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1.19. 정토불교대학 기획회의, 평화재단 간담회, 수행법회
“영끌해서 주식투자, 괜찮을까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겨울이 오고 잎이 모두 졌지만 목련은 어느새 꽃눈을 달았습니다. 겨울에도 자연은 살아있습니다. 앙상한 가지 위에 달린 겨울눈을 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10시에 방송실에 자리했습니다. 3월에 개강하는 정토불교대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다시 화상회의 방에 모두 모였습니다.

교과 개편과 교재 제작을 위해 새로 준비팀을 꾸린 후 여섯 번째 회의 시간입니다.

“불교와 사회 강의 준비팀에서 강의 계획안을 마련해 왔는데, 제가 검토해 보니까 20년 전에 강의했던 내용을 토대로 한 부분이 많았어요. 그래서 제가 어제 밤새 강의계획안을 다시 작성해 왔습니다. 아침에 한 번 더 수정해서 여러분께 공유를 했으니까, 그 내용을 함께 보면서 토론을 해봅시다.”

스님이 밤새 작성해 온 강의계획안을 먼저 발표한 후 법사님들과 실무자들이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불교와 환경, 불교와 복지, 불교와 평화, 3개의 강의안에 대한 내용을 검토한 후 실천적 불교사상과 부처님의 일생 과목에서도 일부 초안이 나온 강의계획안을 검토했습니다.

“현재 만들어진 강의계획안은 완성을 기준으로 할 때 아직 30퍼센트도 작업이 안 된 상황이라고 보시면 돼요. 다음 회의부터는 각 강의마다 어떤 내용을 더 넣고 더 뺄 것인지 양적인 조절도 구체적으로 해봐야 합니다. 조금 더 수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 회의 때는 각 팀별로 강의계획안을 더욱더 구체적으로 마련해 오기로 하고 12시 30분이 넘어서 회의를 마쳤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2시부터는 산 윗밭으로 올라가는 길을 정비했습니다. 며칠 전 거사님들과 함께 산 윗밭에 가지치기를 깨끗이 해서 과일나무를 심을 수 있게 해 놓았는데, 오늘은 산 아래에서 산 윗밭까지 올라갈 수 있게 길을 내었습니다.

먼저 스님이 낫으로 무성하게 자란 잔가지를 쳤습니다. 뒤이어 묘당 법사님이 포클레인을 몰고 땅을 고르면서 조금씩 산 위로 올라갔습니다.

“이 정도면 경운기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은 될 것 같아요.”

산 윗밭은 지대가 높고 차가 올라가기 어려워 거름을 실어 나르는 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제 거름을 밭 가까이에 둘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고했어요.”

묘당법사님과 행자님들은 밭 주변 정리 작업을 계속하고, 스님은 온라인 간담회를 할 시간이 다 되어서 서둘러 산을 내려왔습니다.

오후 4시부터는 평화재단 활동가들과 ‘한국사회의 공정과 능력주의’를 주제로 온라인으로 간담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동안 평화재단 활동가들은 총 4회의 기획 강좌를 통해 ‘공정’에 대해 연구하였고, 그 결과를 보고서로 만들었습니다. 보고서에 대해 10분 간 발표를 한 후 이와 관련하여 스님에게 궁금한 내용을 자유롭게 묻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러 질문들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한 명은 능력주의를 바라보는 올바른 관점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부의 분배를 결정하는 능력주의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저는 능력주의가 핵심이 아니라 그로 인해 생겨난 재화를 어떻게 재분배하느냐가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전문가들이 입시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입시 제도는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 같습니다. 소득이 많은 사람은 세금을 많이 내고, 그 돈을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 재분배를 해서 빈부 격차를 줄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 이런 문제로 갈등할 게 아니라 임금의 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불로소득의 비중을 근로소득의 비중보다 낮추는 정책들을 마련하는 게 오히려 더 필요해요.

