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4.17. 시리아 국경 인근 지진 피해 지역 답사
“평생 저지른 잘못을 참회하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스님은 새벽 3시 30분에 현지 활동가와 라마단 식단으로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현재 시리아 상황, 오늘 둘러볼 지진 피해 지역, 구호 물품 배분 사업 진행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고 오전 8시 30분에는 국경지역 주지사 사무실로 출발했습니다. 2시간을 달려 10시 30분에 도착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지진으로 튀르키예도 힘들지만 시리아는 더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저희가 도움이 되고 싶은데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튀르키예 정부차원에서 시리아 지원을 허락해 준다면 지진피해지역에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짓거나 시설 보수를 돕고 싶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인근에 큰 학교가 하나 있었는데, 지진으로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한번 둘러보시고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대화를 나누고 나와 튀르키예 정부 교육 관계자들과 지진 피해 지역을 답사했습니다.


먼저 마을에서 가장 큰 학교였던 곳을 둘러보았습니다. 학교는 지붕이 무너져 있고 벽체도 허물어져 있었습니다. 학교 내부도 처참했습니다. 그래도 학교 뒤쪽에서 임시로 비닐하우스를 세워 수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학교는 3,500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습니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학생 150명, 선생님 10명이 사망했습니다.”

“이 정도 피해면 아이들에게 트라우마가 생겼을 수 있겠어요. 학교 수업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도 치료해야겠습니다.”

화이트 헬멧 대원들의 안내로 모자보건소도 둘러보았습니다. 스님은 모자보건소 활동가들을 격려했습니다.

“지진이 갑자기 일어나서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산모가 우울하면 태아의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산모들의 정신 건강도 잘 보살펴주세요. 저도 한국에 돌아가면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논의해 보겠습니다.”

계속 답사를 하고 있는데 피해 지역의 주지사님이 스님을 찾아왔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약 1시간가량 이동해 다음 학교를 둘러보았습니다. 이 학교는 '화이트헬멧'에서 복구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공사하는 사람들이 헬멧이나 보호 장비 없이 공사 중이었습니다. 스님은 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당부했습니다.

“단체 이름이 '화이트헬멧'인데 노동자들이 헬멧을 쓰고 공사를 해야지, 보호 장비 없이 하면 위험합니다.”(웃음)

이번에는 지진 피해자들의 텐트촌으로 가보았습니다.

“예전에 이곳에 학교를 세우기 위해 부지를 구입했는데, 지금은 난민텐트촌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학교를 세운다면 이들은 갈 곳이 있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텐트촌에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스님은 아이들에게 학교는 다니는 중인지, 몇 학년인지 물어보았습니다.

여기까지 답사를 하고 인근에 있는 화이트헬멧 본부에서 대원들이 스님을 만나고 싶어 한다고 해서 본부로 이동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오늘 낮에 둘러본 학교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고 대원들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일단 우리가 함께 학교를 하나 지어보고 뜻이 맞으면 일을 계속 더 확대해 나갑시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우리는 끝까지 협조하겠습니다.”

“JTS에서는 종교, 나라, 성별을 따지지 않고 필요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합니다.”

“화이트헬멧도 그렇습니다.”

“좋습니다.”

화이트헬멧 대원들과 대화를 마치고 다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3시간을 달려 숙소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칠 무렵 화이트헬멧 대표가 찾아왔습니다. 이후 학교 신축과 보수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해야 하니 최대한 빨리 학교 공사를 시작합시다. 그리고 현장에 가보니 공사하는 사람들의 안전 장비가 부족해 보였습니다. 혹시 지원이 필요하다면 그들을 위한 안전장비를 지원하고 싶습니다.”

“네, 좋습니다. 멀리서 이렇게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이트헬멧 대표와 이야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11시였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방콕에서 열린 즉문즉설 생방송에서 있었던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죽기 전에 평생 저지른 잘못을 참회하고 싶어요

“제가 올해 나이가 칠십인데 살면서 저지른 수많은 잘못이 있습니다. 특히 세 가지 잘못이 요즘 저를 아주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첫째, 부모님에 대해 효도를 못했습니다. 살아오면서 항상 부모님께 심려만 끼쳐드리고 마음 한 번 편하게 못 해 드린 것이 저를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둘째, 저와 같이 50년 동안 같이 산 아내의 속을 많이 썩게 했습니다. 이제 와서 보니까 너무 미안합니다. 제 아내 정도나 되니까 저하고 이렇게 평생을 같이 살았지, 세상에 어떤 여자가 저 같은 사람을 데리고 살아줄 것인지 생각하면 정말 고맙습니다. 셋째, 아들이 둘 있는데 아비로서 올바른 길을 걸어가는 것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모나지 않고 남한테 해를 끼치지 않고 살아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렇게 잘못한 것, 미안한 것, 고마운 것 세 가지가 저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세상을 떠나게 될 텐데, 하루라도 깃털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있다가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질문자는 자기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하나도 없네요.”

