다. 평화는 정말 중요합니다. 저는 당신이 하는 일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사람들은 당신을 객관적이고 공동선에 헌신하는 사람으로 보기 때문에 당신은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하는 일에 감사드립니다.)

디트라니 대사님은 여러 차례 고맙다고 말하며 손을 꼭 잡았습니다. 다음을 기약하며 인사를 나눈 후 다음 미팅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이동하면서 스님은 19년 전 9.19 합의가 이뤄진 날을 떠올리며 말했습니다.

“9.19 합의가 이뤄진 날이 한국의 추석날이었어요. 합의가 되자마자 디트라니 대사님이 저한테 이메일을 보냈어요. ‘스님이 준 아이디어로 합의를 성사시켰습니다’ 하고 내용이 적혀 있었어요. 이분들이 더 나이가 드시기 전에 한국에 한번 초청해야겠어요.”

워싱턴 D.C.에는 미국 정부 기관뿐만 아니라 수많은 민간단체와 연구소들이 있습니다. 30분을 이동해 도착한 맨스필드 재단 사무실에서 스님의 또 다른 오랜 친구인 프랭크 자누지(Frank Jannuzi) 소장님을 만났습니다.

"Nice to meet you. You look very good.”
(만나서 반갑습니다. 얼굴이 정말 좋아 보입니다.)

“항상 좋습니다.” (웃음)

프랭크 자누지 소장님은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상원 외교위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분으로 민주당에 정책 자문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자리를 옮겨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의 대북 정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설명했습니다.

스님의 설명을 듣고 나서 프랭크 자누지 소장님은 스님이 제안한 핵동결이 미국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핵동결은 곧 핵개발을 인정하자는 것 아닙니까?

“미국 사람들은 북한의 핵동결에 합의하는 것이 곧 결국 핵개발에 손을 들어주는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핵폐기는 북한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북한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겁니다. 북한은 핵동결과 북미 관계 개선에 합의하려고 할까요?”

스님이 대답했습니다.

“북한은 체제 유지를 가장 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보는 양보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이나 러시아가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자주국방을 가장 중요시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핵폐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문제는 그 양을 어느 만큼 생산하도록 내버려둘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방어를 위한 최소한의 양만 갖게 할 것인가, 다른 나라에 위협이 될 만큼 많은 양을 갖게 할 것인가, 둘 중에 선택해야 합니다.

북한은 경제를 발전시키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일 순위는 아닙니다. 안보가 지켜지는 전제 위에 경제가 발전되기를 원합니다. 안보를 포기하면서까지 경제를 발전시킬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러시아의 경제적 지원도 그저 생존을 위한 수준이지 발전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이 두 가지를 감안할 때 안보를 유지시키는 범위 내에서 경제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관계를 북한에 제안해야 합니다. 첫째, 북한의 핵동결이 가장 급한 일입니다. 둘째, 그런 후 북한의 경제적인 숨통을 트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이에 대한 전제 조건은 북미 관계 정상화가 되어야 합니다. 물론 미국 내에 반대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핵을 갖게 된 것을 어떡합니까. 전쟁을 해서 핵을 없앨 겁니까. 전쟁을 할 수 없다면 제가 제안한 협상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처럼 그냥 내버려두면 어떻게 될까요? 핵은 계속 확산될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고통은 계속될 것입니다.”

자누지 님은 또 다른 우려를 이야기했습니다.

“바이든 정부의 입장에서는 북한과의 합의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과시할 만한 성과가 되지 못합니다. 너무 작은 성공에 불과합니다. 북한 문제 외에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 많습니다.”

스님이 대답했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북미 관계 개선은 미국에게 정치적으로 큰 이득이 되지 못합니다. 선거를 앞두고 있을 때는 오히려 강경한 대결 국면이 더 효과적입니다. 왜냐하면 대화는 성과가 금방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파격적인 양보를 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북한은 미국의 파격적인 양보를 바라고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파격적인 양보를 하면 선거에 불리해집니다. 그래서 선거의 승리도 고려하고, 미국의 국익도 고려하려면, 선거가 끝난 뒤에 짧은 시간에 북미 관계를 풀어야 합니다. 시간을 끌면 다음 선거가 또 다가오니까 합의가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누가 당선이 되든 당선 직후에 추진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이어서 스님은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북한의 입장과 미국의 입장, 각각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마지막으로 자누지 님이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한반도와 주변국의 연관 속에서 북한 문제의 중요성을 이야기해 주신 부분이 정말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스님의 의견을 워싱턴 D.C.에서 많은 관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널리 알리겠습니다. 다음 미국 정부가 미리 준비할 수 있게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6월에 자누지 님이 한국을 방문하는데 그때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12시에 모임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미국 국무부로 향했습니다. 점심을 먹을 시간이 없어 이동하는 차 안에서 아침에 싸 온 도시락으로 간단히 식사를 했습니다.

