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12.11 병원 진료, 필리핀 출국
“아내와 맞추려고 하지만 잘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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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 정토회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에 병원 진료를 받았습니다. 눈 수술을 받은 후 한 달 정도가 지났는데 회복 상황이 어떠한지 안과에 가서 검진을 받았습니다.

안과를 다녀와서 이비인후과를 찾았습니다. 어제부터 목이 칼칼하고 감기 증세가 있어서 코로나 진단 키트로 검사를 해보았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이비인후과를 찾아가서 진료를 받으려고 했는데, 병원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최근에 독감이 유행하면서 감기 환자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진료를 받으려면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오후에 진료 예약을 해둔 후 돌아왔습니다. 오후에 다시 이비인후과를 찾았지만, 예약 후 한 시간이 경과했기 때문에 다시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해서 다음 약속 시간 때문에 결국 진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저녁에는 필리핀에 가져갈 짐을 꾸린 후 밤 9시 30분에 서울 정토회관을 출발하여 인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인천공항 카운터 앞에 도착하여 이번 4박 5일 동안 필리핀 JTS 학교 준공식에 함께 가기로 한 참가자들을 만났습니다. 노희경 작가님, 김홍신 의원님 등 12명의 방문단이 다 같이 모여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번에 필리핀 JTS 방문단에 함께 하는 사람이 모두 12명입니다. 서로 인사 나누겠습니다. 4박 5일 동안 함께 잘 지내봅시다.”

“반갑습니다.”

서로 인사를 주고받은 후 곧바로 체크인을 하고 수하물을 부친 후 탑승구로 향했습니다.

밤 12시 40분에 인천공항을 출국한 비행기는 현지시간으로 새벽 4시에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시차 1시간을 감안하면 4시간을 비행한 셈입니다.


스님과 JTS 방문단은 비행기 안에서 앉은 채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승무원의 착륙 안내를 듣고 서서히 잠을 깼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께 무안 미륵사에서 정토회 회원들과 나눈 즉문즉설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아내와 맞추려고 하지만 잘 안 됩니다

“아내와 맞추어 사는 것에 대해 질문드립니다. 저는 아내와 5개월 된 아기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사회에 도움을 주는 보살 같은 아기가 되었으면 해서 아기 엄마에게 ‘예’ 하고 맞추겠다고 말하고, 그렇게 지내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아내가 집에 뭔가 많이 있는데 그릇이나 옷을 더 사려고 하거나, 저에게 물티슈를 써서 닦으라고 할 때 마음속으로는 ‘이게 다 소비 중독인데’, ‘이게 다 환경오염인데 괜찮나’ 하는 마음이 듭니다. 저에게도 딴지 거는 업식이 있는 것 같아 그저 ‘예’ 하고 시키는 대로 하고 있는데요. 제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중도의 가르침 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요?”

“질문자는 입이 가벼워서 탈이에요. 남자가 입이 좀 무거워야죠. 부인에게 ‘예’ 하고 맞추겠다는 얘기를 뭐 하려 했어요?”

“저도 좀 후회를 했습니다.”

“부인에게 맞추겠다고 얘기를 해서 이런 고민이 생긴 거예요. 수행은 그런 얘기를 상대에게 하면 안 됩니다. 혼자서 기도를 하면서 내가 아내에게 ‘예’ 하고 맞추는 것이 되는지 안 되는지 연습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안 되어도 그만이고, 되면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수행을 해야죠. 덜렁 상대에게 그렇게 얘기하면 하루만 칭찬을 듣고 평생 욕을 얻어먹게 되는 거예요. 그런 바보 같은 짓을 이미 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어요. 이왕 일을 저질렀으니 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라도 아내가 하자는 대로 하세요.

그런데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물티슈는 상대가 쓰라고 해도 ‘알았어’ 하고 안 쓰면 됩니다. 상대가 무언가를 먹으라고 해도 ‘알았어’ 하고 안 먹는 것은 거부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거든요. 상대에게 ‘너 왜 그랬니?’ 하고 나무라는 것은 질문자가 하고 있는 수행의 기준에 어긋나는 행동이지만, 내가 안 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내가 저녁을 안 먹기로 정했는데 부인이 밥을 먹으라고 하면서 당장 내 말을 들으라고 하는 경우 이때 ‘예’ 하고 말하는 것이 복종의 의미는 아니에요. 내가 상대의 마음을 거부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예’ 하고 그냥 나의 일을 하면 되는 거예요. 상대가 ‘왜 한다고 해놓고 안 해?’라고 물으면 ‘죄송합니다’ 하고 말하면 됩니다. 그럼 상대가 거기에 적응을 하게 돼요.

아내가 유모차를 사고 싶어 하는데 못 사게 하면 갈등이 생기지만, 내 의견은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건 너무 비싼 물건인데 안 사면 안 될까?’ 하고 의견을 냈는데 상대가 ‘왜 내 말을 안 들어?’ 하고 말하면 다시 ‘예’라고 하면 됩니다. 아무 의견 없이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한다는 것은 잘못하면 노예근성을 심는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 그건 수행이 아니에요. 수행은 주인이 되는 길입니다. 가능하면 부인이 하자는 대로 해주고 내 의견을 고집하지 말라는 겁니다. 부인이 물티슈를 쓰라고 하면 ‘당신이 쓰는 건 괜찮지만 나는 지구 환경을 생각해서 행주로 닦을게’ 이렇게 얘기하면 되는 거예요. 그것에 대해 상대가 성질을 내면 그냥 놔두면 됩니다. 말다툼을 하지 않으면 된다는 뜻이지 모든 것을 다 맞춰주어야 된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러나 질문자가 잔소리하는 습관이 있어서 그걸 고치려고 하는 수행의 목표를 갖고 있다면, 돈이 아무리 손해가 나도 무조건 ‘예’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수행을 하기 위해 백일출가를 했다면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고 백일 동안은 무조건 ‘예’ 하는 연습을 해봐야 해요. 그러나 질문자의 경우는 평생 아내와 같이 살아야 하잖아요. 더군다나 아내의 요구는 질문자가 계율을 지키는 문제와도 관계가 있는 일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아기가 세 살 때까지만 그렇게 하고, 그 이후부터는 아내에게 명확하게 내 뜻을 말하는 게 필요합니다.

‘아이가 세 살 때까지는 당신이 하자는 대로 맞추었는데, 이렇게 지나친 낭비는 나의 가치관과 맞지 않다. 당신이 그렇게 하는 것은 간섭하지 않지만 내가 검소하게 살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는 내 소신대로 하겠다.’

이렇게 자기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은 아침 9시에 필리핀 민다나오 가가얀 데 오르 공항에 도착하여 오전에는 따라 각을 방문하고, 오후에는 산미구엘 고등학교 준공식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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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수행은 그런 얘기를 상대에게 하면 안 됩니다. 혼자서 기도를 하면서 내가 아내에게 ‘예’ 하고 맞추는 것이 되는지 안 되는지 연습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안 되어도 그만이고, 되면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수행을 해야죠."

2024-03-20 22:28:21

최현아

사람은 본대로 배우는 무의식이 있습니다 결코 가르친다고 다 바뀌는것도 없고요 옳다하는 것이 없다는것을 알면 옳은것이다 곁에있는 가족에게 긍정을 계속 주세요 받으려 하지마세요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며 행복은 결국 돌고 돌아 나에게 온다는 믿음을 가지세요

2023-12-17 20:50:47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3-12-16 05: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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