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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슬람교를 믿는 모든 무슬림은 라마단 기간인 30일 동안 일출부터 일몰까지 금식을 하고 있습니다. 스님도 새벽 3시 30분에 라마단식으로 식사를 하고, 6시 30분에 샤팍 단체의 활동가와 함께 시리아 접경 지역에 위치한 와탄 캠프로 출발했습니다.
이동 중에 화이트 헬멧(white helmet)이라는 현지 단체의 활동가들을 만나 함께 이동했습니다. 화이트 헬멧은 최고 위험 지역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기 위해 설립한 민간단체입니다. 이 단체는 노벨 평화상 후보로 세 번 지명되었으며, 한국에서 만해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커다란 난민촌을 몇 차례 지나 오전 11시쯤 와탄 캠프(watan camp)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2천 가구에 물품을 배분합니다. 더운 날씨를 감안하여 몇 백 명 단위로 난민들이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을 달리했습니다. 스님과 JTS 긴급구호팀은 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곧바로 식량 배분을 시작했습니다. 물품박스는 14개 식품이 들어 있어 40kg가 넘었습니다. 노인이나 아이들은 혼자 힘으로 들기 어려워 현장에 있는 자원 활동가들이 운반을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두 시간 동안 쉬는 시간도 없이 배분을 하다가 스님은 캠프 안에 있는 학교를 둘러보았습니다. 학교에서는 학습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심리치료를 위한 놀이도 교과과정에 배정하고 있었습니다. 학교에서는 마침 아이들이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참 놀이하는 모습을 보다가 스님도 아이들과 함께 시합을 했습니다.
다시 돌아와 식량 배분을 하던 중 현지 기자의 요청으로 잠시 인터뷰도 했습니다.
더운 날씨에도 라마단 기간이라서 모두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배분을 이어갔습니다. 젊은 남자들도 어깨가 헐고, 손이 부을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의 얼굴은 밝았습니다.
예정된 2시 30분에 물품 배분을 마쳤습니다. 배분이 끝나자 아이, 어른,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사람들이 스님에게 몰려와 감사 인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는 머리와 수염이 하얗게 센 어르신도 있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네,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54세입니다.”
“저는 칠십입니다. 제가 한참 형이네요 (웃음)”
개인별, 그룹별로 수없이 사진을 찍고 오늘 봉사한 50여 명과 다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습니다. 뒷정리를 하고 현지 경찰차의 보호를 받으며 화이트 헬멧 본부로 이동했습니다.
오후 3시에 본부에 도착해 샤팍, 화이트 헬멧 대표와 함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화이트 헬멧 대표에게 현재 지진으로 겪는 어려움을 잘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고 격려했습니다.
“화이트 헬멧에서 자국민의 어려움을 돕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도 과거 일제강점기에 독립군을 결성해서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 역사가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에게 자긍심을 줬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독립성을 잃지 마시고 끝까지 잘 헤쳐가시기를 바랍니다.”
샤팍 대표는 오늘 현장에서 스님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현장에 몇 번의 위기가 있었는데 스님께서는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하던 일을 조용히 하고 계셨습니다. 스님 덕분에 현장 활동가들이 중심을 잡을 수 있었고, 안전하게 물품 배분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화를 마치고 세 단체의 활동가들이 나란히 서서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스님과 JTS 구호팀은 다시 2시간 이상 차를 달려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인근 식당에서 라마단 식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 일과를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주에 베트남 호치민 민다오사에서 열린 법회에서 있었던 즉문즉설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회사에 다니며 높은 위치까지 올라왔습니다. 모든 목표를 달성했는데 지난달부터 갑자기 성과에 대한 평가가 다 떨어졌어요. 회사에 항의도 해봤지만 회사의 답변을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너무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져있어요. 젊은 나이에 높은 위치에 올라갔고, 앞으로 5년 계획도 다 세워놓았는데, 지금은 방향을 찾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다 이룰 수 없습니다. 젊은 나이에 남보다 먼저 높은 지위에 올랐다는 것은 잘한 일 아닙니까? 흔히 말하듯 성공을 한 것입니다. 다만 더 높이 올라가는 것이 안 됐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만약 어떤 사람이 한 정당을 대표하는 사람이 되어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선거에서 떨어졌다고 합시다. 그 사람은 실패한 사람입니까, 성공한 사람입니까? 어떻게 생각해요?”
“아닙니다.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되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한 정당을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은 성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처럼 질문자의 인생이 실패했다고 생각을 해서는 안 됩니다. 어떻게 계속 지위가 올라만 갈 수 있습니까? 설령 지금 평가가 나빠졌다고 해도 실패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올라간 것은 성공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생각해야 마음이 편안하고 다음을 위해서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결혼을 했다가 이혼하고 두 번째 결혼을 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실패입니까, 성공입니까? 이것도 역시 실패한 게 아니라 성공한 겁니다. ‘스님은 결혼을 한 번도 못 해봤지만 나는 두 번이나 결혼을 해봤다’ 이렇게 생각하면 큰 성공이잖아요. (웃음)
관점을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합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것을 성공적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질문자는 계속 실패로 평가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한 인생이 되는 거예요. 질문자는 지금 죽었습니까, 살아 있습니까?”
“살아 있습니다.”
“지금 살아 있다면 대성공입니다. 그것만 해도 인생은 성공이에요. 아침마다 눈뜰 때 '아, 오늘도 살았네!' 이렇게 기뻐하셔야 해요. 그러면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그런 자기 긍정성 위에 일과를 해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어떤 일도 웃으면서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항상 저가 비행기를 타고 다닌다고 하니까 주위 사람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비행기가 고생했지 저는 아무 고생도 안 했어요. 걸어가거나 배를 타거나 버스 타고 가는 것에 비하면 정말 편하게 가는 것입니다. 그것처럼 여러분들도 늘 주어진 일상을 긍정적 관점으로 보고 웃으면서 생활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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