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4.4 전법활동가 법회, 공동체지부 공청회, 길벗 강연
“과거에 대한 후회를 자주 하게 되는데,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침에 조금 쌀쌀하기는 하지만 낮 기온이 15도 이상 올라가면서 전형적인 봄 날씨입니다. 폐교의 교정에도 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전법활동가 법회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10시부터 전법활동가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전법활동가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고, 스님도 방송실 카메라 앞에 자리했습니다.

이런 좋은 봄날에 전법활동가 모두가 정토불교대학 진행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1강과 2강이 진행되었고, 이번 주부터는 미리 강의를 듣고 수업에 참여하는 기본반이 시작됩니다. 두 번의 수업 진행 후 전법활동가들은 여러 가지 어려움과 의문점을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사전 질문 신청을 받지 않고 즉석에서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여러 가지 질문 중에 한 가지는 생방송으로 불교대학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카메라를 켜고 법문을 듣는 것이 취지는 좋으나 부담스럽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업 중 카메라를 끄고 듣는 것을 허용할 것인지, 그래도 켜고 듣는 것이 좋겠는지, 다수의 의견이 어떤지 수렴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질문들이 계속 이어진 가운데 마지막 질문은 봉사 마일리지 제도 도입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스님은 질문을 경청한 후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봉사 활동을 마일리지로 적립했을 때 장단점이 무엇일까요?

“지난 전국 의결회의에서 봉사 마일리지 시범사업을 의결했습니다. 이 사업이 무주상보시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남습니다. 그동안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부심을 느꼈는데 봉사 마일리지 제도는 봉사활동의 가치를 자본주의적으로 평가하고 물질로 환원된다는 느낌이 있어 약간 불편한 마음이 올라옵니다. 어떤 봉사활동을 얼마만큼의 마일리지로 환산할 것인지는 굉장히 복잡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한 봉사 활동이 어떤 상품 가치로 환산된다면 그다음에 봉사를 할 때 나도 모르게 봉사를 상품 가치로 계산하게 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질문자가 우려하는 점이 이해됩니다. 예전에 공산주의 혁명으로 탄생한 구소련에서는 각자 능력 만큼 일하고 필요한 만큼 소비하는 이상적인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이상과 달리 현실에서 인간의 욕망은 계획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부작용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중국은 소련이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사회주의를 수정했다고 수정주의자들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것이 중국과 소련 사이에 이념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수행자는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무주상보시를 실천하는 삶을 지향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의 우리는 어느 정도 대가를 바라는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것인가가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산주의 이론은 매우 이상적이었지만 현실에서는 실패했습니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어요. 하나는 인간의 욕망을 무시한 것, 다른 하나는 지도자가 모범을 보이지 않은 것입니다. 지도자들은 민중의 삶을 개선하지도 못하면서 인민을 위한다고 주장하며 권력을 누릴 대로 다 누렸습니다. 그리고 국가 경제는 상황이 갈수록 나빠졌습니다. 결국 절대 왕정 시대의 왕과 귀족과 백성의 관계와 크게 다를 바 없게 된 거예요. 자본주의는 자본이 사회와 개인을 통제하는 체제라면, 사회주의는 권력이 사회와 개인을 통제하는 체제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정토회의 전법행자는 봉사 마일리지와 같은 인센티브가 필요 없는 수행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온라인 정토회의 저변을 확대하고 일반 시민들이 대폭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토회가 지향하는 선농일치(禪農一致)의 삶은 일부 전문가가 농사를 총괄하고, 다수의 비전문가 회원들이 일일봉사를 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몇몇 전문가가 텃밭을 조성하여 예정된 품종의 모종을 길러 놓으면 비전문가 일반회원이 각자 자신이 정한 시간에 맞춰 와서 모종을 옮겨 심고, 물을 주기도 하고, 풀도 매고, 수확도 하는 거예요. 회원 중에서도 정기적으로 올 수 있는 사람은 한 품종을 담당할 수도 있겠죠. 전체 농사를 전문적으로 책임지는 사람은 5~6명, 품종별로 보조하며 함께 책임지는 자원봉사자 30여 명, 일일 봉사자 수백에서 수천 명이 함께 각자 형편에 따라 역할을 나누어 대규모 선농일치의 체계를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그런 체계 속에서 자기가 지은 것을 자기가 가져다 먹는다는 개념으로 봉사 마일리지 도입을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려면 많은 노동력이 필요합니다. 주말에 시간이 나는 사람들이 모두 농장에 와서 봉사를 하도록 하고 참여한 사람들에게 각자 생산한 것의 일부를 가져갈 수 있도록 마일리지가 주어진다면 좀 더 동기 부여가 되지 않을까요? 처음에는 정토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운영해 보고, 점차 일반 국민도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봉사활동으로 넓혀 가보자는 취지에서도 봉사 마일리지 제도를 생각해볼 수 있어요.

