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5.1 천일결사 기도, 도문 큰스님 생신, 통일의병과 함께 농사일
“수행을 할 때 제일 중요한 것”

안녕하세요. 새해를 맞이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5월이 되었습니다. 정토회는 제5차 백일기도를 시작하고 나서 2주가 지났습니다.

새벽 4시 30분, 종성을 들으며 명상을 한 후 예불을 마치고 5시 정각에 제5차 백일기도 13일째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두북 수련원에는 새벽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렸습니다.

4000여 명의 천일결사자들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다 함께 삼귀의, 수행문, 참회, 108배를 한 후 경전 독송을 했습니다.


“힘써 노력하고 사띠 하며
행위가 청정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며
절제하고 바르게 생계를 유지하는
불방일한 이의 명성은 점점 높아진다.

힘써 노력하고 방일하지 않으며
절제하고 단련함으로써
현자는 섬을 만들어야 한다.
홍수가 덮칠 수 없는 안전한 섬을.”


사홍서원으로 천일결사 기도를 마친 후 스님이 오늘 읽은 경전의 내용에 대해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요즘 우리가 읽는 경전이 법구경(法句經)입니다.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을 시구(詩句)로 요약한 경전입니다.

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진실로 그 행복과 불행,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 아니네.

우리가 익숙하게 접하는 이 구절도 법구경에 있는 말씀입니다. 행복이라는 게 결국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땅에서 솟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주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만든다는 부처님의 말씀입니다.

이런 시구절은 우리에게 삶을 살아가는 데에 많은 교훈이 줍니다. 그런 구절을 모아 놓은 경전이 법구경입니다. 법구경은 초기에 결집된 경전은 아닙니다. 좋은 말씀을 모아서 후기에 만들어졌습니다. 법구경에 소개된 말씀들은 또한 하나하나의 사연들이 다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본래 부처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내용도 사연이 있습니다. 부처님 당시 인도에는 16개의 큰 나라가 있었다고 합니다. 작은 나라까지 다 합치면 300여 개가 있었다고 해요. 그중에 요즘 미국과 같은 대국(大國)은 마가다국이었습니다. 마가다국의 수도는 ‘라자그라하’이고, 한자로는 ‘왕들의 집’이라는 의미인 왕사성(王舍城)입니다. 왕사성에는 빔비사라왕을 비롯하여 왕족들도 있었지만 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사업가나 큰 부자들 중에는 왕이 부럽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고요. 이런 사업가나 부자들을 ‘장자’라고 불렀습니다.

당시 왕사성에 전염병이 돌았는데, 어느 한 장자 부부가 모두 전염병에 걸리게 되었답니다. 당시에는 약을 구하기도 어려우니까 치사율이 매우 높았나 봅니다. 그래서 장자 부부는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들을 먼 친척집으로 피난을 보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어린 아들에게 몰래 숨겨둔 보물창고의 위치를 알려주고, 혹시 부부에게 문제가 생기면 그걸 찾아서 쓰라고 알려줍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부부는 결국 세상을 뜨게 되었고, 그들이 살던 집도 폐허가 되었습니다.

아이는 먼 친척집에 가서 10년이 넘은 뒤 성인이 되어 고향에 돌아왔습니다. 고향은 이미 폐허가 되었고,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어릴 때 피난을 떠난 뒤 장성해서 돌아왔기 때문에 이 젊은이가 누구인지 알아보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부모가 알려준 장소에 가보니 보물이 그대로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물을 찾아서 지금 큰 집을 짓고 살면, 가난하게 살던 젊은이가 갑자기 큰돈을 갖게 된 것이니까 사람들로부터 의심을 받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당장 보물을 찾아서 집을 짓지 않고 일단 취직을 했습니다.

이 젊은이가 직장에서 주로 하는 일은 공사터에서 일꾼들을 깨워 일터로 보내는 반장 역할이었어요. 아침마다 일꾼들을 깨우는 소리가 아주 당당했는데, 어느 날 왕궁에 있는 왕이 그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젊은이가 사람들을 깨우는 소리가 마치 큰 부잣집의 주인이 하인들을 깨우는 것처럼 소리가 당당하니까 사람을 시켜서 누가 그 일을 하는지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알아보니 어느 부잣집 주인이 하인들을 깨우는 것도 아니고, 하찮은 일을 하는 어느 젊은이가 일꾼들을 깨우는 소리였습니다.

