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2.7. 영어 입재식, 전법활동가 법회, 공동체 지부 공청회
“절을 할 때 참회할 게 없으면 무엇에 집중해야 하죠?”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어제 한국인들의 입재식에 이어서 외국인 수행자들이 10-8차 백일기도에 입재하는 날입니다. 9701일째 천일결사 기도를 마친 후 한국 시간으로 오전 7시에 영어 입재식을 시작했습니다.


“The 10,000-Day Practice began with the great aspiration of overcoming all suffering and realizing a world of pure mind, good friends, and clean earth. Welcome everyone to the 8th 100-Day Practice Opening Ceremony of the 10th 1000-Day Practice.”

(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극복하고 바로 이 땅에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을 실현하고자 큰 서원을 세우고 시작한 만일결사! 만일결사 중 제10차 천일결사, 제7차 백일기도 입재식에 참가해주신 여러분 대단히 반갑습니다.)

외국인 천일결사자들은 화상회의 방에서 서로의 얼굴을 향해 손을 흔들며 반가운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지난 백일의 발자취를 함께 본 후 캐나다에서 수행 중인 장형원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나보았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스님의 입재 법문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100일 동안 정진 잘하셨습니까? 벌써 100일이 지나고 우리는 새로운 100일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조금 전에 장형원 님의 얘기를 들으면서 기독교인들이 자주 하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고난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이 들린다.’

우리는 마음이 편안하고 모든 조건이 좋은 상태에서는 자기 생각에 빠지기가 쉽습니다. ‘하나님을 믿는다’, ‘부처님을 믿는다’, ‘불교를 공부한다’ 이런 착각을 하고 있을 뿐, 정말 자기 생각을 버리고 그 말씀을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내가 어려움에 처해봐야, 즉 고난에 처해 봐야 나를 돌아보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각성과 자각이 일어납니다.

‘내가 고집이 세구나.’
‘내가 화가 났구나.’

이렇게 자각이 일어나고 스스로 알아차림이 있어야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 세상에 굶어 죽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이렇게 머리로 알고 있고, 그런 일을 해야 한다는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내가 배고프지 않을 때는 내 앞에 닥친 일이 먼저입니다. 굶어 죽는 사람은 그냥 생각 속에 있을 뿐, 실제로 이들을 돕는 일이 내가 바로 행해야 할 일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내가 배고파 보면 배고픔은 ‘해결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과제가 아니라 지금 바로 해결되어야 할 일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내가 아파 봐야 아픈 사람 심정을 알게 되고, 아픈 데 필요한 약이 지금 당장 필요함을 알게 됩니다.

수행은 내가 직접 경험하는 것

그런데 우리는 생각 속에 갇혀 있습니다. 생각을 내려놓고 직접 몸과 마음으로 경험해 봐야 합니다. 명상을 하는 이유도 잠시 동안만이라도 생각을 내려놓고 호흡하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아차려 보기 위해서예요. 복을 구하거나 지식적으로 교리만 공부하는 것은 성인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그 가르침을 몸과 마음으로 경험해 나갈 때 그 가르침이 참으로 나의 것이 되고, 그 길이야말로 성인의 가르침에 근접하는 길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이 나를 괴롭지 않게 만드는 것이며, 어떤 삶을 살아야 내 삶이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가입니다. 여러분이 매일 아침 기도를 해야 하는 이유는 자신의 생각에 갇혀 있지 말고 거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입니다. 자신의 생각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깜깜한 방에서 헤매고 있다가 불을 켜니까 방 안이 훤히 보이게 된 것과 같습니다. 자신의 생각 속에 갇혀 있다가 그로부터 벗어나면 똑같은 세상인데 다른 세상이 보입니다. 밥 한 숟가락 먹을 수 있는 것에도 감사한 마음이 들고, 물 한 모금 마실 수 있는 것에도 감사한 마음이 들고, 하룻밤 편히 잘 수 있다는 것에도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그러니 무슨 괴로울 일이 있겠어요? 눈을 감고 있기 때문에 어두운 것이지 눈을 뜨면 세상은 밝아 있습니다. 자신에게 진지하게 물어봐야 합니다.