“그렇습니까?”

“자기가 정말 잘못했으면 그 과보를 기꺼이 받아야지, 입으로는 잘못을 많이 했다고 하면서 편안하게 아무 걱정 없이 살고 싶어 하잖아요. 잘못은 많이 해놓고, 이제 와서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방법을 묻는 그 심보가 나쁜 거예요.” (웃음)

“범죄를 저지르면 국가가 나서서 벌을 주는 것처럼, 저도 차라리 누가 벌을 주면 속이 편하겠는데 아무도 저를 벌해주지 않으니까 오히려 힘이 듭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 더 괴로워하면서 살다가 죽으면 되잖아요. 괴로워하면 그게 벌이 되니까요. 그런데 지금 본인은 괴로움 없이 편안하게 살고 싶다고 하고 있거든요. 실제로는 벌을 안 받겠다고 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겁니다. 입으로는 죄를 많이 지었다고 실컷 이야기를 해놓고는, 막상 그 과보를 안 받는 방법이 없겠냐고 묻고 있는 거예요. 이렇게 묻는 것 자체가 자기 스스로 죄가 없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과 같다는 말입니다. 오히려 ‘제가 이렇게 죄를 많이 지었으니까 죽을 때까지 많이 괴로워하다가 죽겠습니다’ 이렇게 생각을 해야지요.”

“알겠습니다. 과보를 달게 받겠습니다.”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받아야지, 죄는 지어놓고 깃털처럼 가볍게 살다가 죽는 길이 없겠냐고 묻는 건 그 자체가 모순이에요. (웃음) 어떠한 고통이 오더라도 내 죗값을 기꺼이 받겠다는 마음을 내면 오히려 마음속 죄의식이 없어집니다. 내가 죗값을 기꺼이 받겠다는 마음을 내어야 이런 고민이 싹 사라져요. 기꺼이 받겠다는 마음을 내면 아내가 짜증을 내도 기꺼이 받게 되고, 아내가 밥을 하라고 하면 밥을 하게 되고, 아내가 설거지를 하라고 하면 설거지를 하게 되고, 아내가 빨리 들어오라고 하면 빨리 들어가게 되고, 이렇게 뭐든지 아내가 하자는 대로 하게 됩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행동은 하나도 안 하고 깃털처럼 가볍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없겠냐고 물으니까 그 심보가 별로 안 좋다는 겁니다.”

“네, 죄송합니다.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셨으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고, 아내는 저한테 많이 잘해줬는데 제가 미안한 일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잘못 살았으면 앞으로는 잘 살아야 될 거 아니에요?”

“네, 지금도 잘 살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노력을 할 필요가 없죠. 아내가 해준 밥을 먹은 게 미안하면 지금부터는 내가 밥을 많이 해주면 되고, 아내가 청소를 많이 한 게 미안하면 내가 청소를 많이 해주면 되고, 아내한테 짜증을 낸 게 미안하면 앞으로는 짜증을 안 내면 됩니다. 오히려 아내가 짜증을 내면 기꺼이 받아주면 되잖아요. 그렇게 하는 게 내가 지은 죄를 갚는 길이에요. 남한테 돈을 천만 원 빌렸으면 미안하다고 말하고 죽어버리는 게 나아요? 살아서 10만 원이라도 갚아주는 게 나아요?”

“살아서 조금이라도 갚는 게 낫습니다. 청소 같은 건 제가 해주는데, 밥을 한다거나 설거지를 하는 것은 아내가 못하게 해요.”

“못하게 하면 안 하면 돼요. 아내의 말을 잘 듣는 게 아내의 은혜를 갚는 길이니까요.”

“저도 아내의 말을 잘 들으려고 합니다.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어도 화내지 않고 아내 앞에서는 절대 인상을 안 쓰려고 합니다.”

“아내한테 잘못한 게 많다고 해도 질문자가 죽고 없는 게 아내한테 낫겠어요? 그래도 아내가 필요한 만큼 내가 잘 쓰이다가 죽는 게 낫겠어요?”