왕은 그 젊은이를 초대해서 사연을 물어보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있었던 일을 들은 왕은 젊은이가 참으로 지혜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물을 믿고 방탕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재물은 그대로 두고 직업을 구해서 산다는 것만으로도 이 청년은 현명하고 부지런한 청년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젊은이가 마음에 들었던 왕은 자신의 딸 중 한 명을 그 젊은이에게 시집을 보내서 잘 살도록 했다고 합니다.

이런 사연을 듣고 부처님께서는 ‘근면하고 성실하고 부지런하고 지혜롭다면 어떻게 복이 따르지 않겠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비록 외면적으로 가난하게 살고, 또 하는 일이 세상 사람들이 볼 때 비록 하찮게 보이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이 젊은이가 기죽지 않고 당당한 것은 마음속에 내가 부자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겉으로는 아무리 낡은 옷을 입고 거지 행세를 하더라도 마음속에 당당함이 자리 잡고 있는 거예요. 그런 마음이 있으니까 일꾼들을 깨울 때도 마치 주인이 하인들을 깨우듯한 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본래 부처라는 걸 상징합니다. 사람과 신 가운데, 즉 이 세상의 어떤 사람과 저 하늘의 어떤 신 가운데서도 나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 각자에게는 자기 자신이 가장 소중합니다. 우리는 모두 부처가 될 수 있는 성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걸 안다면 내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있든,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든, 떳떳하고 당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수행자는 비록 다 떨어진 옷을 입고, 남의 집에 가서 밥을 얻어먹고, 나무 밑에서 잔다고 하더라도 늘 당당해야 한다.’

정토행자는 모두 수행자입니다

수행자가 생활하는 이런 모습을 겉으로만 보면 거지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수행자는 내면으로부터 당당함이 있기 때문에 왕 앞에서도 기죽지 않았습니다. 당시 최고의 계급인 브라만 앞에서도 당당했습니다.

정토행자들은 모두 수행자입니다. 부처의 성품을 갖고 태어나 괴로움이 없는 자유로운 경지로 나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돈이 조금 없다고 해서 돈 많은 사람 앞에서 기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지위가 낮다고 해서 지위 높은 사람 앞에서 기가 죽어서는 안 됩니다. 목사나 신부나 스님들 앞에서도 기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어디서든 당당함이 있어야 합니다. 이 당당함은 교만함과 다릅니다. 교만함은 ‘나는 잘났다’ 하며 남을 무시하는 태도입니다. 당당함이 있으면 오히려 겸손합니다. 내면이 당당하기 때문에 겉으로는 헌 옷을 입을 수도 있고, 하찮은 직업을 가질 수도 있는 겁니다.

오늘 읽은 경전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당당함’입니다. 그리고 법구경의 전체적인 주제는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히 정진하는 ‘불방일(不放逸)’입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꾸준히 정진해야 한다는 말씀이 곳곳에 다양한 비유로 나옵니다.

당장의 결과에 낙담하지 말고 꾸준히 해보기

뒷구절은 앞구절과 내용이 비슷하긴 하지만, 부처님께서 다른 사연을 통해 하신 말씀입니다. 뒷구절은 ‘주리반특’이라고 하는 사람의 일화에서 가져온 이야기예요.

주리반특은 인도에서 가장 머리가 나쁜 사람 중에 대표적인 사람입니다. 주리반특에게는 형이 있었는데 형은 먼저 출가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훌륭한 수행자가 되었습니다. 주리반특은 형을 따라서 출가를 했는데 머리가 너무 나빠서 경구 한 구절을 제대로 외우지 못했다고 합니다. 지혜 제일이라고 하는 사리불 존자가 가르쳐도 도저히 깨우치지 못하자 형이 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합니다. 주리반특은 정진을 하고 싶었지만 가르침 한 구절을 외우지 못하니까 울면서 정사(精舎)를 떠나려 나가는 길에 부처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사연을 물어보고 주리반특과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그대는 세속에서 무엇을 했는가?’
‘청소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청소는 잘하겠구나.’
‘네, 그렇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주리반특에게 걸레를 주고 청소를 시키면서 ‘티끌을 털고 때를 닦아라’ 하는 구절만 되뇌라고 하십니다. 구체적인 내용에는 빗자루를 줬다, 걸레를 줬다, 천을 주고 청소를 시켰다는 등 여러 가지 버전의 경전 속 이야기가 있습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출가 수행자가 되면 나무 밑에서 생활을 했으니까 아마 빗자루를 줬을 테고, 정사(精舎)를 짓고 난 다음에 일어난 일이라면 걸레와 같은 도구를 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주리반특이 구절 하나 외우는 것도 어려워하자 다른 건 시키지 않고 ‘티끌을 털고 때를 닦아라’ 하는 구절만 반복하게 한 겁니다. 어떤 경전에 의하면 주리반특이 이 구절조차 외우지 못해서 청소할 일이 있으면 주리반특에게 맡기고 그가 청소하는 동안 ‘티끌을 털고 때를 닦아라’ 하는 구절을 옆에서 읽어주게 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주리반특이 얼마나 머리가 나빴는지를 알 수 있죠.