미국 연방정부 건물에 도착하니 국무부에서 근무하는 손민서 박사님이 반갑게 스님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스님은 국무부로 들어가서 손민서 박사님을 비롯한 정보국 동아시아 담당 국장 및 직원들과 한반도 평화에 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어서 줄리 터너(Julie Turner) 북한 인권 특사를 비롯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직원들과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줄리 터너 특사에게 북한 주민들의 보편적 인권을 증진하도록 노력하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북한의 2500만 전체 주민들의 인권을 어떻게 증진시킬 것인가 하는 관점에 섰으면 좋겠습니다. 특정한 사건에 대해서만 너무 문제를 삼지 말고요. 인권을 억압하는 것도 북한 정권이지만, 인권을 개선하는 것도 북한 정권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래서 북한 인권을 개선하려면 먼저 북한 정부와 대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삐라를 뿌리더라도 지도자를 비난하는 내용보다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헌법을 인쇄한다든지, 그 속에 인권 조항이 어떻게 적혀 있는지에 대해 강조한다든지 해야 합니다. 북한 주민들이 ‘우리나라 헌법에도 이런 인권 조항이 있네’ 하고 알도록 해서 생존의 위협을 받지 않으면서 인권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미 법에 보장되어 있는 것을 지키라고 주장해야 처벌을 하기가 어렵거든요.

우선 법에 없는 것을 처벌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보위부에 잡혀 온 사람을 무조건 구타하거나 구금을 시키는데 이것은 북한의 법에도 없는 내용이거든요. 이런 식으로 보편적인 인권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게 필요합니다.

정치범 수용소를 해체하라는 주장을 굳이 할 필요가 없어요. 북한의 법에 따라 형을 집행하라고 요구하면 됩니다. 북한의 법에 따라 형을 집행하게 되면 정치범 수용소에 갇힌 대부분의 사람들이 풀려나게 됩니다. 만약 북한의 법에 인권 침해적인 요소가 있다면 그것을 개선하도록 요구해야 하고, 이미 있는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지키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이렇게 보편적으로 접근해야 인권 운동을 할 수 있는 영역이 넓혀지고,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인 인권 개선이 가능하고, 주민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인권 운동이 됩니다.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만이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Yes, that’s a good offer. It was very helpful.”
(네, 좋은 제안입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북한 인권 특사님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작은 역할이라도 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오후 3시가 넘어서 연방정부 건물을 나왔습니다. 연방정부 건물 앞에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시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시위를 하는 시민들에게 합장하며 인사를 하고 미국 의회로 향했습니다.




오후 4시부터 미셸 박 스틸 연방하원의원을 만났습니다. 미셸 의원은 한국계 미국인 정치인입니다. 공화당 소속으로 2021년부터 캘리포니아 지역구의 하원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작년에 재선을 하였고, 지금은 삼선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스님이 두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제가 찾아온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한반도에 지금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한국, 미국, 일본 삼국의 군사협력의 강화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은 되지만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방지하는 정책은 되지 못합니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해서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중지시키는 쪽으로 나아가야 동아시아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한쪽은 방어를 하되 한쪽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미국 의원들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적극 노력을 해주십사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어쨌든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막아야 하니까요.

둘째, 지난번에 한국계 미국 시민들이 북한에 있는 이산가족들과 상봉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결의안이 통과가 되었잖아요. 만약 내년에 북미 대화가 다시 시작되면 이산가족이 빨리 상봉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여기서 하나가 더 필요합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상봉을 못 한 채 돌아가시고 있어요. 그러니 살아서는 고향에 못 가더라도 죽어서는 고향에 묻힐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일은 인도주의적으로 봐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의원님이 이 일에 좀 적극적으로 나서주시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추진해 보겠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고향이 평양이고, 어머니의 고향이 신의주입니다. 두 분이 6.25전쟁 때 피난 중에 부산에서 만나 저를 낳았어요.”

“그러면 의원님은 사명감을 갖고 이 일을 추진해 주셔야겠네요.”

미셸 의원님은 스님의 제안을 흔쾌히 수용했습니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의원실을 나왔습니다.

다음은 평화운동가인 애나벨 박과 리치 타펠 목사님을 만나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두 분이 스님을 반갑게 환영해 주었습니다.

“Long time no see. How have you been?”
(오랜만입니다. 어떻게 지내셨어요?)

“저는 잘 지냈습니다.”

애나벨 박(Annabel Park)과 리치 타펠((Richard Tafel) 목사님은 평화운동가입니다. 두 분은 평화운동뿐만 아니라 정책 변화를 이끌어 내어 사회가 좀 더 평화롭게 되도록 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어서 스님과 뜻이 잘 통해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오고 있습니다.