‘지금 괴롭다고 하는데 정말로 그게 괴로울 일인가?’

환영에 사로잡힌 것에서 벗어나는 것이 깨달음입니다. 매일 아침마다 기도를 하는 목적은 사로잡힘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입니다. 늘 남으로부터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 구걸하는 인생이 아닌 조그마한 것도 남을 위해 나눌 수 있는 주인 된 삶을 살기 위해서 기도를 하는 거예요. 한 생각만 바꾸면 너무나 쉬운 일이지만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면 죽을 때까지 거기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눈을 감고 있으면 촛불을 아무리 많이 켜도 깜깜합니다. 그러나 눈을 뜨면 촛불을 켤 일도 없습니다.

수행은 내가 직접 경험하는 것입니다. 어렵다고 다 나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고난 속에 하나님의 음성이 들린다는 이야기가 나온 겁니다. 마찬가지로 재앙이 복인 줄 알면 더 이상 복을 구할 것이 없어요. 복이 아닌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절하고 명상하는 것만이 수행이 아닙니다. 살면서 겪는 갈등과 어려움이 모두 수행입니다. 제가 젊은 시절에 감옥살이를 하고 고문을 당했던 경험조차 돌아보면 모두 제가 깨달음의 길로 가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북한동포돕기를 하면서 겪어야 했던 많은 어려움도 제 인생에 큰 돌이킴을 주었습니다. 저의 호소에 반대했던 사람들에 대해 순간순간에는 섭섭함이 일어났지만, 그들도 나름대로의 자기 생각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에 미움 없이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평상심이 도(道)입니다

여러분도 이번 백일 동안 일상이 수행이 되도록 꾸준히 정진을 해나가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정해진 수행도 매일 해야 합니다. 오늘 아무리 감동을 받아도 돌아서면 마음이 바뀌기 때문에 매일 내가 수행자임을 놓치지 않도록 한 시간 정도의 정진을 해야 해요. 그래야 일상에서도 수행의 관점을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지난 30년 동안 매일 아침마다 정진을 놓치지 않고 해왔기 때문에 일상에서의 자각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기 싫을 때도 있고, 도저히 하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여러분도 거기에 끌려가지 말고 아침마다 꾸준히 정진해 보시기 바랍니다.”

입재 법문을 마치고 즉문즉설 시간을 짧게 가졌습니다. 한 분이 손을 번쩍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절을 할 때 참회할 거리가 없으면 무엇에 집중해야 하죠?

“Hello, my question is what do I focus on when I don’t have anything to repent or I feel like I’m done with repenting for anything I can think of.”
(안녕하세요. 절을 할 때 제가 더 이상 참회할 것이 없거나 참회할 거리가 없다고 느끼면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요?)

“그냥 절을 하시면 됩니다. 절을 하면 세 가지 좋은 점이 있습니다. 첫째, 운동이 되기 때문에 건강에 좋습니다.

둘째, 절을 하면 조금 힘이 듭니다. 그래서 싫은 마음이 일어납니다. 하기 싫은 마음이 일어나도 절을 하면 싫은 마음에 내가 끌려가지 않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런 연습이 어느 정도 일상이 되면 절할 때는 물론이고 다른 일의 경우에도 싫어도 필요한 일이면 할 수 있는 자세가 자연스럽게 갖추어집니다. 지금 좋아도 그 결과가 나쁠 것 같으면 멈춰야 하고, 지금 싫어도 나중에 좋을 것 같으면 능히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셋째, 절을 하면서 자꾸 머리를 숙이게 되면 마음도 같이 숙여집니다. 몸을 먼저 숙이면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 좀 늦더라도 함께 숙여져요. 우리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한번 관찰해 보세요. 두 사람이 누워서 얘기를 나누다가 의견 차이가 생겨서 말다툼이 일어났다고 합시다. 그러면 누워서 계속 말다툼을 할까요, 벌떡 몸을 일으켜 앉을까요?”

“몸을 일으켜 앉게 되겠죠.” (웃음)

“앉은 상태에서 말다툼이 더욱 심해졌다고 합시다. 그럼 앉아서 계속 말다툼을 할까요, 벌떡 일어나 설 까요?”