그런데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계산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모든 노동을 단순히 일한 시간만으로 똑같이 계산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다르겠죠. 예를 들어 세속에서는 같은 시간을 일해도 기술이 있는 사람은 단순 노동을 하는 사람에 비해 일당을 훨씬 많이 받습니다. 이런 세상의 잣대로 봉사활동을 일일이 구분해서 계산하지 않고 놀지만 않았다면 누구에게나 일한 시간만큼 마일리지를 주는 게 어떨까 합니다. 시범 운영 기간에는 채소를 다듬었건, 돌을 옮겼건, 굴착기를 운전했건 일일이 따지지 않고 농사일에 참여한 시간을 기준으로 마일리지를 적립해보는 거예요. 그렇게 운영해 본 결과를 토대로 질문자가 우려하는 것처럼, 마일리지 제도가 오히려 인간의 욕망을 부추겨서 정토회의 순수성을 해치는지도 평가해 봐야겠지요

정토회 전법행자는 원래 봉사하던 대로 하고 일반회원과 시민들은 정토회가 생산한 농산물의 유통에만 한정하여 구매할 수 있도록 지역 화폐와 같은 개념으로 제한하는 것이니 설령 문제가 좀 있더라도 한번 실험적으로 시도해 본다고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스님께서 취지를 상세하게 설명해주셔서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에게 이해가 깊어질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현재 정토회 회원이면 누구나 으뜸절의 농산물이나 재활용품을 살 수 있어요. 아직은 봉사 마일리지로 환산되는 적립금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마일리지만으로는 필요한 농산물이나 물품을 살 수도 없을 정도로 굉장히 빈약한 수준입니다. (웃음)

그리고 농사나 유통이 아닌 다른 봉사활동에 대해서는 마일리지가 주어지지도 않습니다. 매우 제한적으로 시범 운영을 해보는 거예요. 최종 결정은 여러분이 해야 하니까 한번 운영해보고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다음 의결 회의에서 부결시키면 됩니다.”

여기까지 대화를 한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공동체지부 공청회

점심 식사를 하고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한 후 오후 4시부터는 공동체지부 공청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오늘 공청회에서는 4월에 있을 공동체 봄나들이 계획을 의결한 후 자급자족과 농사에 대한 비전을 연구하고 있는 분과에서 준비해 온 내용을 발표하고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주식(쌀, 잡곡)은 구입하지 않고 100% 자급자족한다.
두부, 콩나물, 버섯은 직접 재배하여 가공할 수 있게 준비한다.
된장, 간장, 들기름, 매실효소, 생강, 고춧가루도 자급자족한다.
산야의 채취 식물 채집을 높여 먹거리를 다양화한다.”

출가공동체는 보시에 의존하지 않는 삶을 살고, 생산적인 삶을 통해 자립하는 공동체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여러 가지 제안들이 논의되었습니다. 논의를 마치고 나서 여러 명이 자급자족과 농사의 전망이 무엇인지에 대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농사가 과연 미래에도 전망이 있을까요?

“자급자족이 무슨 의미가 있고, 요즘 같은 시대에 농사가 전망이 있을까요?”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기후 위기가 오면 식량 가격이 폭등할 수 있습니다. 환경오염이 심해지면 안전한 먹거리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어요. 미국의 경우 옛날에는 부자들이 잘 먹어서 뚱뚱했는데, 요즘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뚱뚱합니다. 뚱뚱하면 면역력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많은 양을 먹지만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지 못해서 건강만 해치기 때문입니다.

바이러스도 치료약을 개발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백신이 계속 개발되고 있지만 그 효과가 확실하지 않습니다.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면역력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를 위협하는 질병들은 현대인의 병이지 자연 속에 사는 사람에게는 질병이 되지 않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바이러스는 생명이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생명이라면 항생제를 투여하면 되는데, 생명이 아니라서 항생제도 듣지 않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면역력입니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영양소가 들어간 안전한 먹거리를 먹고, 맑은 물을 마시고, 맑은 공기 속에서 살아야 합니다.