애나벨 박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이번 워싱턴 D.C. 방문을 통해서는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지금 당장 성과가 생길 수가 없죠.” (웃음)

스님과 두 분은 식사를 하며 미국 대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당선이 되었을 때는 미친 사람, 이상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지금은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하나의 사회 현상처럼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지금 미국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애나벨 박이 대답했습니다.

“맞습니다.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되었습니다. 미국 시민들은 지금 세상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강력한 힘을 갖고 세상을 안정시킬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트럼프의 인기가 올라가는 것 같아요. 하지만 바이든은 결격 사유가 없는 그냥 올바른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어요. 바이든이 승리하려면 좀 더 강력한 파워를 가진 사람이라는 점을 어필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님은 북미 관계 개선과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리치 타펠 목사님이 우려를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미국은 선거 전이라 북한 문제가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스님이 제안을 하셔도 미국 정치인들이 관심을 갖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제가 지금 제안하는 내용은 선거 후에 이렇게 하자는 제안입니다. 그러려면 지금부터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자는 것입니다. 아무튼 선거 캠페인에 참여하게 되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제안도 하고 역할을 좀 해주세요.”

“Yes, I will.”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저녁 7시에 식당을 나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늘 미팅 일정을 모두 마치고 미주 정토회관으로 향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8시에 미주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차 안에서 단잠에 들었습니다.

잠시 휴식을 한 후 밤 9시부터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한국 시각 기준으로 오전 10시에 맞춰서 법회를 해야 해서 늦은 밤 시간에 생방송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생방송에 접속하자 스님은 지난 일주일 동안의 근황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저는 지금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 있는 미주 정토회관에 와있습니다. 현재 여기는 저녁 9시를 지나고 있습니다.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를 시작으로 외국인과 교민을 위해서 총 8회의 강연을 마쳤습니다. 지금은 워싱턴 D.C.에서 국무성, 의회, 싱크탱크(think tank)를 다니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여러 사람과 대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6일까지 북미 동부 8개 도시에서 순회강연을 했습니다. 전 세계의 정토행자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무사히 강연을 마쳤습니다. 각 도시마다 많은 사람이 강연에 참석하여 스님의 말씀을 듣고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사전에 네 명이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돌아가신 엄마가 갑자기 꿈에 나타났는데, 그 후 자꾸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며 어떻게 관점을 가져야 할지 조언을 구했습니다.

돌아가신 엄마가 자꾸 꿈에 나타나요

“엄마가 돌아가신 지 일 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한 번도 꿈에 안 나타나더니 최근에 연이어 두 번이나 꿈에 엄마가 나타났습니다. 갑자기 돌아가셔서 말 한마디 못 나눈 게 마음에 걸렸는데 꿈에서 엄마가 말을 하셨습니다. 그냥 꿈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로 자꾸만 꿈에서 본 엄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제가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그냥 ‘꿈이구나’하는 관점을 가지면 됩니다. ‘엄마 꿈을 꿨구나’ 하면 됩니다. 꿈이란 엄마에 대한 많은 기억이 무의식에 저장되어 있다가 그중 일부가 의식이 쉬는 중인 자는 동안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냥 꿈이네’ 하면 될 뿐 특별히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습니다.

질문자가 엄마 꿈을 꾸게 된 원인에 대해서 분석해 볼 수는 있습니다. 꿈 자체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왜 그런 꿈을 꾸게 됐는지 분석해 볼 수는 있습니다. 최근에 질문자가 엄마를 많이 그리워했다든지 하는 이유로 꿈을 꾸게 되었을 수 있습니다.

가끔 꿈을 꾸고 안부 전화를 해보면 부모님이 편찮으시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꿈이 용하다’ 하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신분석학적으로 꿈이란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경험이 무의식의 창고에 저장되어 있다가 의식이 쉴 때인 잠들 때 드러나는 현상입니다. 즉 생방송이 꺼지고 녹화방송이 시작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냥 ‘내가 꿈을 꿨구나’ 이렇게 보는 게 좋습니다. 조금 더 나아간다면 ‘요즘 내가 외로웠구나’, ‘요즘 엄마를 그리워했구나’ 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스님 말씀을 듣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한 시간 동안 즉문즉설을 하고 나서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10시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NED를 방문하여 대화를 나누고, 점심에는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과 미팅하고 상원 외교위원회 보좌관들과 대화를 나눕니다. 오후에는 브루킹스 연구소를 방문하여 미팅을 하고, 저녁에는 부탄 지속 가능한 개발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미팅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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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근

감사합니다

2024-05-16 15:41:44

해탈지

북미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미국에서 핵동결을 위한 북미관계는 이뤄지기 어렵다는 관계자분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스님말씀대로 북미 북일관계가 원할해지면 좋겠습니다.

2024-05-16 14:36:05

금광화

스님 감사합니다

2024-05-13 14: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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