“일어나 설 거예요.” (웃음)

“그럼 서서 고개 숙인 채 말다툼을 할까요, 고개를 딱 쳐들고 다툴까요?”

“고개를 듭니다.” (웃음)

“고개를 쳐들고 ‘뭐!’ 이렇게 말하는 것은 내가 옳다는 생각이 가장 강할 때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내가 좀 잘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 어떨까요? 고개를 쳐든 채 ‘미안하다!’ 이럴까요, 조금 고개를 숙이고 ‘미안합니다’ 이럴까요?”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죠.”

“그런데 거기에서 더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어떨까요? 허리를 굽히게 됩니다. 더 잘못했다면 무릎을 꿇게 됩니다. 거기에서 더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고 ‘죽을죄를 졌습니다’ 이럴 정도라면 어떻게 될까요?”

“머리를 땅에 붙이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절입니다. 절은 마음의 표현입니다. ‘내가 잘한 게 아무것도 없다’라고 하는 마음의 표현이 절이에요. 그래서 절을 하게 되면 스트레스받을 일이 점점 없어져요. ‘내가 옳다!’라고 해야 갈등이 생깁니다. 그러나 내가 옳다는 고집을 탁 놓아버리면 누구와 대화를 하고 누구와 만나든 갈등을 일으킬 일이 없어져요. 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고, 그 사람은 그렇게 믿고 있고, 그 사람은 그런 취향을 갖고 있을 뿐이에요. 틀린 게 아니라 나와 다를 뿐입니다. 그런데 ‘내가 옳다!’ 이렇게 고집하니까 고개를 쳐들게 되는 거예요. 고개를 쳐들었다가도 ‘내가 집착했구나’, ‘내가 고집했구나’ 하고 알아차려서 탁 내려놓는 자세가 절입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데 누가 힘을 써서 강제로 고개를 숙이게 만들면, 그것은 절이 아니고 ‘굴복’입니다. 내가 옳은데도 겁이 나서, 두려워서, 혹은 이익이 있어서 스스로 숙인다면 그건 ‘비굴’입니다. 수행자는 굴복해도 안 되고 비굴해도 안 됩니다. 다만 ‘내가 옳다’라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해요. 그러면 저절로 겸손해집니다. 내가 옳다고 할 것이 없음을 아는 것이 자각입니다. 스스로 숙이는 마음을 갖는 것이 절입니다. 이와 같이 자발성과 자각이 있어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됩니다.

절을 하면 우선 몸이 숙여져요. 마음이 숙여지면 몸은 저절로 숙여지게 마련이지만, 또 몸을 자꾸 숙이다 보면 마음도 따라 숙여집니다. 이렇게 절을 하다 보면 하루 중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쳐들었던 순간들과 그래서 마음이 불편했던 일들이 자각됩니다.

‘그때 내가 고집했구나.’

‘그때 내가 주장을 했구나.’

이렇게 알아차리게 됩니다. 생각을 내려놓고 절을 하면, 절을 하는 가운데 이런 자각이 저절로 일어납니다.

물론 어떤 과제를 갖고 절을 해도 됩니다. 내가 화를 잘 낸다면, ‘화를 내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되뇌는 게 아니라 ‘저는 화나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계속 반복하면서 절을 하는 거예요. 절을 한 번 할 때마다 ‘저는 화나지 않습니다’ 하고 반복해서 무의식의 세계에 ‘나는 화나지 않는 사람’이라는 자기 암시를 주는 방법입니다. 그렇게 하면 오늘 하루 중에 나도 모르게 화가 났거나 화를 냈던 경우가 자각돼요. ‘그때 내가 또 끌려갔구나’ 이렇게 자각이 일어나는 겁니다.