그렇게 ‘티끌을 털고 때를 닦으라’는 구절을 반복하며 청소를 하다가 지저분한 것이 깨끗해지는 걸 보고 우리의 때 묻은 마음도 청소를 하면 깨끗해진다는 원리를 터득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지혜로운 아라한의 경지에 이르게 된 주리반특은 대중의 존경을 받는 수행자가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에는 당장의 결과에 낙담하지 말고 그것이 바른 길이라면 세상 사람들의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꾸준히 해나가라는 교훈이 들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가 천한 사람이든, 그가 어리석은 사람이든, 그가 아기를 잃고 슬퍼하는 엄마든, 그가 브라만이나 왕자든, 부처님의 법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고 하셨습니다. 세상에서는 지식의 많고 적음, 지위의 높고 낮음, 신분의 귀천, 성별의 차이를 갖고 사람을 차별하지만, 그것은 꿈속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꿈에서 깨어나면 모두가 동등합니다.

정정진, 정념, 정정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히 정진하는 불방일(不放逸)입니다. 여러분이 긴장하거나 조급해하는 것도 욕심을 갖기 때문입니다. 안 된다고 포기하거나 게으름 피우는 것도 욕심에서 비롯됩니다. 당장의 결과가 어떠하든 그것이 바른 길이라면 꾸준히 해나가야 합니다. 우선 바른 길로 방향을 잘 잡아야겠죠. 그런 다음에는 꾸준히 걸어가야 합니다. 이것이 ‘정정진(正精進)’입니다.

수행이라는 것은 부지런하다고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알아차림’이 있어야 합니다.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해야 합니다. 찰나 찰나에 정신을 놓지 않고 알아차려야 합니다. 정신줄을 놓고 멍하게 있으면 안 돼요. 또렷하게 상황 파악을 하고 있어야 합니다. ‘삿띠(sati)’라는 것은 알아차림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정념(正念)’입니다.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마음이 긴장하지 않고 고요한 가운데 한 곳에 집중이 되어야 합니다. 볼록렌즈를 사용해서 햇빛을 한 곳에 모으면 그곳에서 불이 일어나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처럼 마음을 한 곳에 모아서 집중을 하는 가운데 또렷한 알아차림이 있으면 지혜가 생겨납니다. 이것이 ‘정정(正定)’입니다.

수행을 할 때 제일 중요한 것

실제로는 생각처럼 잘 안 됩니다. 그래서 꾸준히 연습해야 합니다. 기도를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하고 싶은 날에는 하고, 하기 싫은 날에는 안 하고, 이렇게 자꾸 감정, 기분, 욕망에 끌려서 하지 말고, 하고 싶은 날에도 하고, 하기 싫은 날에도 꾸준히 해야 합니다. 감정은 늘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며 바뀝니다. 마음이 얼마나 자주 바뀌면 그게 죽 끓듯이 일어난다고 하겠어요.

마음은 무상(無常)합니다. 항상함이 없이 늘 변화하는 거예요. 그러니 마음에 따라 좌지우지되면 안 됩니다. 그 순간에 일어나는 감정일 뿐이에요. 기분이 좋고 나쁘고, 욕망이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은 지금 당장 내가 어쩔 수는 없습니다. 너무 참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겉으로 드러내면 신뢰를 잃게 됩니다. 그런 것에 흔들리면 안 됩니다. 감정의 기복이 있어도 정진은 꾸준히 해나가야 합니다. 계속하다 보면 요동치는 풍랑이 점차 가라앉게 됩니다.

그래서 수행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불방일(不放逸)’입니다. 오늘 읽은 경전은 그걸 강조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내쳐진 어리석은 사람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꾸준히 정진하면 누구나 다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경지에 이를 수 있습니다. 재산의 유무, 지식의 유무, 성질의 유무와 관계가 없습니다.”

합장을 하고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곧바로 스님은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스승님이신 도문 큰스님이 계신 부산 중생사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스님의 은사 스님이신 불심 도문 큰스님의 87번째 생신날입니다. 차로 1시간을 달려 중생사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큰스님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큰스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학기말 시험을 준비하던 때 경주 분황사에 들렀다가 도문 큰스님의 불호령과 같은 한 마디에 스님은 출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야 이놈아,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놈이 바쁘긴 왜 바빠?’

