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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평화재단 창립 17주년을 기념해서 정기 심포지엄이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 3시 30분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차로 이동하는 중에 해가 떴습니다.
새벽길을 달려 출근 시간을 피해 오전 7시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여러 업무들을 처리한 후 오전 10시부터는 정토사회문화회관 관리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관련 전문가들을 만나 자문을 구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처님 당시에 수행자들은, 밥은 얻어먹고, 잠은 나무 밑에서 자고, 옷은 주워 입고 살았기 때문에, 건물 관리라는 게 필요 없는 생활을 했습니다. 부처님이 출가하시기 전에 왕자일 때는 시중을 드는 사람이 많았지만 출가한 이후로는 그런 도움을 일절 받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수행이 중심이었던 불교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종교화가 되었고, 나중에는 시중을 드는 사람을 거느리게 됩니다. 신라시대에는 왕이 승려에게 땅을 하사하면서 종도 같이 하사했습니다. 그래서 절에서도 종들이 밥도 해주고, 청소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승려들조차 엄격하게는 종교지도자 또는 불교학자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검소하게 생활하는 수행자는 아니었던 거예요. 조선시대에는 불교를 탄압했기 때문에 절에 종이 없었습니다. 스님들의 신분이 곧 종이었죠. 그래서 종을 부리고 살 수가 없었습니다.
저 역시 수행자임에도 불구하고 만약 사람을 고용하게 되면 고용된 사람 입장에서는 제가 고용주이지 않습니까? 저는 젊을 때부터 이 점에 대해 문제의식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래서 정토회는 사람을 고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습니다. 정토회가 하는 일은 모든 사람이 자원봉사로 참여하죠.
그런데 정토회의 활동이 확대되다 보니 공간이 부족해졌어요. 그래서 사무실 너댓 개를 임대해서 사용했습니다. 조그마한 사무실 하나를 관리하는 데는 이런 자원봉사 방식이 전혀 문제가 없었어요. 우리가 사는 생활공간은 우리가 관리한다는 원칙을 지킬 수가 있었습니다. 대신에 사무실을 여러 군데 임대해서 사용하니까 월세가 많이 나갔고, 은행 이율이 낮은 상황에서 차라리 융자를 내서 건물을 짓는 게 오히려 낫겠다는 제안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결국 건물을 짓게 되었습니다. 처음 건물을 짓겠다는 제안이 올라왔을 때부터 저는 우려를 표했습니다.
‘나중에 건물을 관리할 사람을 고용해야 하면 수행자의 원칙에 안 맞는데 어떡할 것인가?’
그러자 담당 실무자들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정토행자 중에 전문가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이 자원봉사를 하면 됩니다.’
그래서 제가 몇 번이나 강조해서 말했습니다.
‘우리 손으로 직접 관리할 수 없으면 나는 그 건물에 들어가지도 않겠다’
그러자 정토회 회원 중에 전기 관련 전문가 한 분이 자신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건물 관리를 맡겠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한 사람 두 사람 점점 늘어나서 자원봉사자 시스템을 어느 정도 구축했고, 지난 3월에 이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이 업무의 책임자가 또다시 보고서를 올렸습니다.
‘자원봉사자로는 현상 유지는 가능하지만 만약 사고가 났을 때 위험하고, 건물 관리는 도저히 어렵습니다. 적어도 1년 이상 전문 관리인을 고용해서 관리를 해야 합니다.’
