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3.8 행복한 백일 콘텐츠 회의, 공동체 공청회
“업무에 집착해서 수행을 안 하고 있다면”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문경에서 화상회의를 한 후 서울로 이동해 공동체 상주 대중들과 온라인 정토회 전환에 대해 공청회를 했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나니 희양산 꼭대기부터 햇살이 붉게 비치기 시작했습니다.

명상원에서 오전 8시에 해외 정토회 활동가들과 화상회의를 했습니다.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하고 나서 국내외에 지역 법당을 모두 철거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 있는 LA정토수련원의 경우는 어떻게 할지에 대해 의논했습니다.

LA수련원을 현재 상태로 유지하자는 의견과 빨리 매각 처분을 하자는 의견이 오갔습니다. 토론을 하는 중에 스님도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아무리 온라인 시대에 법당이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넓고 오픈된 야외 공간에서 주말에 꽃도 심고 농사도 지을 수 있는 수련원은 더욱더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도 이런 수련원은 꼭 필요하다고 봐요.

그런데 지금 현재로서는 LA정토수련원에 거주할 사람이 없는 상황입니다. 거사님 한 분이 오랫동안 수련원을 지켜주셨는데 연세가 많아지셔서 미국에서는 병원 치료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곧 한국으로 돌아오실 예정이에요. 인적이 드물고 외진 곳이라 위험하기도 해서 아무도 수련원에 가서 살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LA수련원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지금으로서는 저 밖에 없어요. 저는 곧 은퇴하면 농사를 짓고 살 의향이 있거든요. 미국에서는 기계로 농사를 지으면 돼요.”

미국 지역의 불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경택 거사님이 곧바로 대답했습니다.

“스님께서 미국에 오시면 농기계는 제가 사드리겠습니다.” (웃음)

“수련원을 처분하지 말고 1년만 더 기다려 봅시다. 코로나 사태가 조금 잠잠해지면 제가 직접 미국에 가서 한번 점검을 해볼게요. 그때까지는 미국에 사시는 여러분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점검만 좀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다들 망설이는 상황에서 스님의 제안에 따라 LA수련원을 1년 동안 더 유지하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이어서 10시부터는 '행복한 백일' 법문을 준비하고 있는 콘텐츠국과 화상회의를 했습니다. 현재 백일 법문이 연기되면서 ‘행복한 백일 추진단’은 활동이 정지된 상태입니다.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갖고 콘텐츠국을 운영해 나가야 할지 스님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백일 법문을 생방송 중심으로 진행할지, 법문 후 후속 편집에 더 비중을 둘지에 대한 토론이 있었습니다. 완성도 높은 법문을 제작하기 위해 생방송 진행보다는 후속 편집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로 하고, 스님의 조언을 들었습니다.

“현재 불교대학에서 사용하고 있는 영상을 촬영했던 20년 전에만 해도 기존의 불교인들에게 바르고 쉬운 법문을 가르쳐준다는 참신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기준으로 다시 평가하면, 첫째, 비디오와 오디오의 질이 많이 떨어집니다. 둘째, 20년 전에는 불교에 관심이 있거나 믿음이 있는 사람들이 주로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쉽다’, ‘정말 바르구나’ 이런 평가가 많았는데, 요즘은 그때보다 더 쉬운 즉문즉설을 접하고 나서 불교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불교대학에 입학합니다. 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현재 불교대학의 내용이 너무 어렵고 재미도 덜합니다.