깨달음의 죽비를 맞은 스님은 곧바로 출가를 했습니다. 그리고 5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오늘도 도문 큰스님은 그때처럼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불법 홍포와 용성 조사님의 유훈 계승에 대해 법문을 했습니다.

“네, 큰스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부담을 안겨줘서 늘 미안한 마음입니다.”

“아닙니다. 큰스님.”

삼배로 인사를 드리고 87번째 생신을 맞이해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다시 부산 중생사를 출발하여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오후 1시에는 평화재단 통일의병 중 일부가 스님의 농사일을 돕기 위해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다 함께 비닐하우스로 향했습니다. 오후부터는 비가 그치고 해가 구름 속에서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습니다.

먼저 두북 수련원 농사팀 담당자가 오늘의 일감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오늘은 크게 네 가지 일감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첫째, 참깨 모종을 만드는 일입니다. 둘째, 비닐하우스 안에 잡초를 뽑는 일입니다. 셋째, 토마토와 애호박을 심은 곳에 줄과 망을 치는 일입니다. 넷째, 노지 밭에 비닐을 제거하는 일입니다. 자, 그럼 팀을 나누어 볼까요?”

다 함께 스님의하루를 읽고 명심문을 세 번 외쳤습니다.

“만물에는 다 제자리가 있습니다.”

팀을 나눈 후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참깨 모종을 만드는 팀은 바닥에 모종판을 놓고 상토를 부은 후 칸마다 씨앗을 2개씩 넣는 일을 했습니다.

스님은 논으로 가서 그저께 논에 깔아놓은 모판을 살펴보았습니다. 로터리를 쳐서 땅을 평평하게 한 후 모판이 물에 살짝 잠길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스님은 하얀 부직포로 덮여 있는 모가 얼마나 자랐는지 열어 보았습니다.


“벌써 많이 자랐네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모가 신기하기만 합니다. 모판을 확인한 후 다시 비닐하우스로 돌아와서 통일의병들과 함께 잡초를 제거하는 일을 했습니다.

“저는 가장자리에 한 줄을 맡을게요. 빗물이 흘러내리는 곳이어서 여기에 잡초가 제일 많이 자라요.”

가장 잡초가 무성한 가장자리를 스님이 맡고, 나머지는 한 고랑씩 맡았습니다. 작년에는 고랑마다 매트를 깔아서 잡초가 못 자라도록 했는데, 매트를 깔면 흙이 숨을 못 쉬어서 땅에 안 좋다는 전문가의 조언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매트를 깔지 않고 잡초가 어느 정도 자라도록 하고 직접 손으로 잡초를 제거하기로 했습니다.

백 미터 달리기를 하듯이 1번 라인부터 5번 라인까지 한 고랑씩 자리를 잡고, 호미로 잡초를 뽑으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스님이 맡은 가장자리에 잡초가 가장 많았지만 스님이 제일 앞서 나갔습니다.

“옛날에 저는 보리밭을 많이 맸어요.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벌써 어른이랑 경쟁하면서 밭을 맸거든요.”

스님이 손이 가장 빠른 이유는 어릴 때부터 다져진 솜씨였습니다. 한참 동안 앞을 향해 나아가던 스님이 뒤로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고랑에 있는 잡초뿐만 아니라 고추 모종 주위에 있는 잡초도 같이 제거해 주세요.”

잡초를 뽑으면서 고추 모종 위에 흙도 함께 북돋워 주었습니다.

손동작 발동작에 깨어 있는 연습을 하며 고랑의 절반을 지났습니다.

“비닐하우스 안이 정말 덥네요. 땀이 계속 나요.”

옆 고랑에 앉은 사람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도 오고 갔습니다.

“저는 요새 일하느라 온몸이 상처 투성이에요.”

“스님, 일손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부르십시오.”

“여기는 일이 엄청 많아요. 우리 일 도와주다가는 직장에 못 나가는 수가 있어요.” (웃음)

어느덧 고랑의 끝에 다다랐습니다.

“자라야 하는 곡식은 안 자라고 풀만 계속 자라요. 그래도 잡초를 다 뽑고 나니까 깨끗해졌네요.”

한편 비닐하우스 옆 동에서는 토마토와 호박을 심은 곳에 줄과 망을 치는 일을 했습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천장에 줄을 매달고 아래로 한 줄씩 내렸습니다. 토마토와 호박이 이 줄을 타고 올라가면서 자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늘은 특히 어린이들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통일의병 한 분이 남자아이 세 명을 데리고 온 덕분에 일하기가 훨씬 수월했습니다. 아이들이 어른들을 보조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습니다.