적어도 한 명 내지 두 명의 관리인을 고용해서 건물 관리를 해야 한다는 보고였습니다. 세상의 원칙으로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저는 옛날부터 수도 없이 대중들에게 수행자의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이제 와서 사람을 고용할 바에야 차라리 건물을 하나 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건물을 하나 버리는 것보다 이 원칙을 허무는 것이 후대에 훨씬 더 손실이 크기 때문입니다. 건물을 짓기 전부터 제가 자꾸 우려가 돼서 몇 번 확인을 했는데 원칙을 지킬 수 있다고 해서 여기까지 온 거예요. 그런데 결국 이런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겁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시골 폐교에서 생활하지 아직 이 건물로 이사를 안 왔어요. 지난 3월에 건물을 개원하면서 대대적으로 강연을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사태 때문에 연기를 했습니다. 연말에 국민 대부분이 백신을 맞으면 내년 봄에는 강연을 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아직 사람을 고용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해결이 안 돼서 개원식조차 안 했습니다. 만약 고용을 해야 한다면 저는 시골에서 그냥 온라인으로 강연을 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제가 묻고 싶은 것은 전문 회사에서 우리 봉사자들이 건물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켜줄 수 있는가 하는 겁니다. 전문 회사에서 사람을 파견해서 일정 기간 동안 우리 봉사자들을 훈련시켜 주는 거예요. 확실하게 ‘그건 불가능합니다’ 하면 다른 방법을 저희가 찾아보겠습니다. 일단 제가 직접 정토회의 사정을 설명해 드린 후 해결책을 좀 내주십사 해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자문단은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스님,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은 사고가 났을 때 과연 자원봉사자들만으로 대처할 수 있는가입니다. 그리고 건물은 사용하기에 따라 1년 된 건물이 10년 쓴 건물처럼 되기도 하고, 10년 쓴 건물을 1년 쓴 건물처럼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관리소장을 고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스님이 지닌 원칙상 어렵다면 몇 사람을 선발해서 전문 훈련을 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면 저희 정토회 안에서 더 논의해보고 결정을 하겠습니다. 바쁘신데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부적으로 더 의논을 해보기로 하고 간담회를 마쳤습니다.
간담회를 마치고 11시부터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과 연이어 미팅과 오찬을 가졌습니다.
오찬을 마치고 2시 정각에 정토 스튜디오에서 평화재단 창립 17주년 정기 심포지엄을 시작했습니다.
평화는 신체적, 정신적, 인간 안보의 개념을 포괄해서 결국 행복으로 귀결됩니다. 이 평화를 개인과 지역사회, 국가와 세계에 구현하는 것이 평화재단의 창립정신이자 사명입니다. 2021년 올해는 “한국사회 대진단 : 발전에서 행복으로”라는 주제로 한국 사회 대표적 원로들을 모시고 미래로 나아가는데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집중 조명해 보기로 했습니다.
주제에 대한 발표자로 세 분을 모셨습니다. 김우창(고려대 철학과 명예교수), 윤여준(전 환경부장관), 이정우(경북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세 분을 각각 소개한 후 먼저 첫 번째 발표자로 김우창 교수님이 ‘한국 사회 진단과 새로운 시대정신’을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이어서 두 번째 발표자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님입니다. ‘한국정치 진단과 협치의 길’을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발표자는 이정우 교수님이 ‘한국경제 진단과 공정의 길’을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줌과 유튜브 채팅창에서 시청자들의 다양한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질의응답 후 토론 시간을 가진 후 발표자들은 오늘 심포지엄 자리를 마련한 평화재단 이사장인 스님에게 정리 말씀을 청했습니다.
오늘 심포지엄을 통해 평화재단에서는 ‘발전 너머 행복’이라는 화두를 처음으로 한국 사회에 제시하면서 첫걸음을 뗐습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스님은 오늘 좋은 말씀을 해주신 세 분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발전에서 행복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서 우리가 가져야 할 관점이 무엇인지 짚어 주었습니다.
“바쁘신 중에 오셔서 좋은 말씀을 해주신 세 분 선생님과 사회자님께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온라인으로 질문도 해주시고 경청해주신 많은 분들에게도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발표자로 나오신 세 분께서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해 주셨습니다. 첫째, 경제가 성장했지만 경제적 불평등이 지나치게 심화되었고, 둘째, 사회가 민주화됐지만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한 나라 안에서 지나치게 상호 경쟁하는 문화가 심화되었다는 것입니다. 정치인들 사이에서 ‘토착 왜구’, ‘나라를 북한에 팔아먹는다’, ‘적폐 청산’, 이런 거친 표현들이 요즘 많이 쓰이는데, 이것은 적대관계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를 비난할 때 쓰이는 용어들입니다. 같은 대한민국 안에 있으면서 이런 적대 관계에 머물러 있는 것은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나라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어떻게 하면 민주적인 협력 관계로 나아갈 것인지 모색해 나가야 합니다.