여기서 문제는 기득권 세력이 사회 곳곳에서 자신들의 부를 지키기 위해 이런 정책들을 실행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소득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조세 정책과 재정 정책을 과감하게 실행해야 해요.

그리고 개개인들에게는 자신에게 들어온 부와 재화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자각할 수 있게 해주는 교육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자기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니까 조세 저항이 심한 거예요. 개인의 능력에 따라 적당한 이익을 가질 수 있게 하되, 지나친 부의 축적은 재분배가 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치고 나니 저녁 6시가 넘었습니다. 다음에 내용이 더 준비되면 다시 대화의 시간을 갖기로 하고 간담회를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화상회의 방과 유튜브에 모두 접속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지난주 법회에서는 부동산 문제를 살펴봤습니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너무 폭등했습니다. 이런 사회 현상을 보면서 불안한 사람도 있고, 불만이 있는 사람도 있고, 투기하고 싶은 유혹이 드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이렇게 오를 줄 알았으면 나도 그때 사놓을 걸’ 이렇게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고요. 그래서 지난주에는 ‘수행자 입장에서는 부동산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느냐’라는 주제를 한 번 살펴봤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법회로 ‘주식투자’라는 주제를 살펴보는 시간입니다. 소위 ‘영끌’이라고 들어보셨죠? (웃음) ‘영혼까지 끌어모으다’를 줄인 말이라고 하네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돈을 다 끌어모아서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를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성인 중 3분의 2가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해요. 이런 사회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대화를 나눠보겠습니다.”

이번 시간은 4주간의 기획강좌 중 두 번째 시간으로 ‘영끌해서 주식투자, 괜찮을까요?’라는 주제로 대중들의 질문과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습니다. 먼저 주식 투자의 현황에 대한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의 끝 무렵 한 청년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너도 나도 주식 투자에 참여하는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행복한 삶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지 답답한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영끌해서 주식투자, 괜찮을까요?

“주변에는 영끌해서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20대 젊은 사람들도 비트코인, 주식투자에 관심이 진짜 많습니다. 주식에 대해 공부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주식을 안 하는 사람은 저뿐인 것 같아 불안합니다.

돈이 있어야 돈을 벌 수 있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부자가 되어야 행복할 수 있다고 하는 얘기를 들으면 불편하지만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자본주의가 문제이고,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있지만 경제에 대해 문외한인 저는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경제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하나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돈이 있어야 행복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마지막 질문부터 답을 하면 돈이 없는 게 제일 행복합니다. 여러분은 아마 ‘스님이니까 하는 소리지’ 이렇게 생각할 거예요. 그런데 ‘어느 정도’라는 게 상대적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1천만 원을 가지고 있으면 1억 가진 사람이 부럽고, 1억을 가지고 있으면 10억 가진 사람이 부럽고, 10억 가진 사람이 있으면 100억 가진 사람이 부럽잖아요. 이처럼 끝이 없습니다. 부러움이 없는 경지로 나아가려면 돈이 하나도 없는 상태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웃음)

가장 의미 있는 가치를 물었을 때 ‘돈’이 1위인 유일한 나라

여러분이 체감하는 현상은 다른 통계 지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에서 지난달 전 세계에서 선진국 17개국을 선정해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하고 순위를 매기도록 했어요. 17개국에서 1만 9천 명을 조사했으니까 국가 당 1천 명 이상은 조사한 셈이에요.

 출처 : PEW RESEARCH CENTER 홈페이지
▲ 출처 : PEW RESEARCH CENTER 홈페이지

17개국의 응답자 중 대다수는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것으로 ‘가족’을 꼽았습니다. 두 번째로는 ‘직업’이 많았습니다. 세 번째부터는 나라별로 조금씩 차이가 나긴 하지만 주로 ‘경제적 풍요’였어요. 그리고 네 번째부터는 건강이나 친구, 사회를 꼽았습니다.

