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1.21 4박 5일 명상수련 회향식, 새터민 김장, 일요명상
“생명 가진 모든 존재들에게 행복과 평화를”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발우공양을 한 후 오전 7시 10분부터 4박 5일 동안의 온라인 명상수련을 마무리하는 소감문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지난 수요일부터 오늘까지 4박 5일 동안 스님의 안내에 따라 부지런히 명상을 해 보았습니다. 참가자 모두가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10여 명이 대표로 소감문을 발표했습니다. 스님은 소감문 발표 내용을 경청했습니다.

소감문 발표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스님에게 명상 중 의문 나는 것을 질문했습니다. 명상 참가자들과 즉문즉설을 한 후 마지막으로 회향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호흡을 늘 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집중하면 호흡하는 줄 알 수 있어요. 수영을 할 때도 알 수 있고, 화장실에 앉아 있을 때도 알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호흡하는 줄 알 수 있습니다. 나만 관심을 두면 호흡은 늘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단지 내가 호흡에 관심을 안 둘 뿐입니다.

호흡 알아차리는 이유

호흡을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이유는 호흡 알아차림은 언제나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호흡 알아차리는 걸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겁니다. 호흡에 딱 집중해서 알아차림이 유지된다는 것은 다른 것들이 멈췄다는 얘기예요. 동작도 멈추고, 생각도 멈추고, 그래서 사로잡힌 것에 더 이상 끌려가지 않는 상태입니다. 그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지면, 일상 속에서 타인이 비난하거나 지적을 하더라도 그 소리나 모양에 감정이 휩쓸리지 않고 자기 마음의 상태를 딱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상대가 뭐라고 해서 화가 확 올라오면 화가 올라오는 줄 알게 됩니다. 이때 상대가 화를 낸다고 해서 나도 똑같이 화를 내면 내가 상대의 노예가 되는 거잖아요. 상대가 시키는 대로 내가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유로워지려면 상대가 뭐라고 해도 나는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야 합니다.

생각에 끄달리거나, 소리에 끄달리거나, 통증에 끄달리거나, 이런 상황에서도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이 유지된다는 것은 바깥에서 뭘 보거나, 무슨 소리를 듣더라도, 더 이상 거기에 자동반응을 안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즉 경계에 노예 생활을 안 한다는 거죠. 경계에 노예 생활을 하는 것을 두고 선(禪)에서는 ‘세상에 굴림을 당한다’라고 표현합니다. 상대가 뭐라고 하면 화를 내고, 상대가 뭐라고 하면 욕망을 내고, 상대가 뭐라고 하면 슬퍼하고, 늘 꼭두각시처럼 상대에 의해 내 감정이 놀아나는 거죠. 반대로 여기에 더 이상 놀아나지 않게 되면 ‘내가 세상을 굴린다’라고 표현합니다.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이 자기 인생의 주인이고, 세상의 주인이며, 그를 붓다라고 부릅니다. 부처님은 세상의 주인입니다. 그래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하는 겁니다. 사람과 신들의 스승입니다. 사람과 신들 가운데 가장 존귀한 자가 바로 세존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붓다가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공부해서 지위가 올라가든 내려가든 그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에요. 필요 없다가 아니라 중요한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 옷 입으나 저 옷 입으나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에요. 음식은 살기 위해 먹으면 되지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렇다고 맛을 못 느끼라는 얘기도 아니에요. 칭찬과 비난 모두 그들이 하는 것인데 그게 뭐 그리 중요하냐는 겁니다. 나를 칭찬하는 사람만 만나고, 나를 비난하는 사람은 만나지 않으면 그런 삶은 감옥이잖아요. 어디든 가고, 누구든 만나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고, 어떤 종교인도 볼 수 있어야죠. 기독교인은 안 만나고 불교인만 만난다면, 스스로 감옥을 만드는 거예요.

생명 가진 모든 존재들에게 행복과 평화를

여러분들은 자유인이에요. 어떤 사람이든지 만날 수 있고, 그들의 얘기를 들을 수도 있어요. 내가 선택해서 ‘나는 이쪽으로 가겠다’, ‘거기도 좋지만 난 여기를 가겠다’ 이렇게 정하는 겁니다. 그런 관점을 갖고 우리는 자유로운 사람, 괴로움이 없는 사람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걸 불교 용어로는 해탈과 열반이라고 표현합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참 자유와 참 행복이라고 말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 삶으로 나아가는 방편 중의 하나로 명상을 하는 겁니다. 지금 하는 명상만이 유일하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이것이 하나의 방법이라는 겁니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편안하고 행복했듯이 세상 모든 사람들과 모든 생명 가진 존재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스님은 합장으로 발원을 한 후 회향 법문을 마쳤습니다.