불교대학 강의를 새롭게

특히 불교의 교리에 대한 강의를 듣고 나서 사람들이 질문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이 사람들이 굳이 어려운 불교 용어를 알아야 할까’ 이런 생각이 들게 돼요. 일상에 적용하지 못하는 어려운 불교 교리를 공부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그리고 불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불교의 역사에 대해 굳이 긴 시간을 할애해서 가르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새로 강의를 하게 되면, 첫째, ‘불교란 무엇인가’에 대해 가르치는 앞부분의 비중이 더 높아져야 할 것 같습니다. 둘째, 부처님의 일생은 수행과 교화에 대한 부분을 가르치는 비중이 높아져야 할 것 같아요. 셋째, 불교의 근본 사상은 용어에 대한 해설을 중심으로 하지 말고 실제로 일상생활에 적용될 수 있는 연기, 중도, 사성제, 팔정도의 내용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좋겠어요. 왜냐하면 정토회는 불교학자를 양성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넷째, 불교의 역사에 대한 강의도 미래로 나아가는 데에 필요한 부분만 중점적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역사적 사실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역사적 사실을 공부할 수 있게 새롭게 강의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외국인 천일결사자들의 경우, 수행문조차도 굉장히 어렵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며칠 전에는 ‘마음이 본래 공하다’ 이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묻는 질문도 있었어요. 그래서 외국인까지 고려한다면 수행문도 더 쉽고 바르게 수정해야 합니다.

이런 문제는 모두 기존에 불교 교리와 의식을 조금 변형시켜서 활용하다 보니 생긴 문제입니다. 즉문즉설처럼 완전히 새롭게 창조한 것이 아니어서 그래요.

여러분이 준비가 되는 대로 제가 시간을 낼 테니까 불교대학, 경전대학, 사회대학의 커리큘럼에 대해 검토하는 회의를 계속 온라인으로 합시다.”

앞으로는 요일을 정해서 더 자주 화상회의를 하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후 3시에 문경 정토수련원을 출발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서울로 가는 길에 쌍곡 계곡에 잠시 차를 세우고 도로 위를 50분 정도 걸었습니다. 스님은 요즘 틈이 나는 대로 걷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20km 넘게 걸어보려고 하는데, 19.2km까지만 걸어보고 아직 20km를 못 넘겨봤어요. 오늘도 서울까지 가야 하니까 조금밖에 못 걸을 것 같네요.”

오르막길이 끝나는 지점에 차를 세우고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빠른 속도로 걷는 가운데 스님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과학 기술이 계속 발달하면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하게 될까요? 요즘은 농사도 전부 기계로 지으니까 인간의 노동력이 점점 필요가 적어지고 있습니다. 노동가치설이라는 것이 미래사회에는 맞지 않을 것 같아요. 자동화 시스템이 가치를 창출하니까요. 사람을 고용하면 노동쟁의가 생기는데, 자동화 시스템은 노동쟁의가 없거든요. 그러니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갈수록 자동화 시스템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스님의 법문도 인공지능 기술에 의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 언어로 통역되는 세상이 곧 도래할 거예요.”

“그러면 스님의 하루 제작팀도 일자리를 잃게 되는 거네요.” (웃음)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벌써 50분을 걸었습니다.

“서울까지 가려면 지금 차를 타야겠어요. 오늘은 이 만큼만 걸읍시다.”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해가 저물었습니다.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하자마자 저녁 7시 30분부터 공동체 지부 구성을 위한 공청회를 시작했습니다. 서울과 문경에서 100여 명의 상주 대중이 온라인 화상회의 방에 입장했습니다.

특별히 필리핀 민다나오와 인도 수자타아카데미에서 근무하는 활동가들도 참석해 서로 안부를 주고받고 인사도 나누었습니다.

먼저 법사단에서 공동체 지부 구성 방법에 대한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공동체는 생활 우선, 전법 우선, 그 다음에 부서 업무 순서로 운영한다는 원칙을 잡고, 대중부와 같이 전법 활동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 저녁 시간은 부서 업무가 아닌 전법 활동을 하는 시간으로 배정하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습니다.

결론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스님은 왜 이런 제안이 나오게 되었는지 그 취지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공동체가 대중부의 방향과 별도로 갈 것인지, 함께 갈 것인지가 먼저 결정되어야 합니다. 대중부는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하면서 큰 변화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동체는 같은 공간에 모여서 살고 있고, 업무는 전문적인 영역을 맡고 있기 때문에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전혀 실감을 못 느끼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온라인 전환에 있어서 가장 속도가 늦은 곳이 공동체라고 볼 수 있어요.