한국은 17개국 중에서 유일하게 ‘경제적 풍요’가 1위를 차지한 나라입니다. 또, 다른 나라에서는 1위와 2위의 비율이 큰 차이가 없거나 중복되는 분포를 보이는데, 한국은 중복 선택하지 않고 무조건 ‘물질적 풍요’만 찍은 사람이 70% 정도가 된다고 해요. (웃음)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돈에 전전긍긍하고 있는지가 이런 통계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또 한국 사람의 특징이 있어요. 2순위가 건강이라고 합니다. (웃음) 코로나 방역이 잘 된 것은 정부도 잘하고 의료 시설과 의료진의 뒷받침도 있어서겠지만 한국 사람들이 워낙 건강을 챙기다 보니 얻어진 성과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3순위는 가족이에요. 다른 나라는 대부분 가족이 1순위입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는 대부분 ‘직업’이 2순위인데, 한국은 직업이 5위 안에도 안 들어와 있어요. (웃음) 이게 또 큰 모순이죠. 돈이 1위라면 상식적으로 직업이 2위가 돼야 하잖아요. 직장생활을 해야 돈을 벌 테니까요. 그런데 돈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면서 직업이 5위 안에 없어요. 그건 무슨 뜻일까요? 성실하게 일해서 돈을 번다는 생각을 안 하고 있는 겁니다. 다들 자기 직업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뜻이에요. ‘월급 받아서 언제 돈 버느냐’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한 개인의 인생에서 직업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외국, 특히 서유럽 쪽은 대부분 1위가 가족이고 2위가 직업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직업이 5위 안에도 들지 못했습니다. 그럼 결국 돈을 어떻게 벌고 싶은 걸까요? 일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일확천금을 벌고 싶은 거예요. 지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다들 부동산 투자를 하든지 주식 투자를 하든지 코인 투자를 하는 쪽으로 몰려 있습니다. 이런 통계가 한국 사람들의 현재 상태를 어느 정도 나타내고 있는 셈입니다.

왜 다들 ‘돈, 돈’ 하는 걸까요

왜 한국 사람들은 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걸까요? 빈부 격차가 심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도, 자신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을 쳐다보면서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돈을 빨리 벌고 싶은 거예요.

지금까지 직장인은 ‘직장에서 나를 쫓아내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을 했습니다. 앞으로 10년이나 20년 뒤에는 고용한 사람이 ‘저 사람 나가면 어떡하지’ 이렇게 걱정하는 쪽으로 갈 것 같아요. 평균 수명이 길어지니까 60세나 62세에 퇴직하고도 그 뒤로 20년, 30년을 더 살아야 하잖아요. 퇴직하고 뭐 하고 살지가 걱정인 거예요. 노후 준비가 덜 됐다고 생각하니까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일찍 나와서 노후 준비를 해야겠다’ 이렇게 자꾸 생각하게 됩니다. 명예퇴직하고 좀 일찍 나와서 노후를 준비해야지, 60세가 되어서 퇴직하면 할 일이 없다는 거죠. 이렇게 퇴직을 기준 삼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직장을 다니면서 기본 자금으로 투자할 2, 3억 정도만 벌려고 하는 사람도 많아요. 직장을 10년쯤 다녀서 그 정도 금액만 저축하면, 그 돈으로 주식 투자를 하든 코인 투자를 하든 부동산 투자를 하든 사업을 하든 다른 걸 생각하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몇 년 안에 몇 십억을 벌고 그 뒤로 좀 편안하게 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지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밥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데도 불안한 거예요.