인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평가할 때 생존과 관계된 의식주 문제도 물론 중요하지만 대부분은 상대적인 비교에 의해 평가가 이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30년 전과 비교해서 지금이 옛날보다 나은지, 주변국과 비교해서 나은지, 이런 관점에서 대한민국을 평가하면, 대한민국은 과거보다 나아졌고 주변국보다 나아졌습니다. 우리보다 앞서간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부족한 것이 많지만, 주변에 비슷하게 가난했던 나라들에 비해서는 훨씬 빠르게 민주화와 경제 성장을 이루었고, 사회적 안정도 가져왔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대한민국에 대해 ‘괜찮은 나라이다’ 하는 자긍심을 가져야 합니다. 긍정적인 자긍심 위에 부족한 점을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물론 아직도 대한민국은 권위주의나 갑질 문화가 남아 있어서 민주화가 내용적으로 아직 정착되지 못했고, 정치적으로 협력 관계가 부족하고, 경제적으로 사회 안전망 구축이 안 되어 있고, 양극화가 너무 심합니다. 주변국에 비해 괜찮은 나라이지만 이런 과제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개선의 방향을 잡아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좋은 정책만 갖고 개선이 되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반드시 이해관계 때문에 찬성과 반대가 나뉩니다. 그것을 적절히 조율해 가면서 추진해 나가려면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바탕 위에 설 때 가능합니다. 오늘 여러분의 얘기를 들으면서 우리들에게 그런 점이 좀 부족하지 않나 느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비교적 괜찮다 하더라도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국가적인 과제는 평화체제 구축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정도의 인구와 경제 규모를 가진 나라 중에 순식간에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가진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습니다. 현재 우리 삶을 파괴할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은 전쟁입니다. 전쟁의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입니다. 요행히 지난 70년 동안 전쟁이 안 일어났기 때문에 마치 전쟁의 위험이 없는 것처럼 인식하고 살아가는데, 우리에게 놓여진 남북 관계 상황이나 미국과 중국의 경쟁 상황을 보면 전쟁의 위험이 상당 부분 상존해 있습니다. 사회적 안정도 중요하지만 전쟁이 없는 평화를 담보하는 것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인간은 욕망을 충족하면 만족감과 즐거움을 느끼지만, 곧 익숙해지고 만족감과 즐거움이 줄어들게 됩니다. 예를 들면 배고플 때 밥을 먹으면 굉장히 만족도가 높아지는데, 밥을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지속되면 고마움도 없어지고 만족도가 점점 줄어듭니다. 이런 현상 때문에 성장이나 제도 개혁만 갖고는 궁극적인 행복에 이를 수가 없습니다. 배고프다가 밥을 먹을 때, 독재를 물리치고 민주화를 이룰 때 등 초기에는 그것이 굉장히 국민의 행복도를 높여주지만, 어느 정도 이루어진 후에는 당연시되어버리고 인간의 뇌가 이미 그것을 예측해버리기 때문에 똑같은 상황이 주어지더라도 만족도가 떨어집니다. 이런 인간의 정신작용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한 가운데 방법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욕망의 충족이나 사회 제도 개선을 통해서 인간의 행복도를 높이려는 것은 빈곤 국가에서는 아주 유용한 방법이지만, 어느 정도 성장한 나라에서는 그것만으로는 해결이 어렵습니다. 제가 초등학생이었던 50여 년 전과 비교하면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300배 정도 성장했는데, 과연 사람들의 행복도 역시 그만큼 높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까. 300배는 아니더라도 그때보다 두 배라도 지금 더 행복한가 하는 문제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 행복도를 높이는 데 있어 정신적인 만족감 측면에서 좀 더 많은 연구가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자아실현이나 인간관계 등 새로운 대안들이 좀 더 보충이 되어야 행복도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세 분께서 제시해주신 문제들을 더욱더 심화 발전시킬 수 있게 평화재단에서 계속 자리를 마련해 나가겠습니다. 세 분께서 오늘 하루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오셔서 좀 더 구체적이고 깊이 있는 말씀을 해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시청자 여러분께서도 많은 시청을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인 ‘발전에서 행복으로’라는 모토는 인간 삶의 양식의 거대한 전환을 촉구하는 과제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행복이라는 주제에 대해 사회, 문화, 경제, 정치 영역에서 깊이 있게 토론해 본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스님은 발표자 분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더 깊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에도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과 대화를 나눈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새벽 3시에 서울을 출발해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내려갑니다. 아침에 농사일을 한 후 하루 종일 정토대전 회의를 하고, 오후에는 공동체 법사단 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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