방송실을 나와 10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구미에 있는 아도모례원으로 향했습니다. 1시간 동안 차를 달려 11시에 아도모례원에 도착했습니다.


새터민들이 삼삼오오 마당에 모여서 열심히 김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좋은벗들에서 새터민들을 돕기 위해 마련한 ‘김장 어울마당’입니다.

“반갑습니다.”

인사를 가볍게 나누고 곧바로 김장을 시작했습니다. 봉사자들이 어제 배추를 소금에 다 절여 놓아서 양념을 버무리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양념을 버무리며 이야기꽃이 피었습니다. 스님은 한 명 한 명에게 고향을 물어보았고, 새터민들이 고향을 말할 때마다 그 지역에서 좋은벗들과 스님이 했던 활동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고향이 어디예요?”

“함경북도 무산입니다.”

“제가 탈북난민 돕기 활동을 했기 때문에 무산을 아주 잘 알아요. 식량난으로 사람들이 많이 죽을 때 닭공장 밑에 무덤을 엄청나게 많이 만들었던 거 알아요? 제가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국제 사회에 알리는 일을 했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는다고 아무리 하소연을 해도 미국 사람들이 믿지를 않았어요. 그래서 그 무덤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줬어요. 그때 사람을 묻을 때 관이 부족하니까 사람만 묻고 관은 다시 가져오고 그랬어요.”

“그때 죽어서 관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었죠.”

“제가 방송에 출연해서 북한에서 사람이 굶어 죽는다고 하니까 평양에서 배우를 했다는 북한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느냐’고 했어요. 북한에서 살다 온 사람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니까 사람들이 누구 말을 들었겠어요?” (웃음)

스님은 바로 옆 사람에게도 고향을 물었습니다.

“고향이 어디예요?”

“청진입니다.”

“청진은 제철소가 유명하잖아요. 아이들이 너무 추우니까 제철소에서 나온 따뜻한 재 속에 묻혀 추위를 피했다고 했어요.”

“스님은 북한의 구석구석에 대해 우리들보다 더 잘 아시네요.”

스님은 2019년도에 식량을 지원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을 때의 일화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식량이 보관되어 있는 창고가 산 위에 있었어요. 트럭을 세워놓고 한참 동안 올라가야 창고가 나오길래 ‘도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식량을 이동시켰느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노동자들이 ‘아닙니다. 기쁜 마음으로 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선전용 발언 아니었을까요?”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식량이 없어서 너무 힘들었는데, 먹을 게 생기니까 너무 좋아서 하나도 힘이 안 들었다는 뜻이었습니다. 한 포대가 50kg이나 하는데 그걸 등짐 지고 산 위로 날랐으니 얼마나 무거웠겠어요. 그런데도 배고픔을 면할 수 있으니까 기쁜 마음으로 등짐을 날랐다는 거예요.”

새터민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세 준비한 양념을 모두 소진했습니다. 절인 배추는 좀 남았지만 양념이 없어서 김장을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양념을 버무린 배추는 각자 집에서 가져온 김치통에 모두 담아서 가져갔습니다.


마지막으로 다 함께 모여서 ‘김치’하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스님이 새터민들에게 격려의 말을 해주었습니다.

“좋은 곳에 왔으니까 잘 사세요. 자꾸 옛날 생각하지 말고요. 어떤 고생을 했든 이미 지나간 일을 떠올린다고 해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첫째, 여기 남한에서 잘 살아야 합니다. 둘째, 만약 북한을 왕래할 수 있게 되면 여기서 모은 돈을 투자해서 고향을 개발해야죠. 그런 날이 언제 올까요? 그건 아무도 몰라요. 모두가 ‘안 된다’라고 할 때도 어느 날 덜컥 될 때도 있고, 모두가 ‘될 것 같다’라고 할 때도 20년 동안 안 되기도 하잖아요. 그러니 언제 그런 날이 올지 따지지 말고 열심히 사세요.”

“예, 감사합니다.”

새터민들은 큰 박수로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한 분은 뒤늦게 본인 옆에서 같이 김장을 하던 사람이 스님인 줄 알고 깜짝 놀라 했습니다.