이런 현상이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습니다. 청년들 중에서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원처럼 소위 ‘안정된’ 직장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열 명 중에 한두 명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그 한두 명마저도 직장을 그만두고 좀 더 빠른 시일 내에 목돈을 쥘 수 있는 기회를 자꾸 추구하고 있어요. 안정된 직장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더더욱 일확천금을 꿈꾸고 있습니다. 연봉 3-4천만 원을 받는 중소기업 같은 곳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아요. 그래서 다들 파트타임으로 일해서 우선 임시로 밥만 먹고살면서 뭔가 기회를 노립니다. 지금 코인 광풍이며 주식 광풍이 부는 뒤에는 이런 사회적 배경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누가 주식 투자해서 돈 벌었다, 코인해서 돈 벌었다, 부동산 사서 돈 벌었다 이러니까, 그런 것을 안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자기가 가난해져 버렸어요. 이른바 ‘벼락 거지’가 된 느낌인 거죠. 옆에서 부자가 되면서 자기는 상대적으로 가난뱅이가 되고, 그러니까 불안한 거예요. 수입도 괜찮고 저축도 몇 천만 원을 해서 생활이 안정된 사람조차 불안해지기 쉬운 상황입니다. 자기가 저축한 돈과 비교가 안 되는 금액이 사방에서 계속 들리잖아요. 신문 기사나 방송에서도 몇 천만 원으로 1년 만에 몇 십억을 벌었다는 내용이 나오니까 그런 투자에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죠.

이렇게 해서 지금 성인의 3분의 2가 주식에 투자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도 젊은이들의 표를 얻기 위해서 코인 투자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하거나 주식이 앞으로 많이 오를 거라고 장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이렇게 경제 대통령의 기치를 내걸기도 하고요. 사람들의 심리가 쏠리는 쪽으로 발을 맞춰야 표를 얻을 수 있잖아요. 그런 현상이 ‘좋다 나쁘다’를 말하려는 게 아니에요. 지금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그렇다는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한반도 평화라든지 환경 정책이라든지 이런 주제에 대해서는 아무리 좋은 공약을 내더라도 관심이 없어요. 그러니까 공약마저도 ‘돈’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종교가 단 하나 있어요. 바로 ‘돈교’입니다. 그 돈교 아래에 여러 가지 파가 있을 뿐이에요. 세속과 관련이 없을 것처럼 보이는 종교마저도 다를 게 없습니다. 이처럼 지금 우리는 자본이 중심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주식 열풍도 이런 세상의 흐름을 반영하는 거예요. 이 거대한 물결에 치여서 사람들이 지쳐가고 있습니다.

내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의미 있는가

자본을 중시하는 현상이 전 세계적인 흐름이긴 하지만 한국이 유독 심한 편입니다. 돈에 미쳐서 자기 건강을 해치고, 가족 간 불화를 일으키고, 이혼을 하고, 자녀를 버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나라를 위해서도 아니고, 사회 정의를 위해서도 아니고, 내가 부처되기 위해서도 아니고, 오로지 돈을 위해서 그러는 거예요. 사람들은 돈을 위해서라면 최고의 위험도 감수합니다.

그래서 바른 가치관이 중요합니다. 모두 줄을 서서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기 바쁘지만 그 길은 의미 있는 삶이 아닙니다. 그로부터 좀 벗어나서 자유로워져야 진정 내 삶의 주인이 될 수가 있어요. 내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의미 있는지 기준이 없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걸 ‘자아 상실’이라고 하죠. 자기 중심성이 없이 거대한 흐름 속에 그저 떠내려가고 있어요. 여기에 휩쓸려 가는 것은 거대한 홍수에 떠내려가는 쓰레기나 나무토막과 같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자’는 필요한 일입니다. 원래 주식은 기업이 돈이 부족할 때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어요. 돈은 있는데 이걸 효율적으로 쓸 수가 없는 사람과 기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데 돈은 없는 사람이 모두 윈윈하는 방법입니다. 어떤 기업에 돈을 투자해주고 기업이 성공했을 때 돌려받는 개념이에요. 그런데 지금 여러분이 하고 있는 ‘주식 투자’는 사실상 투자가 아니에요. ‘재테크’라고 아름답게 이름 붙인 노름판이고 ‘투기’ 일뿐이지, ‘투자’가 아닙니다. 코인은 말할 것도 없죠. 코인이 더 오를 건지 떨어질 건지는 예측하기가 힘들어요. 판에 돈이 계속 들어오면 아무 실속이 없는 것도 올라가고, 어떤 가치나 전망이 있어도 돈이 빠져나가면 떨어지는 거예요. 어떤 종목의 가격이 올라갔다가 뚝 떨어져도 대기 자금이 많으면 들어간 돈이 많아서 받쳐 주니까 또 올라가지만, 가격이 오랫동안 정체되면 사람들이 실망해서 빠져나가기 시작하잖아요. 이렇게 한 번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받쳐 주는 자금이 없으니까 일순간에 폭락하게 됩니다. 오르기는 개미같이 올랐다가 떨어질 때는 일순간에 다람쥐처럼 빠르게 떨어져요. 세상 모든 것의 이치가 그렇습니다.