정토회 발전의 핵심

만약 공동체는 대중부와 별도로 가겠다고 하면, 모둠과 지회, 지부를 구성하지 않아도 됩니다. 공동체 사업은 공동체 안에서 결정하고, 대중부에서 필요로 하는 일만 도와주면 돼요. 그게 아니라 공동체도 대중부와 똑같은 방식으로 함께 갈 것인가에 대해 결정을 하기 위해 오늘 공청회가 열린 겁니다.

대중부와 함께 가는 방식으로 결정하면, 공동체 구성원들도 저녁에는 전법 활동을 해야 합니다. 대중부 구성원들이 낮에는 직장 나가고 저녁에는 불교대학이나 경전반 진행을 하듯이, 공동체 구성원들도 낮에는 부서 업무를 하고 저녁에는 전법 활동을 하는 거예요. 즉, 공동체 구성원들도 전법활동가가 되는 교육과 훈련을 받게 되는 겁니다. 앞으로 정토회가 발전하기 위한 핵심은 전법활동가의 양성이기 때문에, 공동체 구성원들도 일단 전법활동가가 먼저 된 다음에 다른 활동들을 해나가자는 제안이라고 보시면 돼요.

이런 원칙을 갖고 8월까지 시범 운영을 해보겠는지, 도저히 못하겠는지, 그걸 논의해 주세요. 대중부 활동가들도 하루 종일 직장 일을 한 후에 저녁에 전법 활동을 합니다. 공동체 구성원들도 그에 준해서 전법 활동을 해보면 대중이 얼마나 어려운 조건 속에서 활동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대중들은 아이들 밥해 주고, 학교 보내고, 직장 나가서 업무 보고, 퇴근한 후에야 전법 활동을 합니다. 집에서 불교대학을 진행하려고 하면, 성질이 난 남편이 전기 스위치를 내려버리는 일도 일어납니다. 그런 속에서도 대중들은 전법 활동을 하거든요. 우리도 그렇게 전법 활동을 해보면 대중들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이런 취지에서 개편을 해보려고 하는 겁니다. 일단 대중부와 똑같이 해보고, 도저히 안 될 경우에 공동체는 전법 활동을 포기하고 전문 영역의 활동만 하자는 결정을 내리자는 거예요.

업무에 집착해서 수행을 안 하고 있다면

비록 여러분들이 사회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어쩌면 세상 사람들이 돈 버는 데에 집착해서 수행을 안 하는 것처럼, 여러분도 업무에 집착해서 수행을 안 하고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우리도 우리 스스로를 한번 점검해 보자는 취지예요. 우리도 못 하는 것을 대중에게 요구해서는 안 되잖아요. 만약 우리가 잘못 살고 있는 것이라면 반성을 해야 하고요.

저도 농사를 짓기 때문에 저녁에는 눈이 감겨서 법문 하는 것이 힘들 때가 있어요. 여러분도 낮에 업무를 하면 저녁에 불교대학을 진행하기가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런 실정도 이해하지만, 그런 가운데 우리는 어떻게 전법활동을 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토론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취지를 더욱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공동체 구성원들은 다시 활발한 토론을 이어나갔습니다.

공청회를 마칠 시간이 되었지만, 제안된 안건에 대한 토론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오늘 결론을 내리지 않고, 내일 저녁에 다시 공청회를 열기로 하고 마쳤습니다.

내일은 온라인 정토불교대학 입학식이 열릴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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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자

중생들구제하시느라 늘 수고많으세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2021-03-15 16:56:20

굴뚝연기

스님,외지고 위험해 사람살기 힘든 수련원에 왜 미련을 두시나요ㅎ 지병이 있으신 분들은,미국보단 한국에 계시는 편이 낫지않나요ㅜㅜ응급상황이 생겨도 그렇구요‥아무래도 병원때문에라도 한국에 계셔야죠‥ㅜ

2021-03-14 21:30:13

청정화

감사합니다.

2021-03-13 2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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