사다리를 잡아 주는 일, 줄을 자르고 당기는 일을 비롯해 곳곳에서 필요한 일을 도맡았습니다. 줄과 그물망을 다 치고, 마지막 남은 일은 다 함께 하기 위해 산 아랫밭으로 이동했습니다.

스님이 일감을 안내했습니다.

“동네 어르신이 농사짓던 밭인데 올해부터 저희가 농사를 짓게 되었어요. 그런데 땅에 비닐이 덮인 채로 잡초가 자라 있어요. 큰 잡초를 먼저 뽑은 뒤에 비닐을 모두 제거해 주세요.”

아이들은 잡초를 열심히 뽑고, 어른들은 잡초를 제거하면서 동시에 비닐도 걷어 내었습니다.

여러 명이 함께 힘을 모으니 순식간에 일이 끝났습니다.

“수고했어요. 지금부터는 저희가 농사짓는 밭을 하나씩 소개해 드릴게요. 저를 따라오세요. 저기 산 위로 올라갈 겁니다.”

먼저 산 아랫밭으로 가보았습니다.

산 아랫밭에는 얼마 전에 감자를 심었습니다. 벌써 싹이 나서 감자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전부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고 있어요. 옛날에는 똥오줌도 거름이 되니까 남의 집에 가서 안 누고 다들 자기 집에 가서 누고 그랬잖아요. 요즘 저희도 유기농 하느라고 그렇게 비료를 만들고 있어요.”

다음은 산 윗밭으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작년 봄에 법사님들이 전부 다 붙어서 이렇게 울타리를 치고 문도 만들었어요.”

불과 얼마 전에 고사리의 뿌리를 밭 가장자리에 심어 두었는데 벌써 고사리의 새순이 올라왔습니다.

“고사리 새순 나온 것 좀 보세요.”

어린 순은 잎이 말려 있고, 흡사 주먹을 쥔 듯한 형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도라지도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고 있었습니다.

“이 땅은 산 위에 있는 황무지 땅이었는데, 저희가 일일이 개간을 해서 만든 밭입니다. 그래서 제가 ‘우리는 북한 사람들이 뙈기밭 만들 듯이 농사를 짓고 있다’고 그랬어요.” (웃음)

산을 더 올라가니 지난 2월에 과일나무를 심은 터가 나타났습니다.

“여기는 과실수를 심었어요. 사과, 배, 감, 대추, 청매실, 홍매실, 자두, 모과, 포도, 복숭아까지 종류별로 조금씩 다 심었습니다. 아직 실험 중이에요.” (웃음)

건너편을 바라보니 높은 산들이 보였습니다.

“저기 보이는 산이 치술령입니다. 왜로 떠난 박제상을 기다리던 아내가 몸이 굳어 망부석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는 산이예요. 그 옆에 보이는 산이 우리가 자주 가는 경주 남산입니다.”

산을 내려와 농막에서 다 함께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한 명씩 돌아가며 오늘 함께 일한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땀 흘려 일하니까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가을에도 또 와서 일해보고 싶어요.”

“그물망이 다 쳐져 있고, 모종이 다 심어져 있고, 잡초가 깨끗이 제거된 모습을 보니까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보통 아이들이 오면 일을 하지 않고 놀거나 불평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이 열심히 일을 해줘서 오랜만에 기뻤습니다. 요즘도 저렇게 건강한 아이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부모가 아이들을 잘 키웠네요. 함께 일해서 좋았습니다.”

스님은 통일의병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장수 죽림정사로 이동해 하루 종일 도량 정비하는 일을 한 후 저녁에는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온라인 일요명상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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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연기

[우선 바른 길로 방향을 잘 잡아야겠죠. 그런 다음에는 꾸준히 걸어가야 합니다. 이것이 ‘정정진(正精進)’입니다.…‘삿띠(sati)’라는 것은 알아차림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정념(正念)’입니다.…그것처럼 마음을 한 곳에 모아서 집중을 하는 가운데 또렷한 알아차림이 있으면 지혜가 생겨납니다. 이것이 ‘정정(正定)’입니다.] 불심도문 큰스님 건강하십시오^^

2021-05-08 19:02:24

윤영화

도자 문자 큰스님 생신 축하 드립니다
만수무광 하시길 발원합니다
감사 하옵니다

2021-05-06 11:57:25

김병선

비가오니 스님이 쉬시겠다는생각이듭니다
잠시의 시간도 허투로 보내는일없이
알차게 살아가시는스님의모습이 고되지않을까 염려됩니다ᆞ

2021-05-06 06: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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