아무튼 이 거대한 열풍이 어느 정도 가라앉아야 제 이야기가 들릴 거예요. 좀 가라앉으면 ‘ 그때 스님 말이 맞았구나’ 하지만, 이렇게 한창 열풍이 불고 있을 때는 안 들려요. 그래서 지나 봐야 합니다. 지나고 보면 ‘아, 그때가 하나의 광풍이었구나’ 이렇게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여러분도 마냥 불안해하지만 말고 조금 더 유심히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투자를 하고 싶으면 항상 손해 볼 각오를 하고 하세요. 손실은 학습비로 쓴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안 되겠다는 판단이 들면 손절매를 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광풍이 불 때는 조금 멈췄다가 광풍이 지나간 뒤에 투자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이어서 줌으로 입장한 시청자 중에서 손을 들고 질문을 했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앞선 대화를 듣고 의문이 많이 해소되었지만 자신의 현실을 나누고 싶다 ‘며 입을 열었습니다.

20년 이상 일했는데도, 집 한 채 사기가 어려워요

“제가 20년 이상 직장 생활을 했는데도 집 한 채 사기가 어렵습니다. 지금도 전세에 살고 있는데 최근 2년 동안 전셋값이 2억이 올랐어요. 저축을 해서는 도저히 집을 살 수가 없습니다. 요즘 주변에서도 주식이나 코인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코인은 워낙 등락이 심하니까 노름처럼 느껴지고 마음이 너무 불안해서 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요. 그런데 주식 투자는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뛰는 집값을 따라잡을 만큼만 벌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저금만 해서는 계속 가난뱅이가 되어 왔거든요. 주식도 안 하고 집도 안 사고. 정말 주변에서 제가 제일 가난한 거 같아요. 건전하게 하더라도 뛰는 집값의 반만이라도 주식투자를 해서 보전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노름판에 그냥 재미로 가서 노름을 하는 사람들은 가져간 돈만 잃는데, 본전 생각하는 사람은 집도 팔고 마누라도 판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얼마를 잃고 나서 ‘그냥 재미로 했다. 학습비다’ 이렇게 생각을 하면 안전해요.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아직 돈을 잃고 본전 생각에 괴로워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확천금의 꿈에 빠져 있어요. 부동산 시세가 지금 두 배로 뛰었으니 주식으로 그 절반인 50%라도 이익을 볼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고 있거든요. 부동산이 100% 뛰어서 1천만 원이 2천만 원 됐다고 합시다. 그러면 나는 2천만 원까지는 아니라도 1500만 원까지는 이익을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은행이자로 1천만 원을 1500만 원으로 만들려면 15년이나 20년은 넣어둬야 할 거예요. 그러니 몇 달 안에 50% 수익을 내도록 한번 해보겠다는 건 아주 위험한 발상입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좋죠. 그걸 제가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어요. 여러분이 돈을 갖고 싶어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도 아니니까요.