그런데 ‘화내지 않겠습니다’ 이런 각오나 결심으로 절을 하게 되면 화가 났을 때 좌절감을 느끼게 돼요. ‘오늘 또 못 지켰다’ 이렇게 자책하는 마음이 들기 때문에 이건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예를들어 부부지간에 주로 남편의 말 때문에 갈등이 있다고 합시다. 그럴 때는 ‘남편 말이 부처님 말입니다’ 이런 말을 명심문으로 삼아 절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명심문은 ‘남편의 입장에서는 지금 자기 생각이 옳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하고 있다’ 하는 뜻입니다. 이렇게 기도하면 상대의 입장에서 그걸 받아들이게 되고, 결국 그를 이해하게 되어 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남편의 말은 맞고 내 말은 틀렸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근본적으로는 옳고 그름이 없다는 관점이에요. 이처럼 어떤 주제를 가지고 정진하는 경우에 이것을 ‘수행문’, ‘명심문’, ‘기도문’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걸 가지고 정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특별한 갈등이 없는 경우에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절을 하며 정진하다 보면 저절로 작은 자각들이 일어나요. 이런저런 방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의 상태가 늘 점검되느냐가 중요합니다. 이것을 자각이라고 해요. 즉 자기 알아차림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감사합니다.”

절을 하는 이유에 대해 분명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법문을 한 후 사홍서원으로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외국인 천일결사자들은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들어가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이어서 오전 10시부터는 전법활동가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주간반 전법활동가 500여 명도 화상회의 방에 모두 입장했습니다. 4일째 매일 법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과연 무슨 법문을 해주실까’ 귀를 쫑긋 세운 전법활동가들에게 스님은 새로운 제안을 했습니다.

무엇이든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세요

“전법행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주에는 설날이라 전법활동가법회를 쉬었습니다. 대신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3일간 매일 정초법회와 300배 정진을 하고 일요일에는 10-8차 천일결사 백일기도 입재식을 하였습니다. 정초기도와 입재식을 하면서 4일이나 연달아 법문을 들었으니까 오늘은 서양에서 하는 타운홀 미팅(town hall meeting) 형식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주간 활동가들은 모두 줌으로 들어와 있으니 활동에 관한 질문이나 문제 제기, 애로사항이나 비판, 제안 등 무엇이든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 보세요. 너무 길게 하지는 말고 한 사람당 이삼 분 내로 하면 좋겠습니다. 발언하실 분은 먼저 손들기 버튼을 눌러 놓으세요. 그래야 자기 차례가 오니까요. (웃음) 오늘은 기조 법문도 없이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자, 누구든지, 무슨 말이든지 한 번 해보세요.”

곧이어 손들기 버튼을 누른 활동가들이 화면 위쪽으로 줄을 섰습니다. 한 명씩 짧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천도재를 진행하는 인원이 부족합니다. 재가 많아서 행복학교 진행도 못할 정도예요.”

스님은 이야기를 듣고 관련 담당자를 불렀습니다.

“대구경북지부장님 한 번 나와 보세요. 왜 대책을 안 세워주고 애를 먹이고 있어요?”

“안 그래도 오늘 아침에 운영위 회의를 했는데요. 제가 어려움을 깊이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조만간에 팀을 꾸려서 보완해드리겠습니다.”

이후에도 스님은 전법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스님이 직접 이야기를 하거나 관련 담당자를 불러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서울제주지부 지부장님이 나와서 다음에는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 말해보세요.”

“지원국이나 불교대학, 경전대학 담당자도 나와서 이야기해보세요.”

한번 시작하자 쉴 새 없이 발언이 계속되었습니다.

“일반회원을 위해서도 포살 법회를 열면 어떨까요?”
“집안 사정으로 입재식을 끝까지 참가 못한 분이 있습니다. 이 분은 예비결사자가 될 수 없나요?”
“지원국과 지회 사이에서 소통하는 부분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번 설 합동 차례에 350여 명 정도 신청하셔서 지냈습니다. 정토회는 차례상을 간소하게 차리지만 신청자에 비해 너무 약소하지 않았나 하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재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 것 같은데 어떻게 대비해 나가야 할까요?”
“주 1회 모둠활동에 대해 모둠원들이 이의를 제기했어요. 다시 논의를 할 수 있나요?”
“경전반 학생이 1,2부를 다 참석하고 나서 나누기 시간에 전화를 안 받아서 결국 나누기를 안 했어요. 나누기를 안 하면 예비입재자가 안 된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활동가가 아닌 경전대학 학생이 돕는이를 같이 한다고 생각하니 불안한데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

수행과 봉사를 통해 인생이 변했다며 감사 인사를 하는 활동가도 있었습니다.