“TV에 나오는 법륜 스님이었어요?” (웃음)

그제야 핸드폰을 꺼내 스님과 같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새터민들이 김치통을 하나씩 차에 싣는 동안 스님은 아도모례원을 출발하여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휴게소에서 김밥과 우동 한 그릇으로 점심 식사를 한 후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곧바로 작업복을 입고 오후 2시 30분에 산 앞밭으로 갔습니다. 내일부터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고 해서 밭에 있는 무를 모두 뽑기로 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무청을 칼로 베어내며 지나갔습니다. 이어서 행자님들이 무를 콘티 박스에 담았습니다.


“이것 보세요. 사람 모양이에요. 두 다리에 두 팔을 벌리고 있죠?”

사람의 다섯 손가락 모양을 하고 있는 무도 있었습니다.

“다섯 손가락 같죠?”

모양이 이상한 무가 나타날 때마다 다 같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무청은 무청끼리, 무는 무끼리 콘티 박스에 담아서, 모두 트럭에 실었습니다.


트럭에서 내린 무청은 바짝 말리기 위해 처마 밑에 줄을 치고 걸었습니다. 무청이 아주 튼실한 것은 곧바로 줄에 걸고, 무청이 약한 것은 끈으로 엮어서 걸었습니다.


장작 위로 시래기가 차곡차곡 늘어섰습니다. 이제 시간과 바람이 맛난 시래기를 만들어 줄 것입니다.

“수고했어요.”

해가 지자 둥근달이 떠올랐습니다.

저녁 8시 30분부터는 일요명상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85번째 진행되는 온라인 명상 시간입니다.

먼저 스님이 오늘 하루를 공유하며 여는 인사를 건넸습니다.

“저는 오늘 오전에 북한에서 온 새터민들에게 김장을 해서 전달하는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서로 얘기를 나누면서 김장을 담았습니다. 새터민들 대부분이 고향을 떠나 한국에 와서 열심히 살고 있었는데, 만약에 강제로 북한에 가라고 한다면 어떡하겠느냐고 물어보니까 한 분은 ‘죽었으면 죽었지 절대 못 가겠다’ 하고 대답했어요. 북한에서는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아야 하고, 또 정치적으로 자유롭지 못해서, 다시 북한으로 가서 살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또 다른 새터민을 만나보면 ‘남한에서 사는 것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북한에 부모가 있고, 여러 가지 문화가 달라서 갈 수만 있으면 나는 고향에 돌아가서 살고 싶다’ 이렇게 말하는 분도 간혹 있기는 합니다. 인간의 삶에 있어서 자유라는 것은 정말 소중합니다. 그러나 또 일부 사람들에게는 자기가 살아온 습관이나 정, 이런 것이 자유보다 더 중요한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오늘 북한 주민들과 김치를 담으면서 새삼스럽게 북한 주민들의 삶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고난의 행군이라고 부르는 시기인 1995년부터 1997년까지 북한에 인도적 식량을 지원하고 국경을 넘어온 난민들을 돕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했던 모습이 새삼 기억이 났습니다.”

지난주에 영어로 올라온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한 후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가부좌를 하고, 허리를 바로 펴고, 고개를 반듯이 듭니다. 두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으고, 눈을 지그시 감습니다. 몸과 마음의 모든 긴장을 풀고, 편안하고 한가한 마음을 갖습니다. ‘아무런 할 일이 없다’ 하는 마음을 가지면 동작도 생각도 멈춥니다. 이렇게 모든 것을 멈추게 되면 그래도 움직이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호흡입니다. 숨이 들어오고, 숨이 나가는 것이 여실히 느껴집니다. 관심을 코끝에 두고 숨이 들어가고 숨이 나가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40분 간 명상을 하고 스님이 댓글창에 올라온 소감을 읽어주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밤 10시가 다 되어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고추 농사를 마무리 짓기 위해 비닐하우스를 정리하는 일을 하고, 오전에는 전법활동가 법회를 한 후 오후에는 공동체 법사단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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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모친

스승님의 말씀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씀입니다.
새기고 행하여 자유롭고 주인으로 살겠습니다.
스승님은 살아있는 이시대의 붓다이십니다.
이법을 만난 나도 로또 맞은것보다 더한 행운아입니다.

2021-12-07 16:46:12

이일신

상황 상황에
반응하는 마음 상태를 보고
지금까지 살아온 습관을
돌아봅니다

아직도 이렇게 화가 올라오구나
이렇게 상대의 말을 듣는구나
생각합니다

마음을 바로 보고
주인이 되도록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12-01 03:14:49

윤태훈

감사합니다.

2021-11-30 07:5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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