“오랫동안 아내와 같이 있어야죠.”

“뭘 또 굳이 오랫동안 같이 있으려고 해요? 아내가 필요하다고 할 때까지만 같이 있고, 아내가 내일이라도 가라고 하면 떠나야죠.

지금 질문자는 말로는 죄를 많이 지었다고 하는데도, 죄를 지었다는 생각은 별로 안 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정말로 본인이 죄를 지어서 그걸 갚아야겠다고 생각을 했다면, 아내가 오라고 하면 오고, 가라고 하면 가고, 다른 남자를 만날 테니까 저리로 가 있으라고 하면 저리로 가 있고, 내일 죽을 것 같아도 아내가 필요하니까 죽지 말라고 하면 안 죽도록 노력을 하는 자세가 있어야 해요. 질문자의 말대로 죄를 많이 짓고 살았으면 이제 죗값을 받아야 하니까 지금부터는 아내가 필요하다고 하면 뭐든지 해주셔야 해요. 가라고 하면 가고, 오라고 하면 오는 게 아내한테 죗값을 갚는 길입니다.

아이들한테도 더 이상 짐을 지우지 말고 잔소리를 안 하는 게 죗값을 갚는 길이에요. 자꾸 죗값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방법을 찾느라고 애써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돈을 빌렸으면 돈을 갚아야지 왜 자꾸 돈을 안 갚으면서 마음이 가벼워지는 방법이 없냐고 물어요? 이렇게 묻는 것 자체가 심보가 안 좋네요. 그러니 자기가 정말 죄를 많이 지었다고 생각한다면 앞으로는 그 빚을 갚아야겠다고 마음을 내보세요. 그러면 저절로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사실 스님 말씀처럼 요즘은 제가 아내한테 그냥 잘하려고만 애씁니다. 저를 데리고 살아줄 사람이 없는 것도 알기 때문에 요즘은 아내 말에 거의 복종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걸 왜 노력을 해요? 자기가 죄를 지었다는 생각이 별로 없으니까 자꾸 애를 쓰고 노력을 하게 되는 거예요. 마음속에서 정말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면 애쓰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기꺼이 하게 됩니다. 지금 노력하고 있다는 말은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한다는 말이거든요. 노력하지 말고 기꺼이 하세요. 애쓰지 말고 기꺼이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빚을 갚을 수 있다면 기꺼이 해보겠습니다.”

“기꺼이 하면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남한테 돈을 빌려서 미안하다면,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죽어버리는 것보다는 살아서 내가 갚을 수 있는 만큼 기꺼이 갚는 게 상대방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네,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생각난 질문인데, 사랑과 집착의 경계선은 어디일까요?”

“상대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을 해주는 것은 사랑이고, 내가 필요해서 하는 것은 모두 다 집착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오늘부터 빚을 갚으면서 살겠습니다. 평생 저질러온 일들을 하루아침에 갚을 수는 없을 테니까 더 열심히 사랑하고 살겠습니다.”

“죄를 지었다고 생각한다면 기꺼이 갚겠다고 마음을 내버려야 죄가 다 없어져버립니다. 기꺼이 갚겠다는데 죄가 어디에 있겠어요? 돈을 빌린 사람이 돈을 안 갚으려고 하니까 죄인이 되지, 자기가 빌린 돈을 형편이 되는대로 기꺼이 갚겠다고 하면 설령 살면서 다 못 갚는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죄가 되지 않습니다. 그냥 죽는 것보다는 몇 푼이라도 갚고 죽는 게 낫다는 자세를 탁 취하면 죄의식도 없어져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97

0/200

지혜승

네, 고맙습니다.

2024-08-06 13:41:44

드림하이

어떠한 고통이 오더라도 내 죗값을 기꺼이 받겠다는 마음을 내면 오히려 마음속 죄의식이 없어집니다. 내가 죗값을 기꺼이 받겠다는 마음을 내어야 이런 고민이 싹 사라져요. 기꺼이 받겠다는 마음을 내면 아내가 짜증을 내도 기꺼이 받게 되고, 아내가 밥을 하라고 하면 밥을 하게 되고, 아내가 설거지를 하라고 하면 설거지를 하게 되고, "

2024-08-01 12:30:34

주란

감사합니다. 기꺼이 ᆢ행하겠습니다.
참회합니다.

2023-04-30 10:29:02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