앞으로 10년, 20년, 30년이 지났을 때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생존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공기, 물, 안전한 먹거리 등 자연환경과 적절한 운동입니다. 그래서 공동체 구성원이라면 어떤 부서에서 무슨 일을 하든 운동 삼아 적절한 노동을 하기 위해 하루에 두 시간 노동을 하자는 원칙을 정해보자고 제안을 했던 거예요. 그런 취지에서 우선 저부터 시험 삼아 모범을 보이려고 농사일을 하는 겁니다.

지금 당장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최소 30년을 내다보고 모델을 만들어보려는 것입니다. 농촌에는 노인들만 남아서 점점 농촌이 붕괴되어 가고 있어요. 그래서 농촌을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직접 논을 경작해보면서 연구해 보는 겁니다. 경제적 이익만 따지면 깨달음의 장이나 나눔의 장과 같은 수련을 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농사는 수익이 되지는 않아요. 그러나 미래 시대에는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도 중요하지만 먼 미래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개발해 나가는 것도 필요해요. 한 가지 일에만 전념하면 상황이 갑자기 바뀌면 대응을 못합니다. 여러 분야의 기초를 다지고 있다가 시대가 바뀌면 그 시대에 맞는 것으로 대응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거예요.

과거에 너무 집착해서도 안 되지만 현재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해도 안 됩니다. 현재 인기 있고 현재 요구되는 것에만 집착하면 개인이든 기업이든 미래의 전망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몇 가지는 장기적으로는 투자하고 개척하면서 준비하고 있어야 해요. 그래야 시대가 바뀌면 바뀌는 대로 대응을 할 수 있습니다. 미래를 대비해야 하니까 약간 모험적으로 실패해도 괜찮은 만큼만 배정해서 기술개발하듯이 선투자를 해나가는 거예요. 실패를 해도 괜찮아요. 미래지향적인 것은 항상 실패를 거듭합니다. 농사를 짓는다고 하니까 거꾸로 가는 것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대화를 하고 공청회를 마쳤습니다.

길벗 법회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연극, 영화, 방송, 문화 예술인들이 봉사하는 수행모임 길벗 회원들을 위한 온라인 즉문즉설을 했습니다.

해마다 여의도에서 열리던 강연이 코로나 확산 이후 2년 전부터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스님은 두북 수련원에 마련된 방송실에서 200여 명의 방송·영화·연극인들과 온라인으로 만났습니다.

방송 장비에 갑자기 문제가 생겨 노트북 하나 켜놓고 대화를 나누다가 방송 장비가 고쳐지자 다시 방송실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여섯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마지막 질문자는 과거에 대한 후회를 자주 하는 자신의 습관을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과거에 대한 후회를 자주 하게 되는데,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저는 미래에 무엇이 우선인지 고민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도 재미있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 하나 단점이 있다면 과거에 대해 언급을 많이 합니다. ‘과거에 뭐뭐 했더라면’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지금 상황에 만족하면서도 과거에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합니다. 친구들로부터 과거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다는 핀잔도 들었습니다. 저는 차선도 최선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제가 한 선택들이 차선이었지만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왜 이렇게 제가 과거에 얽매어 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질문자가 알지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왜 자꾸 과거 이야기를 하게 될까요?”

“오히려 제가 질문자에게 ‘당신은 왜 자꾸 지나간 얘기를 하게 되나요?’ 하고 물어보면 질문자가 그 대답을 해야죠. 그런데 질문자가 지나간 얘기를 자꾸 하면서 왜 그러는지에 대해 오히려 저에게 물으니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제가 그 문제에 대해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는 ‘과거에 뭐뭐 했더라면’ 이런 말은 세상에서 제일 바보 같은 말이라는 거예요. 요즘 선거 끝나고 ‘그때 그것만 했으면 당선됐을 텐데’ 하는 이야기나, ‘옛날에 강남 불모지 그 땅, 그때 사놨으면 돈 벌었을 텐데’ 하는 류의 이야기를 수많은 사람들이 하죠. 조선왕조가 망한 뒤에 ‘대한제국 시기에 정신을 차렸으면 나라가 식민지가 되지 않았을 텐데’ 하거나 ‘동학혁명 때 일본이나 청나라 군대 불러들이지 않았어야 했는데’ 하는 소리는 누가 못해요? ‘인천에 배만 들어오면 나도 부자다!’ 이런 얘기와 다를 바 없죠. 이런 얘기는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그런 얘기를 그만두는 게 좋아요.