그러나 주식투자에는 항상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모든 주식이 다 올라갈 때는 위험이 없습니다. 여기저기 투자하면 누구나 다 푼돈을 벌고, 아주 일부는 목돈을 얻게 됩니다. 그러다가 거품이 빠지게 되면 모든 사람이 목돈을 잃게 돼요. 그렇게 잃은 돈이 주식회사 직원을 먹여 살리고, 금융회사를 먹여 살리고, 기관 투자자를 먹여 살리고, 외국의 큰손을 먹여 살리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돈을 잃으면 워런 버핏 같은 사람들이 큰돈을 벌겠죠.

그러니 소위 ‘개미’들은 정말로 조심해야 합니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동학 개미’라고 해서 개미들도 성공했어요. 그런데 개미들은 이제 큰 시련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니 결정은 본인이 하되, 주식투자를 하려거든 돈을 잃어버릴 각오를 하고 하라는 거예요. 제가 볼 때 지금은 조금 위험한 시기입니다. 그동안 참았던 사람이 남이 손을 떼는 이 시기에 참여하려는 것을 보니까 ‘주식장도 막차 탈 때가 다 돼 가나’ 이런 생각이 드네요. (웃음)

그러니까 주식투자를 하더라도 ‘돈을 날려도 좋다’ 이렇게 생각해야지, 돈을 벌려고 하면 안 돼요. 주식투자를 잘하려면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실패를 해야 합니다. 누구나 처음에 할 때는 조심하거든요. 그런데 처음에 500만 원 넣었다가 성공하면 그 돈을 점점 늘립니다. 금액을 두세 배 늘려서 또 성공하면 더 늘려요. 그렇게 빚을 내서 1억 정도 투자했다가 날리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에요. 처음에 성공했던 기억 때문에 ‘이번엔 되겠지’ 하면서 더 빚을 내다가 그것마저 줄줄이 다 날리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항상 첫 성공은 위험합니다.

그런데 처음에 돈을 잃고, 두 번째도 돈을 잃은 사람은 ‘아, 이건 아니었구나’ 하고 손을 떼거나, 아니면 세 번째에 돈을 벌게 되더라도 조심을 하게 됩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에 돈을 잃어봤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주식 투자는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돈을 잃는 게 제일 안전합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에 돈을 잃으면 그냥 그만두거나, 계속하더라도 항상 잃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심해서 하게 돼요. 그러나 첫 번째와 두 번째를 성공하면 나중에 집까지 팔아버릴 가능성이 있어요. 돈을 잃어도 ‘아, 그때는 됐는데!’ 하는 생각이 늘 악마처럼 유혹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요행수를 계속 바라기 때문에 늪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워요.

투자를 끝내고 정리할 때가 되어야 돈을 땄는지 잃었는지 결산이 되지, 중간에 숫자 놀음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요. 주식 시장에 들어가 있는 동안은 주가가 올라도 그 돈이 내 돈이 아닙니다. 올라도 내 것이 아니고, 내려가도 내 것이 아닙니다. 남한테 빌려준 돈은 내 돈이 아닌 것과 같아요. 그런데 여러분은 숫자를 가지고 자기 것인 양 착각하고 있어요. 그렇게 내 것이라 하고 싶으면 달을 보면서 ‘저 달이 내 거다. 평당 1천 원만 쳐도 전체 면적을 따지면 엄청난 돈이다’ 이렇게 만족하는 게 차라리 낫습니다. (웃음)

‘내 손에 없는 건 내 것이 아니다.’

관점을 이렇게 가져야 해요. 그래야 여러분의 인생에 흔들림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명의 추가 질문을 더 받은 후 밤 10시가 다 되어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새벽 3시에 서울로 이동하여 하루 종일 내과, 안과, 이비인후과 등 병원 진료를 받은 후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8

0/200

윤태훈

내 손에 없는 건 내 것이 아니다
감사합니다

2022-01-26 08:04:43

주대수

돈교..정말 정확한 말씀이십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다들 돈에 미쳐서 제 정신이 아닙니다.

2022-01-23 19:17:48

정의웅

지혜로운 말씀 감사합니다.

2022-01-23 17: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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