“8년 전부터 활동을 시작하고, 작년 가을 경전대학 진행자를 하면서 걱정이 많이 없어지고 시비심이 많이 돌이켜졌습니다. 요즘은 새벽에 일어나면 웃음이 날 때가 더 많고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지금도 남 탓을 할 때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는 게 없어지고 속에서 끝없이 일어나는 분별심도 많이 없어졌습니다. 스님, 고맙습니다.”

다양한 질문 속에서 전법활동가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루할 틈 없이 1시간 30분이 흘렀습니다. 스님은 다음에도 또 이런 자리를 마련하기로 하고 법회를 마쳤습니다.

오후 2시부터는 정토불교대학 교과 개편을 위한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실무준비팀으로 새로 회의 참가자를 재구성한 이후 11번째 진행하는 회의입니다. 실천적 불교사상, 붓다의 삶 등 과목별로 법사님들이 준비해 온 교재 내용과 질문사항을 발표하고, 스님이 각각에 대해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곧바로 오후 4시부터는 공동체 지부 공청회에 온라인으로 참여했습니다. 먼저 공동체 지부 2021년 사업 보고를 발표한 후 2022년에 가장 중요한 사업 계획인 1만 전법에 대해 여러 가지 제안과 자유 토론 시간을 가졌습니다. 1만 전법을 위해 공동체 성원들은 42일 동안 온라인 활동을 매일 틈틈이 해보기로 약속하고 토론을 마쳤습니다.

마지막으로 공동체 운영과 관련하여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한 분은 공동체 생활을 그만두기 위해 전체 성원들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제도가 왜 생겼는지 질문했습니다.

공동체를 나갈 때 왜 전체의 승인을 얻어야 하나요?

“인사이동이나 병가 신청은 법사단이 의결하면 공동체 지부 성원들 전체가 승인하는 것이 동의가 되는데, 공동체 성원의 회향까지 지부 성원들 전체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회향하는 도반에 대해 승인을 해주지 않는다고 당사자가 회향하지 않을 것인가 싶거든요. 얼마 전에는 실제로 회향을 취소하는 사례도 나오긴 했습니다만, 이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수행자라면 마땅히 나갈 때 대중의 동의를 얻고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다시 돌아오기가 쉽습니다. 동의를 얻지 않고 보따리를 싸서 가버렸다면 다시 돌아오기가 어려워요. 승인 절차를 거쳐서 나가도록 해놓았기 때문에 중간에 취소하는 것도 가능하잖습니까? 그러니 수행자라면 나갈 때 나가더라도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사유를 들어보고 합당하면 승인해 주지 않을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나가겠다는 사람을 붙잡고 애먹일 필요가 없잖아요. 나가는 사람을 붙잡기 위해서 이런 제도를 둔 게 아닙니다. 승인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스스로 한 생각에 사로잡혀 판단을 잘못했다는 것을 알아차리도록 하는 거예요.

얼마 전에 회향을 취소한 사례를 다시 살펴보면, 여러분이 승인하는 과정에서 회향하는 도반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잘 살펴보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나가겠다고 하니 나가라’ 이런 마음이었던 거예요. (웃음)

저도 ‘오랫동안 함께 살았는데 도반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환송회라도 하고 보내줘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서 안거에 참여해 보라고 권유를 했었어요. 그런데 회향을 하기 위해 절차를 밟는 중에 마음을 돌이킨 거죠. 그래서 여러분이 도반의 회향에 대해 승인을 할 때는 애정을 갖고 해야 합니다. 공동체에 들어올 때도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서 들어왔는데, 나갈 때는 휙 나가버린다면 맞지 않습니다. 나갈 때도 절차를 밟아서 나가면 언제든지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승가의 전통에서는 이렇게 절차를 밟는다면 7번까지 나갔다 돌아올 수 있도록 열려 있습니다. 만약 절차를 밟지 않고 나간다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거나, 돌아오더라도 과거의 공동체 경력을 인정받지 못해서 처음부터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합니다.