과거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아쉽기 때문이에요. 복권을 사려다가 안 샀는데 다른 사람이 그 복권을 사서 당첨되었다면, ‘아, 내가 사는 건데!’ 하고 후회하죠. 특히 주식이 오르면 ‘그때 사는 건데!’ 하고, 떨어지면 ‘그때 팔았어야 하는 건데!’ 하고 한탄하죠. 그런 이야기가 세상에서 제일 바보 같은 소리입니다. 이제 바보 같은 소리 그만하세요. 부처님께서는 지나간 일은 논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과거를 묻지 마라, 항상 현재에 깨어있고 미래를 지향해라.’

이것이 불법입니다. 잘했든 못했든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차 떠난 후에 손을 드는 행위와 같아요. 성공하고 싶어서 집착하는 겁니다. 지나간 일은 이제 없습니다.

저의 명심문은 ‘지금 출발합니다’입니다. 어제까지는 연습이고, 오늘이 본 게임입니다. 오늘 지나고 내일이 오면 오늘까지가 연습이고 내일이 본 게임입니다. 저는 늘 지금에 충실한 편입니다. 제가 예전에 학원에서 강의할 때, 하루에 똑같은 강의를 열 번 해도 늘 처음 하듯이 했습니다. 요즘도 즉문즉설을 보고 ‘스님, 똑같은 이야기를 어떻게 계속해요, 지루하지 않아요?’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어요. 시공간이 달라졌고 청중이 달라졌잖아요. 어제는 그 사람들에게 이야기했고 오늘은 이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거니까요. 늘 처음 하듯이 합니다. 그렇다고 어제의 경험이 필요 없는 게 아니에요. 어제까지는 연습입니다. 그 연습을 기초로 해서 지금 본게임 하듯이 오늘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만약 미래에 아쉬움이 남을 여지가 있다면 지금 과감하게 결정하면 됩니다. 누구나 인생을 돌아보면 ‘그때 그 사람을 잡았으면’, ‘그때 그 선택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감사합니다.”

즉문즉설을 다 마치고 나서 질문자들의 한 줄 소감도 들어보았습니다. 과거에 대한 후회를 자주 하게 된다는 분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오늘의 가치를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랫동안 어리석게 살아왔네요. ‘지금 출발합니다’하는 말씀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의 현실과 미래를 생각하면서 오늘을 살아가겠습니다.”

한층 밝아진 질문자들의 얼굴에 모두가 박수를 보냈습니다. 스님이 질문자를 위해 한 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여러분은 제가 ‘나는 부처님이다’ 이런 명심문을 가지고 살 것 같죠? 아닙니다. 저의 명심문은 두 가지예요.

‘저는 길가에 핀 한 포기 풀입니다.’
‘저는 지금 출발합니다.’

이게 제 삶의 지침입니다. 그래서 비난받고 따돌림 당해도 꿋꿋하게 잘 살고, 늘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연습 삼아 인생을 사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오늘 강연을 주최한 길벗 모임 대표인 노희경 작가님이 마무리 인사말을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노희경입니다. 저는 오늘 말씀이 너무 좋았어요. 항상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드라마를 잘 쓰려고 생각하지 마라. 그것도 잡생각이다. 한 장면에 마음을 둬라!’

이런 말을 하면서도 실제로 제 삶 속에서는 늘 지금이 아닌 다른 곳에 연연했던 것 같습니다. 스님께서 ‘지금 출발입니다’ 하고 말씀하실 때 기분이 아주 좋아졌습니다. 여러분 중에도 지금 봄이 왔는데도 봄을 못 느끼고 마음이 꽁꽁 얼어 있거나 마음이 답답하신 분이 계실 텐데요. 스님의 말씀이 여러분에게도 환한 봄으로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방송실을 나오니 밤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두북 공동체 대중들과 함께 경주로 벚꽃 구경을 하고 온 후 저녁에는 정토불교대학 실천적 불교사상 3강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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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아쉬운 마음에 후회하기보다 어제는 연습이고 오늘에 충실하자는 마음 내도록 해보겠습니다 늘 무지한 저를 일깨워 주시는 스님의 가르침에 감사하고 불법의 만날 수 있었던 인연에 감사합니다 🙏

2022-04-11 23:17:17

지고

고맙습니다. 저도 바보같이 과거를 보며 살았습니다. 오늘 본게임 잘하겠습니다😃

2022-04-11 08:07:38

하심

스님의 말씀을 핑크 빛 봄 향기로 회향하는 노희경님 존경합니다.^^

2022-04-10 12: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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