승인 제도는 어떤 규제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반을 보호하려는 차원에서 만든 제도입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언제든지 어떤 것에 사로잡혀 스승도 보이지 않고 도반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누구나 다 그렇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도반들이 울타리를 쳐서 애정을 갖고 노력을 해 보자는 의미로 회향 절차를 마련한 것이에요. 그러니 앞으로 여러분도 이런 절차를 잘 밟으면 좋겠습니다.”

이 외에도 온라인 전환 이후 공동체의 의결 과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 질문이 있은 후 공청회를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저녁반 활동가들을 위한 전법활동가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오전과 마찬 가지로 타운홀 미팅처럼 자유 발언 시간을 가졌습니다. 활동가들은 활발하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사람은 다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청각장애인을 위해서 법회에 수화를 도입하면 좋겠습니다.”

스님은 지원국장에게 의견을 듣고, 우선 금요 즉문즉설부터 수화를 도입해볼 수 있을지 연구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어서 손을 든 활동가는 전법을 하며 힘이 빠질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저는 2015년에 직장 생활이 너무 괴로워서 정토회에 왔습니다. 그 이후 직장 생활과 가정생활의 괴로움이 많이 해결되었고 지금은 전법활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처음 정토회를 만나고 너무 좋아서 제 주변의 직장 동료나 가족 등 지인 십여 명에게 전법을 했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저만 전법활동가가 되었고 다른 분들은 거의 활동하지 않거나 중간에 그만둔 상태입니다. 정토회에 다니면서 괴로움이 해결되어 매우 편안해진 분들도 계십니다. 지인들이 그만두는 것을 보면서 힘이 빠지기도 합니다. 이럴 때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일은 사람이 하고 뜻은 하늘이 이룬다

“우리 속담에 ‘일은 사람이 하고 뜻은 하늘이 이룬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불교식으로 말하면 일은 열심히 하고 결과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는 의미이지요. 질문자가 힘이 빠지는 이유는 결과에 너무 연연했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우리의 역할은 사람들에게 불법의 인연을 맺어주는 겁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이 좋은 법을 만나지 못하고 고통을 받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이 좋은 법에 인연을 맺어줬는데도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으니 그걸 너무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종교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에게는 행복학교로 인연을 맺어주고, 바쁜 사람에게는 금요 즉문즉설 밴드나 유튜브로 인연을 맺어주고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은 불교대학에 다니도록 해주면 됩니다. 이렇게 상대의 조건에 맞춰 인연을 맺어주면 돼요.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5년간 정토회와 관계없이 살다가 갑자기 경전대학을 신청하거나 일반회원으로 수행법회에 나오기도 합니다. 또 정회원으로 활동하다가 그만두고 십 년 이상 연락이 끊어졌던 분들이 다시 나오기도 해요. 짧게만 보고 평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인연을 방치하자는 말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이후에도 자유롭게 발언이 계속되었습니다.

“천오백만 반려동물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동물을 위한 영가등을 만들어주면 어떨까요?”
“불교대학 리허설을 할 때 수업을 점검하기도 바쁜데 마음 나누기를 해야 하나요?”
“대중부 도반님들께서 청년 특별지부를 잘 모르시는 경우가 있어서 홍보하러 나왔습니다.”
“정토행자의 서원 중에서 ‘지금 우리 인류는 인간성 상실, 공동체 붕괴, 자연환경 파괴라는 중대한 위기에 처해있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인간성 상실과 공동체 붕괴라는 대목이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명상을 하다가 눈앞이 환해지면서 온 몸이 가벼워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선배 도반이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고 하는데 어떤 경험을 한 걸까요?”

...

법회를 마칠 시간이 되었지만 손을 든 분들이 여럿 남아있었습니다. 다음을 기약하며 법회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두북 수련원에서 한 달에 한 번 있는 공동체의 날입니다. 전체 대중이 다 함께 생활공간을 정비하는 울력을 하는 가운데, 스님은 평화재단 기획위원들이 찾아와서 하루 종일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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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50

0/200

민경희

수행 할수있어 감사합니다

2022-05-25 18:37:53

법안허순

지혜의 말씀 감사합니다. _()_

2022-05-12 13:56:09

장순희

괴로움이 없는삶을 알게되어 수행정진할수있ㅇ니 감사합니다

2022-05-12 10: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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